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게임 드라마’를 표방한 MMORPG <삼국지를 품다>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이 게임은 정통 삼국지의 기반 위에 클라이언트 게임에서나 볼법한 그래픽과 콘텐츠, MMORPG와 영지경영 게임의 융합, PC와 모바일 모두를 아우르는 플랫폼 등 여러 요소가 한데 뒤섞인 욕심 많은 타이틀입니다. 과연 이러한 요소들의 융합은 성공적이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한 편의 대하 사극! 클라이언트급 웹 MMORPG
<삼국지를 품다>는 클라이언트 설치 없이 즐길 수 있는 MMORPG입니다. 몇 GB 단위의 클라이언트 없이도 약간의 대기시간을 감수하면 (모바일이라면 관련 애플리케이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죠.
웹게임이 PC 온라인게임에 비해 부족하다는 인식은 <삼국지를 품다>에 한해서는 잠시 접어 둬도 좋을 듯합니다. 수준급의 3D 그래픽과 클라이언트 게임 못지않은 콘텐츠 볼륨은 <삼국지를 품다>가 내세우는 ‘진정한 멀티플랫폼’ 게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게 해주죠.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고풍스러운 맛이 있는 스토리와 이에 관련된 연출입니다. <삼국지를 품다>는 중요한 전투마다 일반 전투와는 차별되는 대규모 ‘전략전투’의 전장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이벤트마다 100% 더빙된 ‘컷신(인 게임 영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방대한 분량의 인 게임 영상은 어지간한 중량급 타이틀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힘든 연출이죠.
<삼국지를 품다>는 그 이름처럼 ‘정통 삼국지’를 표방합니다. 미련할 정도로 인자한 유비, 강직하고 충성스러운 관우, 급하지만 호방한 성격의 장비 등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원작 <삼국지연의>의 성격 그대로입니다. 게임의 진행도 <삼국지연의>의 이야기를 따릅니다. 앞서 말한 인 게임 영상 연출과 정통 <삼국지연의> 스토리의 결합은 유저에게 한 편의 사극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 주죠.
물론 게임이 <삼국지연의>의 이야기만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주역 3인방 외에도 손견이나 장각 삼형제 등 주요 주·조연들에 관련된 이야기도 서브 퀘스트 형태로 존재하고, 후한 말의 정세나 주요 인물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퀘스트도 다수 있어 삼국지의 세계관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서브 퀘스트는 관련 에피소드를 완료할 때마다 장수들의 능력치를 승급시킬 수 있는 재료를 줘 콘텐츠 활용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삼국지연의> 중심의 스토리라인은 어떤 의미에선 양날의 칼이기도 합니다. <삼국지>라는 콘텐츠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유저에게 이 스토리는 매력적이지만, 이미 관련 콘텐츠를 충분히 접한 유저는 지루할 수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서브 퀘스트도 <삼국지> 기반 스토리라는 태생과 너무 ‘많은’ 콘텐츠 양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 두뇌전과 채력전의 경계, SRPG 방식의 전투
<삼국지를 품다>는 SRPG식 전투와 MMORPG의 진행이 결합된 형태의 게임입니다. 필드에서는 자유롭게 캐릭터가 돌아다니다가 적과 만나면 전투 전용 맵에서 SRPG 스타일의 전투가 벌어지죠.
등장하는 캐릭터는 무기에 따라 크게 네 가지 특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도검류는 상대의 좌우 적을 함께 공격하고, 창은 적을 관통하기 때문에 바로 뒤에 있는 적도 공격할 수 있죠. 이러한 공격 특성 외에도 캐릭터의 스킬 또한 무기에 귀속되기 때문에 장수 개개인의 특성은 네 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SRPG 특유의 다양한 유닛 특성과 상성 관계는 다소 약한 편이죠.
하지만 <삼국지를 품다>가 전투가 잦은 MMORPG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특성은 MMORPG와 SRPG의 경계를 잘 잡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정된 유닛 특성으로 인해 게임의 전략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전투 하나하나에 소모되는 피로도가 낮아 계속 플레이해도 부담이 덜하죠. 아마 일반적인 SRPG마냥 꼼꼼하게 전투가 기획됐다면 전투 자체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오래 즐기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또한 유닛의 특성이 한정된다고 전략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삼국지를 품다>는 부족한 유닛 특성과 상성을 ‘협공’과 ‘전황의 변화’로 극복했습니다.
협공은 군주 캐릭터(삼국지 등장인물이 아닌, 유저 고유의 캐릭터)가 공격할 때 주변의 아군이 함께 공격하는 시스템입니다. 자신의 공격범위에 있는 적을 군주와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아군의 배치가 중요해지죠. 이와 함께 전투 중 임의로 발생하는 적군의 증원,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중간보스는 전투를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RPG의 백미인 파티플레이는 어떨까요? 최대 3명의 유저가 함께할 수 있는 파티플레이는 30초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파티원들의 모든 행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삼국지를 품다>의 파티가 독특한 것은 솔로플레이와 파티플레이의 난이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티원의 수에 따라 적들도 그것의 곱만큼 증원되기 때문에 난이도 자체는 솔로플레이와 대동소이하죠.
다만 이런 식으로 증원된 적은 퀘스트를 진행할 때도 고스란히 처치한 적의 숫자에 반영되기 때문에 빠른 퀘스트 완료에 유용하죠. 또한 파티플레이를 할수록 쌓이는 파티 점수를 통해 특수 던전에 입장하거나 경험치 책 등의 보상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어 많은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파티플레이를 활용하는 편입니다.
파티플레이를 통해 SRPG 특유의 느린 진행과 유저 간 커뮤니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티플레이가 동료와의 ‘합’보다는 공격 일변도의 전투로만 진행되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입니다. 게임 중 30초라는 시간 안에 모든 파티원들이 명령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동료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결국 파티플레이는 자연스럽게 모든 파티원들이 자신의 부대와 가까운 적에게 돌격하는 식의 양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주유천하와 천하통일의 선택, 영지경영
<삼국지를 품다>는 MMORPG의 게임성에 영지경영류 웹게임의 요소를 더한 게임입니다. 유저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들과 함께 중원을 여행하는 동시에 자신의 영지를 경영하며 병사를 육성하고 천하통일의 대업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MMORPG와 영지경영은 전혀 다른 요소지만 <삼국지를 품다>는 이 두 가지를 긴밀하게 연결해 놨습니다. 중원 각지를 여행하며 성장한 군주의 레벨은 곧 자신의 영지가 성장할 수 있는 한계를 결정하며, 반대로 군주가 중원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영지에서 징병된 병사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퀘스트로 부여되는 각종 영지관련 자원이나 행위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죠.
<삼국지를 품다>는 이처럼 MMORPG와 영지경영류 웹게임의 문법을 합쳐 유저가 두 장르의 게임을 넘나들며 동시에 즐기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유저가 두 가지 요소에 모두 신경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라면 짬짬이 영지를 성장시키기만 해도 큰 불이익이 없습니다. MMORPG를 즐기다가 틈틈이 영지에 가서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을 증축해도 영지의 성장은 금세 군주의 성장까지 따라잡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유유자적하게 <삼국지를 품다>의 이야기를 즐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죠.
하드코어 유저라면 여기에 ‘출정’이라는 콘텐츠를 더할 수 있습니다. 출정은 다른 유저의 영지를 점령해 가며 천하통일을 하는 콘텐츠입니다. 물론 출정으로 상대를 이긴다고 해도 영지의 주인이 바뀌거나 하진 않습니다. 상대는 몇몇 건물이 망가지고 자원과 병력의 일부를 잃는 정도죠. 이런 과정을 거쳐 천하통일을 이루면 보상으로 모든 장수들의 레벨이 오르고 유용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의미가 없진 않지만 라이트 유저에게까지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강요할 정도의 보상은 아닙니다.
유저가 콘텐츠를 즐기게 하되 이를 강요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삼국지를 품다>의 영지 관련 콘텐츠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보여줬습니다. 자유롭게 천하를 유랑하고 싶은 유저라면 영주로서 최소한의 관리만 해도 되고, 야심 차게 천하를 움켜쥐려는 유저는 끊임없이 상대의 영지를 염탐하고 출정하면 됩니다. 보상으로 인한 콘텐츠 선택의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절묘한 균형 감각과는 별개로, 유저들 사이의 카르텔이 출정이라는 콘텐츠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출정은 동맹(일종의 길드)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동맹이나 동맹이 없는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큰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물론 동맹의 목적 중 하나가 동맹원의 보호와 지원이기 때문에 이를 무작정 나쁘게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약소 동맹이나 유저를 위한 보호책이 더 강했다면 더 많은 유저들이 출정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호로관을 돌파하라! 래더형 PvP ‘군영전’
<삼국지를 품다>의 PvP 중 하나인 ‘군영전’은 일종의 래더형 대전 콘텐츠입니다. 유저는 자신의 군주 캐릭터를 포함해 총 3명의 장수를 데리고 다른 두 명의 유저와 함께 상대의 관문을 먼저 돌파해야 합니다. 출정이 상대의 영지와 주둔군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겨루는 콘텐츠였다면, 군영전은 급변하는 전장을 파악하고 힘 싸움을 능숙하게 펼칠 수 있는 전술이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군영전에서는 MMORPG 모드와 달리 장수마다 고유 스킬이 존재합니다. 스킬로 인해 장수마다 개성이 차별되기 때문에 MMORPG 모드보다 더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죠. 단, 유저는 자신이 데리고 나간 2명의 장수를 직접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발석차를 점령하라’나 ‘적의 관문을 돌파하라’는 등 대략적인 방침만 전달할 수 있죠.
이런 진행 방법은 유저가 유닛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컨트롤할 수는 없게 했지만, 대신 동료들과 전략을 가다듬을 시간을 부여했습니다. 특히 군영전은 어떤 전장이라도 상대의 관문에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발석차가 배치돼 있기 때문에 동료들 사이의 역할분담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MMORPG 모드처럼 20초 안에 세 유닛을 모두 조종해야 했다면 동료와의 유기적인 협동은 요원한 일이 되었겠죠. 물론 대부분의 유저는 동료를 모집하면서 미리 역할을 분담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전황에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자신과 동료들의 장수 조합이 만드는 전체적인 전략, 임의로 선택되는 전장에서 즉시 정해지는 역할 배분, 인공지능(AI)과 상대 유저라는 변수는 군영전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난전으로 만드는 동시에, MMORPG 모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긴박감과 전략성을 선사합니다. 군영전 전적에 따라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매칭하는 것도 모드의 재미를 높이는 데 일조했고요.
장수들의 확실한 개성과 동료와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그동안 <삼국지를 품다>의 전투에서 느꼈던 허전함을 채워줬습니다. 일반 전투에 불만을 가졌던 유저라도 군영전에서는 의견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요.
■ ‘술은 많아도 술잔이 작다’ 아쉬운 멀티플랫폼 지원
<삼국지를 품다>는 개발 단계부터 PC와 모바일 모두를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힌 게임입니다. 실제로 현재 콘텐츠는 일부 차이는 있지만, 기기나 플랫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죠. 플랫폼이나 OS가 달라져도 100% 데이터가 공유되고,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기기에서도 대규모 전략 전투나 인 게임 영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의 인터페이스도 PC와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어 사용자 편의에도 신경을 썼고요.
휴대기기로의 플랫폼 확장은 게임의 상황을 수시로 전달해 유저를 더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출퇴근길 차 안에서 보고받는 침공 메시지는 피곤에 찌든 사회인을 순식간에 일국의 군주로 돌변하게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게임의 상황을 확인하고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가 원하기만 한다면 보다 깊이, 그리고 세세하게 즐길 수 있죠.
다만 이러한 시스템 차원의 지원과는 별개로, 휴대기기의 한계로 인해 플랫폼에 따라 즐기는 콘텐츠가 제한된다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유저가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PC와 달리, 휴대기기에서는 발열이나 배터리 소모량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콘텐츠를 즐기기 어렵거든요.
특히 배터리 소모는 모바일 기기에서의 플레이를 제한하는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플레이해도 배터리가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MMORPG 콘텐츠는 휴대기기에서는 온전히 즐기기 힘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PC에서는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MMORPG 콘텐츠를, 그리고 휴대기기에서는 소모시간을 짧지만 잦은 접속이 필요한 영지경영 콘텐츠로 플레이가 양분되는 경우가 많았죠. 시스템이나 콘텐츠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 문제로 인해 콘텐츠가 양분되다 보니 게임을 즐겁게 즐겼던 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깝더군요.
■ 잘 만든 비빔밥과 같은 게임
<삼국지를 품다>는 정통 삼국지라는 ‘밥’ 위에 SRPG와 MMORPG, 영지경영 게임이라는 서로 다른 ‘반찬’을 올려 비빈 게임입니다. 이질적인 네 재료들은 멀티플랫폼이라는 그릇 속에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며 먹음직스러운 한 그릇의 비빔밥으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이러한 융합을 위해 희생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피로도 문제로 축소된 SRPG 전투의 전략성이나 휴대기기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한 콘텐츠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죠. 최근 대두된 몇몇 버그는 모바일 지원과도 관련이 있고, 그에 대한 대처 또한 매끄럽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를 품다>는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정통 <삼국지연의>의 진중한 스토리와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이질적 요소들의 융합은 이 게임만의 매력일 겁니다. <삼국지>라는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유저, 혹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하는 유저에게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