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팬티의 기사가 돌아왔다. ‘마계촌 시리즈’의 최신작 <마계촌 온라인>이 지난 11일 2차 CBT를 마쳤다. <마계촌 온라인>은 횡스크롤 액션 RPG로 <던전앤파이터>나 <앨소드>와 유사한 플레이 방식을 보인다. 장르는 바뀌었지만 ‘마계촌 시리즈’만의 특징은 여전하다. /디스이즈게임 다미롱
█ 무섭지만 익살스러운 묘사
<마계촌> 시리즈는 악마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한 ‘아서’의 모험을 그린 게임이다. 전형적인 영웅담 콘셉트지만 게임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갑옷이 깨져 팬티 차림으로 마계를 돌파하는 아서의 모습은 어두운 배경과 대비돼 유저를 웃게 한다. <마계촌 온라인>의 분위기 또한 예외는 아니다.
<마계촌 온라인>의 스토리는 암울하다. 왕국 유일의 왕위 계승자는 악마에게 납치당했고 유저를 도와줄 과거의 영웅들은 노쇠하거나 마계에 오염됐다. 유저는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공주를 구해야만 한다. 암울한 스토리 탓인지 <마계촌 온라인>의 던전은 어둡고 음산하다. 창백한 보름달이 비추는 묘지나 불길 가득한 농장의 폐허는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던전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자잘한 사물의 묘사도 인상적이다. 숲길에 흩날리는 나뭇잎, 좀비에 엉겨붙은 파리, 우체통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손 등의 세밀한 묘사는 유저가 자연스럽게 마계촌의 분위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공들인 배경묘사가 무색하게도, <마계촌 온라인>의 분위기는 진지함과 거리가 멀다. 온라인에서도 건재한 당근팬티, 우스꽝스러운 기본무기, 극도로 과장된 캐릭터의 표정은 매번 유저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진지한 퀘스트 와중에도 개그는 끊이지 않는다. 고생해서 찾아온 고문서엔 ‘해답은 다음 권에…’라고 적혀 있어 유저를 허탈하게 하고, 유저에게 일을 부탁한 NPC는 유저가 로그아웃하진 않았는지 노심초사한다. 로딩 화면에서 엿볼 수 있는 개발자들의 센스도 일품이다.
█ 원작의 요소를 잘 살린 던전 플레이
<마계촌> 시리즈는 무시무시한 난이도로 악명 높다. 하지만 <마계촌 온라인>에서 전작의 공포는 잊어도 좋다. 한 방만 맞아도 갑옷이 벗겨지던 아서와 달리 <마계촌 온라인>의 주인공들은 튼튼한 갑옷을 보유하고 있다.
<마계촌 온라인>은 원작의 여러 요소를 온라인게임에 맞춰 적용했다. 일례로 원작에선 적의 공격 한 방에 갑옷이 벗겨졌지만, 온라인에선 BP라는 내구도 수치가 추가돼 보다 오래 버틴다. 속옷 차림일 때도 원작처럼 공격 한 방에 즉사하는 대신 캐릭터의 체력이 2배 손상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난이도는 개선됐지만 <마계촌> 특유의 다른 요소들은 그대로다. 광대가 유저에게 거는 괴이한 디버프, 돈자루를 든 난쟁이, 무적의 황금갑옷도 건재하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생성되는 몬스터와 움직이는 발판, 적절히 배치된 함정도 <마계촌>의 분위기를 살리는 요소이다.
다만 2차 CBT의 던전 아이템 드랍률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마계촌 온라인>의 던전은 일반 던전과 환마계라는 파티용 던전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환마계의 드랍률이 너무 높아 메인 퀘스트가 끝난다면 일반 던전은 유저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마계촌 온라인>은 달성도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던전을 반복할수록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했지만, 극심한 드랍률 차이로 인해 일반 던전의 달성도는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 호쾌한 스킬과 뻑뻑한 평타
횡스크롤 슈팅게임이었던 원작과 달리 <마계촌 온라인>은 횡스크롤 액션 MORPG다. 원작에서 아서가 창칼을 던지면서 적을 상대했다면, <마계촌 온라인>에서 유저는 무기를 쏘고 휘두르고 기술도 써 가며 적을 무찔러야 한다.
<마계촌 온라인>의 스킬은 호쾌하다. 쏟아지는 적을 함정으로 우겨 넣는 나이트의 돌진, 쉴 새 없이 화살을 쏟아 붓는 아처의 속사, 거대한 보스의 몸뚱이를 관통하는 컨저러의 마법구 등의 기술은 강렬한 이펙트와 타격음으로 유저들을 만족시킨다. 특히 <마계촌 온라인>은 스킬의 쿨타임(재사용대기시간)이 짧아 몰려드는 적에게 전투 스킬을 난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일반공격(=평타)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마계촌 온라인>의 평타는 공격 사이에 딜레이가 있어 다소 뻑뻑한 느낌을 준다. 이런 딜레이 때문에 섣부른 평타는 상위 던전으로 갈수록 갑옷 파괴의 지름길이 될 뿐이다. 이 단점은 평타가 근접형인 나이트와 컨저러에게 더욱 크게 느껴진다.
█ 스킬 밸런스 보완이 필요한 PvP
<마계촌 온라인>에는 ‘수련장’이라는 PVP 시스템이 있다. 1:1 개인전과 3:3 팀전을 지원하는 수련장에서는 적을 처치해 얻는 승점을 일정한 수치까지 쌓아야 이길 수 있다. 덕분에 <마계촌 온라인>의 PvP는 한 번의 죽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다른 게임보다 죽음으로 인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수련장에는 ‘수련도’라는 승률점수가 존재한다. 수련도는 유저의 승패에 따라 깎이거나 늘어나며, 게임 시스템은 이를 바탕으로 유저에게 적절한 상대를 찾아준다. 수련장의 맵은 단층과 복층이 있는데, 팀전의 경우 맵은 더 복잡해지고 보물상자나 함정과 같은 다양한 변수가 주어진다.
<마계촌 온라인>의 PvP는 시스템이 임의로 선정하는 대전맵과 수련도에 의한 랜덤 매칭으로 진행된다. 앞서 말한 승점 시스템과 랜덤 매칭 덕분에 유저는 부담없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상대와 실력을 겨룰 수 있다.
2차 CBT에서 몇몇 스킬들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것은 아쉬운 사항이다. 특정 스킬들의 대미지가 지나치게 높이 책정돼 체력이 적은 직업은 상대방의 스킬 한 방에 체력이 반 이상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특정 직업 사이의 싸움은 단타 위주의 PvP가 돼 게임이 단조로워지기 십상이었다.
█ 원작을 잘 살린 횡스크롤 액션RPG
<마계촌 온라인>을 하면서 놀란 것은 원작과 장르가 달라졌음에도 시리즈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슈팅이 액션으로 변했음에도 위화감이 없었던 것은 개발진이 <마계촌>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게임 곳곳에 적절히 녹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계촌 온라인>이 시리즈의 최신작으로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몬스터와 캐릭터의 빠른 반응속도, 강렬한 타격감, 그리고 짜임새 있게 구성된 던전 등 <마계촌 온라인>은 액션 RPG가 가져야 할 기본에 충실하다.
2차 CBT에서 확인한 <마계촌 온라인>은 원작을 훌륭하게 계승한 후속작이었다. 동시에 횡스크롤 액션 RPG로서의 기본도 탄탄하다. <마계촌> 시리즈의 팬은 물론 횡스크롤 액션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 모두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