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이라는 단어는 그 하나만으로도 상품 가치를 올려주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됐다. 단순히 한 편의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만화, 캐릭터 산업은 물론 게임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니는 물결이 된 셈이다.
<기동전사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이하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는 이런 기조에서 나온 하나의 타이틀일 뿐이지만 다른 건담 게임들과 비교해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건담에 등장한 모빌슈츠(이하 MS)들이 대결을 하는 정도의 의미 부여가 아닌, 건담류 게임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역대 건담 시리즈를 총망라. 팬이여 집결하라!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의 특징 중 하나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건담 시리즈를 하나의 게임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최초의 스토리였던 우주세기(퍼스트건담, Z, ZZ, 역습의 샤아, 0080, F91, 0083, 08소대 등)부터 신건담(기동 무투전 G건담, 건담 W, 건담 X)까지 역대 모든 MS를 등장시켰다. 특히 소설판인 건담 센티넬, 만화로 등장한 외전들인 크로스본 건담, MSV 등도 볼 수 있다.
모든 시리즈의 건담이 등장한다. 다만 대표 MS만 등장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기존에는 몇몇 유명한 시리즈를 선별하거나 특정한 스토리만을 게임으로 만들었지만, 이번에 나온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는 말 그대로 건담 팬들에게는 ‘꿈의 대전’이다. 조금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릴적 ‘키트와 에어울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같은 의문을 풀어주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었던 라이벌 기체들의 전투는 물론,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전투를 게임을 통해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본다면 올스타전과 같은 느낌의 콘셉트로 만들어 졌지만 그 효과는 크다. 각각 나눠져 있는 건담 팬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리즈를 모은 만큼 시리즈마다 최대 3개의 대표 MS만 나온다.
■ 드디어 등장한 PS3다운 건담 타이틀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에서 만족스러운 것 중 한가지가 바로 PS3에 걸맞는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존에도 PS3로 건담 관련 게임들이 나왔지만,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PS3 론칭 타이틀이었던 <건담 타겟 인 사이트>는 쓸데없이 그래픽만 높은(PS2에 비해서) 게임성 없는 게임이었고, 이후 등장한 <건담무쌍> <건담전기> 등은 어느 정도 게임성은 보여주었지만, 건담의 정체성이 없거나 오리지널 캐릭터를 등장시켜 팬들의 완벽한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반면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는 폴리곤이 아닌 셀풍의 MS 그래픽과 3D 폴리곤 배경이 최적의 밸런스로 조합돼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빠른 액션과 더불어 각 MS의 특징을 살린 무기와 움직임까지, 지금까지 보아왔던 시리즈와 차별화를 이끌어 냈다.
그래픽은 물론 액션과 이펙트까지 PS3 게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
원작 자체가 가진 캐릭터성을 게임에서도 충실하게 구현했고, 이것이 각 시리즈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특히 그동안 PS2보다 조금 나은 그래픽, 혹은 PSP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로만 등장했던 최신 시리즈와 달리 PS3가 가진 성능을 활용하다 보니 모자란 2%를 채워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는 캐릭터성만 내세운 것이 아니다. 캐릭터성을 이용해 특유의 게임성도 한층 발전시켰다. 원래 이 타이틀은 아케이드 전용 게임으로 등장했다. 전작도 아케이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의 아케이드 버전은 조금 달랐다. 처음으로 PS3 호환 기판인 ‘시스템 357’을 이용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현시대의 최신 기종으로 <건담 VS> 시리즈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PS3 호환을 생각한 만큼 아케이드 버전과 PS3 버전의 차이는 거의 없다.
■ 진화보다 진보를 생각한 게임성
게임성 자체는 크게 전작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격과 격투로 나뉘고, 이에 따라 발동하는 기술을 적절히 이용하는 게임성은 같다.
다만 건담이라는 콘텐츠의 특징상 유저는 게임에서 밸런스가 좋은 MS를 선택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MS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들과는 게임성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 모든 MS의 기본 조작은 동일하다. 다만 MS의 무기와 특징에 따라서 활용법이 다르다.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에서 추가된 부스터 대시와 스텝은 상대의 공격을 캔슬시킬 수 있고, 자신의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작과 다른 손맛을 제공한다. 게임 시스템을 바꾸어버리는 것이 아닌, 기존 시스템에 추가 시스템을 넣어 새로운 재미를 준 것이다.
기존 시리즈와 거의 동일한 조작, 다만 추가 시스템의 이해도에 따라서 재미가 달라진다.
원작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각각의 MS는 원거리, 근거리, 밸런스형으로 구분되어 있다. 성능도 천차만별이다. 아마 일반적인 유저라면 밸런스가 잘 잡힌 고성능 MS, 예를 들면 ‘스트라이크 프리덤’이나 ‘하이뉴 건담’을 주력 기체로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솜씨가 뛰어나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 시리즈는 기체 코스트 개념을 가지고 있어 게임의 전체 밸런스를 잡아주고 있다. 즉 코스트 1,000짜리 기체는 성능 자체는 뒤떨어지지만 파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코스트 3,000짜리 기체는 성능을 뛰어나지만 파괴의 부담을 가진다.
진영마다 6,000의 코스트를 주고 이를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승패를 가르는 것이 기본 규칙이다. 성능이 좋다고 코스트 3,000짜리 MS를 선택한다고 무조건 승리하기보다 패배할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기량이 승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다.
기체 코스트 선택이 중요하다. 비싼 기체가 결코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 네트워크 플레이와 미션 플레이의 조합
게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의 주된 재미는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대결이다. 어떻게 본다면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처럼 대전 격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오락실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능한 부분이지만 PS2 시절까지, 혹은 PS3 초창기까지만 해도 네트워크 대결은 무리라고 생각됐고, 지연현상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는 사실 힘들었다. 하지만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는 인터넷이 초고속으로 진화한 만큼 대전 플레이가 무난하다.
아니, 무난하다는 말보다는 쾌적하다는 말을 더 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 플레이어끼리 즐긴다면 큰 문제 없이 네트워크 대전이 이루어진다. 다만 불만은 있다. 오락실에서 처음 등장한 시리즈인 만큼 코인 회수율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전 시스템이 PS3에도 근 변화 없이 적용돼 있다는 점이다.
사자비와 하이뉴 건담의 전투. 물론 주인공은 플레이어 자신이 된다.
한마디로 너무 빨리 한 판의 게임이 끝난다. 물론 PS3인 만큼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전체 코스트를 늘려서 진득하게 앉아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물론 오락실에서의 손맛과 느낌 그대로를 원한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싱글 유저를 위한 모드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각각의 조건, 예를 들어 ‘자쿠 4기를 동시에 격파하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트라이얼 모드의 존재는 PS3로 등장한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를 즐기는 절반의 가치다.
미션모드의 존재는 네트워크 대전이 부담스러운 유저들에게 파고드는 요소가 된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모은 MP로 MS를 강화해 더 수월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양한 조건을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MS를 강화시켜 나가면서 수많은 미션을 난이도에 맞춰서 해결하는 것은 대전과 다른 싱글플레이의 재미를 이끌어 낸다. 특히 보통은 사용하지 않는 MS를 강제로 써야 하는 상황도 존재해서 평소 해보지 않았던 MS를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점도 나름대로 참신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엠블럼과 스킬을 모으고, 클리어 랭크에 대한 도전목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때때로 원작의 스토리를 이용한 미션은 추억을 되새기게 만들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적어도 역대 건담 게임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의 타이틀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은 삼연성의 제트스트림 어택을 파해하는 원작의 명장면도 게임에서 즐길 수 있다.
엠블렘 수집과 클리어 랭크 등 콘솔게임으로서의 콘텐츠도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