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게임즈가 개발하고 NHN이 퍼블리싱하는 <데빌리언>은 2008년 <임모탈>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을 시작한 게임입니다. 핵앤슬래시 액션과 전투를 MMORPG에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지난 11월 27일 실체를 드러낸 <데빌리언>의 모습은 지난 5월에 출시된 <디아블로 3>와 비슷했습니다. 디아블로 및 아즈모단과 비슷한 몬스터까지 등장하면서 유저들 사이의 논란은 더욱 커졌죠. 그리고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에서 직접 체험해 본 <데빌리언>은 실제로 <디아블로 3>와 유사한 점이 많았습니다.
CBT에서 접한 게임성만 놓고 보자면 괜찮았습니다. 핵앤슬래시 액션에 최적화된 전투와 깔끔하게 구성된 인스턴스 던전, 각종 편의기능이 눈에 띄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창의성이 못내 아쉽더군요.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데빌리언>과 <디아블로 3>
<데빌리언>은 <디아블로>가 원류인 핵앤슬래시 방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쿼터뷰 방식에 마우스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화려한 스킬로 수많은 적들을 호쾌하게 쓸어버리는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디아블로>와 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대를 공격할수록 채워지는 분노를 활용한 스킬이나 적을 공격하면 떨어지는 붉은 구슬로 체력을 채우는 방식은 일반적인 핵앤슬래시 액션의 특징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자연스레 <데빌리언>을 하면서 <디아블로 3>가 떠오르더군요.
그 외에도 <데빌리언>에는 <디아블로 3>와 비슷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단순히 비슷한 느낌을 살렸다거나 참고한 수준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요. 예를 들어
<데빌리언>에서 추가 능력을 가진 챔피언 몬스터는 <디아블로 3>와 마찬가지로 몸 주위에 파란색 기운이 맴돌고 있습니다. 쌍수 검사가 칼날소용돌이를 쓰는 모습을 얼핏 보면 이게 <데빌리언>인지, 야만용사가 ‘소용돌이’(휠윈드)를 돌면서 싸우는 <디아블로 3>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심지어 필드에서 무작위로 나타나 높은 확률로 고급 아이템을 주는 <디아블로 3>의 보물 고블린과 흡사한 ‘보물 도굴꾼’이 <데빌리언>에 나오는 걸 보니 누군가 이 게임을 ‘김치블로’라고 비꼬아 불러도 할 말이 없겠더군요.
<데빌리언>의 보물 도굴꾼(위)과 <디아블로 3>의 보물 고블린(아래).
<데빌리언>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 핵앤슬래시 액션에 최적화된 게임성
<데빌리언>은 핵앤슬래시를 강조한 만큼 쿼터뷰 방식에 마우스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화려한 스킬로 수많은 적들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게 특징입니다. 복잡한 컨트롤이나 사전 지식은 크게 필요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주어진 적을 물리치고 아이템을 모아 오면 됩니다.
몰려오는 적들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됩니다.
<데빌리언> 전투의 느낌은 <디아블로>와는 조금 다릅니다. <디아블로>는 한 순간의 공격과 한 번의 스킬로 생사가 갈릴 만큼 속도가 빠르다면 <데빌리언>은 조금 여유가 있죠. 사냥 속도가 <디아블로>보다는 느리고 일반적인 MMORPG보다는 확실히 빠릅니다.
<디아블로>에 비하면 타격감이나 속도감은 덜하지만 충분히 핵앤슬래시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속도를 조금 늦추면서 전투에 대한 부담감도 줄였죠.
타격감과 액션도 괜찮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스킬을 계속 난사해야 하는데 액션의 동작이 큰데도 불구하고 어색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망 연출도 섬세합니다. 같은 몬스터라도 그대로 풀썩 쓰러지거나 일어나기 위해 애쓰다 사망하기도 합니다. 아예 머리와 몸이 따로 날아가기도 하고요.
<데빌리언>은 몬스터를 4마리 이상 한꺼번에 잡으면 처치한 몬스터의 수에 따라 이동속도 증가 등의 버프 효과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한 번에 많은 수의 적을 모아서 싸우려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다 더 스케일이 큰 전투가 벌어지게 되죠.
개체 수는 많지만 체력이 약해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모은 후 쓸어버리기 좋은 몬스터와 체력과 공격력이 강해 하나하나 신경 써서 싸워야 하는 몬스터가 던전이나 필드에 등장하는 비율도 적당합니다.
계속 같은 전투가 아닌 여러 패턴의 전투가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루함도 덜하죠. 확실히 전투에 있어서는 많이 신경 쓴 흔적이 엿보입니다.
한 번에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쓰러트리면 버프를 주는 등 1대 다수의 전투를 유도합니다.
■ 던전 간소화, 자동 길찾기 등 유저 편의성 강화
<데빌리언>이 <디아블로 3>보다 나은 점을 찾으라면 바로 편의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데빌리언>은 인스턴스 던전의 피로도를 대폭 줄였습니다. 던전은 하나의 길로만 이어져 있으며 맵의 구조도 하나에서 많아야 3단계로만 나눠져 있습니다. 덕분에 내려가는 계단을 찾기 위해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데빌리언>의 던전은 심플합니다. 헤매거나 길을 잃을 염려가 없죠.
그저 길을 따라 죽 내려가며 몬스터와 싸우고 보스를 쓰러트리면 됩니다. 몬스터를 모두 잡으며 내려간다고 해도 10분이면 대부분 던전의 보스까지 잡고 나올 수 있죠.
맵에서 원하는 지역을 클릭하거나 퀘스트창에서 바로가기 버튼만 누르면 캐릭터가 알아서 이동합니다. 선제공격형 몬스터가 공격해 오더라도 자동이동은 풀리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약간의 공격을 받아도 가만히 서서 맞아 죽는 일도 없죠. 덕분에 캐릭터가 멀리 이동하는 동안은 잠시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귀찮다면 언제 어디서든 맵을 열고 마을에 있는 포탈을 누르면 바로 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맵에서 원하는 지역을 클릭하면 캐릭터가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합니다.
여기에 로그인할 때마다, 정해진 시간마다 보상 아이템을 주고 별도의 파티를 맺을 필요없이 참가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차원의 균열’ 등 게임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습니다.
■ 이제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데빌리언>을 해 보면 <디아블로 3>가 생각날 정도로 두 게임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폄하하기에는 첫 CBT에서 확인한 <데빌리언>의 퀄리티가 괜찮았습니다. 핵앤슬래시 액션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고, 그를 통한 나름의 재미도 있죠.
<디아블로 3>가 아닙니다.
퀘스트도 병자를 치료하기 위해 약초를 캐서 오거나 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구해 오는 등 사냥 일변도에서 벗어났고, 같은 지역에서 받는 퀘스트는 거의 동시에 끝낼 수 있도록 동선을 최대한 줄이며 지루함을 없애려 노력했더군요.
아직 1차 CBT이지만 전투 시스템은 잘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데빌리언>만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