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파크에서 개발하고 CJ E&M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축구게임 <차구차구>가 지난 28일 프리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마치고 정식 OBT 준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흔치 않았던 ‘11:11 정통축구’를 소재로 한 이 게임은 SD 캐릭터들의 캐주얼한 플레이와 스킬을 활용하는 독특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온라인 축구게임들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SD 캐릭터? 하지만 우습게 보면 다친다
<차구차구>는 현실과 동일한 11:11의 규칙을 가진 축구게임이다. 2등신의 SD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왠지 겉모습만 보면 과거 아케이드 게임센터(오락실)에서 인기를 끌었던 <세이부 축구> 같은 캐주얼한 축구게임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말자. <차구차구>는 단순히 게임성만 보자면 <세이부 축구>보다는 <피파>나 <위닝일레븐> 시리즈 쪽에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유저의 컨트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 명의 선수가 여러 명의 수비수를 화려한 드리블로 제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골을 많이 넣기 위해서는 패스와 공간 찾기 등을 적절히 활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며, 선수의 특성에 맞는 전략과 전술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축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뜻이다.
당연하지만 이 게임에 ‘불꽃~ 슛’ 같은 필살기는 없다. 마찬가지로 백태클을 하면 대부분 바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이다. (-_-;)
다만, 그렇다고 해서 <차구차구>가 <피파>나 <위닝일레븐> 시리즈 등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사실적인 축구를 지향하기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캐릭터가 2등신 SD로 표현돼 선수들의 여러 가지 모션이 생략돼 있다. 세부적인 게임 플레이 또한 간략해져 있거나 SD 특유의 과장된 연출로 포장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걷어찬 지 얼마 안 되는 공이 선수와 충돌하면, 해당 선수는 약 99%의 확률로 과장된 포즈를 보여주면서 넘어진다.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는 세밀하게 트래핑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이 ‘자석에 붙는 듯한’ 느낌으로 받는다. 드리블할 때 역시 마찬가지로 ‘공이 발에 붙어 있는 듯한’ 느낌으로 공을 찬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세이부 축구>와 <위닝일레븐> <피파> 시리즈의 중간 느낌이랄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캐주얼한 축구게임과 리얼한 축구게임의 느낌을 적절히 섞은 듯한 인상을 받는다.
SD 캐릭터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와이드’로 설정하면 오히려 선수 구별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그냥 ‘역동적’ 카메라 상태에서 게임을 즐긴다.
아케이드게임을 연상시키지는 ‘피버 게이지’ 같은 시스템도 있다. 화면 하단에 표시되는 피버 게이지가 가득 차면 스킬의 효과가 좋아지는 식의 이득을 얻는다.
■ 누구나 쉽게 개인기를 활용한다, 스킬 시스템
<차구차구>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을 꼽자면 ‘스킬’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저마다 고유 스킬을 갖고 있는데, 플레이어는 Q 또는 E 키를 눌러 간편하게 스킬을 쓸 수 있다. 선수의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스킬이 생기는데, 스킬은 최대 2개를 골라서 활용할 수 있다.
키 하나면 간편하게 발동하기 때문에, 이른바 ‘손이 느린’ 유저 또한 얼마든지 고수 못지않은 멋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을 사용하면 발밑에 빛이 반짝이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킬이 무슨 필살기 같은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2:1 패스, 얼리 크로스, 로빙 슛, 드라이브 슛, 스텝오버 같은, 다른 게임에서는 조작하기 까다로운 각종 개인기나 기술을 ‘스킬화’해서 구현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2:1 패스의 경우, <피파> 같은 게임에서는 상황에 따라 2~3개의 키를 타이밍에 맞춰 순서대로 정확하게 입력해야 발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까다롭다.
하지만 <차구차구>에서는 그냥 달리다가 스킬 키를 누르면 근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고 추가 조작이 없어도 바로 되돌아오는 공을 받게 된다. 스핀턴과 스텝오버 같은 각종 드리블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선수를 선발할 때는 능력치와 함께 보유한 스킬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스킬 시스템 덕분에 <차구차구>는 전체적으로 ‘스킬 활용’의 중요성이 다른 게임에 비해 중요하게 다가온다. 물론 스킬을 사용한다고 해서 100% 골로 연결된다거나, 무조건 2~3명의 수비수를 제친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굉장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킬은 선수들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다르며, 최대 2개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효과도 가져온다.
다시 말해 같은 포지션에 비슷한 능력치를 가진 선수라고 해도 어떠한 스킬을 가졌는가에 따라 그 활용 방법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는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는 스킬을 보유한 선수를 골라보는 재미를 <차구차구>에서 찾을 수 있다.
애니파크의 전작 <마구마구>는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소재로 하며, 지금까지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주요 선수들과 팀을 그대로 게임 속에 구현했다. 이는 <차구차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게임은 한국 프로축구를 소재로 하며, 주요 팀과 역대 유명 선수들을 ‘연도별 카드’ 방식으로 구현해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프로축구를 좋아하는 K리그 팬이라면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2003 시즌의 성남 일화 천마,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달성한 2006년 전북 현대 모터스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드림팀을 게임 속에서 모아 볼 수 있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이나 주요 코치들도 그대로 재현돼 있으며, 같은 소속팀 선수들을 일정 수 이상 모으면 <마구마구>와 마찬가지로 ‘세트덱 효과’가 발동돼 추가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모아서 나만의 K리그 드림팀을 꾸며 볼 수 있다.
쓸모 없는 노멀 등급의 카드는 모아서 보다 높은 등급의 카드로 교체할 수 있다.
물론 일장일단도 있다고, <차구차구>는 한국 프로축구 리그에 대한 구현은 잘 되어 있는 반면 해외 리그에 대해서는 경쟁 게임들에 비해 뒤처진다.
해외 리그 팀은 ‘아이스 라이온’(첼시), ‘퀸마드리드’(레알 마드리드), ‘런던 크루저’(아스날) 같은 식으로 모두 가상의 팀명으로 처리돼 있다. 국가별 리그의 구별도 없고, 그냥 유명한 팀들이 가상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리그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해외 리그 팀은 대부분이 실존하지 않는 팀명으로 표시돼 있지만, 그래도 카카나 호날두, 메시 같은 유명 선수들은 실명으로 나온다.
■ 무조건 좋은 선수카드가 능사는 아니다? 경기 수당
<차구차구>는 인공지능(AI) 팀들과 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싱글플레이 모드를 지원한다. 따라서 다른 유저와 대전하는 데 서툰 유저라도, AI와의 대전을 통해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경기 수당’의 존재다. 플레이어는 경기마다 출전하는 선수 카드의 등급에 따라 일정량의 게임머니를 수당으로 지불하게 된다.
좋은 선수카드를 많이 출전시키면 그만큼 수당을 많이 내야 한다. 따라서 무작정 높은 등급의 선수 카드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는 최적의 선수를 모으는 것과 전략을 짜는 것에 집중해야만 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경기를 치러야만 그만큼 많은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등급의 카드를 많이 배치하면 그만큼 경기 수당도 늘어나기 때문에 ‘효율’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 은근히 높은 퀄리티,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11:11 정통 축구게임’은 도전하기 힘든 장르라는 인식이 많았다. 축구게임에 대한 어떠한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십수 년 이상 노하우를 쌓고, 게임성과 기술을 탄탄히 쌓아 올린 외산 프랜차이즈 축구게임들과 정면에서 겨루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11:11을 소재로 하는 온라인 축구게임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피파>나 <위닝일레븐> 등으로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축구게임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차구차구>는 지금까지 나온 토종 11:11 축구게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SD 캐릭터와 스킬 시스템을 활용한 플레이로 차별화도 꾀했다.
키 하나로 간단하게 사용하는 스킬(개인기)이나 옵션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자동수비 등 초보자가 적응하기에는 확실히 경쟁작들에 비해 낫다.
다만, 애니파크의 첫 번째 축구게임이기 때문일까? 비교적 좋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도 많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AI(인공지능).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패드나 키보드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AI가 ‘멍청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차구차구>의 AI는 공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이른바 ‘오프 더 볼’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굉장히 안 좋다. 공격수들은 아무 생각 없이 적진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툭하면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확실한 쓰루패스 상황임에도 전방으로 뛰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심지어 쓰루패스를 받으려고 뛰던 선수가 가만히 서 있는 상대 수비수에 걸려서 제자리 뛰기를 하는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AI와 경기를 하다 보면 답답해질 때가 많다.
이번 프리 OBT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자동수비’ 옵션 역시 문제점이 많이 보인다.(이 옵션은 플레이어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비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수비가 어려운 초보자들을 위한 옵션) 상황에 따른 수비의 강약조절을 전혀 못한다고 할까?
실제로 자동수비 옵션을 켜면 이미 선수 2명이 레드카드를 받아서 퇴장한 상태에서도, 과감하게 백태클을 시도해 기어이 세 번째 퇴장을 당하는 등 보는 사람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수비를 쉴 새 없이 선보인다. 물론 자동수비는 초보자들이 활용하기 힘든 각종 수비 스킬을 AI가 알아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도 있지만, 이러한 문제로 인해 실제로는 잘 쓰지 않게 된다.
자동수비는 게임의 수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가 아니라면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축구게임에서 유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의 하나인 ‘중계(해설) 음성’ 또한 호불호가 엇갈릴 부분이다. <차구차구>는 아나운서+해설자 조합을 사용해 실제 방송 중계처럼 연출하는 다른 축구게임들과 다르게 ‘유로 여신’으로 알려진 KBS N 스포츠의 윤태진 아나운서를 기용해 ‘장내 아나운서+편파중계’ 콘셉트로 중계한다.
이런 중계음성은 전체적으로 의도는 좋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해 보면 그 재미가 떨어진다. 게임과는 상관없는 멘트가 너무 많고, 그나마 그 패턴이 다양하지 못하다. 멘트의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한 게임에서 똑같은 멘트를 여러 번 듣기도 한다.
필자는 도대체 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멋진 사람입니다’를 게임을 한 판 하는 데 몇 번이나 들어야 하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차구차구>는 SD 캐릭터들의 깜찍한 세리머니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운다. 실제로 보면 재미는 있다. 하지만 축구게임에서 세리머니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결론적으로 <차구차구>는 한국 프로축구를 좋아하는 게이머, 그리고 기존의 사실성을 중시하는 축구게임들과는 차별되는 색다른 재미의 축구게임을 원하는 게이머, 그리고 보다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적절한 축구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점도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 OBT를 준비하는 단계인 만큼 차차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