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배틀필드>라는 게임을 만난 것은 작년 6월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데모 버전을 다운 받고 플레이 했던 그날 저녁! 음성 채팅의 매력에 빠지면서 그 다음 날 헤드셋까지 구입해서 즐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의 다양한 시리즈도 있지만 필자의 영혼까지 끓게 만든 것은 <배틀필드 2>(이하 배필 2)가 처음이었다.
이후 정식 버전이 발매되면서 점점 빠져들어 확장팩인 <스페셜 포스>까지 구입하고, 헤드셋을 4개씩이나 사버리는 심각한 '배필 중독 증세'를 경험했다. 이런 배필 중독자에게 미래를 배경으로 만든 <배틀필드 2142>(이하 배필 2142)의 클로즈 베타를 체험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찬스를 얻게 되었으니…. 신이시여! 감동이옵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클라이언트를 다운 받는 시간이 저주스럽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에 빠지면서 혼란 증세를 보이던 필자. 설치가 끝나고 바탕화면에 생긴 '2142 아이콘'은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지, 그럼 본격적으로 체험기를 시작해보겠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물렁살
<배틀필드 2142>는 가상의 미래, 지구가 '제 2의 빙하시대'를 맞이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남아있는 '마른 땅'을 차지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판아시아연합'(PAC)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게 된다.
■ 편리해진 유저 인터페이스
전작 <배필 2>는 1개의 닉네임을 만들어 1개의 아이디를 지속적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배필 2142>에서는 하나의 계정을 만들고 다양한 보병 아이디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MMORPG로 비교한다면 하나의 계정에 여러 개의 캐릭터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친절하게 클랜 태그를 입력하는 곳까지 있다.(배필 2에서는 패치 후 가능했다)
게임 메뉴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게임 내에서 소화할 수 있게 변했다. <배필 2>에서도 어느 정도 플레이어의 게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정 팬 사이트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배필 2142>부터는 소수점 단위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도 있고, 점수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숫자 또는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병사를 선택하고 들어오면 볼 수 있는 메인 화면.
계급을 올리면 새로운 무기 락을 풀어 사용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게다가 <배필 2142>부터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개수가 총 40개나 된다. 모든 것이 새로운 <배필 2142>에서 앞길이 막막한 '배필러'(이런 말이 있던가?!)들을 위해 전작과는 달리 게임 내에서 무기와 아이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영어의 압박이지만, 미리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쁨이!!
<배필 2>처럼 플레이어의 랭킹(점수, 킬 수와 명중률 등 랭킹 평가 방법도 다양해짐)이나 메달과 약장 같은 것들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오디오와 비디오 옵션 설정도 체크 박스와 막대 이동으로 세밀하고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배필 2>에서도 그랬지만 <배필 2142>에서도 크리에이티브 사운드카드를 장착하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사운드 'X-Fi'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기에 좋은 소리의 게임을 원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옵션이 어쩌고, 메뉴가 어쩌고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진짜 알맹이를 살펴 보도록 하자!
■ '나만의 병과'를 만들어가는 재미
<배필 2>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병과는 특수 부대원, 저격수, 소총수, 보급병, 공병, 의무병, 대전차병까지 총 7개였다. 하지만 <배필 2142>에는 '딸랑'(꼭 이 단어를 쓰고 싶다) 4개뿐이다.
좌측을 보면 병과가 딸랑 4개뿐! ㅠ_ㅠ
병과 수는 적지만 <배필 2142>의 병과 하나는 전작의 병과 2개에 해당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배필 2142> 병과를 <배필 2>와 비교해 하나씩 살펴보자.
저격수와 특수부대원의 냄새가 나는 리콘(RECON), 소총수와 의무병을 적당히 섞어 놓은 어설트(ASSAULT),. 대전차병과 공병을 하나로 합쳐 놓은 엔지니어(ENGINNER),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작과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서포트(SUPPORT)가 있다. 전작에 비교해 서포트만 느낌이 약해서 조금 실망이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조합.
병과수는 적지만 어떤 장비의 '잠금'(lock)을 푸느냐에 따라 점점 또렷한 색깔을 띠게 된다. 예를 들어 어설트의 경우 락을 풀면 죽은 아군을 살릴 수 있는 의무병 능력이 강화됐다. 한 병과의 모든 무기 락을 풀면 위에서 말한 2가지 병과의 특징을 모두 갖게 된다.
이건 누가 설치 하는 거랍니까?! +_+
한가지 색깔만을 띄던 <배필 2>의 병과와 달리 2가지 색깔을 띄는 <배필 2142>의 병과는 플레이어의 선택 폭을 넓혀 개성 넘치는 나만의 병사로 만들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커스터마이즈에 따라 변하는 병과는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플레이를 거듭해 익숙해질수록 색다른 재미가 쏟아진다.
■ 이것이 미래형 전쟁 방식! '타이탄 모드'
현재 진행되는 <배필 2142>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타이탄 모드라는 게임 방식으로 진행된다. 타이탄 모드는 양 진영(EU군과 PAC군)의 타이탄(
타이탄 모드의 승패는 각 맵마다 정해진 거점을 얼마나 많이 점령하느냐에따라 50% 이상 갈린다. 거점은 리스폰 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적 타이탄을 공격하는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것이 점령해야 하는 거점이자 타이탄 공격 미사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거점 점령만으로 끝이 아니다. 거점을 지키고 다음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거점의 위치를 보여주는 곳에 육각형 테두리를 한 바퀴 돌아야 다음 미사일이 발사된다) 그 시간 동안 거점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
거점의 공격과 방어도 중요하지만, 또 한가지 타이탄 파괴 방법이 있다. 바로 적 타이탄에 직접 침입해 주요 장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직접 침투하는 전투에서 더 큰 재미를 느꼈다.
거점 방어나 공격은 기갑과의 전투가 필요했지만, 타이탄 내에서의 전투는 100% 보병전이기에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 타이탄 내부에서의 전투는 분대 플레이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순서대로(타이탄 내부에 친절하게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타이탄 내부의 장치를 파괴하며 방어 해오는 적군과의 전투! 치료와 보급을 거듭하면서 죽은 아군을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말 그대로 '피 튀기는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거대한 물체가 타이탄이다.
하지만 타이탄은 얻어 맞고만 있는 동네북이 아니다. 타이탄 내부에는 보병이 직접 콘트롤 할 수 있는 공중 방어용 장비 2개와 지상 공격용 포가 4개가 장착되어 있다. 이런 방어 무기 때문에 위에서 말했던 타이탄 내부 침입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강력한 지상 공격형 레이저포(처럼 보이는 녀석 –O-)는 대부분의 기갑을 순식간에 파괴할 정도로 강력하다. 또한 타이탄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느린 속도지만 어느 곳으로든 이동할 수 있다. 즉, 타이탄이 공격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군의 타이탄이 산산조각 나기 전에 지켜라!!
<배필 2> 때보다 개성 넘치는 양 진영의 기갑은 외형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줬다. 특히 필자의 마음에 꼭 들었던 기갑은 니트로 기능이 달린 수송&보병 공격 겸용 자동차와 이족 보행 배틀 메크였다. 전작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기갑은 미래의 전투라는 느낌을 더 해주면서 새로운 재미를 추가해 주고 있다.
이족 보행형 배틀 메크. 필자는 맥 워리어가 생각난다.
니트로를 사용할 수 있는 수송차와 분대장용 장비 RD-4 Otus.
마지막으로 <배필 2142>에서는 티겟(아군 플레이어가 리스폰 할 수 있는 소환 횟수) 개수가 무한이다. 이 탓에 게임 진행이 길어지면 1라운드에 엄청난 점수를 올릴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지겨워질 수도 있다.
■ <배틀필드 2142>, 확실히 변했다!
<배틀필드 2142>는 클로즈 베타테스트 버전답게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게임의 특징과 변화된 부분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보병이 달릴 때면 총신과 화면이 흔들리면서 플레이어 진짜로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줬는데, 마치 <고스트 리콘 3>와 같은 느낌이랄까? 또한, 적군의 보병과 기갑의 남은 체력이 보이기 때문에 집중공격도 가능해서 <배필 2> 때보다 팀 플레이(분대 플레이)가 요구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본인이 적군에게 순식간에 당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적군의 체력이 보인다!
그런데 무기나 기갑에서는 미래라는 설정이 한껏 느껴졌지만, 맵을 구성하는 구조물이나 폐허 같은 것들은 미래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필자의 욕심이 많은 걸 수도 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전투 모드와 새로운 탈 것 그리고 간단하면서도 세분화된 병과와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보병 시스템. 어떻게 보면 <배필 2>의 단순한 미래형일수도 있지만 FPS를 좋아한다면, 특히 <배필 2>를 즐겨 본 게이머라면 <배필 2142>의 전장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0월 17일에 한글판으로 국내에 출시된다니 그 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