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대변되는 편의성과 상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 내 콘텐츠는 최근 들어 접할 수 있는 중국산 MMORPG들의 대표적인 시스템입니다.
10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아란전기>(//aran.kr.gameclub.com)는 이런 중국 MMORPG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과한’ 기름을 걷어낸 담백한 느낌의 게임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 그래픽은 게임 평가 기준 중 하나일 뿐
국내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눈높이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만족시킬 만한 게임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최근 나오는 MMORPG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개발된 것들인데, 이들은 대부분이 그래픽 퀄리티가 국내에서 개발된 MMORPG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첫인상부터 점수가 깎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란전기>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유저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도 않고, 강렬한 타격감과 짜릿한 조작감을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최고급 게임, 웰메이드 게임만을 원하는 이들에게 <아란전기>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게임입니다.
대신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성장’ 자체를 좋아하고, 다수의 유저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아란전기>가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퀘스트 동선도 일직선이고, 충실한 자동 기능이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없는 편안한 플레이를 제공하고, 성장 이후의 목적성 또한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 높은 편의성, 하지만 ‘자동사냥’은 없다
최근 들어 다양한 게임에서 지원하는 ‘자동’ 기능은 너무나 완벽한 경우가 많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알아서 사냥터로 이동하고 자동으로 몬스터를 잡고, 또 클릭 한 번 더 하면 퀘스트 완료가 이뤄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한 자동 기능이 게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과 유저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즐겁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번거롭고 지겹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을 자동으로 ‘때워’ 버린다면 게임 플레이의 당위성 자체가 사라지게 되겠죠.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자동이동과 자동물약 시스템만이 제공돼 전투의 재미는 유저에게 그대로 전달합니다. 대신 이 전투에 이르는 과정까지만 자동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유저들이 느끼는 ‘플레이’의 재미는 보존하고 있습니다.
전투에 이르는 과정까지는 ‘자동’.
전투 자체에도 약간의 자동 시스템이 적용돼 있습니다. 스킬 매크로 기능으로 여러 스킬을 한 슬롯에 등록해 해당 단축키만 누르면 쉽게 여러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설정된 체력 이하가 되면 물약도 스스로 마시게 됩니다.
■ 성장 당위성을 충분하게 해주는 법보
<아란전기>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법보’입니다. 법보란, 다른 게임에서 펫과 탈것, 그리고 전투보조 기능을 하나로 합쳐 놓은 것인데, 검, 북, 징 등의 물체형 법보와 소, 양, 곰 등의 생물형 법보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한 캐릭터가 하나의 법보만을 소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법보를 바꿔 가면서 육성할 수 있고, 성장할수록 법보의 개성이 뚜렷해지며 법보 계열마다 개성적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적을 공격하는 스킬 위주로 구성된 법보가 있는가 하면, 나에게 이로운 버프를 주고 적에게 해로운 디버프를 주는 법보도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법보는 탈것, 전투보조, 펫 기능이 합쳐진 형태다.
캐릭터와 법보를 조합해 보다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란전기>는 심법 수련을 통해 특정 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공격 위주의 캐릭터로 성장시키고, 법보로 보조기능을 보완해 공수가 조화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 법보도 공격 일변도의 기능을 갖춘 것을 사용해 ‘올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아란전기>의 법보는 성장의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줍니다.
■ 세 나라의 국가전 PvP. 밸런스는?
<아란전기>의 엔드 콘텐츠 중 하나는 유저들의 ‘대립’입니다.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유저들을 살해할 수도 있는 PK도, 서로 동의해서 진행되는 결투나 길드전과 같은 PvP도 가능합니다.
유저 간 대립의 종착점은 세 국가가 치열하게 싸우는 ‘국가전’입니다. 유저들은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열일국, 영월국, 신성국으로 구성된 세 개의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남은 두 개의 국가는 적대적으로 설정됩니다.
세 개의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계 문명이 발달된 열일국은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동수단으로 전차를 사용합니다. 마법 중심의 영월국은 숲을 배경으로 마법 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설원 속의 신성국은 주문이 발달돼 괴수 영혼을 소환할 수 있고 이동수단으로는 양을 사용합니다. 이렇듯, 각각의 나라는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배경이나 이동수단, 의상 등에서 차이가 있어 ‘국가’의 의미를 유저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각 국가는 의상 및 배경, 문화 등이 다르게 표현된다.
유저들은 31 레벨부터 다른 국가를 침범하거나 중립지역인 봉인의 땅에서 다른 국가의 유저와 겨룰 수 있습니다. 중립지역의 대결이나 적대 국가의 침입 등은 긴장감을 주고 PvP로 얻는 보상은 아이템과 경험치 등 다양합니다.
충분한 인원을 갖추면 ‘타국 침입’도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세 국가로 나뉘어 있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국가 간 인구 밸런스’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세 국가와 약세 국가가 나눠질 수밖에 없고, 대부분 유저들은 강한 나라를 선택하기 때문이죠. 이는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국가 대립 콘셉트의 PvP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아란전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약소국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자정에 주간 플레이 타임이 24시간 이상인 모든 계정을 국가별로 집계해 인구수 또는 고수 인구수를 비교한 뒤 약소국을 결정합니다. 약소국 유저들은 1.5 배의 추가 경험치 보상을 받게 되고, 전투를 도와주는 ‘법도(펫)’를 받습니다. 약소국 유저들은 보다 빠른 성장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인구 밸런스를 위해 약소국의 빠른 성장을 제시한 <아란전기>.
또, 인구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할 때 시스템에서 약소국 선택을 유도합니다. 약소국을 선택한 유저에게는 이벤트 선물팩을 제공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낮은 레벨 유저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이벤트 퀘스트 보상이 높아집니다.
결국 PvP의 ‘우월함’을 느끼는 것과 ‘빠른 성장’ 사이에 선택 점을 유저 간 대립의 밸런스로 제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효율성은 추후 <아란전기>의 서비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나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시스템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등장했던 국가전 콘셉트 게임의 밸런스 정책 중에서는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