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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풍부한 콘텐츠와 휴먼 스토리, 헤일로4

Xbox360용 FPS게임 헤일로4 리뷰

전승목(아퀼리페르) 2012-12-07 09:57:00

 

Xbox360를 대표하는 FPS게임 <헤일로 4>를 통해 마스터 치프가 5년 만에 돌아왔다. <헤일로 4>는 전작을 개발한 번지 스튜디오가 아닌 343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첫 타이틀이자, ‘재생자’ 3부작의 첫 이야기이다.

 

새롭게 <헤일로> 시리즈를 내놓은 343 인더스트리는 “마스터 치프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한 스토리, 매주 추가되는 혐동 미션, 캠페인의 체험을 그대로 계승한 경쟁 모드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해 전작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물은 어땠는지 하나씩 살펴보겠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눈이 즐거운 블록버스터급 슈팅게임

 

첫 플레이 소감부터 말한다면, <헤일로 4>는 볼거리가 강조한 FPS게임이었다. 캠페인 미션은 주인공 마스터 치프가 등장하는 영상부터 시작하고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스터 치프를 적이 위협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영화 못지않게 정교한 CG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스케일이 큰 전투도 준비돼 있다. 거대한 전차를 타거나, 중화기로 무장한 로봇 ‘멘티스’에 타는 미션이 대표적인 예다. 우주비행선 ‘브로드소드’를 타고 외계인의 거대 전함 속에서 곡예비행을 하는 미션도 있다. 덕분에 현대전을 무대로 하는 FPS게임과는 다른 볼거리를 만끽할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게다가 프레임 저하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최적화가 잘돼 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수많은 외계인들과 육박전을 벌이든, 거대 로봇을 타고 전함들을 격추하든, 어떤 화려한 활약을 펼쳐도 플레이 화면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였다.

 

화려한 광원효과로 무장한 그래픽인데도 프레임이 떨어지는 현상이 없었다.

 

 

■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전투

 

<헤일로 4>의 캠페인 미션은 일방통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미션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클리어해야 하고,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 가면 ‘전투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조합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복해서 플레이하면 어느 위치에 어떤 외계인이 등장할지 뻔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헤일로 4>가 단조로운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항상 다른 방법으로 전투를 풀어 나가는 변화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플레이어는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인류의 무기는 물론, 처치한 외계인의 무기도 자유롭게 주워서 쓸 수 있다.

 

자신의 전술에 따라 적의 무기를 다양하게 빼앗아 쓸 수 있다.


잔탄이 부족하면 다른 외계인에게서 무기를 빼앗으면 그만이다. 전투를 수행하다 보면 저격형 라이플, 돌격형 라이플, 근접무기, 중화기는 물론, 설치형 개틀링 포를 뜯어내서 사용하기까지 한다. 무기를 바꿔 가며 싸우는 일이 많다 보니 같은 종류의 외계인들과 싸우게 되도 지루함이 덜했다.

 

무기뿐만이 아니다. 소형 전투기 ‘팬텀’, 떠다니는 무장차량 ‘고스트’, 곡사형 에너지탄을 쏘는 전차 ‘레이스’ 등 외계인의 탈것을 활용할 기회가 종종 주어진다. 조종석에 앉아 있는 외계인을 끌어내고 탈것을 탈취한 뒤에는 거침없이 전장을 누비며 적을 처치하면 그만이다.

 

 

■ 캠페인의 게임성 그대로, 멀티플레이 모드

 

지난 10월 한국에 온 343 인더스트리의 크리스 할룩스 수석 디자이너는 “캠페인 미션의 체험을 그대로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를 개발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는데, 그 말 그대로 멀티플레이 모드가 구현됐다. 캠페인의 스토리와 연출은 ‘스파르탄 옵스’ 모드가, 다양한 방법으로 전투를 해결하는 게임성은 ‘모의전’(war game) 모드가 이어받았다.

 

스파르탄 옵스는 1주에 1개씩 새로운 미션이 업데이트되는 협동(Co-op) 모드다. 에피소드마다 시네마틱(CG) 영상이 추가되고, 영상 속에서는 캠페인에서 마스터 치프를 도와줬던 사라 팔머 중령과 토마스 라스키 함장이 활약한다. 에피소드3에서는 마스터 치프를 배출한 ‘스파르탄 프로젝트’의 책임자 헬시 박사도 등장한다. 이들은 <헤일로 4>에 나타난 새로운 적 ‘프로미시안’(Promethean)에 대해 조사하며 외계인과 대립하게 된다.

 

캠페인에 등장한 인물 사라 팔머 중령. 스파르탄 옵스에도 나온다.

 

스파르탄 옵스에서 플레이어는 토마스 함장의 함선 ‘인피니티 호’에 소속된 특수부대원 스파르탄-IV가 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외계인들의 전차를 탈취해 평야에서 전차전을 벌이거나, 불시착한 해병들을 구하기 위해 구조선이 올 때까지 방어에 나서는 등 화려하면서 극적인 전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캠페인 미션과 완전히 같다.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이 마스터 치프가 아니라는 것뿐이다.

 

스파르탄 옵스의 미션은 최대 4명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지만, 난이도를 낮춰서 혼자 해도 된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싱글플레이 미션을 즐기고 싶을 때 메인 캠페인을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스토리와 캠페인에 버금가는 재미를 주는 전투가 준비된 ‘스파르탄 옵스’를 즐기면 된다.

 

스파르탄 옵스는 새로운 미션과 캠페인 못지않은 스토리 영상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들끼리 총격전을 펼치는 ‘모의전’ 모드에서는 캠페인에서 활용한 전투방법을 고스란히 써먹을 수 있다. 캠페인에 나온 총기를 활용할 수 있고, 위력이 아주 강한 중화기나 특수무기는 킬을 기록해서 포인트를 쌓으면 얻을 수 있다.

 

모의전에서는 마스터 치프가 사용하는 ‘아머 어빌리티’도 활용할 수 있다.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형성하고, 투명화해서 적의 등뒤로 몰래 접근에 목을 꺾어버리거나, 투시 스킬로 적의 위치를 파악해 기습 공격을 하는 등 캠페인에서 유용했던 전술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아머 어빌리티로 상대의 공격을 막는 모습.
 

모의전은 4:4 PvP 모드 ‘인피니티 슬레이어’, 8:8 PvP 모드 ‘빅 팀 인피니티 슬레이어’, 좀비 모드 ‘플러드’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빅 팀 인피니티 슬레이어에는 온갖 특수장비들이 등장한다. 외계인들의 탈것은 물론 캠페인에서 외계인을 학살하는 데 쓰인 거대 전차, 중무장 로봇 멘티스도 탈 수 있다. 이처럼 멀티플레이 모드에서는 캠페인 부럽지 않은 치열하고 화려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캠페인에 등장한 거대로봇 멘티스는 ‘빅 팀 인피니티 슬레이어 모드에도 나온다.



■ 사전 지식이 없으면 몰입하기 어려운 스토리

 

<헤일로 4>의 스토리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헤일로 3>에서 외계생명체 ‘플러드’와 외계종교연합체 ‘코버넌트’를 이끄는 ‘사제’ 계급과 일전을 벌인 마스터 치프는 결국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명’ 호의 잔해에서 냉동수면 상태로 구조를 기다린다.

 


그로부터 4년 뒤, 마스터 치프의 파트너인 인공지능(AI) ‘코타나’가 그를 급히 깨운다. 갑자기 코버넌트의 잔당들이 여명 호를 습격한 것이다. 외계인 무리와 싸우던 마스터 치프는 ‘레퀴엠 행성’에 불시착한다.

 

그 곳에서 마스터 치프는 인류의 전함 ‘인피니티 호’의 신호를 감지하고, 구조를 받기 위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맨다. 수수께끼의 시설물에 도착한 마스터 치프는 시설 중심부로 가서 인피니티 호와 연락을 시도한다.

 

그러나 시설 중심부는 인피니티 호와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바로 인류에게 증오심을 갖고 잠들어 있던 고대종족 ‘다이드액트’를 봉인한 곳으로, 다이드액트가 탈출하기 위해 인피니티 호의 신호를 끌어들여 인간을 유인한 것이었다.

 

다이드액트의 노림수에 걸린 마스터 치프는 그의 봉인을 풀어 버렸고, 탈출에 성공한 다이드액트는 자신이 이끄는 군대 ‘프로미시안’과 고대 종족을 신으로 받드는 코버넌트들과 함께 지구를 공격할 뜻을 밝힌다. 그리고 생체를 데이터로, 데이터를 생체로 바꾸는 고대종족의 유물 ‘컴포저’를 이용해 모든 인류를 데이터로 변환해 말살하겠다는 잔인한 계획까지 세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헤일로 4>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헤일로 4>에 나오는 공공의 적, 다이드액트.
 

우주선 펠리칸을 타고 다이드액트를 저지하러 가는 마스터 치프.
 

초능력을 쓰는 다이드액트와 마스터 치프의 대결, 결과는?

 

<헤일로 4>의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마스터 치프가 우연히 불시착한 행성에서 인류를 없애겠다는 적이 등장하고, 마스터 치프가 그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왜 마스터 치프가 우연히 불시착한 행성에 ‘다이드액트’란 적이 봉인돼 있었고, 왜 그는 굳이 인류를 처치하려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이드액트의 정체와 목적은 소설 <헤일로: 선조> 3부작, 헤일로 10주년 기념영상 <터미널>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5분 정도의 설명밖에 들을 수 없다.

 

한마디로 <헤일로 4>만으로는 마스터 치프와 다이드액트의 대결을 100% 이해할 수 없다. 시나리오 영상이 눈을 즐겁게 할지는 몰라도, 그 내용이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헤일로> 시리즈에 해박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부실해 아쉬운 대목이다.

 

 

■ 난해한 스토리 속에서 빛을 발한 마스터 치프의 인간미

 

다행히 코타나와 마스터 치프를 다루는 스토리는 사전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다. 코타나는 1편부터 마스터 치프를 보좌하던 AI로, 예상 수명은 7년에 불과했는데 8년째 기동해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서 <헤일로 4> 내내 코타나가 마스터 치프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때때로 마스터 치프에게 폭언을 하는 등의 장면이 반복된다.

 

평균 수명 7년을 넘어 8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코타나.


심지어 코타나는 마스터 치프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기까지 한다. 심지어 마스터 치프가 중요한 임무를 달성하려는 순간, 코타나가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키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는 상황도 벌어진다. 전작과 달리 코타나를 믿음직스러운 파트너로 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전작들과 달리, <헤일로 4>에서는 코타나가 마스터 치프를 위기에 빠뜨리곤 한다.


그럼에도 마스터 치프는 꿋꿋이 코타나를 편들어 준다. 정신이상을 일으킬 때마다 코타나를 위로하고, 코타나를 폐기하라는 앤드류 함장의 명령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물론 명령을 우선시하는 군인이 전우를 지키기 위해 신념을 접는 장면은 여느 영화, 소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긴 하다. 그러나 성우들의 열연과 영화 같은 CG 영상, 주옥같은 대사가 어우러진 덕분에 마스터 치프의 인간적인 행동이 플레이어에게 와 닿는다.

 

코타나는 자신을 데려가려는 마스터 치프의 말에 울음을 터뜨린다.

 

이러한 스토리는 전작과 사뭇 다르다. 마스터 치프의 영웅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춘 전작에서는 “이 전쟁을 끝내러 왔습니다”는 대사가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헤일로 4>에서는 코타나를 두고 갈 수 없다는 마스터 치프의 말에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라고 울먹이는 코타나의 대사가 기억이 남는다. 웅담보다 인간적인 이야기에 무게를 실은 덕분에 <헤일로 4>에서는 전작들과 전혀 색다른 기분으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 새로운 3부작의 시작, 혼자 남은 영웅의 고뇌

 

<헤일로 4>는 여러 의미로 가능성을 보여준 ‘새로운 3부작의 첫 타이틀’이다. 전작을 개발한 번지 스튜디오가 아닌 343 인더스트리가 개발을 맡았지만, 풍부한 볼거리와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는 전투로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성을 살려냈다.

 

‘전설’ 난이도 엔딩에서 공개된 마스터 치프의 맨 얼굴.

 

스토리는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헤일로> 시리즈 특성상 전달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전작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잘 살려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여러 가지 남은 이야기들도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3부작의 첫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