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플레이해 본 <라스트 오브 어스>는 생각보다 훨씬 처절했습니다. 조엘이 가진 총알은 아무리 아껴 써도 부족했고, 클릭커(CLICKER)는 단 일격에 조엘을 처치해 버립니다. 플레이하는 내내 잠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죠.
나중에는 러너(초기 감염자)와 클릭커(완전 감염자)의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고, 일부 기자는 사운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헤드셋을 벗었을 정도입니다. 대신 그만큼 ‘살아남았을 때’의 기쁨은 최고입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장르가 이처럼 와 닿을 때가 있을까 싶더군요.
모험심을 자극하는 <언차티드>와는 또 다른 재미. 너티독의 신작 <라스트 오브 어스>를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체험했습니다. 아직도 클릭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네요. 먼저 너티독 스튜디오에서 제공한 외곽지역 후반부의 체험영상부터 보시죠. /타이베이(대만)=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아시아 미디어를 대상으로 공개된 체험버전은 <라스트 오브 어스>의 초반부인 외곽지역 스테이지입니다. 조엘과 그의 과거 파트너였던 테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격리구역에 있던 엘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부군은 그런 조엘과 테스를 쫓고 있고, 셋은 정부군에 저항하는 파이어 플라이즈와 접촉해 몸을 의탁하려 하죠. 파이어 플라이즈와 만나려면 외곽지역의 도시 중앙까지 가야 합니다. 격리구역을 벗어나 외곽지역에서 도시 중앙까지 이동하는 게 체험버전의 스토리입니다.
게임을 시작하자 테스와 조엘이 의견차이를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엘리가 크게 화를 내고, 셋은 애매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도시 중앙으로 향하죠. 외곽지역은 무너진 건물투성이입니다. 곳곳의 도로는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파괴돼 있으며 그나마 서 있는 건물도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무너진 도로 사이에는 식물이 가득하고요.
일행이 이동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길을 걷던 조엘의 옷이 젖어오고, 조엘이 불편한 듯 손으로 어깨의 물방울을 털어내는군요. 좁은 길에서 엘리나 테스와 부딪히면 패드에 미약하게나마 진동이 옵니다. 짜증을 내는 엘리와 테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죠.
길은 이내 끊겼습니다. 여기서 버튼을 눌러 목적지를 바라볼 수도 있는데, 워낙 먼 곳에 있다 보니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저 건물에 나중에 도착할 거야’ 정도로 알려주는 의미랄까요? 달리 내려갈 길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로 향하는 창문이 보이네요.
■ 사무기구를 밀고, NPC를 끌어 올리고. 다양한 상호작용
건물 안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플래시를 켜고 플레이해야 하죠. 게다가 수시로 건물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균형을 잡으며 빠르게 이동해야 합니다. 원래는 사무실이었던 듯 곳곳에 테이프나 밴드 등의 재료가 가득합니다. 일단 되는대로 수집하며 이동합니다. 이후 다양한 곳에 쓰일 재료들이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자 클릭커 시체가 입구를 막고 있습니다. 버튼을 연타해서 시체를 뜯어낸 후 방 안으로 향합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밀거나 당겨서 길을 만들 수 있는 물체들이 많습니다. 멀쩡한 길(?)은 대부분 파괴돼 있으니 상황에 맞춰서 길을 직접 만들면서 이동해야 하죠.
사무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클릭커가 나타납니다. 급히 책상 아래에 숨으니까 클릭커를 유인하고 지나가라는 메시지가 나오네요. 오른쪽으로 병을 던지니까 클릭커가 그리로 이동합니다. 그 사이에 잽싸게 왼편으로 빠져서 벽을 타고 올라갑니다.
다시 높은 벽이 나오고 이번에는 아래에서 버튼을 눌러서 테스를 올려 보냅니다. 손으로 깍지를 껴서 위로 올려주는 방식으로요. 이어서 테스의 손을 잡고 엘리가 올라가고, 다음에는 테스가 조엘을 끌어올려줍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이렇게 NPC와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테스와 엘리, 두 명은 평소에는 그냥 따라다니다가 상황에 맞춰 반응합니다. 테스는 무기를 들고 전투에도 참가하죠.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정말 귀한 총알도 쏴줍니다.
올라가는 장소에서는 서로 끌어서 올려주거나 끌고 가는 게 가능합니다. 장소나 물건에 따라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셈이죠.
■ 적은 러너와 클릭커, 싸우기 전에 특징을 파악하라
길을 따라 계속 지하로 이동하면 러너와 클릭커가 다수 등장합니다. 체험버전의 첫 위기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적은 러너와 클릭커 두 종류로 나뉩니다. 러너는 감염의 1차 단계로 얼굴 일부가 곰팡이균에 의해 변형돼 있죠. 아직 눈이 남아 있어서 시야에 의존해 움직이며 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곰팡이가 더 심해지면 클릭커가 됩니다. 클릭커는 곰팡이균이 아예 얼굴을 다 덮은 상황입니다. 눈까지 가린 탓에 시력이 없습니다. 대신 음파를 쏘고 이를 들어서 위치를 파악하죠. 많은 걸 귀에 의존하기 때문에 소리에 매우 민감합니다. 아까 사무실에서 병을 던져 클릭커를 유인한 것도 이런 특징을 활용한 거죠.
러너는 근접공격으로 때려서 쓰러트리거나 뒤에서 단칼에 죽일 수 있지만. 클릭커는 불가능합니다. 클릭커에게 물리면 한 방에 죽어버리게 되거든요. 그래서 적의 위치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일단 시험 삼아 러너를 때렸더니 클릭커가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 옵니다. 실패. 다행히 <라스트 오브 어스>는 자동 저장(오토 세이브) 방식입니다. 두 번째는 클릭커를 병으로 유인하고 러너를 끌고 가 싸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러너와 싸우면 클릭커가 오고, 클릭커에게 병을 던지러 다가가면 러너가 달려오는 상황이라 열 몇 번을 도전한 끝에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클릭커는 적어도 총알을 4발 맞춰야 하는데 이 게임에서 총알은 정말 귀합니다. 이때까지 바닥만 보고 다녔지만 모은 총알은 5발. 한 방이 모자라서 죽는 경우도 다수더군요. 주변을 보니 다른 기자들도 수 십 번씩 죽고 있습니다. 클릭커 뒤에서 당당히 지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 서바이벌을 책임진다. 쉽고 사실적인 물자조합
감염자를 모두 처치하고 나면 무너진 길 때문에 계속 지하로 이동하게 됩니다. 반쯤 무너진 지하도까지 들어가게 되는데요, 가는 길에 또 많은 재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면 클릭커와 러너가 또 뭉쳐 있죠. 여기가 두 번째 고비입니다. 처음으로 조합이 필요한 장소죠.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각종 1차 재료를 모아서 제작(크래프팅)을 할 수 있습니다. 좀비물의 기본이죠. 재미난 점은 수집한 물건을 속성별로 구분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책상에 있는 테이프를 주우면 고정도구(Binding) 1개가 쌓입니다. 이걸로 물건 하나를 고정할 수 있다는 뜻이죠. 반면 노끈을 주우면 고정도구 2개가 쌓입니다.
시대가 시대다 보니 테이프와 노끈을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죠. 기능상으로는 둘 다 무언가 ‘묶는 것’일뿐이니까요.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유리조각이나 깨진 병, 칼날 등은 날붙이(Blade)로, 수건이나 옷 등은 천조각(Rag)으로, 술은 알코올로 계산됩니다. 다만 설탕, 화약, 건전지는 그대로입니다. 이건 뭐 물건을 분해해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플레이할 때는 해당장소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얻는 만큼 사실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조합할 때는 수많은 아이템을 관리할 것 없이 딱 7가지 물자만 관리하면 되다 보니 굉장히 편합니다.
조합할 수 있는 물건도 꽤 많습니다. 체험버전에서도 근접무기에 날붙이를 고정도구로 고정시켜서 업그레이드하거나 알코올과 천조각을 조합해 회복키트를, 알코올과 화약을 섞어 화염병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순히 도구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게임 진행 스타일도 달라지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근접무기를 먼저 강화하면 클릭커를 상대로도 총알 2발 정도를 쏜 후 병을 던지고 움찔하는 사이에 처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 날붙이와 고정도구로 ‘주머니칼’(Shiv)을 만들면 러너를 상대할 때 등 뒤에서 한 방에 목을 찔러 소리 없이 보내버릴 수도 있죠. 이러면 다른 적들이 몰려올 일도 없습니다.
조합법도 알아내야 하므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물자의 소중함은 진짜 질리도록 알게 되죠. 아오…. 총알. 아오…. 날붙이. 아오…. 물건 아까운 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유용할 듯합니다. 그런데 이거 청소년 이용불가잖아….
일단 필자는 지하주차장에서 화약과 알코올을 조합해서 화염병을 2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러너 한 마리를 두들겨 패서 일부러 소리를 내니 다른 클릭커와 러너가 몰려들더군요. 타이밍에 맞춰 화염병 2개를 던지니까 다들 불이 붙습니다. 그 사이 근접무기로 하나씩 처치할 수 있죠.
대부분 정리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클릭커를 처치하는데 하필 총알이 3발뿐. 병을 던져서 ‘맞추고’ 빈 틈에 총을 ‘쏴서’ 처치했습니다. 말이 쉽지 역시 3번 정도 반복한 후에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뭐가 어렵나 싶은 분이라면 영상의 플레이를 보세요. 그리고 그걸 ‘패드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주변을 둘러보니 산탄총이 보입니다. 산탄총은 위력이 강해서 클릭커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대신 총알이 더 귀하죠. 여기서는 딱 3발을 주는군요. 무너진 벽을 통해 지하를 탈출해서 다시 도로까지 올라갔습니다. 진짜 ‘살았다’라는 느낌이 절로 드네요.
마지막 접선장소로 가려면 클릭커 3마리를 지나야 합니다. 체험버전의 마지막 고비입니다. 뒤에 있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원래는 하나씩 끌어 오는 거라고 하네요. 다만 산탄총이 넉넉해서 싸우기로 했습니다. 몰려드는 클릭커를 산탄총으로 정리하는 데 마지막 발이 빗나가 버렸습니다.
일반 총알은 아까 주차장에서 모두 사용한 상황, 당황하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테스가 마지막 한 발을 쏴서 처치해 줍니다. 잊을만하면 도움이 되더군요. 막다른 장소에 도착하자 클릭커와 러너가 몰려오는 장면이 나오며 체험이 끝났습니다. 아마도 이후 파이어 플라이즈에 의해 구조되지 않을까요?
첫 체험버전을 마치고 나서 든 기분은 ‘정말 무섭다’입니다. 후련함보다는 (아마도 출시일까지) 클릭커와 러너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더군요. 일부러 무서운 부분만 즐긴 걸 수도 있지만 일단 체험버전만 보면 공포감이 굉장합니다.
놀라거나 잔인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은 없지만 분위기의 압박이 엄청납니다. 사방에서 클릭커가 우는(울부짖는 게 아님) 소리가 들리고, 굳은 관절을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벽에 반사돼’ 들립니다. 러너나 클릭커의 비명도 엄청나게 사실적이죠.
플래시 때문에 시야도 제한되고 무기도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갑갑함은 더합니다. 같이 체험한 기자들도 나중에는 지쳐서 헤드셋을 벗고 플레이할 정도였습니다. 진짜 불쾌할 정도로 찝찝한 기분이 이어지더군요. 호러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합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공포에 비중을 뒀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엘리고 테스고 뒤에 가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적으로 인간이 나오면 정말 끌어안고 싶은 심정.
필자가 체험한 플레이와 너티독 스튜디오에서 제공한 영상만 봐도 해결 방법이 아예 다릅니다. 기자들은 대부분 화염병으로 몰아서 주차장을 돌파한 반면 영상에서는 여기저기를 달리며 적을 각개격파하고 있죠.
내러티브는 글쎄? 짧은 플레이로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다만 엘리와 테스가 상황에 맞춰 소리를 지르고, 기우는 건물에 놀라는 모습 등은 매우 사실적이었습니다. 전투를 하다 보면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는 엘리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테스는 주인공을 보조하죠.
난이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는데요. 다만 (게임 좀 한다고 생각했던) 기자들이 줄줄이 나오는 사망장면을 보며 마음에 상처를 입자 관계자들이 ‘조금 많이 어렵나?’ 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참고로 스태프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한국 기자들이 플레이할 때까지 단 1명만 체험버전을 깬 상황입니다. 인터뷰에서도 기자들을 테스터로 썼다고 밝힐 정도였으니 이후 출시버전에서는 좀 달라지겠죠.
결론을 내리자면 스토리 부분은 평가 불가(너무 짧아서), 하지만 생존 혹은 호러게임 좋아하는 유저라면 일단 적극 추천합니다. 진짜 ‘살아 가야 하는’ 게임이 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바이오 하자드> 1편이나 <사일런트 힐>을 처음 즐겼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PS3용 독점 타이틀 <라스트 오브 어스>는 오는 5월 7일 자막한글화 버전이 국내에 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