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와 그래픽 카드(GPU)의 주요업체인 AMD에게 지난 2011년은 시련의 한 해였다. 무엇보다 인텔의 샌디브릿지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CPU ‘불도저’ FX 시리즈가 ‘가능성’만 보여준 채 인텔 샌디브릿지에 참패했으며, 그래픽 카드 역시 근 1년 가까이 이렇다할 신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며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AMD는 최근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마침내 분위기를 반전시킬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였다. 바로 한발 앞서 28nm(나노미터) 공정을 사용한 차세대 그래픽 카드 ‘라데온 HD 7970’을 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이로써 AMD는 이르면 2월 이후에 차세대 제품을 선보일 엔비디아에 비해 차세대 그래픽 카드 경쟁에서 한 발 앞서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 그래픽 카드의 성능은 어느정도일까? 디스이즈게임이 그래픽 카드 ‘라데온 HD 7970’의 성능을 체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차세대 28nm 공정 그래픽 카드 |
‘HD 7970’은 전세대 HD 6000번대 이하 제품들이 채택했던 40nm 공정을 뛰어넘어 28nm의 공정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트랜지스터 집적수가 대폭 늘어났고(약 365㎟의 다이 속에 43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었다), 전력 효율과 발열 역시 개선됐다.
또한 AMD는 새로운 공정에 맞춰 그래픽 카드의 아키텍처 또한 새롭게 설계했다. 코드네임 ‘타이티’(Tahitl)와 GCN(Graphics Core Next)로 불리우는 새로운 아키텍처로 설계된 HD 7970은, 쉽게 설명하자면 텍스처 처리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실질적인 명령어 처리 유닛이라 할 수 있는 스트림 프로세서 역시 전세대 하이엔드 제품인 HD 6970에 비해 약 33% 이상 더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전세대에서 대폭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다이렉트 X 11의 처리 능력 또한 이번 세대에서 한층 발전했다.
또 HD 7970은 AMD의 ‘제로코어 파워’(Zero Core Power) 기술을 통해 전력 소비량 역시 대폭 잡았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대기전력이 15W이하로 낮다. PCI Express 3.0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므로 이를 활용하면 더 좋은 성능과 확장성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3대 이상의 모니터를 활용하는 아이피니티 2.0 기술도 건재하다.
제로 코어 파워 기술 덕분에 전력 사용량이 개선되어, 게임을 자주 즐기지 않을 때는 전기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DP 1.2나 HDMI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AMD 앱 액셀레이터 기능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일부 프로그램은 GPU를 이용한 속도 향상을 노릴 수 있다.
참고로 HD 7970은 HD 7000번대 제품 중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이자 싱글 GPU 제품 중에서는 ‘하이엔드’라 부를 수 있는 성능과 가격을 자랑한다. (현재 이 제품과 직접적으로 시장에서 겨루는 경쟁제품은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580 정도다.)
AMD는 7970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HD 7970의 상세스펙
그렇다면 실제로 HD 7970의 성능은 어느정도일까?
HD 7970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적인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GTX 580, 그리고 이전 세대 싱글코어 하이엔드 제품인 HD 6970 등과 함께 다양한 게임을 구동해 비교해봤다.
* 테스트 환경
[CPU] 인텔 코어 i7 860 (린필드) |
게임 퍼포먼스 테스트 - DX 9, DX 10 |
유명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MARK와 유니진 해븐(Unigine Heaven)에서 HD 7970은 모두 경쟁상대인 GTX 580을 큰 차이로 누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캡콤의 <레지던트 이블 5> 벤치마크(DX 10) 에서도HD7970은 훨씬 나은 평균 프레임을 보여주고 있다.
HD 7970은 다른 테스트에서는 전반적으로 GTX 580을 앞서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에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진 <마피아 2>나 <H.A.W.X> 등에서는 오히려 GTX 580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 퍼포먼스 테스트 - DX 11과 소비전력 |
다이렉트 X 11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측정한 결과, 3DMARK나 유니진 헤븐 벤치마크 양쪽에서 모두 HD 7970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유니진 헤븐으로 테셀레이션 옵션을 조정해 테스트한 결과, HD 7970은 GTX 580에 비해 테셀레이션 처리 능력이 대폭 나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트맨 아캄시티> <크라이시스 2> 등 고사양으로 유명한(?) 게임들을 이용해서 성능을 비교했다. 거의 모든 게임에서 HD 7970이 GTX 580에 비해 20%~30% 가량 향상된 프레임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성능 외에 전력소비 부분은 어떨까? ‘IDLE 상태’(바탕화면만 띄워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및 <크라이시스 2>를 풀옵션으로 가동할 때의 시스템 평균 전력을 측정해봤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HD 7970은 순수한 그래픽 카드의 퍼포먼스는 분명 GTX 580보다 앞서지만 소비전력은 GTX 580보다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특히 IDLE 상태에서의 소비전력은 전세대 동급 제품인 HD 6970보다도 오히려 낮은 것으로 측정되어, AMD의 설명대로 전력 대비 성능의 효율이 확실하게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론] 하이엔드 유저에겐 최고의 설 선물이 될 수 있는 카드 |
결과적으로 HD 7970은 '싱글 GPU' 하이엔드 제품 중에서는 단연 현존하는 그래픽 카드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며 전력 대비 성능도 굉장히 우수한 멋진 그래픽 카드다. 엔비디아에 특화된 일부 게임에서는 경쟁자인 GTX 580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사실 그렇게 신경 쓸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28nm 공정 그래픽 카드의 출시가 늦어지는 만큼, 이번 설 시즌을 맞아 새롭게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를 계획한 하이엔드 유저, 특히 최신 게임을 아낌 없이 풀옵션으로 돌리는 유저들에게 7970은 후회하지 않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제품은 '하이엔드' 제품인 만큼 현재 시장에서 70만원 대 이상의 가격을 형성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장 하이엔드 PC를 구축할 여력이 없다면, 이후 AMD나 엔비디아가 선보일 차세대 퍼포먼스/보급형 그래픽 카드를 기다려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