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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무대는 좋아졌는데 배우가 변했다, 던전스트라이커

던전스트라이커,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3-04-05 18:30:00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초고속 액션 RPG <던전스트라이커>의 3차 CBT가 진행됐다. 이 게임은 앞선 두 번의 CBT에서 핵앤슬래시 특유의 시원시원한 게임성과 자유로운 직업 선택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오픈베타(OBT) 전 최종점검이었던 3 CBT에선 어땠을까?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 같이 주력 콘텐츠를 빛나게 하는 주변장치는 이번 테스트에 들어 완전히 무르익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스킬 통폐합으로 인해 가짓수가 대폭 줄은 액티브 스킬은 테스터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던전스트라이커> 3 CBT를 돌아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인 게임 영상은 기본, 강화된 연출

 

 

 

“먼 옛날, 생명수 루미나실에서 빛의 후예들이 태어났죠. 현명한 엘프, 쾌활한 드워프, 용맹한 발토르, 그리고 우리 인간….”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하니 보지 못했던 영상이 나왔다. <던전스트라이커> 세계의 역사와 유저의 임무를 안내하는 오프닝이다.

 

3 CBT의 변화 중 가장 먼저 와 닿은 것은 개선된 이야기 전달 방식이었다. 기존에는 NPC 일러스트가 전부였다. 주요 NPC마다 일러스트와 음성이 준비되어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사건의 긴박함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3 CBT에 추가된 퀘스트 영상은 이러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SD캐릭터가 쓰러지고 아파하는 장면은 평소 게임 플레이 중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추가된 퀘스트 영상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부분에 한해서는 게임의 캐릭터가 SD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전달해 주었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개발진은 퀘스트 영상 외에도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였다.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면 간단한 영상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예고하고, 보스룸에 입장하면 보스 몬스터 등장 영상으로 그의 성향과 위용을 강조했다.

 

던전 안에 구현된 다양한 연출장치는 MORPG치고는 다소 긴 <던전스트라이커>의 던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였다. 적의 준동을 막고 있던 봉인이 깨지니 사방에서 적이 튀어나와 유저를 위협하고, 최종전투를 위해 적의 본거지에 쳐들어가니 보통은 몬스터가 없는 던전 입구부터 적의 경비병이 유저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연출은 기존에 있었던 함정이나 매복과 함께 사건의 긴박함과 던전의 긴장감을 살렸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자동으로 카메라 앵글이 조정된다.

 

시기적절하게 변화하는 카메라 앵글은 이러한 연출 장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였다. 던전 진행 중 적의 함정에 빠졌다면 카메라가 방 전체를 비춰 유저를 둘러싼 몬스터를 강조하고, 중요한 퀘스트에서는 인 게임 영상이 없더라도 클로즈업을 통해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사실 그동안 <던전스트라이커>는 자그마한 SD캐릭터와 쿼터뷰 시점 때문에 캐릭터의 세세한 행동이 부각되는 게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3 CBT에서는 던전 주요 구간이나 의미 있는 퀘스트에서 카메라 앵글을 조정함으로써 이러한 약점을 극복했다. 덕분에 게임이 빛과 어둠의 대립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내내 즐겁게 콘텐츠를 음미할 수 있었다.

 

 

■ 간편하고 직관적! 높은 콘텐츠 접근성

 

게임의 전반적인 구성도 이번 테스트에 들어 한층 더 깔끔해졌다.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주무대인 던전이었다.

 

이전 테스트에서 탐험한 <던전스트라이커>의 던전은 그 규모가 MORPG라기보다 MMORPG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던 던전은 달랐다. 실제 볼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체감시간은 훨씬 짧았다. 동선이 간략해지고 의미 없는 공간이 대거 정리됐기 때문이다. 복수의 적을 돌파하는 구간이 계속되더라도 그 패턴이나 구성을 달리하는 식으로 지루함을 덜었다. 던전의 구성이 보다 치밀해진 셈이다.

 

 

 

초보 근접형 클래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보스 몬스터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공격예고다. 일부 필살기급(?) 공격에만 있었던 공격예고가 이번 테스트에서는 보스 몬스터의 거의 모든 공격에 적용됐다. 공격범위가 넓은 공격에는 미리 피해지역을 표시해주고, 보스 몬스터의 공격 하나하나에도 이를 예고하는 움직임이 추가됐다. 덕분에 초심자라도 약간의 눈썰미만 있다면 충분히 보스전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래서 보스전이 더 쉬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공격예고로 인한 난이도 하락을 잦은 광폭화로 커버했다. 유저가 더 잘 피하고 잘 때리게 된 대신 보스도 더 자주 흥분하게 된 셈이다. 공격예고와 광폭화의 결합으로 공략의 직관성과 난이도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켈보르의 ‘화염 숨결이 날아온다!(바닥의 붉은 물결무늬가 보스 몬스터의 공격범위)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선택과 스킬계승도 한층 간결해졌다. 기존에는 다른 계열 직업의 스킬을 사용하려면 그에 걸맞은 능력치가 필요했다. 아무리 자신이 워리어로 잔뼈가 굵었다고 해도 머리가 나쁘면 메이지의 마법은 위력이 형편 없는 식이었다. 때문에 지난 테스트에서는 제대로 스킬계승 콘텐츠를 활용하려면 적지 않은 지식과 고민, 혹은 특별한 아이템이 필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킬의 위력이 직업별 주력 능력치 대신 캐릭터의 종합 공격력으로 대체됐다. 클레릭으로서 적절한 아이템만 갖췄다면 워리어 스킬을 사용해도 위력이 같은 식이다. 덕분에 유저는 머리 싸매지 않고도 이전에 비해 쉽게 직업선택과 스킬계승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과도한 사실성(?)을 배제하고 메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깨알같은 UI 개편. 아이템에 장착할 수 있는 젬스톤 종류에 따라 소켓의 모양을 달리해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 ‘봉인종족의 홀장’ 최하단부에 있는 동그란 홈이 젬스톤 소켓.

 

<던전스트라이커>는 이처럼 불필요한 것은 줄이고 복잡한 것은 간략화하는 식으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적어도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완성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가 꾸며줄 게임의 주력 콘텐츠는 이번 테스트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논란의 중심은 통폐합으로 반토막이 난 스킬 볼륨이었다.

 

 

■ 손맛은 살렸지만 볼륨이 아쉽다, 스킬 통폐합

 

3 CBT의 가장 큰 변화는 스킬 통폐합이었다. 기존에 직업별로 10여 개씩 존재했던 액티브 스킬이 이번 테스트에서 5개 안팎으로 통폐합됐다. 불필요한 스킬은 줄이고 초고속 액션에 어울리는 소수정예 스킬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 대부분의 스킬에 추가조작이나 스킬 간 연계요소를 더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수는 줄었지만 깊이를 더하겠다는 의도였다.

 

확실히 이런저런 연계를 염두에 두면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나름 독특한 맛이 있었다. 똑같은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스킬을 연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도 했고, 버튼을 한 번 누르냐 두 번 누르냐에 따라 시전되는 스킬 자체가 달라지기도 했다. 액티브 스킬의 수는 줄었지만 스킬을 조작한다는맛’은 더 깊어졌다. 마치 적은 버튼으로 다양한 액션을 펼치는 콘솔 액션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보스전의 단조로움이었다. 보스전은 체력이 약한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다른 구간과 달리, 적의 위협적인 공격을 피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공격을 집중하는 전투 방법을 요구한다. 문제는 적은 액티브 스킬 수와 스킬 자체의 딜레이 등으로 인해 스킬의 효율이 일반공격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SP(일종의 MP) 수급을 일반공격에 의존하는 게임의 특성과 맞물려, 회피와 공격, 스킬 시전 등으로 정신 없어야 할 보스전을 일반공격 일변도로 단조롭게 만들었다.

 

줄어든 액티브 스킬은 레벨업 과정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성장 중에 습득하는 액티브 스킬이 적다 보니 레벨업의 즐거움 또한 줄었다. 전직 시 기본 스킬을 제외하면 새로 배울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은 두세 개. 하나의 직업이 6개 등급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액티브 스킬의 습득 없이 성장하는 구간도 존재하게 된다. 특히 20레벨 이후 전직할 수 있는 5종의 직업은 처음부터 스킬 계승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이러한 스킬 배치가 더욱 극단적이었다.

 

 

엘리트 등급에서 액티브 스킬 하나를 배우면 마스터 등급 전까지 액티브 스킬이 하나도 없는 극단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구간을 체감 변화가 적은 패시브 스킬만 습득하며 버티다 보니 자연히 레벨업에 대한 즐거움이나 기대감이 사라졌다. 레벨이 오르거나 직업등급이 상승해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직업이 최고 등급 근처에 이르러서는 패시브 스킬만 습득하기 때문에 이러한 느낌은 더욱 강했다. 오히려 이 때문에 직업 하나하나의 볼륨이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줄어든 액티브 스킬의 수는 계승 콘텐츠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직업의 스킬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계승은 자유로운 직업선택과 함께 <던전스트라이커>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하지만 계승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의 수가 줄었기 때문인지 막상 체감할 수 있는 계승의 자유도는 낮았다. 이는 밸런스 문제로 직업마다 계승할 수 있는 스킬 계열에 제약이 추가됐기에 더욱 크게 느껴진 부분이기도 했다.

 

액티브 스킬의 통폐합은 불필요한 스킬을 줄이고 스킬의 깊이를 살린다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보스전 진행이나 레벨업의 동기 부여, 스킬계승 등과 같은 메인 콘텐츠와 엇박자를 일으킴으로써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 무대는 완벽, 주무기의 변화가 아쉽다

 

최종 테스트를 실시한 <던전스트라이커>는 많은 변화로 유저를 맞았다. 인 게임 영상과 카메라 앵글 조작 등을 적극 활용한 이야기 전달은 밍밍했던 두 차례의 테스트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이외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던전 구성과 간결하고 명확하게 바뀐 주요 시스템 등은 게임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게 바꿔놨다. 게임의 주변도구에 한해서는 완성이 머지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주요 콘텐츠인 액션과 스킬 계승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스킬’의 변화는 테스트 내내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거리였다. 불필요한 스킬을 줄이고 필요한 스킬만 남긴다는 1차 목표는 적절하게 이뤘다. 적은 스킬 수로 인한 전투의 단조로움도 추가조작이나 스킬 연계로 극복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스킬이 적어 보스전과 같은 중요한 국면에선 일반공격에 뒤처지는 모습도 자주 보였고, 성장 중 얻을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 적다 보니 레벨업에 대한 의욕이나 기쁨도 약해졌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계승에 있어서도 정작 계승할 스킬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결국 소수정예 스킬로 깊이는 얻었지만 다른 콘텐츠와의 조화가 무너져 게임이 전반적으로 단조로워진 느낌이었다. 공교롭게도 메인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무대가 완성됐기에 이런 흠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상반기에 있을 OBT에서는 아쉬웠던 점을 보강해 보다 완벽해진 모습으로 찾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