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 즐겨봤을 대전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사무라이 쇼다운’부터 ‘버추어 파이터’, ‘철권’까지… 이런 짜릿한 대전격투의 쾌감을 왜 온라인에선 즐길 수 없는 걸까?
고민과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치의 ‘랙’(Lag)도 허용되지 않는 대전격투 게임과 온라인 플랫폼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여기 온라인 정통 대전격투에 도전장을 낸 게임이 있다. 신생 개발사 라디오게임즈가 만들고 NHN이 전세계 유통을 맡은 ‘권호’는 오락실, 그리고 비디오게임기에서 즐겼던 바로 그 ‘느낌’을 온라인으로 옮기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 대전격투의 열쇠는 ‘애니메이션’
라디오게임즈는 모바일게임 개발사 지오 인터랙티브 출신 인력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평소에 ‘뭔가 한번 만들어 보자’고 뜻을 같이 하던 멤버들은 지난해 4월부터 각자 ‘권호’의 원천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이들이 함께 모인 것은 지난해 9월. 권호의 개발에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4월 라디오게임즈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현재 11명의 인력이 권호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라디오게임즈는 서버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바로 모든 개발자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점입니다. 기획 따로, 디자인 따로, 프로그램 따로 맡다 보면 세밀한 타이밍이 완성도를 좌우하는 대전격투 게임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권호의 강점은 ‘넓은 눈과 능력’을 가진 개발진이라는 것이
특히
라디오게임즈 이재만 대표, 권호의 서버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라디오게임즈 이도경 대표, 권호의 애니메이션과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 자체개발 3D 엔진은 ‘로우 엔드’가 목표
권호의 그래픽 엔진은
“권호는 펜티엄3 800Mhz, 지포스2급 그래픽카드 사양에서도 잘 돌아갑니다. 보다 많은 대중들이 편하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양을 낮추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화려한 최신 그래픽 기술을 포기하고 대중적인 사양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넓은 타깃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권호는 콘솔용 대전격투 게임을 즐기는 그룹, PC 온라인게이머 그룹, 그리고 오락실에서 한 번이라도 대전격투 게임을 즐겼을 법한 모든 이들까지 타깃으로 설정했다.
“연령으로 따지면 중학생 이상의 10대 중반부터 20대까지의 남성이 주요 타깃입니다. 그리고 20~30대 직장인과 여성층도 추가로 공략할 예정입니다.”
최상급 그래픽 대신 대중적인 시스템 사양을 선택했다.
◆ 태극권, 팔극권, 태권도, 그리고 무에타이
지금까지 권호에 구현된 무술은 모두 네 가지. 중국에서 유래된 태극권과 팔극권, 그리고 한국의 태권도, 마지막으로 태국의 무에타이다. 그렇지만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모션 캡처’같은 건 하지 않았다. 사진 데이터 등 어떠한 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
권호의 무술은 오로지 기획자가 무술 교본을 보고 직접 만들어낸 것들이다. 게임에 들어가는 무술은 오히려 실제 무술과 똑같으면 ‘벽’이 생긴다는 것이 이유. 적당히 게임적인 과장과 삭제가 더해질 때 비로소 격투게임의 ‘맛’이 우러난다는 설명이다.
오픈 베타테스트에는 이미 구현된 4종류의 무술 이외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권호의 무술은 컨텐츠의 볼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수출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종격투기에 등장하는 무술도 들어갈 수 있을까?
“사실 권호를 개발하던 도중에 ‘K1’을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호 자체가 이미 이종격투기잖아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권호는 아시아권에서 특히 무술의 본토, 중국 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삼고 있다. 유통을 맡은 NHN이 중국 최대 게임포탈과 옌중(아워게임)과 손잡고 본토를 공략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설득력 있는 타깃설정이다.
◆ 테크트리를 따라 기술을 익힌다
대전격투의 핵심은 현란한 기술과 콤보. 권호의 무술들은 각각 독특한 스킬트리를 갖고 있다. 디아블로의 그것을 생각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다음 기술을 배우는 데 ‘선행기술 습득’이나 ‘최소 레벨’ 같은 조건들이 붙게 된다.
권호의 기술은 부분유료화의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초기 기술은 게임 머니(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지만 더 높은 단계의 기술 중에는 캐쉬(현금충전)으로 구입해야 한다. 이렇게 습득한 기술을 사용해 유저는 콤보를 사용할 수 있다. 기술은 오픈 베타테스트 기준으로 무술별로 50~60개가 들어갈 예정이다.
권호의 콤보는 ‘일단 쉽게’가 컨셉트다. 게임에 사용되는 키는 키보드 방향키(이동), 방어, 킥, 펀치 뿐. 점프는 도입하지 않았으며 상단, 중단, 하단의 공격판정이 존재한다.
이 상태에서 콤보는 여성 유저라도 쉽게 넣을 수 있는 버튼연타식 ‘PPP’(펀치, 펀치, 펀치)나 ‘PPPK’(펀치, 펀치, 펀치, 킥) 부터 출발한다. 물론 반격기나 공중 콤보, 기술 연계 입력 등 ‘조작의 달인’을 위한 심도 깊은 콤보도 존재한다.
쉬운 콤보는 권호가 내세우는 대중적인 특징 중 하나다.
◆ 1 대 1부터 3 대 3까지
권호의 게임모드는 크게 ‘1 대 1’과 ‘3 대 3’으로 나눠진다. 1 대 1은 말 그대로 개인전. 그리고 3 대 3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또 권호의 모든 경기는 3판 2선승제로 고정돼 있다.
‘동시진행 3 대 3’은 양쪽 팀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대결하는 방식이다. 3개의 ‘1 대 1’ 게임이 동시에 진행되는 개념이라도 보면 된다. 이 때 유저는 서로의 경기 진행 상황을 볼 수가 있어 긴장감을 느끼도록 설정됐다.
‘팀배틀 3 대 3’은 ‘킹 오브 파이터’의 팀전처럼 이긴 유저가 계속해서 다음 유저를 상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팀배틀 3 대 3’에서는 ‘1 대 2’, ‘1 대 3’이나 ‘2 대 3’ 등의 언밸런스 매치도 가능하다.
◆ 유료화 포인트는 기술, 아바타, 도장
권호의 부분유료화 포인트는 세가지다. 첫 번째 기술은 앞서 말 한대로 고급 기술에 대한 캐쉬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두 번째 아바타의 경우 권호의 캐릭터는 머리부터 팔, 손, 몸통, 다리와 발까지 총 6가지 부분을 꾸밀 수 있다.
권호의 캐릭터는 부위별로 살을 찌우고 빼는 설정도 가능하다. “모든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을 공유하기 때문에 아쉽게 키는 조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위별로 몸집을 조절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바타는 꾸미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도복이다. 권호의 도복은 MMORPG의 갑옷과 비슷한 역할을 갖고 있다. 저레벨부터 고레벨까지 도복의 체계가 있으며 착용 도복에 따라서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상승하기도 한다.
세 번째 유료화 포인트는 바로 도장을 꾸미기(하우징, Housing)이다. 그런데 대체 도장이 뭘까?
캐릭터의 도복과 꾸미기 아이템은 주요 유료화 포인트 중 하나다.
◆ 커뮤니티의 핵심 ‘도장’, 그리고 도장깨기!
권호에서는 일정 레벨이 되면 ‘도장’이라는 게임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도장은 일반 온라인게임의 길드나 클랜과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도장간에는 MMORPG의 ‘공성전’에 해당하는 ‘도장깨기’ 대결을 펼칠 수 있다.
도장깨기는 양쪽의 도장에서 3명씩 나와서 ‘3 대 3’으로 대전을 펼쳐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 승부에서 진 쪽은 명성치(도장의 경험치에 해당함)가 초기화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그리고 도장의 상위 개념으로 ‘문파’가 존재한다.
쉽게 말해서 도장은 누구나 개설할 수 있지만, 문파는 게임운영진(GM)이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통과한 소수의 도장만이 ‘승격’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문파가 되면 ‘기술 전수’라는 유용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전수’는 말 그대로 게임머니, 또는 캐쉬를 내고 사야 하는 기술을 문파원들 간에 전수해주는 개념이다. 물론 비용은 공짜이지만 문파의 명성치에 비례해 주어지는 포인트의 한도 내에서만 전수가 가능하므로 문파가 된 이후에는 부지런히 도장깨기 대전을 벌여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문파의 상위 개념으로는 ‘지역 대표 문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지역을 기준으로 게임 속에 설정될지 아직 미정이라 향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역 대표 문파가 되면 해당 문주는 특수아이템과 특수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손에 넣게 된다.
◆ 키 입력 지연과 랙은 어떻게?
대전격투게임이 매력적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화 되지 못한 이유, 바로 키입력 딜레이와 랙 현상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프레임단위로 타격판정이 일어나는 대전게임에는 ‘독약’과 같은 존재. 권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일단 기술적으로 면밀하게 검토를 하고 접근을 했습니다. 다행히 국내는 인터넷 환경이 워낙 좋아서 현재 상태에서는 만족스럽게 대전이 가능합니다.”
권호는 로비에 들어갈 때만 P2S로 서버와 연결이 되고 경기 중에는 완벽하게 P2P 방식으로 유저끼리 연결이 된다. 격투게임에서 중요한 프레임도 게임 속에서는 60프레임으로 구현해 놓았다.
키입력 지연은 온라인의 특성상 아케이드 업소처럼 100%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라인 환경을 고려한 애니메이션의 타이밍과 딜레이죠.”
◆ 대전격투의 심리전은 확실히 살렸다
권호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세가의 유명 격투게임 ‘버추어 파이터’ 연상된다. 이에 대한
“맞습니다. 권호는 버추어 파이터처럼 실제 무술에 가까운 격투게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철권의 장점들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버파’처럼 세심한 프레임싸움은 힘듭니다. 하지만 심리전 만큼은 충실히 구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권호와 버추어 파이터(이하 버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단 버파는 캐릭터와 무술이 고정돼 있다. 아키라-팔극권 이런 식이다. 반면에 권호는 캐릭터와 무술의 조합이 자유롭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사용하고 싶은 무술을 선택하면 된다. 그래서 권호의 캐릭터들은 키가 모두 같다. 여러 무술 동작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 선택한 결정이다.
권호의 개발진들은 온라인 대전격투 게임의 한계와 도전해야 할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제 7월 말이면 첫 번째 테스트가 시작된다. 그리고 오는 가을에는 오픈 베타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낮은 사양에 오락실 느낌의 쉬운 조작과 타격감, 권호의 흥행 목표는 어느 정도일까?
“솔직히 일단 동시접속자 6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디오 게임즈는 앞으로도 콘솔느낌이 묻어나는 온라인게임을 계속 만들 것 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권호는 아직도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정말 개발진의 말처럼 ‘랙’ 없이 짜증스런 키 딜레이 없이 온라인 대전이 잘 될까? 격투게임에서 기술을 판다는 독특한 유료화 모델이 유저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지?
라디오게임즈의 당찬 포부처럼 권호가 '온라인 대전격투는 안 된다'는 벽을 깰 수 있을지, 7월말 시작될 1차 테스트를 주목해 보자.
▶▶ '권호' 알파버전 플레이 동영상 보러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