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드>가 7년 만에 후속작 <아크로드 2>로 돌아왔다. 웹젠은 지난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아크로드 2>의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다. 4개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프리클래스와 요일마다 달라지는 전장이 특징이다.
1차 CBT로 접한 <아크로드 2>의 첫인상은 무난했다. (취향은 타겠지만) 칙칙한 몬스터와 어두컴컴한 배경은 게임의 세계관을 잘 나타냈고, 느리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터지는 플레이어의 공격은 ‘때리는 재미’를 줬다. 웹젠에서 모토로 내세운 ‘고급스러운 아저씨게임’에도 잘 맞는다.
하지만 정작 <아크로드 2>에서 내세우던 프리클래스와 전장은 아직 게임에 녹아들지 못했다. 7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 <아크로드 2>를 체험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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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은 <아크로드 2>에서 ‘고급스러운 아저씨게임’을 내세웠다.
<아크로드 2>는 마우스 타겟팅 방식의 MMORPG다. 적을 클릭한 후 스킬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이동해 적을 공격하며 퀘스트를 위한 자동이동 시스템도 있다. 전투가 빠르지도 않고 요즘 MMORPG에서 등장하는 넉백, 기절, 띄우기 등의 공중콤보를 통한 연계기가 없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형적인 아저씨게임이다.
대신 유저의 눈에 보이는 부분인 배경과 전투에 많은 신경을 썼다. <아크로드 2>에서는 썩어서 가지가 흘러내리는 나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오두막, 울퉁불퉁한 암벽 등 게임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배경을 만날 수 있다.
몬스터는 괴기하고 빛과 그림자의 처리는 자연스럽다. 나무로 빼곡한 숲에서 털이 가득한 거미와 싸울 때는 음산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과도한 타격 모션과 이펙트 덕분에 타격감도 좋은 편이다. 취향에 따르지만 어두컴컴하고 조금은 칙칙한 <아크로드 2>만의 그래픽을 볼 수 있다. 기본기 하나는 튼튼한 셈이다.
배경도 캐릭터도 몬스터도 사실적이다. 음영 효과 덕분에 질감이 잘 느껴진다.
<아크로드 2>에는 정해진 직업이 없다. 대신 4종류의 무기를 원하는대로 사용하는 프리클래스가 특징이다. 각 캐릭터는 총 4종류의 무기 중 2종을 장착해 전투 중에도 무기를 바꿔 가며 싸울 수 있다.
무기마다 별도의 레벨이 있고 스킬포인트도 따로 쓰는 만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양손검을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지팡이에서는 회복스킬에 집중 투자해 자체회복이 가능한 근접전 캐릭터를 만들거나, 무기별 버프 스킬에만 투자해 기본 능력치가 강력한 캐릭터를 만드는 식이다.
무기 레벨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고, 초반 퀘스트를 통해 각 무기의 레벨을 8~9 정도까지 올릴 수 있는 만큼 던전이나 파티플레이, 전장에서도 상황에 맞춰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실제로 CBT 던전에서 힐러가 부족해 서로 돌아가며 힐러 역할을 담당한 경우도 왕왕 있었다. 프리클래스가 효과를 보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전투 중 지팡이로 무기를 바꾸고 2번 슬롯에 장착한 스킬로 체력을 회복한 후 양손검으로 돌아온다면 X → 2 → Z의 순서로 키를 눌러야 한다. 단순한 체력회복 수준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두 가지 무기를 번갈아 사용한다면 조작은 몇 배로 복잡해진다.
어차피 2개의 무기를 오가는 거라면 무기교체를 같은 버튼으로 통일하거나 다른 무기의 스킬을 눌렀을 때 자동으로 무기를 교체해 줘도 될 부분이다.
굳이 무기를 교체할 이유도 없다. 회복을 맡는 지팡이를 제외하면 무기별 스킬 구성이나 능력이 비슷비슷하고, 무기마다 필요한 능력치가 달라서 주력 무기 외에는 효율도 나쁘다. 차라리 2개의 무기에 투자할 경험치로 1개의 무기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게 이득이다.
결국 대부분의 유저가 주무기 1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지팡이를 ‘물약 대신 들고만 다니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기마다의 특색을 살리고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득을 줄 필요가 있다.
무기교체 외에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일단 게임 배경에 맞춰(?)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어둡다 보니 가독성이 떨어지고, 아이템을 찾을 때도 하나씩 가방을 열며 아이템을 살펴봐야 한다. 퀘스트 내용이나 임무 등도 눈에 잘 안 띄기는 마찬가지다.
전투도 불편하다. 전투 도중 갑자기 거리가 멀다고 공격이 멈추고, 캐릭터의 방향에 유난히 민감한 탓에 힐이나 버프 등 자기 자신에게 사용하는 스킬도 몬스터를 바라보고 사용해야 한다.
몬스터는 아이템이 없어도 습득 표시가 뜨고, 클릭할 때도 몬스터 몸을 딱 맞춰 클릭하지 않으면 화면 저편으로 달려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시체를 클릭하지 않으면 시체가 사라질 때까지 재생성이 그만큼 느려진다.
게임의 특징인 자동이동도 최단거리가 아닌 정해진 경로로만 이동하는 탓에 바로 앞에 목적지를 두고 30초 이상 돌아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1차 CBT인 만큼 부족한 점이 많고 디자인상으로도 깔끔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아크로드 2>의 인터페이스는 게임을 하는 내내 불편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다음 테스트까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표적 특징으로 내세웠던 전장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아크로드 2>는 1차 CBT에서 ‘영웅전’과 ‘성물 쟁탈전’ 두 종류의 전장을 공개했다. 전장은 정해진 시간마다 열리며 시간 안에 접수한 유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영웅전은 정해진 숫자의 적을 먼저 쓰러트리는 진영이 이기는데, 성물전은 3개의 성물을 점령해서 먼저 점수를 모으는 진영이 승리한다.
문제는 전장의 구조다. 영웅전에 사용되는 전장은 좁은 광장이다 보니 전쟁이 시작되더라도 정작 숫자가 많은 진영(주로 에임하이)의 일방적인 학살극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심지어 부활하는 장소마저 양쪽 진영이 같다.
점령전도 만만치 않았다. 모두 3개의 성물이 있지만 정작 전장이 좁은 외길로 구성돼 있어 숫자가 더 많고 레벨이 더 높은 진영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상대의 배후를 노리는 우회로도 없고 모든 길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전장의 규모도 작았다.
결국 진영마다 앞에 있는 1개의 성물을 점령하고 나면 남은 하나의 성물을 누가 먼저 얻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힘겨루기에 가까운 싸움이다. 전장의 구조부터 전략까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맵 끝에서 끝까지 1분도 안 걸린다. 가운데서 양쪽 성물이 보이는 수준.
스토리 구성에도 빈틈이 많다. 악마를 부리며 자신을 죽이려는 소녀를 ‘고아가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 않게 이해하는가 하면, 퀘스트를 위해 소환한 목책이 대사를 읊으며(!) 맵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1차 CBT다운 모습이다.
다만, 개발팀의 업데이트 대응은 눈에 띌 정도로 빨랐다. NPC가 몬스터를 때려서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곧바로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수정하고, 첫 영웅전이 2분 만에 끝나버리자 곧바로 목표 점수를 높이는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래픽이나 타격감 등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도 잘 갖춰져 있다. 고급스러운 아저씨게임을 만들겠다는 1차 목표는 성공한 셈이다. 프리클래스나 전장도 ‘응용’이 부족한 부분인 만큼 2차 CBT 이후에는 더욱 개선될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복장이나 NPC의 모습은 배경과 잘 어울린다. 다만 매번 그 NPC가 그 NPC 같을 만큼 종류가 적다는 게 단점.
성물 점령전에서 볼 수 있는 거대 몬스터. 차후 레이드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