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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개성이 없다? 하늘섬 체험기

안정빈(한낮) 2006-08-23 10:20:55

과거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와 아이템샵 등 컨텐츠보다는 주로 아바타꾸미기에 열중했던 캐주얼게임들이 최근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와 잔재미들로 무장하면서 차츰 ‘웰메이드’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오늘 소개할 <하늘섬> 역시 채집부터 전투, 제작, 그리고 선거에 이르기까지 온갖 즐길 거리를 한 곳에 모아놓은 ‘잘 만든’ 캐주얼게임이다. 하지만 의욕만이 너무나 앞섰던 탓일까? 이것저것 모아놓은 것은 좋지만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이 약하고, 동종의 캐주얼게임인 <군주>와 너무나도 흡사한 컨텐츠들로 인해 클로즈 베타테스트 시절에는 ‘군주 2’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사실.

 

그렇다면 오픈베타테스트 보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하늘섬>은 과연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캐주얼게임으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져놓았을 것인가? 시선커뮤니티의 첫번째 온라인 도전작 <하늘섬>의 오픈베타테스트를 조명해본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귀여운 그래픽, 하지만 해상도는?

 

3D게임이 보편화된 여타의 게임시장과 달리 캐주얼게임시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2D그래픽이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캐주얼게임들의 규모가 대체적으로 작은 만큼 비용의 절감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캐주얼게임의 컨셉인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을 연출하기에는 3D보다 2D가 여러모로 편리한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D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저가 많다는 것도 한몫 한다.

 

<하늘섬>도 이런 캐주얼게임의 대세에 따라 정감 있는 2D그래픽을 사용, 소박한 천상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깔끔하게 처리된 개성 넘치는 NPC와 건물 등의 일러스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늘섬>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해상도. 전체적인 해상도가 800 x 600밖에 지원되지 않고 그마저도 1/4 가량을 대화창이 잠식하고 있다 보니 정작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답답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예쁘고 깔끔하기 이전에 뭔가를 볼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시야확보도 안된다.)

 

물론 캐릭터의 상태창과 인벤토리 등의 인터페이스 창을 화면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해놨지만 게임의 특성 상 동시에 여러 개의 창을 여는 경우도 매우 드문데다가 전체화면 모드에서는 이마저도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전체화면 모드 역시 800 x 600의 해상도로 이뤄지다보니 점점이 찍혀있는 도트가 눈에 들어올 정도다.

 

이렇게 늘려놓고 사용할 수는 있지만, 차라리 그냥 해상도를 넓히는 쪽이 편하다솔직히 지도창 외에는 별 필요가 없다.

 

인터페이스도 좋고 깔끔한 그래픽도 좋지만 그 전에 먼저 기본적인 해상도 정도는 유저의 입맛에 맞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체화면을 넣어두고도 해상도의 선택메뉴조차 없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는다.

 

 

싸우거나 만들거나 도전하거나

 

고정된 해상도와는 달리 <하늘섬>의 컨텐츠만큼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전투부터 채집, 제작, 퀘스트, 그리고 심지어는 선거시스템까지 있으니 어지간한 캐주얼게임의 컨텐츠는 모두 모여 있는 셈이다.

 

즐길 거리는 많다. 정말 많다.

 

 

컨텐츠 1 - 버리는 시간이 없는 알짜배기 전투

 

여기서 각 컨텐츠에 대해 조금씩 설명하자면 먼저 가장 기본적인 사냥의 경우 일반적인 필드가 아닌 10레벨 단위로 준비된 사냥터의 주문서를 사용함으로써 진입할 수 있다. 이는 <하늘섬>의 설정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천상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물론 사냥터의 주문서는 마을에 위치한 고물상에서 매우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며 몬스터를 사냥하다보면 나오는 특별한 주문서를 통해 숨겨진 사냥터로 이동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모든 맵에 출구와 입구를 없애고 오직 주문서를 통해서만 각 맵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든 이동은 ‘문서’를 통해서 한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마을과 사냥터를 오가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으면 그만큼 이동에 소모되는 시간을 조금 더 사냥에 투자하는 알짜배기 전투가 가능해졌다. , 반대로 생각하면 오직 레벨에 따라 지정된 사냥터만 출입하며 사냥해야하는 셈이므로 오히려 이전보다 더 쉽게 사냥에 질려버릴 가능성도 있다.

 

 

컨텐츠 2 - 다양한 퀘스트를 동반한 제작과 채집

 

다음으로 제작과 채집의 경우에는 다양한 제작퀘스트를 추가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었고 약간의 목적의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하늘섬>에서 튜토리얼지역을 벗어나면 맵 곳곳에 있는 장인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이 주는 퀘스트를 통해 해당 제작스킬을 조금이나마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만드는 것보다는 뭐라도 만들어오라는 사람이 있는 편이 낫잖아?

 

게다가 이러한 퀘스트에서 받는 수입도 제법 짭짤하고, 만들고 난 물품은 경매장을 통해 팔아치움으로써 1 2조의 효과도 노릴 수 있으니 굳건한 장인정신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채집과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고(각각 30 ~ 70) 실패확률도 높은 탓에 장시간 PC를 켜놓을 수 있는 유저가 아니라면 쉽사리 손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채집은 그냥 켜놓고 자도 ‘완전자동’으로 이뤄진다. 속셈이 뻔하지만...

 

 

컨텐츠 3 - 소속천과 선거활동

 

그리고 전투도 제작도 지겹다면 마지막으로 자신이 소속한 천(<하늘섬>의 마을개념)에서 선거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

 

<하늘섬>의 마을은 크게 초보자를 위한 삼도천, 초보유저들을 위한 십이지천, 고레벨 유저들을 위한 사방천의 세 종류로 나눠지는데 이중 삼도천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에서는 선거를 통해 천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된다

 

같은 십이지천이라도 자, , , , 등 총 12개의 마을이 존재하며 사방천 역시 동, , , 북의 4개의 마을로 나눠지니 한 번에 도합 16명까지 천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메인디쉬는 어디에?

 

이처럼 다양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하늘섬>이지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컨텐츠의 수는 많았을지 모르지만 각각의 퀄리티가 단순하고 지나친 반복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채집과 제작의 경우 들어가는 재료의 수가 100단위인데 반해 각각의 재료를 채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수분 이내다. 결국 하나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의 노동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초보자용 방어구 하나를 만드는데도 정확히 17분이 소모됐다. 나중에 가면?

 

반면 유저가 해야 하는 조작은 채집/제작할 목록을 선택하고 실행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아이템이 모두 모일 때까지 몇 시간동안 기다리는 것뿐이다.

 

게다가 멀티로더까지 지원되다보니 이미 정상적인 채집과 제작은 사라지고 ‘누가 많은 계정을 오랫동안 돌리느냐’의 노가다 경쟁만이 이어지고 있다

 

유저가 개입할 부분이 전혀 없다. 그냥 시간만 때우면 된다.

 

그렇다고 사냥부분이 뛰어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는 직업에 따라 단 3가지만 지원되며 몬스터의 인공지능도 ‘돌격’밖에 모르는지라 ‘능력치 겨루기’식의 식상한 전투만을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사냥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게임의 목적을 잡아줘야 할 퀘스트 역시 ‘뭐를 몇 마리 잡아와라’식의 단순 반복이 전부다.

 

똑같은 종류의 몬스터만을 반복 사냥하는 방식의 전투.

 

여기저기서 다양한 컨텐츠를 모아놓은 것은 좋았지만 외형만을 채우는데 급급하다보니 정작 단 한 마리의 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한 셈이다.

 

 

<군주 2>가 아니라 <하늘섬>으로 기억돼 보자!

 

<하늘섬>의 미래를 흐리게 만드는 것은 이후 구현예정인 업데이트들도 보다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것보다는 ‘윤회’ 혹은 ‘제작아이템의 필요재료 수 증가’와 같은 시간 소모용에 맞춘 것들뿐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몇몇 열성적인 유저들이 <하늘섬> 게시판을 통해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채집섬이라는 이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전부터 지적돼왔던 ‘<하늘섬>만의 개성’ 역시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비슷한 모습을 띠는 캐주얼게임이라도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특징을 들고 나서기 마련인데, <하늘섬>에서 내세우는 것은 아직 구현조차 되지 않은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픈베타테스트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다른 게임과의 차별을 두지 못하고 있다.

 

사냥터 시스템만을 빼놓으면 <군주>와 쌍둥이 같다.

 

수많은 온라인게임 사이에서 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성이고, 그 개성을 보고 찾아온 유저들의 발길을 잡는 것은 짜임새 있는 시스템과 즐거움이다. 지금의 <하늘섬>은 겉보기만을 중시한 나머지 게임의 기본이 되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

 

눈요기식 이벤트와 시간끌기 컨텐츠의 추가보다는 뭔가 <하늘섬>만의 개성을 살려주며 유저들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요소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