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경공을 펼치며 하늘을 날던 8등신 캐릭터가 순식간에 바닥에 내려앉으면서 거대한 도(刀)로 적을 쳐서 띄웁니다. 공중에 뜬 적에게 쉴 새 없이 무공을 퍼붓고, 이내 쓰러진 적을 집어서 다른 적에게 던집니다. (아마도) 엠게임이 <열혈강호 2>에서 바란 전투 모습일 겁니다.
일단 시스템은 모두 갖췄습니다. 논타겟팅 조작과 5단계로 구분된 경공을 도입했고, 충돌판정에 따른 공중콤보도 구현했습니다. 잘만 조작하면 위의 예문과 비슷한 전투도 가능‘은’ 합니다.
다만 논타겟팅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조작은 플레이를 방해할 정도로 불편했고, 답답하고 느린 전투와 단조로운 플레이는 왜 논타겟팅을 택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종이를 이어 붙인 듯한 그래픽도 아쉬웠죠.
희미한 희망을 보여준,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먼 <열혈강호 2>를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이하 CBT)로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MMORPG + 논타겟팅 + 공중콤보의 만남
<열혈강호 2>의 전투는 논타겟팅입니다. 공격마다 범위를 계산해서 범위 안에 있는 적에게만 대미지를 주는 방식이죠. 여기에 띄우기와 공중콤보도 구현했습니다. 특히 공중콤보는 미리 짠 스크립트가 아닌 순수한 충돌판정에 의존하는 방식이죠.
적을 띄운 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습니다.
<열혈강호 2>에서는 자신의 무기만 닿는다면 어떤 공격으로도 공중에 뜬 적을 때릴 수 있습니다. 지상용 스킬과 공중용 스킬의 구분이 없는 셈이죠.
그만큼 연속기의 폭도 넓습니다. 일반공격부터 각종 무공까지 ‘높이와 거리’만 맞춘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무공과 무공 사이에 떨어지는 적을 일반공격으로 다시 쳐서 띄우거나 콤보 중간중간 거리를 재서 적이 무기 끝에 맞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응용도 가능합니다.
<C9>이나 <드래곤네스트> 등 MORPG의 전투 시스템을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열혈강호 2>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요소기도 하죠.
잘 맞추면 적을 띄우며 노는 재미가 있습니다.
■ 플레이를 방해하는 불편한 조작
문제는 조작입니다. 논타겟팅에 공중콤보까지 가미된 게임인 만큼 조작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열혈강호 2> 1차 CBT의 조작은 게임을 돕기보다는 방해하는 수준입니다.
논타겟팅 게임의 특성상 시점을 계속 움직여야 하지만, 정작 시점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채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전투 내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나마도 공격 도중에는 시점전환이 불가능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격모션이 나오는 도중 시점을 바꿔도 공격이 끝날 때마다 시점이 원래대로 돌아가죠.
만약 적이 옆으로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공격을 멈춘 후 시점 초기화를 확인하고 다시 시점을 돌려야 합니다. 여기에 오토타겟팅 기능도 있어서 탭(Tab) 버튼을 눌러 목표를 바꾸거나 아이템 상자를 집을 때도 시점이 휙휙 바뀝니다. 무사는 돌진 계열 스킬을 썼을 때 적을 뚫고 나가서 시점이 꼬일 때도 있고요.
캐릭터의 공격범위는 굉장히 작기 때문에 꾸준히 시점을 바꾸고 캐릭터를 움직여야 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말이죠. 캐릭터의 방향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서 나는 분명 정면으로 달리는데 캐릭터는 옆으로 비스듬히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플레이어의 적은 몬스터보다 조작체계에 가깝습니다.
설정을 통해 카메라 시점을 바꿀 수 있지만 비스듬한 이동과 멋대로 바뀌는 시점은 여전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멋대로 돌아가는 화면을 억지로 제어하는 수준입니다.
테스트 전 <열혈강호 2>의 개발팀에서는 <블레이드 & 소울>과 비슷한 전투방식을 몇 년 전부터 생각했고, 우연히 그게 겹친 것뿐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고민한 전투방식치고는 <열혈강호 2>의 조작은 심각할 만큼 불편합니다.
오토타겟팅이라면 적에게 시점을 고정할 수 있는 단축키가, 논타겟팅이라면 마우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시점을 쉽게 바꿀 수 있는 크로스헤어 방식의 시점조작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수가 모이면 그냥 범위 공격 스킬을 쓰는 게 속이 편합니다.
■ 느리고 답답한 전투와 숱한 버그
1차 CBT의 느린 전투와 버그도 게임 진행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열혈강호 2>에서는 공격모션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한 번 칼을 뽑았으면 적에게 휘두르고 회수하는 장면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공격 한 번에 약 1초가 걸릴 정도로 길죠.
반면 몬스터의 공격에 맞았을 때는 모든 동작이 무조건 취소됩니다. 공격하는 속도도 느린데 중요한 공격이 툭하면 취소되고 여기에 앞서 말했던 불편한 시점조작까지 겹치다 보니 전투가 답답해지죠.
캐릭터 충돌판정도 지나칩니다. 몬스터와 약간만 겹치면 캐릭터가 밀리기 일쑤고, 장애물의 충돌범위도 지나치게 넓습니다. 여우나 멧돼지처럼 키가 작은 몬스터에게 일반공격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몬스터의 등 뒤에 올라와 있습니다.
맞으면 스킬을 제외한 모든 행동이 취소됩니다. 먼저 맞기 시작하면 전투가 답답해지죠.
뻔히 뚫린 난간을 못 지나가거나, 길 양옆에 설치된 발등 높이의 블록 하나를 못 넘어서 점프를 뛰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몬스터가 갑자기 기둥 위로 순간이동하는 경우도 있죠. 심지어 물체에 붙으면 점프가 불가능한 탓에 블록 하나를 넘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후 점프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습니다.
판정도 애매해서 분명 맞아야 하는 적이 대미지를 입지 않거나 멀리 떨어진 적이 갑자기 대미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동기화 혹은 물리엔진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으로 보이는데요, 충돌판정을 이용한 공중콤보를 내세우는 <열혈강호 2>로서는 치명적입니다.
이렇게 크게 뚫려 있는데도 못 지나갑니다. 게임 내에는 이런 장소가 많습니다.
적을 당기는 스킬을 썼는데 오히려 멀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 2차 CBT를 지켜봐야 할 그래픽
그래픽에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배경은 종이처럼 일자로 세워놓은 수준이고, 색감이나 이펙트도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이외에도 컷신이 끝날 때쯤 NPC가 둘로 분열한다거나 시점을 위로 올렸을 때 일자로 반복해서 붙여 놓은 풀이 보이는 등 세심함도 많이 부족합니다. 인터페이스도 알아보기 어렵고 투박합니다.
엠게임에서는 1차 CBT에 그래픽 효과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는데요,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열혈강호 2>의 그래픽은 MMORPG만 10개 이상 만들고 서비스한 고참 개발사의 최신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충돌판정 때문인지 그래픽에 비해 사양도 높습니다. 인텔 i5 CPU에 지포스 250 GTS 그래픽카드, 8GB 램으로 최고옵션 기준 5 ~ 15프레임 정도가 겨우 유지됩니다. 불편한 전투가 더 힘들어지는 이유죠.
다리 위에서 다리 아래의 적과 싸우는 한무진. 이후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 ‘변화’는 있지만 ‘이유와 재미’는 보여주지 못한 테스트
<열혈강호 2>에는 지금까지 엠게임의 MMORPG 중에서 가장 많은 시도가 들어갔습니다. 그만큼 기대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스크립트 방식이 아닌 공중콤보는 MMORPG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고, 불편한 조작과 어긋난 판정을 제외한다면 재미도 있었습니다. 적을 툭툭 치면서 갖고 노는 즐거움이 있더군요.
하늘을 휘젓는 경공도 나쁘지 않습니다. 속도감이 부족하고 시점조작이 여전히 불편하지만 속도만 빨라지기 일쑤인 경공에 연출을 넣은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군요.
하지만 공중콤보를 제외한 부분은 평범한 MMORPG의 1차 CBT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불편한 조작은 공중콤보의 재미를 짜증과 답답함으로 바꿔놓았고, 종이를 붙여 놓은 듯한 그래픽은 자체엔진을 선택한 엠게임의 결정을 더욱 못 미덥게 만듭니다.
통이 굴러오지만 위협도 안 되고 동기화가 맞지 않으니 멋있게 피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적을 들어서 집어던질 수 있지만 내려놓는 버튼이 없어서 주변에 다른 적이 없으면 적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하거나, 장애물이 나오지만 정작 동기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뻔히 보고도 굴러오는 통에 맞는 식입니다.
다만, <열혈강호 2> 개발진은 테스트 전부터 1차 CBT에서는 많은 부족함이 있을 것이고 2차 CBT부터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캐릭터 생성화면의 그래픽과 초반의 일부 컷신 중 완성도가 뛰어난 부분도 있는 걸로 봤을 때 그래픽 발전 가능성도 보입니다.
엔진 개선과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통해 2차 CBT에서는 엠게임이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캐릭터 생성화면의 그래픽은 괜찮은 수준입니다.
몇 안 되는 담화린의 등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