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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쉽고 빠른 블리자드표 카드게임 ‘하스스톤’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PAX EAST 체험기

한낮 2013-03-23 19:07:29

 

 

 

정말 쉽고 빠른 게임이 될 것이다”는 블리자드 롭 팔도 부사장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22 개막한 PAX EAST에서 체험해 본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하 하스스톤)은 말 그대로 쉽고 빠른 카드게임이었습니다. 기존 카드게임에서 불필요한, 혹은 어려워 보이는 시스템들은 대거 삭제했고, 타운트와 영웅 스킬 개념을 넣어 최소한의 전략을 살렸습니다.

 

블리자드가 말한 것처럼 위대한 게임’(Epic game)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 좀 굴려 가며 즐기기에는 충분하더군요. 기도 안 찬 상황에서 역전이 이어지고, 머리를 쓰면 쓸수록 효과를 보기 때문에 은근한 경쟁심도 불러일으킵니다. /보스턴(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하스스톤> 발표회에서 공개된 플레이 영상

 

 


 

 

속성? 없음! 랜드? 없음! 다이어트의 끝을 달리는 시스템

 

<하스스톤>은 정말 단순합니다. 기본 룰은 이렇습니다. ‘턴마다 쌓이는 마나로 카드를 발동해서 적을 때린다.. 끝입니다. <하스스톤>은 기존 카드게임의 복잡해 보이는 모든 규칙들을 제거했습니다. TCG의 대명사 <매직더개더링>의 속성이나 대지(랜드)의 개념도 없고, <유희왕>처럼 소환과 공격을 순서에 따라 진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 명의 유저가 자신의 영웅과 60장의 카드를 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PAX EAST에서는 영웅에 따라 미리 준비된 카드들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운에 따라 공격 순서를 정하고, 3장의 카드를 뽑습니다. 마나 소모가 높은 카드만 나와서 초반 플레이가 꼬이는 점을 막기 위해 3장의 카드 중 교체를 원하는 카드를 1번만 다시 뽑을 수 있죠.

 

추가 카드 1장을 받아 4장 중 교체할 카드를 정하게 됩니다.(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의 턴에 카드를 뽑고 마나가 생성됩니다. 마나는 턴마다 1씩 최대치가 오르며, 턴이 돌아올 때마다 자동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마나의 최대치는 10입니다. 카드는 하수인(비스트, 데몬 )과 주문의 두 종류로 나뉘며 다양한 특수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유저는 턴마다 차오르는 마나를 이용해 하수인(미니언)을 소환하거나 주문으로 적을 괴롭히고, 아군을 강화하며 상대 영웅의 체력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영웅들은 각각 직업에 맞춰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쓰러트리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스스톤>에는 자신의 턴을 더욱 세부적인 순서로 나누는 페이즈의 개념이 없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턴에는 언제나 하수인을 소환하거나 적을 공격하고, 주문을 사용할 수 있죠.

 

마나만 충분하다면 하수인 A를 소환한 뒤, 미리 소환한 하수인 B로 적을 공격하고, 애매하게 남은 적의 체력을 주문을 사용해 줄이고, 영웅으로 스킬도 한 번 써주고, 방어를 튼실히 하기 위해 다시 하수인 C를 소환한 뒤, 잊고 있던 하수인 D로 적을 다시 공격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편입니다. 정말입니다.

 

보통 카드게임에서 초보자를 골탕 먹이는 마나 수급과 페이즈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층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죠. 여기에 턴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보여주고, 잘못된 대상에게 사용하면 경고까지 띄워주는 만큼 기본적인 영어(국내 서비스에서는 한글)만 알고 있으면 진행에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하스스톤>의 쉬움은 카드를 구성할 때도 드러나는데요, 속성이 없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카드는 뭐든 덱에 넣으면 되고, 마나가 자동으로 수급되니 대지카드의 비율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PAX EAST의 블리자드 부스에서는 카드게임을 아예 처음 접해 본다는 유저도 많더군요. 대부분 약간의 설명만으로도 <하스스톤>을 원활히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PAX EAST의 <하스스톤> 체험존.

 

 

길어도 15! 정말 빠른 진행속도

 

진행속도도 빠릅니다. <하스스톤>에는 일단 방어의 개념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방어를 할 수 있는 카드가 한정적입니다. 방어능력인 타운트를 가진 하수인만 없다면 상대방의 하수인 1마리든, 10마리든 상관없이 적 영웅을 곧바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느라 진행이 더뎌질 일은 없다는 뜻이죠.

 

여기에 턴마다 마나의 최대치가 늘어나고, 대지카드처럼 전투와 상관 없는 카드가 없는 만큼 턴이 지날수록 더욱 격렬한 전투가 이어집니다. <하스스톤>에서는 턴이 지나도 하수인이 입은 피해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고로 강력한 하수인으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질 일도 없습니다.

 

심지어 각 유저의 영웅 역시 스킬을 이용해 적이나 적의 하수인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영웅의 스킬은 마나만 있으면 턴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격 일변도의 카드게임입니다.

 

저도 PAX EAST 블리자드 부스에서 약 10판의 <하스스톤>을 체험했는데요, 가장 오래 걸린 경기가 15분 정도였습니다. 그나마도 상대가 초보자라 카드의 모든 설명을 읽고, 턴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는 탓에 더 늦어진 경기였죠.

 

4분 만에 끝난 경기도 있습니다.

 

 

쉽고 빠른 전투 속에서 피어난 전략

 

쉽고 빠르지만의외로 전략은 살아있습니다. <하스스톤>에서는 주문은 물론 하수인들도 대부분 특수한 능력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소환한 턴부터 바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차지나 해당 하수인을 죽이기 전에는 다른 하수인과 영웅을 공격할 수 없는 타운트’, 소환하는 순간 영웅에게 뭔가 혜택을 주는 배틀크라이등입니다. 물론 다른 희귀한 능력들도 많습니다.

 

카드의 능력은 대부분 1차적인 수준입니다. 적에게 대미지를 주거나, 특정한 카드를 강화하거나. 기껏 복잡해야 특정 상황에 있는 카드에게 어떤 효과를 부여하는 것 정도죠.

 

하지만 <하스스톤>이 앞서 말한 것처럼 적 영웅을 곧바로 공격할 수 있고, 하수인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다 보니 숫자 1~2에 상황이 역전될 때가 많죠. 특히 해당 하수인을 죽여야만 다른 하수인과 영웅을 공격할 수 있는 타운트를 이용한 변수가 자주 일어납니다.

 

배틀크라이, 타운트, 차지 등의 스킬 활용이 변수입니다.


예를 들어 전사인 제게 남은 체력은 3. 샤먼인 상대방의 체력도 3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은 총 3마리의 강력한 하수인을 필드에 소환했습니다. 능력치는 각각 3/3(공격력/체력), 4/4, 3/5. 심지어 그 중 2마리(3/33/5)는 타운트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하수인이 없습니다. 죽음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죠.

 

믿을 구석은 손에 들고 있는 1/1의 타운트 하수인 2마리와 3/1의 차지 하수인 한 마리뿐입니다. 그리고 대미지를 입은 모든 하수인을 죽일 수 있는 주문 카드가 한 장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2마리의 타운트 하수인만 소환하고, 전사의 스킬로 방어력을 2 올린 후 턴을 종료했습니다. 상대방은 4/5 3/3, 2마리의 하수인을 더 꺼내놓은 후 3마리의 하수인으로 곧바로 공격을 시작합니다. 그중 둘은 저의 타운트 하수인을 처치했고, 4/4의 하수인 하나만 저를 공격하죠. 다행히 걸어 놓은 방어력 덕분에 체력이 1 남았습니다. 이제 저의 턴.

 

타운트 하수인은 모양 자체가 다릅니다. 방패 모양의 아이콘이 타운트를 의미합니다.

 

저는 대미지를 입은 모든 하수인을 죽이는 카드로 2마리의 적 타운트 하수인을 처치합니다. 남은 적 하수인은 셋. 하지만 아무도 타운트 스킬이 없습니다. 필자는 잽싸게 3/1의 차지 하수인을 소환해 소환후유증 없이 적 영웅을 공격합니다. 남은 하수인이나 카드는 적었지만 결국 상대의 체력을 먼저 줄인 저의 승리죠.

 

여기서 만약 상대방이 저를 공격할 때 대미지를 1이라도 더 줄 생각에 4/4 하수인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제 주문으로부터 다른 타운트 하수인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테고, 전투에서는 결국 상대방이 이겼을 겁니다.

 

보이는 규칙은 쉽지만 의외로 파고들 구석을 만들어 놓은 셈이랄까요? 실제로 블리자드 부스에서도 매번 이기는 상대에게는 이기고 지는 상대에게는 지는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대기열이 줄어든 오후 시간부터는 이미 양민학살 수준의 전투를 벌이는 유저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력과 전략의 차이가 확실히 나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런 확실한 실력차이가 게임을 파고드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잘나가는 유저의 양민학살(…)을 용인하는 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타운트 하수인없으면 아무리 많은 하수인이 있어도 그냥 영웅을 때리면 그만입니다.

 

 

깨알 같이 보이는 <워크래프트>의 추억들

 

<하스스톤>에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추억을 살릴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도 준비돼 있습니다. 게임의 무대로는 오그리마스톰윈드’, ‘판다리아등의 정겨운(?) 장소가 등장하고, 멀록이나 데스윙, 야수처럼 친숙하고 강력한(?) 몬스터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멀록을 소환할 때의 아옳옳옳옳옳효과음과 턴을 마칠 때 오크 일꾼이 내뱉는 ‘WORK DONE’ 사운드는 추억을 새록새록 살려줍니다. 턴마다 랜덤한 토템을 소환할 수 있는 스랄이나, 방어력을 올려주는 헬스크림, 적에게 마법화살을 날리는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처럼 영웅별로 맞춰진 스킬도 인상적이죠.

 

여담입니다만 카드 구성으로 봤을 때 각종 멀록과 멀록을 강화시키는 멀록들(…)로 구성된 ‘멀록 덱’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크래프트와 덱 구성, 순위 등 세부적인 시스템을 체험할 수 없는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카드게임의 초심자들의 입문코스나 덱 구성부터 탈모현상을 일으킬 것 같은 카드게임이 아닌,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카드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좋은 게임이 될 듯합니다.

 

<하스스톤>은 올 여름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연말까지 오픈 베타테스트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한글 서비스 역시 지원될 예정입니다. 베타테스터는 홈페이지(//kr.battle.net/hearthstone/ko)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PAX EAST 블리자드 부스에서는 <하스스톤>의 아이패드 버전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