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이테크모(이하 테크모)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닌자 가이덴> 시리즈. 이번에 정식 3편이 발매됐지만, 그동안 정식 넘버링 타이틀 외에 다양한 외전이 등장할 만큼 많은 인기를 얻은 타이틀이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액션게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인정받은 <닌자 가이덴> 최신작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을까? 발매 전에 공개됐던 플레이 영상을 통해 살짝 불안감을 느꼈지만 기우였을까?
사실 <닌자 가이덴 3>는 처음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게임이다. 이타카키 토모노부라는 고집 센 개발자에서 하야시 요스케라는 새로운 인물이 최신 시리즈를 총괄했다는 점부터 다른 색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완전히 달라진 게임성과 시스템 “실망스럽다”
<닌자 가이덴>이라는 이름은 지난 90년대 아케이드와 패미컴으로 등장했던 <닌자 용검전>에서 시작한다. 지금 최신 콘솔이 아닌 과거의 유물을 꺼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전통은 극악의 난이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보통 많은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반면 <닌자 가이덴> 시리즈는 캐릭터가 아니라 유저를 레벨업시키는 게임이었다. 이는 Xbox로 <닌자 가이덴>을 부활시켰던 이타카키 토모노부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정했던 개발 철학이기도 하다.
쉽고 재미있는 액션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다른 액션게임을 선보였고, 그것이 바로 <닌자 가이덴>이었다. 다시 말해서 기획 자체부터가 역발상이다. 적은 주인공에게 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들이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다가오는 게임이 <닌자 가이덴>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엄청난 난이도의 밸런스였다. 한 명의 적에게도 죽음을 당하고 게임오버 화면을 볼 수 있는 게임, 첫 번째 스테이지 보스를 넘지 못하던 난이도. 그렇게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엔딩을 볼 때쯤은 가볍게 적을 농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플레이어 스스로 레벨업한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쾌감이 <닌자 가이덴>이 갖고 있던 게임성이자 재미였고, 또 시리즈의 역사였다. 대부분의 팬들이 <닌자 가이덴 3>를 기다렸던 이유도 또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욕구였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베일을 벗은 <닌자 가이덴 3>는 그동안 쌓아왔던 테크모 간판 타이틀의 역사를 부정해버렸다. 이마 많이 나와 있는, 쉽고 재미있는 액션게임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과 액션, 난이도는 철저히 무시됐다.
그 결과는 뻔하다. 테크모 스타일을 좋아하던, <닌자 가이덴>이라는 잔혹한 도전의 강요를 받아들이던 팬들이 기대했던 <닌자 가이덴>이 아니기에 실망스럽다.
■ 원 버튼 액션으로 변해버린 닌자 액션
<닌자 가이덴 3>에서 바뀐 시스템 중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액션의 방식이다. 전작에서는 절기(絶技)라는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술을 배우고, 또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무기도 다양해서 그만큼 많은 액션을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호평받았다.
반면 이번 3편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다. 무기는 검과 활, 그리고 수리검이 전부. 조작 방식도 원 버튼 액션처럼 변했다. 물론 버튼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는 하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사용하고 싶은 기술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 가지 무기만을 사용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전작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성향이나 효율성을 따져서 사슬낫, 봉, 검 등 다양한 무기를 선택했고, 다양한 액션을 즐겼다. 하지만 <닌자 가이덴 3>에서는 검만을 사용한다. 즉 한 가지 액션만 끝까지 봐야 한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음으로만 내지르는 노래를 듣는 듯하다. 처음에는 화려한 액션에 감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따분해진다. 그 액션조차 자기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이렇다 보니 난이도 역시 대폭 하락했다. 어려움이 매력이었던 게임성이 단순히 적을 쉽게 베고 화려한 액션을 감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적들을 많이 베어 넘긴다고 보상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길을 통과하면 액션게임이 아니니까 적들이 등장한다고 느껴질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미 없는 퀵 타임 이벤트(Quick Time Event, 이하 QTE)가 반복되면서 게임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나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액션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특정 버튼을 눌러야 하는 QTE로 끊겨버린다.
우연이 겹치면 우연이 아니듯 <닌자 가이덴 3>에서는 플레이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랜덤하게 혹은 특정 상황(단골, 斷骨)에서의 QTE가 너무 반복되기 때문에 전략이나 액션의 조건을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버튼만 연타하면 끝인 액션이 되었다.
전작에서는 게임이 어려운 만큼 주인공인 ‘하야부사’를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컨트롤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닌자 가이덴 3>에서는 원하는대로가 아니라 시스템에 유저가 따라가는 컨트롤이 전부였다. 또 한 번의 실망을 느끼는 부분이다.
특히 인법(忍法)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전작처럼 불, 바람, 뇌전, 얼음 등의 속성이 아닌 화룡이 전부다. 이것조차 적을 베어넘길 때마다 조금씩 게이지가 차오른다. 효과는 좋다. 위기상황, 혹은 체력이 아슬아슬하게 남았을 때 인법을 쓰면 모든 적을 없애고 체력도 가득 채워진다.
한두 개의 버튼을 연타하고 위기에는 폭탄(인법)으로 적들을 싹 쓸어버리는 방식. 이쯤 되면 액션게임이 아니라 <갤러그>나 <1942> 같은 슈팅게임과 다를 게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 <닌자 가이덴>의 이름을 이어간다는 뜻은?
<닌자 가이덴 3>의 불행은 <닌자 가이덴>이라는 간판을 이어가기 때문에 시작됐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성이나 그래픽 등은 일반 액션게임으로 따지면 꽤 즐길 만한 수준이다. 나름 재미도 있다.
버튼 액션이지만 만점 사례를 받은 <베요네타>, QTE 시스템으로 도배했지만 호평받은 <갓 오브 워> 시리즈처럼 액션 자체를 평가하자면 <닌자 가이덴 3>를 망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닌자 가이덴>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 문제다.
<모던 워페어>의 빙벽 오르기가 너무 멋진 연출이어서 포함된 듯한 벽타기.
차라리 주인공을 바꿔서 <DOA>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하야테, 카스미, 혹은 <닌자 가이덴 2>에서 잠시나마 플레이가 가능했던 아야네를 메인 캐릭터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가정하면 모든 시스템이 바뀌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아니 액션게임으로는 나름 훌륭한 프리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하야부사의 캐릭터부터 난이도, 시스템 등 시리즈의 정체성을 모두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간판 타이틀의 이름을 내걸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면서도 ‘나는 나일 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스스로의 주장일 뿐, 주변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만약 이 게임이 다른 이름으로 등장했다면 최소 7점은 받았을 타이틀이다. 정식 넘버링을 달고 나왔으면서 <닌자 가이덴>이기를 포기한 타이틀. 평범한 액션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어느 정도 즐거움을 주었겠지만, <닌자 가이덴 3>가 팬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닌자 가이덴 3>의 엔딩을 보고난 직후 떠오른 생각은 오로지 하나였다. 하야시 요스케가 손대고 있는 <DOA 5>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