<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DOTA>의 현지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카오스>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PC방에서는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카오스>의 후속작을 자처하는 <카오스온라인>이 최근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했다. 원작 특유의 게임성은 그대로 물려 받으면서, <워크래프트 3> 유즈맵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것들을 개선한 것이 특징. 과연 어떤 모습인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필진 크발칸
■ <카오스> 그 느낌 그대로, 편의성은 증대
<카오스온라인>은 <DOTA> 이래로 <카오스>와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여러 게임들이 물려받고 발전시킨 ‘DOTA 류’(우리나라에서는 흔히 ‘AOS 장르’라고 부른다) 게임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 플레이어는 영웅 하나를 선택해서 다른 유저, 혹은 NPC와 전투를 치러 레벨을 올리고, 최종적으로 상대 진영의 본진을 파괴해야 한다.
<카오스온라인>은 <카오스>에 비해 전체적인 색감이 진해지고 밝아졌으며, 스킬 이펙트도 화려해졌다. 다만, 전반적으로 보면 건물이나 영웅들의 외형, 스킬 등이 기존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게임의 기본 맵이라고 할 수 있는 ‘혼돈의 숲’ 역시 <카오스>와 거의 동일한 구조를 보여준다. 덕분에 유저들은 <카오스> 느낌 그대로 <카오스온라인>을 즐길 수 있다.
건물이나 몬스터들의 외형은 원작 <카오스>와 많이 다르지 않다.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몇몇 영웅은 이름과 스킬 효과가 조금씩 변하기도 했다. 한 예로 원작의 ‘가래’는 ‘아그네스’로 재탄생했다.
그렇다고 <카오스온라인>이 <카오스>와 다를 게 없는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러 가지 부분이 개선됐는데, 특히 원작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던 ‘상점 구입’이 대폭 보완됐다.
원작에서는 일일이 창고를 불러서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옮겨야 했지만 <카오스온라인>에서는 맵의 어디에 있든 바로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변경됐다. 기존 <카오스> 유저라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에 있던 6칸의 아이템 창에 물약 종류를 전용으로 배치할 수 있는 2칸이 추가되면서, 조합 아이템을 모으는 부담이 줄어들었다.
C, V 단축키를 이용해 상점을 호출할 수 있다. 창고도 사라지지 않고 아이템창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곳으로 변했다.
이외에도 <카오스온라인>은 ‘게임 시작 후 5분 동안은 몬스터를 함께 잡아도 경험치를 나눠갖는 것이 아니라, 전투에 참여한 모두가 몬스터 하나 분의 경험치를 받는다’는 새로운 룰이 적용돼 초반 성장이 매우 쉬워졌다.
‘매칭’ 시스템 역시 처음에는 비슷한 레벨의 유저와 자동으로 매칭이 되게 하고, 1분이 경과하면 검색 범위를 확장하는 <스타크래프트 2> 방식의 자동매칭을 도입해 한결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룰 덕분에 원작처럼 라인과 크립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고, 초보 유저도 쉽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
비슷한 수준의 유저와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자동매칭 시스템.
또 원작에는 없었던 ‘킬 도움’과 ‘건물 파괴 기여도’가 추가됐다. 킬·데스와 건물 파괴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플레이어의 기여도를 다양한 각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 간 분쟁의 소지가 다소 줄었다.
물론 킬 도움과 파괴 기여도가 추가됐다고 해도, 유저 간의 분쟁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 안티 매직과 디스펠의 묘미는 여전하다!
<카오스>와 <카오스온라인>이 다른 AOS와 차별되는 것은 역시 ‘안티 매직 포션’(이하 안티)과 ‘디스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안티는 상대의 마법 스킬을 15초 동안 막아 준다. (안티를 무시하는 스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킬을 막는다.) 디스펠은 안티를 비롯해 상대에게 걸린 이로운 마법이나 아군 및 자신에게 걸린 해로운 마법을 모두 해제해 준다.
크립이나 중간 보스를 잡을 때도 안티 매직 포션이 활용된다.
이 두 아이템은 언제나 필수로 갖고 다녀야 하며,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전투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를 들어 안티의 경우, 상대방의 스킬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타이밍에 맞춰서 사용하느냐, 아니면 미리 사용해서 스킬을 막느냐의 선택을 계속 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 컨트롤이 훌륭하면 좋은 선택이지만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후자는 역으로 디스펠에 당해 안티가 해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누가 먼저 안티 매직 포션을 사용하는가, 혹은 디스펠을 어느 시점에서 걸고 상대 영웅은 어떤 타입이니 어떻게 대응한다는 식의 전략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안티와 디스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카오스온라인>의 핵심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독 대미지 등의 지속 대미지 스킬이 많기 때문에 디스펠을 잘 활용해야 살 수 있다.
■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유저 인터페이스
전반적으로 <카오스온라인>은 <카오스>의 분위기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유저들이 플레이하기 쉽고, 불편했던 점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보이며, 또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될 것을 가져온 모습도 보인다. 대표적으로 ‘왼쪽 클릭시 영웅 선택 해제’가 있다.
아군 자이로스를 선택해 내 영웅이 선택이 풀린 모습.
원작 <카오스>는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영웅을 컨트롤하려면 반드시 영웅을 마우스 드래그나 클릭 등으로 선택해야 했다. 만약 적의 건물이나 상대 영웅을 왼쪽 버튼으로 클릭하면 내 영웅의 선택이 풀렸다.
이는 사실 <DOTA> 방식의 AOS 장르 게임들에게는 그리 필요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포함해 이후에 등장한 많은 게임들이 이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카오스온라인>은 원작의 그 방식을 그대로 구현했다. 특히 싸우는 중에 클릭 미스로 영웅 선택이 풀리면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물론 소환수를 사용하거나 부대 지정을 즐겨 하는 유저에겐 왼쪽 클릭시 선택 해제가 필요할 수도 있고, 창고(카오스온라인에서는 독수리) 플레이를 할 때는 왼쪽 클릭 해제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과연 이 요소를 굳이 고집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소환수를 ‘정찰’에 사용할 수 있다곤 해도 하다가 크립에 죽거나 오히려 화력집중에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영웅을 정찰에 사용할 것인가?
지나간 채팅 기록을 보려면 채팅로그를 따로 불러야 된다.
단축키 설정을 보면 <워크래프트 3>에서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됐을 법한 명령들이 자주 보인다. 이른바 ‘어택땅(A+클릭)’은 그렇다고 쳐도 ‘정지(S)’, ‘위치유지(D)’, ‘이동(F)’, ‘정찰(G)’의 명령은 사용되지도 않는데 왜 가지고 왔을까 의문이 든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정찰은 정통 RTS 게임도 아닌데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카오스온라인>은 화면에서 보여주는 정보가 보기 쉽게 정렬돼 있지 않고, 여기저기 분산돼 있다. 전체적인 인터페이스의 거리가 멀고 공백도 많으며 캐릭터의 성장 상태를 알려주는 것도 단편적이다. 무기나 방어구 아이콘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조금 상세한 정보가 나오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흡혈과 같은 특수능력은 유저가 스스로 계산해야만 알 수 있고, 중첩되는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체력 상태, 추천 아이템, 캐릭터 창, 아이템과 명령어 스킬 등이 흩어져 있다.
<카오스온라인>은 화려한 이펙트, 분산된 인터페이스와 공백에 비해 볼 수 있는 화면이 상당히 좁다. 시점을 조금만 더 높여줬으면 좋겠다. 궁극기가 난무하면 화면을 보기 힘들다.
■ 네트워크 최적화와 페널티의 부재
<카오스온라인>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경악했던 시스템은 <워크래프트 3>에서도 있었던 ‘네트워크 지연으로 인한 플레이 정지’다. 이 시스템은 단 한 명의 유저라도 문제가 있다면 모든 유저가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문제가 되는 유저를 추방할 수 있고, 정지가 지속되면 카운트에 따라 자동으로 추방되지만,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정지와 플레이가 게임 내내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짧은 시간이라 추방을 누르기도 힘들고, 플레이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다.
따로 추방 명령어도 없으며 9명의 유저가 모두 동의해야 추방할 수 있다. 위의 문제로 추방돼도 페널티는 없다. 심지어 아직까지는 게임 도중에 나가도 문제없이 다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AOS게임에서 한 명의 부재는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한 명이 유리하다면 전투가 벌어질 때 남은 한 명이 상대 진영에 테러를 갈 수도 있기 때문에 팀의 패배 확률을 높이는 유저에 대해 페널티가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매너가 나쁜 행위에 대한 신고 방식도 불편하다. <카오스온라인>은 오직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비매너 유저를 신고할 수 있다.
9일 업데이트로 남은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이 적용됐지만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카오스온라인>은 원작 <카오스>에서 검증된 특유의 전략성과 재미를 살린 온라인게임이다. 랙 속에서 투덜대면서도 플레이하게 만들 정도로 AOS 스타일 게임의 재미를 잘 갖추고 있다.
다만 독립 게임으로 탈바꿈하면서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페널티 등 많은 부분에서 가다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안타깝다. 이제 OBT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