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타 온라인 2>(이하 PSO 2)의 일본 반응이 뜨겁다. 오픈 베타테스트 기간에 최고 동시접속자수 8만 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부분유료화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을 제외하면 일본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적이다.
직접 접해 본 <PSO 2>는 일본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스킬 기반의 전투는 합이 딱딱 들어맞았고, 가드캔슬과 순간무적 등을 이용한 액션에도 충실했다. 퀘스트와 함선만을 오가는 플레이 방식과, 효율적인 NPC 배치 등 플레이에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다만 게임에 꼭 필요한 부분만 만들다 보니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익숙한 대규모 전투나 화려한 연출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묻어나는 게임 <PSO 2>를 체험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서버 선택 화면. 각 서버는 고유의 이름을 가진 우주선으로 표현돼 있다.
<PSO 2>의 기본구성은 MORPG다. 우주 한복판을 떠도는 우주선(ship) ‘아크스’가 마을의 역할을 하며, 로비에서 퀘스트를 받으면 해당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 ‘퀘스트=다른 MORPG의 던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크스에서는 일종의 임무인 ‘매터포트’와 ‘클라이언트 오더’를 받을 수 있다. 매터포트는 메인 스토리 역할을 맡는 시스템으로 매터포트 위의 매터(사상: 事象)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게 된다.
매터는 특정 몬스터를 처치해 아이템을 구하는 것부터 특정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다양하며 일정량의 매터를 해결하면 다음 매터포트를 얻을 수 있다. 각각의 매터포트가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게임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터포트의 모습. 각 매터를 선택해 임무를 받고 수행하게 된다.
클라이언트 오더는 다른 게임의 퀘스트와 비슷한 역할이다. 다만 <PSO 2>에서는 다양한 조건이 걸린 클라이언트 오더가 많다. 예를 들어 장창으로만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거나, 특정 인물과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클라이언트 오더는 NPC마다 따로 주어지며 해결할 때마다 해당 NPC의 호감도가 상승한다.
플레이어는 매터포트와 클라이언트 오더 두 가지 임무를 고려해 퀘스트를 정하고 행성에 내려 목적을 달성하면 된다. 용어가 생소하지만 기본구성은 비슷한 만큼 약간(?)의 노력만 거치면 예상보다는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각 퀘스트는 기본적으로 최대 4인까지 파티를 맺을 수 있으며 파티원을 찾기가 어렵거나 귀찮다면 NPC를 동료로 삼아 퀘스트를 해결할 수도 있다. 물론 NPC를 동료로 얻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클라이언트 오더를 해결해 호감도를 올리는 등 다양한 조건을 미리 만족시켜 둬야 한다. 여기까지가 <PSO 2>의 기본적인 구성이다.
PC(실제 플레이어) 또는 NPC(인공지능)와 파티를 맺을 수 있다.
■ 랜덤 맵과 랜덤 이벤트의 만남
<PSO 2>의 각 퀘스트는 랜덤 맵 방식으로 진행된다. 같은 퀘스트라도 입장할 때마다 지역구조는 물론 등장하는 몬스터, 보상 등이 달라진다. 여기에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맵 곳곳에서 랜덤하게 긴급 이벤트도 접할 수 있다. 랜덤 맵과 랜덤 이벤트를 통해 똑같은 플레이를 막는다. <PSO 2>가 핵심으로 내세우는 ‘무한의 모험’이다.
지역마다 나타나는 몬스터와 이벤트가 어느 정도 정해진 만큼 ‘무한대의 조합’까지는 불가능하겠지만 몬스터와 지역의 배치, 이벤트의 종류 정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을 처치해 포인트를 모으는 퀘스트에서 적의 습격이 연달아 벌어진다면 평소의 절반에 가까운 속도로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 반대로 혼자서 마음 편히 진행하려던 퀘스트에서 갑자기 강력한 보스가 이벤트로 등장해 난처해지는 경우도 있다.
랜덤 맵에서 랜덤하게 벌어지는 이벤트가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낸다.
심지어 퀘스트 중에는 파티와 파티가 같은 공간에서 스쳐 지나가는 ‘멀티파티 지역’도 등장한다. 최대 3개 파티, 12명까지 모이는 장소인 만큼 다양한 이벤트가 잇따라 벌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덕분에 <PSO 2>에서는 같은 지역을 몇 번씩 클리어하더라도 지루함이 덜하다. 특히 맵에 익숙해지고 난 후에는 이벤트의 위치를 대충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 자신이 게임에 익숙해지는 재미’도 있다. 잘 모르는 퀘스트는 도전하기 전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확률이나 아이템 습득확률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특정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몇 번에 걸쳐 맵을 헤매도 몬스터를 찾을 수 없다거나, 매터포트를 채우기 위한 아이템 하나를 얻기 위해 같은 지역을 수 십 번씩 도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랜덤 맵이 낳은 단점이다.
■ 콘솔에서 그대로 옮겨온 깔끔한 액션
<PSO 2>의 전투는 기존 <판타지 스타 시리즈>를 그대로 계승했다. 플레이어는 3개의 무기 팔레트를 갖고 있으며 이곳에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넣어 전투를 펼쳐 나가게 된다. 각 무기 팔레트에는 1개의 무기와 그에 해당하는 3개의 스킬을 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번, 2번, 3번 칸에 각각 A, B, C라는 스킬을 넣었다면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을 때 A가 나가고, 일반공격 1회 후 스킬을 사용하면 B가 나가고, 일반공격 2회 후 스킬을 쓰면 C가 나가는 방식이다. 일반공격의 횟수에 따라 나가는 스킬이 달라지고 전투 중 언제나 팔레트를 교체할 수 있는 만큼 미리 ‘적의 종류와 패턴을 예상해서’ 연속기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1번 팔레트에는 광역스킬을 배치해 일반 몬스터 구간을 진행하고, 2번 팔레트에는 강력한 단일공격 스킬을 배치해 보스 몬스터와 싸울 수도 있다. 하늘을 나는 몬스터를 위해 스킬을 세팅한 팔레트를 만든다거나 장거리 스킬과 근거리 스킬을 각각 다른 팔레트에 배치해 상황에 따라 바꾸며 싸울 수도 있다.
스킬마다 띄우기나 스턴 등 각종 상태이상을 동반하는 만큼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팔레트 교체를 통해 일반공격과 스킬을 최대한 길게 이어가도록 노력하게 된다.
방어나 회피 동작을 통한 ‘모션 캔슬’도 가능하며 몬스터마다 약점도 달라 ‘때리는 방향’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모든 공격이 구간별로 딱딱 끊어지기 때문에 독특한 타격감도 느낄 수 있다. 물 흐르듯 싸우는 전투보다는 서로 타이밍을 재며 공격과 방어를 오가는 ‘깔끔한’ 전투방식이다.
근접무기를 사용하는 헌터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레인저, 일종의 마법을 쓰는 포스 등 언제든 다른 직업군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도 <PSO 2>의 장점이다.
■ 신경 쓴 티가 나는 그래픽과 스토리
<PSO 2>는 연출과 외관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일본 온라인게임은 물론 국내 온라인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직관적인 커스터마이징은 일품이다. 광대뼈나 체형, 얼굴의 분위기 등 다양한 부분을 마우스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정해진 수치가 아닌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기며 결과를 보는 방식이라 매우 직관적이다.
그래픽도 CBT 버전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배경은 자연스럽고 각종 이펙트도 깔끔하다.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처럼 ‘모공까지 묘사할 것 같은 그래픽’은 아니지만 흔들리는 머리카락이나 옷자락, 날씨효과 등 필요한 부분에는 충실하게 공을 들였다.
SF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배경과 캐릭터 사이에 위화감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콘솔 시리즈를 만들어 온 만큼 세계관도 충실하다. 스토리나 시시콜콜한 캐릭터의 성격들을 보여주기 위한 컷신도 시시때때로 등장하며 음성도 100% 지원한다.
다만 일본식 캐릭터와 특유의(?) 낯간지러운 대사, 약간은 뻔한 캐릭터와 스토리 등을 보면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본게임치고는(?) 굉장히 담백한 편이다.
■ 아기자기한 일본식 온라인게임의 정점
세가는 <PSO 2> 개발 중에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을 만들면서 배운 모든 노하우를 넣겠다”고 밝힌 바 있다.
<PSO 2>에는 그 말 그대로 ‘일본식 온라인게임의 요소들’이 가득 담겨 있다. 자신이 정한 목표만을 달성할 수 있는 매터포트나 일일이 조건을 걸어둔 클라이언트 오더, 원하는 몬스터를 꾸준히 찾아나서야 하는 랜덤 맵 방식 등은 국내 유저로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는 ‘쓸데없이 불편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반대로 <PSO 2>의 이런 콘텐츠들은 하나씩 게임을 알아 가고 해결해 나가는 재미를 준다. 새로운 시스템과 전투방식도 일단 적응하고 나면 <PSO 2>만의 개성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PSO 2>에서는 온라인게임보다는 일본식 액션 RPG를 멀티플레이로 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근의 편의성 가득한 온라인게임만 접해 본 유저로서는 불편할 수도, 신선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복잡한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꾸준하게 콘솔게임처럼 즐길 온라인게임을 찾는다면 <PSO 2>(//pso2.jp)를 추천한다. 다만 각종 퀘스트 조건을 모르면 진행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본적인 일본어는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