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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대놓고 노린 게임’ 무겐소울즈 해봤더니…

PS3용 RPG 압도적유희 무겐소울즈 한글판 체험기

현남일(깨쓰통) 2012-11-15 23:03:03

 

[‘해봤더니’는?] ‘해봤더니’는 디스이즈게임 기자가 다양한 게임들을 즐긴 다음,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글입니다게임을 상세히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요약: (진지하게)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집시다.

 


떄로는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만든 게임이 호감이 간다…?

 

압도적유희 무겐소울즈

 

☞ 플랫폼: PS3

 

☞ 장르: RPG

 

☞ 언어: 무려 자막 한글화! (음성은 일본어)

 

☞ 등급: 18세 이용가

 

☞ 발매일: 1116

 


[마이너 감성이 살아 있는 RPG]

 

<압도적유희 무겐소울즈>(이하 무겐소울즈)는 일본 컴파일하트에서 개발한 PS3용 롤플레잉게임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에 출시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자막 한글화를 거쳐서 11 16일 발매된다. 국내 유통사는 ‘용자회사’로 유명한 사이버프론트코리아(이하 CFK).

 

참고로 컴파일하트는 일본에서도 특정 계층을 대놓고 노리는 게임을 꾸준하게 발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그러니까 ‘오덕’(1)이라든가, 오덕이라든가, 오덕이라든가) 이 회사의 게임으로는 <아가레스트 전기> <초차원 게임 넵튠> 시리즈 등이 있는데, 모두 CFK를 통해 국내에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PS3를 가진 유저라면 못해도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1)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풀어 쓴 언어유희라고 이해하자. (-_-;)

 

오프닝에서 잠깐 나오는 별 의미 없는 이미지지만, 게임의 성격을 보여주는 데 이만한 이미지도 없다. (-_-;)

 

<무겐소울즈> 역시 스크린샷이나 관련 이미지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지만 ‘대놓고 특정 계층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절대로 A급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보기 힘든 ‘마이너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막 한글’로 나오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한글화 퀄리티는 딱히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자네 혹시 ‘모에’라고 아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겐소울즈>는 특정 계층을 대놓고 노리고 만든 RPG. 게임 스토리부터 시작해 비주얼, 시스템 등 거의 모든 요소에 걸쳐 ‘오덕스러움’이 그야말로 철철 넘쳐흐른다. 그 강도는 컴파일하트의 전작들인 <아가레스트 전기> <초차원 게임 넵튠> 시리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는다.

 

단순히 나오는 캐릭터들의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취향을 타고, 여성 캐릭터들의 의미 없는 서비스 장면이 난무하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아니, 사실 서비스 신은 좀 많이 나오긴 한다. -_-;) 용어의 사용, 게임 시스템, 스토리 전개, 비주얼, 사운드, 연출 등등, 그야말로 게임 전반에 걸쳐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오덕스러움이 충만하다.

 

‘모에’, ‘츤데레’, ‘츤츤’ 같이 이쪽 계열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가 남발하고(2), 스토리나 연출은 ‘18금 게임’인 주제에 “으아악 내 손, 내 발…”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유치찬란하기 그지없다. ‘오덕스러움에 대한 저항력’(3)이 없는 유저라면 30분도 버티지 못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내레이터가 굉장히 진지한 목소리로 이 대사를 하나하나 말한다고 상상해 보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_-;)

 

게임 시스템에 아예 ‘모에킬’이 있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이건 다르게 말하자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이쪽 계통 문화를 즐길 줄 알고, 또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모에’(4)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무겐소울즈>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밑에서 말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손발의 오글거림만 참을 수 있다면 이 게임의 재미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아니, 뭐 사실 이 정도는 이제 약과 아니겠습니까?

 

일본 고전 RPG의 클리세를 비트는 요소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2) 게임을 하다 보면 번역자도 포기했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_-;)

(3) 전문용어로는 ‘항마력’이라고도 한다.

(4) 일본어로 ‘싹트다’에서 나온 전문용어. 특정 대상에 열광하고 푹 빠진다는 뜻이라고 이해하자.

 

 


[은근히 연구하고 몰두할 게 많은 RPG]

 

<무겐소울즈>는 이 ‘오덕스러움’이라는 껍질만 벗기고 보면, 전반적으로 게임의 뼈대 자체는 잘 만든 RPG다.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스토리를 순서대로 따라가는’ 일직선 진행의 RPG라고 할 수 있는데, 은근히 이것저것 할 게 많고, 즐길 거리도 많고, 콜렉션 같은 ‘파고들기’ 요소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이 게임의 백미는 바로 전투다. 캐릭터의 턴이 돌아오면 다양한 커맨드를 입력하는 전투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지만, 단순히 공격 커맨드를 입력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전략적으로 전투를 풀어 나갈 수 있다.

 

적들을 부하나 아이템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에킬’, 필드에 있는 다양한 ‘크리스탈’을 이용한 속성변화,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사용할 수 있는 동료들 간의 ‘연계공격’, 스킬을 통한 ‘날려버리기’, 그 날려 버리기를 통한 다양한 연계효과 등등.

 

전투를 풀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전투를 반복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적어도 여태까지 컴파일하트가 선보였던 RPG 중에서 전투 시스템만큼은 가장 잘 만들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주인공인 슈슈는 ‘백치미, ‘말괄량이, ‘과묵 등 총 8가지 속성의 히로인 중 하나로 변신할 수 있고, 해당 속성에 맞는 적들을 ‘모에킬을 통해 부하로 만들 수 있다. 뭔가 다른 RPG에서도 볼 수 있는 ‘속성 맞추기’ 전투 시스템이긴 한데 묘하게 천박한 느낌이다?

 

조건만 맞으면 발동하는 연계공격. 강력한 대미지를 준다.

 

필드에 놓여 있는 크리스탈을 박살내면 발동하는 피버 모드. 크리스탈이 어떤 속성인가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나타난다.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스킬은 ‘날리기 효과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적들을 원하는대로 날려버려서 대미지를 주거나 필드에 놓인 크리스탈을 파괴할 수 있다.


일반적인 필드 전투 외에도 <슈퍼로봇대전>이 연상되는 전함전투도 준비돼 있다.

 

 


[취향만 맞으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렇다고 <무겐소울즈>A급으로 잘 만든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PS3라는 콘솔 플랫폼에서 구현한 PS2 수준의 풀 3D 그래픽은 빈말로라도 ‘퀄리티 높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을 보여준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이렇게 시대를 역행하는 그래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 돌입과 장면 전환 등에 있어서 로딩이 제법 잦다는 것이다. ‘못 해먹겠다’ 수준으로 로딩이 길고 잦지는 않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로 신경이 거슬리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의 특성상 전투가 많이 발생하는데 로딩이 잦은 편이라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인데,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11월 현재를 기준으로 DLC(다운로드 콘텐츠)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컴파일하트 게임은 예전부터 무료·유료 DLC를 통해 초보자들에게 게임머니와 고급 아이템을 제공해 게임을 더 쉽게 풀어 나가도록 하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셧다운제의 여파로 PSN에 접속할 수 없고, DLC 역시 전혀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유저들은 본의 아니게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DLC로 배포하는 각종 특전 아이템이나 갤러리 언락 같은 기능도 이용할 수 없다.(주5)

 

다양한 콜렉션 요소가 있어 끝장을 보고 싶다면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무겐소울즈>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다. 또 ‘취향의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취향의 벽을 넘을 수 있다면 제법 오랫동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RPG이기도 하다.(이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엔딩을 기준으로 대략 50시간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파고들기를 원하면 200시간 +@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한글로 즐길 수 있는 PS3 RPG, 다소 클래식한 느낌의 RPG를 원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 즐겨볼 만할 것이다.

 

(5) 일단 CFK는 한국 PSN이 다시 열리면 해당 DLC 콘텐츠들도 모두 배포한다고 밝힌 상태다. 아직 PSN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