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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유저들에게 ‘김대일’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빠른 개발과 액션, 그리고 아쉬운 기획과 콘텐츠죠.
<RYL>부터 <C9>까지, 펄어비스 김대일 대표가 개발한 게임은 한결같이 뛰어난 액션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다양하지 못한 기획과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는데요, 그가 만든 신작 <검은 사막>의 트레일러에 대한 반응만 봐도 김대일표 액션에 대한 기대감과 (벌써부터) 기획을 걱정하는 의견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관련기사: <검은 사막> 영상 공개 {more}
<검은 사막>은 지금까지의 ‘김대일표 게임’들과는 달랐습니다. 빠르고 호쾌한 액션은 여전한 반면 각 지역의 혜택을 얻는 탐험 모드와 하우징, NPC 호감도 등을 통한 다채로운 콘텐츠도 함께 개발 중이었죠. 개발 초기인 만큼 많은 결과물을 볼 수는 없었지만 ‘갖가지 콘텐츠가 가능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펄어비스를 찾아가 <검은 사막>을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원활한 이해를 위해 체험에 앞서 들은 설명과 시연, 실제 체험소감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빠르고 호쾌한 ‘김대일표 액션’
“영상이랑 똑같네?” <검은 사막>의 전투를 체험한 소감입니다. <검은 사막>의 전투는 <C9>과 비슷합니다. 논타겟팅 방식이고 플레이어의 공격속도가 빠르며, 다단 히트 기술이 많습니다. 서너 마리의 적만 나와도 신나게 적을 몰아치며 화면 가득 뜨는 숫자의 쾌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적에게 공격이 적중했을 때나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때의 다소 과장된 경직과 연출도 여전합니다. 스태미너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하거나 빠르게 접근해 공격을 이어 가는 것도 가능하죠.
여기에 <검은 사막>은 다양한 상태이상 기술들을 넣었습니다. 적을 넘어트리거나 밀쳐내고, 기절시키는 공격을 이용해 공격 일변도로 전투를 이어가게 됩니다. 파이터는 아예 적을 잡아 복부에 칼침(…)을 먹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MORPG인 <C9>만큼 공방이 빠르게 오가는 건 아닙니다. ‘약간 느리지만 플레이어의 생각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C9>의 전투’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정해진 연속기는 없지만 플레이어가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 적을 넘어트리고 밀쳐내면서 자연스럽게 연속기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는 것이 김대일 대표의 설명입니다. 커맨드 입력을 통한 스킬 사용도 가능하고 차후에는 유저가 직접 각 스킬 커맨드를 편집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영상에서 이슈가 됐던 마상전투는 ‘영상 그대로의 속도감’을 보여줬습니다. R 키를 이용해 말에 오르고 나면 빠르게 이동하며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스태미너를 이용한 대시는 물론 S 키로 브레이크(!)를 걸거나 그대로 말을 꺾어(!!) 드리프트(!!!)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마리오카트>나 <카트라이더>처럼 드리프트 중 전진 키를 누르면 말이 순간가속을 합니다. 타이밍에 따라 속도도 달라진다고 하네요. 달리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해서 체험에서도 몇 번씩 드리프트에 도전했을 정도입니다. 발차기 버튼을 이용해 앞뒤의 적에게 말발굽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마상스킬 작업이 끝나지 않아 제대로 된 전투를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 화살을 쏴서 적을 맞출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말과 조준선을 동시에 조작하기가 어렵더군요. 오히려 말에 올라타면 2연속 공격을 가할 수 있고, 멀리서 달려와 적을 밀쳐내는 근접 캐릭터의 마상전투가 더 편했습니다.
참고로 <검은 사막>의 말은 PvE보다 PvP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됐다고 합니다. 근거리인 만큼 말을 활용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파이터 등에게는 할버드처럼 긴 마상전용 무기가 주어질 예정입니다.
■ 상호작용을 강조한, 살아 있는 세계
전투 이후에는 시간의 변화와 상호작용에 대한 시연이 이어졌습니다. <검은 사막>은 실제 시간으로 2시간에 한 번 낮과 밤이 바뀝니다. 밤이 되어 건물이 어두컴컴해지자 몇몇 건물에서 빛이 새어나옵니다. 바로 유저들이 사는 건물입니다.
<검은 사막>의 모든 집은 유저들이 구입하고 거주하는 ‘하우징 콘텐츠’입니다. 집세를 내고 자신의 집을 얻고 나면 다양한 가구와 물품제작대, 대리상인 등을 자신의 집에 들일 수 있죠.
이렇게 집은 문을 열어 두고 모든 이들에게 공개하거나, 열쇠를 가진 유저만 들어갈 수 있도록 잠가둘 수도 있습니다. 상인을 통해 자신이 만든 물품을 팔거나 제작대를 빌려주고 일부 수익을 거두는 일도 가능하죠. 유저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집의 성격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하우징 이외의 상호작용도 많습니다. NPC에게 호감을 얻어 다양한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벽을 타고 오르거나 울타리를 손으로 잡고 뛰어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마을에 있는 광대는 플레이어가 지나가면 말을 걸고 큰길에서는 정해진 시간마다 물자를 나르는 마차도 볼 수 있습니다. 마차에 플레이어의 물건을 맡겨 운송이나 대리판매를 부탁할 수도 있죠.
■ 자신의 생활권을 만든다, 탐험 모드
지역과의 상호작용은 <검은 사막>의 탐험 모드로 이어집니다. <검은 사막>의 지역 곳곳에는 수많은 ‘노드’가 있습니다. 노드는 마을과 농장, 사냥터 등을 가리지 않고 위치하며 주변의 노드끼리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죠. 탐험 모드를 통해 각 노드를 활성화하면 해당 지역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을의 노드를 활성화하면 NPC를 통해 물건을 마을까지 옮겨서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농장 부근에 있는 노드를 활성화하면 원격으로 채집물을 수확할 수 있고, 사냥터 부근의 노드를 활성화하면 부근의 몬스터에게 선제공격을 받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노드를 얼마나 활성화했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생활수준(?)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다만 노드는 무작정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노드는 게임 도중 얻는 탐험 포인트로 활성화할 수 있으며, 기존에 자신이 활성화한 노드 부근에 위치한 노드만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마다 노드가 한 개씩 있다고 친다면 삼성역에서 시작해 선릉 → 역삼 → 강남 순으로 노드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잠실 방향에서 주로 활동한다면 종합운동장 → 신천 → 잠실 순으로 노드를 활성화하면 됩니다.
맨 처음 자동으로 주어지는 시작마을 노드부터 원하는 지역으로 야금야금 노드를 활성화해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원한다면 노드의 시작점을 옮겨서 아예 새로운 지역에 노드망(?)을 펼쳐 나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길드를 구축한 후에는 길드원이 가장 많은 노드를 활성화한 지역이 길드의 활동장소가 됩니다. 반대로 노드가 전혀 없는 지역에서는 길드 활동을 하기 힘들겠죠.
탐험 포인트가 무작정 주어지지 않는 만큼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어떤 노드를 활성화할지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듯합니다.
이번 체험에서는 약간이나마 공성무기도 이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에도 나왔던 ‘그 성’에 대포를 쏴 볼 기회를 얻었는데요, 대포는 플레이어가 혼자서 이리저리 끌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위치에서 대포알을 장전한 후 각도와 방향, 힘을 조절해서 쏘면 되죠. 일종의 3D <포트리스> 같은 느낌입니다.
대포는 파괴력이 강력하고 사정거리도 엄청나게 깁니다. 공성전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대포알이 보일 정도죠.
김 대표는 실제 공성전 역시 공성무기를 이용한 전략이 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포로 성문을 부수거나 성 안의 적을 직접 공격하고, 적은 대포를 막기 위해 기동력이 좋은 말을 타고 나오거나 산개하는 방식이죠.
일종의 가위바위보처럼 물고 물리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성에 불을 지르거나 코끼리와 말만을 이용한 전투 등 유저들이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인 요소들을 넣겠다는 게 펄어비스의 목표입니다.
■ 심리스 방식의 월드, 세심한 곳까지 신경 쓴 그래픽
<검은 사막>은 현재 자체엔진을 이용한 심리스 방식으로 개발 중입니다. 지역 이동은 물론 건물 안까지 한 덩어리로 구현돼 있죠. 시연에서도 시야가 탁 트인 지형을 보여줬습니다. ‘저 멀리 안개 속에 보이는 흐릿한 건물이 가까이 가보니 사실은 성이더라’ 같은 식이죠.
세심한 곳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바람이 불면 정신 없을 만큼 나무가 흔들리고, 문은 캐릭터의 몸에 닿으면 자연스럽게 밀리며 열립니다. 화면을 돌리면 캐릭터가 모니터를 바라보죠. 문이 잠긴 집은 창문을 통해서 집 내부를 엿볼 수 있고, 말을 올라타는 방향에 따라 모션이 달라집니다. 달리는 말에서 내리면 착지에 실패해 바닥을 구르는 캐릭터도 볼 수 있습니다.
NPC와 대화를 나눌 때면 캐릭터의 등 뒤에서 NPC를 바라볼 수 있도록 카메라 각도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덕분에 <검은 사막>의 세계는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지금까지 김대일표 게임에 대한 편견(?)이 있는 유저라면 놀랄 만한 변화입니다.
여기에 펄어비스에서는 구글 위성지도와 비슷한 방식의 3D 지도, 동굴 깊은 곳에 숨겨진 이벤트 등 다양한 탐험 요소도 넣을 계획입니다. <검은 사막>은 내년 초 1차 CBT를 계획 중이며, 내년 연말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