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게임. 코에이의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의 최신작 <삼국지 11>이 마침내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3D 그래픽의 전면 채용, 장수 중심에서 군주 중심으로 회귀한 게임 플레이 방식 등, <삼국지>의 열혈 마니아라면 놓칠 수 없는 요소가 가득한 신작을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 이미 TIG에서는 지난 3월, 일본 발매판을 기준으로 이 게임을 한 차례 리뷰한 바 있습니다(당시 리뷰를 보려면 여기로). 따라서 이번에는 그때와 달라진 점들을 중심으로 리뷰하겠습니다.
3D그래픽의 전면 채용, 그리고 9편으로의 회귀
<삼국지 11>을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역시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전략맵부터 게임 내 표시되는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일러스트를 제외한 모든 그래픽을 3D로 일신했다.
3D의 힘을 빌어 그 박진감이 한층 파워 업된 일기토. <삼국지 11>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전투 그래픽 역시 화려함과 웅장함을 잘 살렸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이번 <삼국지 11>은 지난 7, 8, 10편에서 채용한 ‘장수∙인물 중심’의 게임 플레이에서 원조 삼국지 시리즈의 ‘군주 중심 플레이’로 회귀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난 2003년에 출시된 <삼국지 9>의 게임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물려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대륙 전체가 하나의 전략맵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위에서 내정 및 전투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방식은 지난 9편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장수의 성장이나 내정 같은 ‘사소한 것’들 보다도, 어떤 식으로 ‘땅 따먹기’를 할지 그 전략을 세우는 것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한다.
마치 거대한 중국 대륙을 놓고 장기를 두는 기분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내정’ 같은 사소한 부분은 클릭 몇 번이면 간단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간소화됐다.
내정 등에 대해 이것저것 신경쓰기 싫다면 그냥 ‘평정’ 한번 해서 부하들이 내세우는 의견을 실행만 해줘도 'OK'.
개선된 인공지능과 밸런스
지난 일본 발매판 <삼국지 11>의 리뷰에서는 게임의 최대 단점으로 멍청하기 그지없는 인공지능(AI)과 너무나 쉬운 밸런스 문제를 꼽았었다.
하지만 정말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번 국내 정식 발매판은 일본판 발매 이후 패치가 많이 이뤄진 버전으로 출시된 덕분에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특히 난이도 ‘높음’에서 게임을 할 경우, 게임을 처음 하는 초보자라면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의 파상공세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내정의 인공지능 역시 많이 개선되어서 이제는 ‘후방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국내에 늦게 정식발매 된 것의 거의 유일무이한 장점… 이라고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삼국지> 시리즈의 고질적 병폐인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쉬워지는’ 문제는 여전하며, 내정 인공지능 역시 아직은 ‘생산’만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은 일본에서 처음 나왔을 때, 즉 게이머들이 ‘난이도 상승 패치’를 따로 만들어서 배포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한글화… 그 놈의 한글화!
지난 2005년에 출시됐던 <삼국지 10>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매된 시리즈 중 가장 많은 파문(?)을 불러일으킨 게임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한글화! 당시 10편은 어처구니 없는 번역으로 인해 수많은 게이머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각종 패러디 양산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11편은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삼국지 11>의 한글화는 10편에 비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어이 없는 대사가 수시로 속출하고 있어 게이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장수의 성격이 ‘난폭’이면 자신의 아내를 ‘여편네’라고 부른다. 여기에 각종 문장을 조합하면 그림과 같은 꼴이 나온다. (-_-)
물론 이는 게임이 시스템적으로 전체 문장이 한꺼번에 출력되는 방식이 아닌, 준비된 여러 문장을 조합하는 방식이기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위의 그림과 같은 상황은 심하지 않은가? 다행히 전체적으로 볼 때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통사의 세심한 배려가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한글화 퀄리티는 전작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설전’에서 장수들이 내뱉는 대사의 코믹함 역시 건재하다.
삼국지 11,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까?
10편을 넘어 새롭게 시작하는 <삼국지>. 이번 <삼국지 11>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군주 플레이’ 중심의 정통 삼국지를 재미있게 즐겼던 게이머, 내정 같은 사소한 것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두뇌싸움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게임이라고 평할 수 있다.
비록 시스템적면에서는 <삼국지 9>이나 <삼국지 10>(정확히는 코에이의 <태합입지전>까지 올라가야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에 비해 딱히 ‘엄청나게 달라졌다!’ 하는 부분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비해 한층 탄탄해진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국지 9>이 새로운 삼국지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실험작이었다면 이번 <삼국지 11>은 그 완성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100% 완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삼국지 11>은 향후 발매될 <삼국지> 시리즈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특히 그래픽은 이제 무조건 3D로 고정될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10편을 넘어, 다음 10편을 향해 나아가는 <삼국지> 시리즈. 분명 <삼국지 11>은 그 새로운 시작점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이 게임의 최대의 백미인 ‘튜토리얼’(!!)의 몇 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이 자리를 빌어 코에이의 개그 센스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삼국지> 역대 최강의 재미를 선사하는 튜토리얼의 주요 장면들.
(정품을 샀다면 반드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