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디스이즈게임의 연재물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가볍게’ 즐기고,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 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플레이하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 이름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 (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이니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일단 리듬게임 실력이 좋아야 온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국산 리듬게임의 자존심, <DJMAX> 시리즈의 신작이 스마트폰에 등장했습니다. <DJMAX>는 펜타비전이 개발한 리듬게임으로, PC 온라인, 휴대용 게임기, 아케이드 등으로 나와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시리즈입니다.
지난 9월 28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첫선을 보인 <DJMAX RAY>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감안해 터치 조작을 적극 활용했고, 리듬게임으로서의 기본을 충실하게 살려냈습니다. 다만, 리듬게임을 잘하는 유저를 위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DJMAX RAY> ‘Syriana’ 플레이 영상
■ 연주하는 느낌을 한껏 살린 스마트폰 리듬게임
<DJMAX RAY>는 기존 <DJMAX 포터블> 시리즈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내려오는 노트에 맞춰 음악을 연주하고, 콤보를 이어 나가며 ‘피버’를 발동시키면 2배에서 8배까지 콤보와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리듬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은 <DJMAX> 시리즈의 인기 곡들과 신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퀄리티는 역시 <DJMAX>답다고 할 만하네요. 신곡들도 기존 작에서 수준 높은 음악들을 선보였던 작곡가들이 참여해 음악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습니다.
특히 다른 <DJMAX> 시리즈처럼 화면을 누르면 키 음이 연주된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입니다. 기존 스마트폰 리듬게임인 <탭소닉>이나 <탭 탭 리벤지> 같은 게임들은 용량문제 등으로 화면을 눌러도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거든요. 직접 화면을 누르는 타이밍에 맞춰 소리가 나기 때문에 실수를 했을 때는 어떤 부분을 잘못 연주했는지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살려주는 부분은 ‘노트 패턴’입니다. 하드록 장르인 ‘Mind Control’ 같은 곡은 강렬한 전자기타 연주가 특징인데, 리프 구간을 연주할 때는 현을 옮기며 연주하는 느낌을 줍니다. 또 슬라이드 주법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음 진행에 맞춰 손가락을 좌우로 미끄러지게 연주하도록 패턴이 배치돼 있어서 기타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DJMAX RAY>는 이런 방법으로 음악이 주는 느낌을 적절하게 표현했더군요. 게임을 하다 보면 이 노래들을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요. <DJMAX RAY>가 음악을 갖고 노는 리듬게임인 만큼, 직접 연주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네요.
버튼을 누른 채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슬라이드 노트라고 불리는 이런 노트들을 적절하게 배치했습니다.
■ 리듬게임 초보에게는 높은 진입장벽
<DJMAX RAY>는 무료 게임이지만, 처음 다운로드했을 때는 5곡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노래 외의 다른 곡을 더 플레이하려면 ‘뮤직 팩’을 구매해야 하죠. 각 뮤직 팩은 비슷한 장르의 노래 5곡이 담겨 있고, 뮤직 팩을 구매하면 4곡과 미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5곡을 샀는데 왜 4곡만 할 수 있냐고요? 5번째 곡은 ‘히든’이거든요. 미션 8개를 클리어해야 숨겨진 다섯 번째 곡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미션은 뮤직 팩에 들어 있는 4곡을 갖고 정확도 90% 이상 달성, 몇 콤보 이상 달성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나마 이런 미션들은 어렵지 않지만 ‘페이드 인 이펙트 상태로 클리어’ 같은 조건이 걸리면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페이드 인 이펙트를 추가하면 화면 중간부터 노트가 보이게 되는데, 실력이 좋아도 화면에 노트가 잘 보이질 않으니 상당히 난감해집니다. 조금만 집중력을 잃어도 콤보가 끊기는 것은 예사고, 클리어 자체가 힘들어질 정도니까요.
‘이펙트 무효화’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이런 핸디캡 효과를 없애고 미션에 도전할 수 있지만, 소모성 아이템이고 캐시로 사야 합니다. 안티 이펙터를 사용해도 미션을 클리어하기 힘든 초보 유저에게는 장벽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거기에 미션에 도전할 때마다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재화인 ‘MAX’를 투자해여 하기 때문에 미션을 실패할 때마다 더 큰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죠.
챌린지 미션 8개를 클리어해야 뮤직팩 마지막 노래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페이드 아웃’ 같은 경우, 중간부터 노트가 사라집니다.
미션에서는 이런 핸디캡을 걸고 플레이해야 하니 게임에 익숙치 않으면 힘들어집니다.
심지어 구매한 노래를 MP3 플레이어처럼 감상할 수 있는 뮤직 플레이어 모드에서도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노래를 들어볼 수도 없습니다. 뮤직 팩을 구매해 5곡을 사 놓고도 실력이 모자라면 4곡만 즐길 수 있는 부분은 리듬게임 초보자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피버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미션 같은 경우도 초보에게는 어렵습니다. 평소에는 흰색, 파란색으로 일반 노트와 누르고 있어야 하는 노트를 구별할 수 있지만, 피버를 발동시키면 이런 구분이 모두 사라집니다. 어떤 노트든 흰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황하게 되죠. 노트를 놓치면 피버 지속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오래 유지하기 더욱 어렵습니다. 노트의 색 구분이 힘들다는 점도 게임이 어려워지는 요인입니다.
구매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뮤직 플레이어 기능입니다.
하지만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구매한 노래를 들어볼 수 없습니다.
미션을 클리어해야 뮤직팩의 마지막 노래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나오는 신곡은 보통 뮤직팩의 마지막 노래입니다.
‘Mr. Lonely’ 페이드 아웃 2 이펙트 플레이 영상
■ 실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
<DJMAX RAY>는 리듬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꽤 어려운 게임이지만, 리듬게임 실력이 좋다면 오랫동안 플레이할 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뮤직 팩에 있는 8개의 기본 미션을 클리어하면 ‘엑스트라 미션’이 나오는데, 유저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할 만한 것들입니다. 그야말로 ‘신의 손’이 아니라면 클리어하기 힘든 난해한 미션들이거든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유저들을 위한 미션들이라 오래 연습하며 실력을 키워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미션을 깼다고 도전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미션마다 클리어 기록이 남는데, 어떤 등급을 받았느냐에 따라 다른 기록이 남습니다. S등급으로 클리어하면 금색, A등급으로 클리어하면 은색 같은 식이죠. 일반 플레이에서도 한 곡의 모든 난이도를 정복하면 메달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역시도 어떤 기록을 남겼느냐에 따라 메달 색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유저 랭킹까지 더해져 더 높은 점수,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플레이하게 됩니다. 모든 뮤직 팩을 구매할 경우 30곡에 음악마다 6개의 패턴이 있으니 180개 패턴을 정복하기 위해 꾸준히 하게 되는 셈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패턴을 클리어할 수 있는 실력이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한 곡의 모든 패턴을 클리어하면 메달이 주어집니다.
메달을 모으고, 더 높은 등급으로 올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노래의 난이도별 최고 기록을 모두 더한 점수로 유저 랭킹이 매겨지고, 최고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랭킹이 갱신됩니다. 조금씩이나마 자신의 순위를 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이런 도전 요소에 자극을 받을 만한 유저들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초보유저는 메달 하나 받는 것 조차 힘들거든요. 그래서 <DJMAX RAY>는 실력이 있는 유저일수록 도전할 만한 요소가 많지만, 초보자라면 쉽게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앞으로 초보자를 위한 뮤직 팩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