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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동양과 판타지의 담백한 만남, 아스타

아스타(ASTA), 비공개 테스트 체험기

안정빈(한낮) 2012-04-24 00:00:00

 

지난 2010년 한게임EX에서 첫선을 보였던 <아스타> 2년 만에 클로즈 베타테스트로 돌아왔습니다. <아스타>는 동양 판타지 MMORPG입니다. 무협이 아닌 동양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그래서인지 <아스타>의 첫인상은 판타지 MMORPG의 정석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를 많이 닮았습니다. 캐릭터 생성부터 인트로, 진행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WoW>를 떠올리게 만들죠. 바꿔 말하면 무난한 시스템입니다.

 

대신 거기에 동양’이라는 세계관을 살린 다양한 그래픽과 설정, 그리고 약간은 전략적인 전투를 가미했습니다. 친숙한 게임 방식과 새로운 설정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첫 테스트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아스타>의 첫 테스트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스크린샷을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사전지식

 

<아스타>의 세계관은 생명의 여신 아리타를 따르는 ‘아수’와 죽음의 신 흑을 따르는 ‘황천’이 대립 중인 세계입니다. 두 신은 열반을 통해 신계로 돌아가려 하고 있고, 이를 탐탁하지 않게 여긴 천계의 8신들은 팔괘군을 보내 아수와 황천을 침공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이름이기도 한 아스타는 열반 후 신의 세계로 갈 수 있는 문의 이름입니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상대 진영을 견제하며 수행을 통해 열반에 오르고, 아스타의 열쇠인 예언검의 조각들을 모아 신과의 전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아스타>의 첫 테스트에서는 아수 진영의 3개 종족인 인간·용족·호족이 공개됐습니다. 게임 콘텐츠는 레벨 25 정도까지 즐길 수 있었으며 사냥과 퀘스트, 전투 등으로 이어지는 게임의 기본골격들을 선보였습니다.

 

 

 

무협이 아니다. <아스타>만의 독특한 세계관

 

일본풍이다.’, ‘중국색이 강하다.동양적인 그래픽을 내세울 때마다 개발사가 듣는 비난입니다. <아스타>도 첫 트레일러를 공개할 때부터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요. 실제로 체험해 본 <아스타>는 국적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이색적인 그래픽과 세계관을 보여줬습니다.

 

비가 그치지 않는 녹림에서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악귀와 한을 품고 죽은 처녀귀신이 떠돌고, 귀신이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108계단에는 성불을 포기한 동자귀신과 귀머거리 석상들이 돌아다닙니다.

 

여기에 비석을 메고 낫을 든 저승사자와 성불에 실패한 이무기, 관복을 입은 문인, 길들여서 타고 다니는 해태, 제사와 서낭당, 울타리로 둘러싸인 주막 등의 소재가 쌓이면서 말 그대로 하나의 판타지를 만들어냅니다.

 

 

때때로 화려한 벚꽃이 나오지만, 서낭당에서는 지우제를 지내는 노파도 나오고, 중국식의 화려한 성도 나오지만, 초가집에서 뱀술을 담그는 영감도 나옵니다. 말뚝을 뽑아 막힌 힘이 흐르게 하거나 갇힌 영혼을 풀어주기 위해 짚인형을 태우는 장면도 있죠. 난파선 부근에서는 애잔한 노래와 함께 잊혀진 선원들이 돌아다닙니다. 이 정도면 특정 국가를 언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종족 설정도 독특합니다. 플레이어의 종족 중 하나인 용족은 알에서 깨어나 풍류를 즐기고, 호족은 각종 기계문물을 받아들여 (온천을 중심으로) 윤택한 삶을 누립니다.

 

설정을 이용한 깨알 같은 재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족들이 상대를 얕잡아볼 때 쓰는 말은 이런 껍질도 덜 떨어진 녀석이!입니다. 호족은 태생을 속일 수 없는지 각종 기계장치들이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계를 못 다루면 무능력한 가장 취급을 당하죠.

 

 

동양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지만 무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자후 같은 스킬 이름이나 혈(HP), (MP), 각종 단체이름 등에서나 무협의 냄새를 아주 조금 맡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아스타>에서는 주변의 경치만으로도 하나의 재미가 생겨납니다. 거대한 동자승 주변에서 원귀와 싸우고 초가집과 낮은 밀짚을 쌓아 올린 낮은 담장으로 가득한 도시를 볼 수 있는 게임은 몇 안 되니까요.

 

허리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동양식 용과 보기만 해도 단단해 보이는 탈것 해태도 <아스타>의 특징입니다. 동양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꾸며낸 전혀 새로운 판타지입니다.

 

 

 

친숙하고 무난한 <WoW>식 진행

 

신선한 세계관과 달리 게임 진행 방식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정형화된 시스템들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종족별 진영과 직업 선택, 오른쪽의 설명으로 구분된 캐릭터 선택 장면부터 로그인과 함께 시작되는 내레이션이 포함된 컷신의 연출, 퀘스트 위주의 진행, 특성과 스킬 습득 방식까지. <아스타>에는 <WoW>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초반에 종족별 지역에서 기초지식과 세계관을 습득하고 레벨 10 전후로 대도시로 옮겨 넓은 세상을 접하게 되는 방식도 비슷하죠. 사실 <WoW>의 방식이 일종의 표준이 된 지금에 와서는 딱히 문제가 될 것도 없어 보입니다. 무난하고 평범한 진행이죠.

 

 

<아스타>는 여기에 편의성을 위한 몇 가지 장치를 넣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사냥 퀘스트입니다. 사냥 퀘스트는 지역을 돌아다니면 받을 수 있고 NPC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해당 지역에 들어가는 순간 자동으로 받게 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의 보상도 자동으로 주어지죠. 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A몬스터를 X마리 처치하라는 방식의 퀘스트’를 모아서 아예 시스템으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인원별로 나뉜 인스턴스 던전도 신선합니다. <아스타>의 인스턴스 던전은 들어갈 때 인원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원에 맞춰 적의 강함이나 보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혼자서 노는 유저도, 파티플레이 중인 유저도 부담 없이 던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만 깨면 되는데 던전에 막혀 파티를 모으거나 반대로 파티플레이 중에 던전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난이도가 엄청 쉽다거나 하는 불편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혼자는 버겁지만 굳이 힐러와 탱커를 모을 필요가 없는 적절한 3인 난이도도 준비돼 있죠.

 

(상당히 비싸지만) 상점에서 희귀 혹은 영웅등급의 아이템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합니다. 모든 레벨 대의 아이템을 골고루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한 부위 아이템만 죽어라 나오지 않는다거나 두 번째 캐릭터를 빠르게 육성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필수? 오행과 지역협동임무

 

<리프트> <워해머 온라인> 등에서 선보였던 지역협동임무(퍼블릭 퀘스트)와 <아스타>만의 독특한 화폐인 오행도 등장합니다. <아스타>의 각 지역에서는 언제나 지역협동임무가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레벨 15 정도에 방문하게 되는 실패한 승천에서는 이무기의 잔재라는 지역협동임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지역협동임무는 해당 지역에 가면 자동으로 시작되며 정해진 시간 내로 유저들이 조건을 만족시키면 다음 단계로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무기의 잔재에서는 새끼 이무기 5마리를 처치하고 나면 거대 이무기가 나타나고, 이를 처치하면 임무를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 점수와 보상을 받게 됩니다. 보상은 주로 장신구와 오행이 제공되는데요, <아스타>에서는 지역협동임무를 통해서만 장신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 하나가 아쉬운 후반에는 자연스럽게 임무에 뛰어들게 되죠.

 

 

지역협동임무는 퀘스트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지역협동임무의 1단계는 대부분 퀘스트에서도 필요로 하는 몬스터를 잡아오는 것이죠. 덕분에 다수의 유저가 모여서 퀘스트를 하다 보면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보스가 나오게 됩니다.

 

오행 <아스타>의 독특한 화폐입니다. <아스타>에서는 지역협동임무나 퀘스트의 보상으로 오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행은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부적이나 탈것 등 부가적인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사용되죠.

 

오행은 게임머니인 골드와 별개로 이용되는 만큼 돈을 모아 아이템을 살지, 탈것을 먼저 맞출지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테스트에서는 다양한 탈것을 구하기 위한 자극제가 되더군요.

 


 

상태이상 스킬을 이용한 전략적 전투

 

<아스타>의 전투는 전략적입니다. 각 스킬이 다양한 상태이상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무인의 예만 들어도 적을 느리게 만들거나, 공격속도를 낮추고, 방어력을 깎고, 기절이나 넘어트림 효과를 줄 수 있죠.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표적을 찍어 때릴 때마다 체력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2~3개의 스킬을 제외하면 모든 스킬이 한 개 이상의 특수효과를 가진 셈인데요, 덕분에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무인으로 강력한 적과 싸울 때는 ‘광란의 표적’으로 때릴 때마다 체력을 회복하는 디버프를 걸고, 적을 기절시키는 ‘혼절’과 ‘대지충격’을 이용해 공격을 최대한 억제합니다. 두 스킬의 쿨타임(재사용 대기시간) 사이에는 받는 대미지를 줄여주는 ‘인중지룡’과 ‘사자후’로 시간을 때우면 되죠.

 

근접공격을 하는 적이라면 ‘힘줄 끊기’로 이동불능 상태에 빠트린 후 적에게 뛰어들어 넘어트리는 응징으로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궁인은 적을 튕기는 두 개의 넉백 스킬을 활용해 끊임없이 무빙샷을 날려줄 수 있죠.

 

 

각 스킬의 쿨타임이 5~15초 정도로 긴 편이고, 기본 공격속도가 느린 탓에 손이 느리더라도 침착하게 자신이 생각한 전략을 꾸려 나갈 수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스킬을 맞춰서 사용하는 재미입니다.

 

연출도 호쾌합니다. 체험기를 위해 플레이한 종족은 용족 무인과 호족 궁인인데요, 무인은 한 방 한 방 크게 휘두르는 과장된 연출을, 궁인은 목표물에 쉴 새 없이 화살을 쏘며 상대를 날려 버리는 연출을 보여주더군요. 이펙트도 쉬지 않고 튀는 만큼 양쪽 모두 시원시원한 전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직업마다 특정 상황에서 추가공격도 가능합니다. 무인과 궁인의 경우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치명타를 날렸을 때 F 키를 누르면 곧바로 반격이 나가죠. 여기에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레벨별 능력치 배분도 마련돼 있습니다. 스킬 조합과 더불어 원하는 방식의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죠.

 


다만,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킬의 수가 많아야 하고 스킬 쿨타임이 긴 데다가 전투 진행까지 느린 탓에 어느 정도 스킬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전투가 지루합니다. 심지어 F 키를 이용한 추가공격도 치명타 확률이 낮은 초반에는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전투 한 번에 20초가 걸리는데, 그 사이에 스킬 한 번 쓰고 나서 10초 동안 일반공격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일반공격에 걸리는 시간은 약 2. 이 정도면 전투보다는 바라만 보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전략적인 응용은 가능하지만 일반 몬스터와 싸울 때는 굳이 그렇게까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전투 속도를 약간은 올리고 각종 디버프 등의 효과를 좀 더 강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MMORPG와 동양 판타지의 담백한만남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과 첫 테스트치고 높았던 완성도, 안정성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퀘스트 진행과 동선에는 막힘이 없었고 첫 테스트에서는 놓치기 쉬운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깔끔합니다.

 

아군을 클릭할 때는 녹색 용 모양의 표식이, 적을 클릭할 때는 붉은 용 모양의 표식이 나타나고, 디버프가 부적에서 쓰이는 문자들로 표시되는 등 인터페이스와 게임 그래픽이 꽤나 잘 어울립니다. 책을 수집하는 중에는 팔락팔락 소리가 난다거나, 장신구를 열 때는 작은 부품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등 세세한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게임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각종 보스 몬스터는 일종의 ‘1인 레이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패턴을 보여주더군요. 바닥에 깔리는 독을 피하거나 강력한 디버프에 걸리면 일정시간 도망 다녀야 하는 식입니다.

 

 

<아스타>를 총괄하는 폴리곤게임즈의 김도훈 PD는 개발초기 “MMORPG = 중세 판타지라는 공식을 깨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는데요, 무협이나 삼국지 등의 뻔한 설정이 아닌 새로운 동양 판타지를 보여주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합니다.

 

유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사실 말만 동양 판타지지 말 대신 경공을 넣고, 휴식 대신 운기조식을 넣은겉모습만 동양 판타지인 게임도 많았으니까요.

 

검증된 <WoW> 방식의 진행에 내세우고 싶은 동양 소재를 담백하게 얹은 게임이랄까요? 분명 새로움은 있지만 굳이 티를 내지 않고, 새로움이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죠.

 

퀘스트가 딱 맞춰서 짜여 있어서 일부 구간을 지나치면 레벨이 계속 맞지 않는다거나, 파티 퀘스트와 솔로 퀘스트가 뒤섞이고, 강제로 파티를 맺어야 하는 구간이 잦은 등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첫 테스트인 만큼 차차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