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6일까지 <건즈 2>의 2차 테스트가 진행됐습니다. <건즈 2>는 2004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3인칭 슈팅(TPS) <건즈 더 듀얼>로부터 8년 만에 나온 후속작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근접 무기와 총을 자유롭게 쓰고, 벽을 타고 질주하는 ‘벽 타기 액션’을 구사할 수 있는 게임이죠.
이번 공개형 테스트에서는 전작의 벽 타기 액션뿐만 아니라 필살기 시스템과 PvE 모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작의 특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콘텐츠와 시스템을 더한 <건즈 2>의 인상을 체험기로 정리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벽 타기 액션과 칼부림은 전작 그대로!
전작 <건즈 더 듀얼>은 특이한 슈팅액션게임이었습니다. 엄폐물로밖에 안 보이는 벽을 타고 질주하고, 나이프만 주로 쓰는 다른 게임과 달리 다양한 근접무기를 이용해 근접전을 벌일 수 있었죠. 칼로 총알을 막으며 전진하거나, 올려베기로 상대를 공중으로 띄운 뒤 총으로 마무리하는 것처럼 적을 제압하는 액션 스타일도 풍부했고요.
덕분에 전작은 총만 주로 사용하는 밀리터리 슈팅게임과 다른 경험을 주는 신선함이 있었고, 벽 타기 액션과 근접공격으로 상대를 처치하는 화려한 볼거리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건즈 2>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이 없는 지형은 벽을 타고 통과하고, 막다른 길에서 적을 만나도 벽을 타고 이동해 상대의 등 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칼로 올려 친 뒤 총으로 마무리하는 근접전도 그대로 구현됐고요.
전작처럼 캐릭터가 움직일 때 생기는 딜레이를 캔슬하는 요령이 허용되지는 않았지만, 밀리터리 슈팅게임과 차별되는 게임성과 현란한 조작에서 나오는 화려한 액션을 보니 바로 전작이 떠오르더군요. 그만큼 <건즈 2>는 전작과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전작에도 등장한 백작 저택 맵에서 벽 타기를 시도하는 모습.
■ 상대의 허를 찔러 승부를 내는 묘미
전작과 닮은 점이 많아서 그런지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비슷했습니다. 바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하고, 스릴과 우월감을 만끽하는 묘미죠.
실제로 눈앞에서 적을 만나면 처치할 방법이 한두 가지만 떠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슈팅게임처럼 무빙샷과 점프샷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도 있고, 대쉬해서 상대를 올려 친 뒤 총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죠. 근접전과 심리전에 강하다면 상대가 큰 동작으로 공격할 때 슬쩍 피하고 반격하는 스릴도 즐길 수 있습니다.
벽 타기 액션에 자신이 있다면 상대의 등 뒤로 돌아가 처치하는 방법도 써도 되고요. 잘만 하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멋지게 적을 처치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벽에 매달려 있다가 지나가는 적을 덮치는 플레이도 가능하고요.
이런 화려한 조작으로 적을 처치하면 상대를 처치하는 쾌감을 만끽하고,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게 됩니다.
벽에 매달려 있다가 밑을 지나가는 적을 덮치는 플레이도 여전히 가능하다.
필살기 시스템까지 활용하면 전투하는 재미가 배가 됩니다. 싸우다 보면 화면 왼쪽 아래의 게이지가 가득 차고 캐릭터에게서 푸른색 기운이 넘쳐나는데, 이 때 상대를 즉사시키는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에게 몰렸을 때 쓰면 단숨에 멀티킬을 기록하고 위기 상황을 역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필살기 게이지가 다 찼을 때는 심리전도 가능합니다. 자신의 몸에 푸른 기운이 돌고 있으면 상대가 필살기를 맞을까봐 근접공격을 꺼리거든요. 그 때 재빨리 총을 뽑아 물러서는 적을 처치하고 다른 적에게 필살기를 사용하는 전략도 쓸 수 있습니다. 필살기가 생긴 덕분에 상대를 속이는 재미가 추가된 것이죠.
실드 트루퍼의 필살기. 땅을 찍는 범위 공격으로 주변의 적을 날려버린다.
■ 어려운 벽 타기 액션, 만만치 않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조작 실력이 있어야 멋진 액션을 구사할 수 있는데, 여러 조건이 많아서 멋지게 활약하기 어렵다는 점이죠. 특히 <건즈 2>의 핵심인 벽 타기 액션조차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벽 타기 액션을 하다 보면 툭 튀어나온 장애물을 만나는데, 여기에 잘못 걸리면 시야가 크게 흔들리거나 캐릭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잘못하면 아래로 떨어질 수 있고요. 여기에 오류까지 겹치면 더욱 난감해집니다. 좁은 실내에서 벽을 타다 보면 시야가 당겨졌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문제가 나타나거든요.
좁은 곳에서 벽을 타면 카메라가 비정상적으로 당겨지기도 한다.
탈 수 없는 벽이 직관적으로 표시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높은 벽과 같은 특정 지점에서 벽 타기를 시도하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거나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길을 잘 모르는 초보자가 벽 타기를 잘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황당한 일을 종종 겪게 됩니다.
이와 같은 악조건이 겹치면 벽 타기에 신경 쓰다가 시야에서 적을 놓치고 낭패에 빠지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벽 타기 액션이 게임의 재미 요소가 아닌 짜증 요소로 돌변하는 순간이죠.
그렇다고 벽 타기 액션을 활용하지 않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벽을 타지 않으면 필살기나 다른 수단으로 다른 유저를 상대해야 하는데, 한정된 수단만으로 싸우다 보면 숙련된 유저에게 밀리기 마련이거든요.
또한 <건즈 2>의 가장 큰 개성이 벽 타기 액션인데, 어렵고 불편하다고 쓰지 못하면 무난한 TPS 게임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요. 유저의 실력에 따라 게임의 특성이 묻힐 수 있다는 점은 어떻게든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 공들인 PvE 모드, 협동의 재미를 기대하자
<건즈 2>에는 유저들과 경쟁하는 PvP 모드만이 아니라 유저들과 협동해서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PvE 모드도 있습니다. PvE 모드는 미션의 의의를 설명하는 시나리오 영상이 나오고, 졸개 몬스터를 처치하며 전진하고, 보스를 쓰러뜨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PvE 모드는 공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공공의 적인 ‘애덤 기업’을 막는 스토리를 시나리오 영상으로 쉽게 풀어서 전달해 주고, 개성 있는 패턴을 갖춘 보스 몬스터도 내세웠고요. 그중에는 거대한 로봇도 있고, 일정 이상 피해를 입으면 변신을 하는 장군도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넘길수록 공략하는 맛이 있는 적이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PvE 모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론슨 대령(남)과 애밀리(여).
<건즈 2>의 특성을 살리려는 시도도 인상 깊었습니다. 보스 몬스터 중 ‘구스타프’라는 거대 로봇이 있는데, 파괴하려면 벽 타기 액션을 활용해야 합니다. 로봇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 머리 위의 제어 장치를 부숴야 하거든요. 보스를 처치하는 중요한 순간에 게임의 개성을 살리는 상황이 나오니, <건즈 2>다운 PvE 모드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벽 타기 액션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보스 몬스터 ‘구스타프’.
단, PvP 모드에서 유저가 움직이는 양상과 PvE 모드에서 인공지능(AI)이 움직이는 양상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PvP 모드에서는 벽 타기 액션 때문에 어디서든 상대의 기습을 받을 수 있는데, PvE 모드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적들이 정직하게 정면에서 달려들거든요. 마치 자길 잡아달라고 강력히 호소하는 것처럼요.
향후 업데이트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현재 PvE 모드는 PvP 모드를 위해 실력을 키우는 콘텐츠라기보다, 별도의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에 가까워 보입니다.
일정량의 피해를 받으면 변신하는 보스 몬스터 ‘알렉세이’.
이번 2차 테스트를 통해 <건즈 2>가 전작의 특징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좋은 점만이 아니라 나쁜 점도 이어받았다는 것, 그리고 나쁜 점이 좋은 점을 가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벽 타기 액션과 근접전에 서투른 상태로 <건즈 2>를 했을 때는 게임에 흥미를 붙이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게임 소개 영상에서 화려한 전투장면이 나와도, 나 자신이 화려한 액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몰입이 안 됐거든요. 앞으로는 더 많은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거나,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게임으로 발전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