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을 성공시켜 큰 이익을 노리는 ‘상인’과 상인이 가진 상품을 약탈하려하는 ‘도적’, 그러한 도적으로부터 상인을 보호하고 도적을 처치해야 하는 ‘헌터’. 이들이 이루는 삼각 대립을 주제로 한 게임인 <실크로드>는 그 독특한 삼각대립 시스템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게임이다.
그리고 최근에 그 확장팩이라 할 수 있는 <FOS 온라인>이 오픈베타 테스트에 돌입했다. 기존 ‘솔로잉’ 중심의 중국 종족과 확연하게 다른 차이점을 보이는 ‘유럽’ 종족. <FOS 온라인>으로 업데이트되며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디스이즈게임 필진 술트라제
▲ <실크로드>만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는 부분이긴 하지만, <FOS 온라인>과 <실크로드>는 같은 게임이다. <FOS 온라인>이 ‘Fantasy Oddysey Silklord’의 약자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게임 엔진 자체가 바뀐 것이 아닌 컨텐츠 업데이트이기에, 그래픽의 퀄리티는 이전과 비교해 발전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2년 전 오픈한 <실크로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깔끔한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였던 바 있다. 그리고 근래 등장한 온라인 게임들의 그래픽이 워낙 살벌할 정도로 뛰어난 탓이지, <FOS 온라인>의 그래픽 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FOS 온라인>의 배경인 유럽의 모습을 그려낸 연출적인 부분은 상당한 수준이다.
유럽 캐릭터의 장비 역시 남,녀로 구분되어 있었다.
<실크로드>의 장점 중 하나였던 방대한 규모의 짜임새 있는 도시 표현은 <FOS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중국의 도시 '장안'에 버금가는 크기의 '콘스탄티노플'은 한 때 서양 문화의 중심지의 역할을 담당했던 도시의 위용을 그대로 표현한다. 물론 도시 자체의 활용성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거대한 규모의 도시가 주는 몰입감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거기에 <실크로드>의 최대 장점인 화려한 이펙트와 타격감을 그대로 계승했다. 특히 몬스터를 사냥하며 쌓이는 ‘환 게이지’를 모아 한 번에 폭발시켜 스피드와 파워를 대폭 상승시키는 ‘환모드’ 역시 건재해 시원하면서도 호쾌한 타격감을 유저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한다.
게임 시작시 인트로 무비를 통해 새롭게 바뀐 <FOS온라인>을 엿볼 수 있다.
▲ 획기적인 변화. 파티플레이 강화!
<실크로드>는 HP와 MP 물약을 쉴 새 없이 복용하며 각종 스킬을 퍼부어 몬스터를 사냥하는 솔로잉 성향이 강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FOS 온라인> 그러니까 <실크로드>의 유럽 종족은 파티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다.
성장 알고리즘 자체는 중국 종족이나 유럽 종족이나 큰 차이는 없다. 레벨 업 시 주어지는 스탯을 ‘힘’ 과 ‘지능’ 둘 중 하나에 투자할 수 있으며, 힘은 HP와 물리 공격력, 지력은 MP와 마법 공격력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레벨과 별도로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 마다 쌓이는 ‘SP(스킬 포인트)’를 각각의 마스터리에 투자하여, 자신만의 개성있는 클래스를 만들어나간다. 밀리 캐스터, 버퍼 마스터리로 구분되는 유럽 종족의 마스터리는 각각의 투자에 따라 다양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이것이 바로 직업이 된다.
이번 '유렵' 지역 업데이트로 다시금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딱히 정해진 직업이 아닌,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직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 중 하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SP만 있으면 자신의 레벨에 맞는 스킬을 제한 없이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극심한 반복작업을 감내할 인내심만 있다면 색깔 있는 직업을 만들 수 있다.
워리어 스킬과 클레릭 스킬을 사용하는 성기사, 든든한 방어력을 자랑하면서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엽기적인 클래스 등 상상 이상의 직업까지도 키워낼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종족 역시 기본적으로 HP와 MP 포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딜레이가 중국 종족에 비해 다소 큰 편이라, 물약을 복용하며 사냥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솔로잉은 레벨이 낮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파티 사냥이 보다 효율적인 유럽 캐릭터들.
하지만 유럽 종족은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을 때 경험치 보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직업 특성 또한 어느 정도 만능형이었던 중국에 비해,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여 파티원간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 때문에 파티플레이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
같은 게임에 두 가지 특성을 가진 종족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솔로잉을 즐기는 이들은 중국을, 파티플레이를 즐기는 이들은 유럽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 게임은 종족 간 대립을 주제로 한 게임이 아니다. 얼마든지 중국과 유럽 유저들이 함께 파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매우 독특한 재미를 전달한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은 <실크로드>만의 또 다른 재미 요소다.
▲ 밸런스가 너무 아쉽다
<FOS 온라인>의 단점은 다름 아닌 ‘밸런스’에 있다.
파티플레이의 밸런스나, 중국과 유럽 종족의 밸런스는 향후 큰 문제로 지적당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고레벨 캐릭터와 저레벨 캐릭터가 같이 파티 사냥을 하며 빠른 속도로 광렙을 할 수 있는 부분과 일부 직업군 캐릭터들의 암울한 ‘파티 면역’은 상당히 큰 문제다.
이러한 단점이 뼈 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PVP다. <FOS 온라인> 역시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상인과 도적, 그리고 헌터의 삼각대립이 게임의 핵심 컨셉이다. 지금은 레벨 업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추후 유럽 대 중국으로 PVP가 벌어질 경우, 중국 캐릭터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바로 ‘물약’이다. 중국 캐릭터들을 대형 물약을 쉴새 없이 들이키며 공격을 버틸 수 있지만, 유럽 캐릭터들은 30초 딜레이의 물약만 사용해야 한다. 힐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단체 PVP에서 힐러는 제 1의 점사 대상. 결국 초반에 힐러가 집중 공격을 당해 사망하면 그 뒤는 중국 종족의 학살만이 남는다.
종족 간 대립 시스템이 아니라 하더라도, 게임 시스템에서 PVP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FOS 온라인>에서 위와 같은 상황은 이미 예고편이 아니다.
'환모드'의 매력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 신선한 시도는 분명 평가받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장래에 등장할 MMORPG 중 상당수가 무협과 판타지의 공존이 이루어진 세계관을 선보일 것이라고 상상해왔다.
무공과 마법의 대결,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투가 아니던가? <FOS 온라인>은 이러한 발전형 MMORPG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또, 밸런스 문제만 잘 해결한다면 다양한 취향의 유저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멋진 게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2년 전, <실크로드>가 첫 선을 보였을 때, 중국과 유럽, 그리고 이슬람의 3가지 색깔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큰 기대를 모았다. 너무나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두 번째 발걸음을 옮겼고, 그 결과는 신선한 시도였다. 이제 이 시도가 단지 ‘신선한 요소’에 그치지 않고, ‘핵심적인 재미요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