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의 근미래전 슈팅게임 <바이퍼 서클>의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가 끝났습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바이퍼 서클>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시스템, 병과, 모드, 타격감을 비롯한 기본적인 게임성을 공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슈팅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강조하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플레이하는 내내 <바이퍼 서클>이 내세운 새로운 시스템에도 크게 감명받지 못했고, 본질적인 재미를 강조하겠다는 말에도 쉽사리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무난한 슈팅게임이면서, 아직 슈팅게임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FPS+TPS? 제한된 액션밖에 사용할 수 없는 FPS 모드
<바이퍼 서클>에서 유저는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3인칭 슈팅(TPS) 게임과 같은 시점이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1인칭 슈팅(FPS) 게임과 같은 시점으로 바뀝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FPS로 소개해야 할까 TPS로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더군요. FPS 기능 일부만 이식한 TPS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FPS 모드로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이 제한돼 있습니다. 조준사격과 전후좌우로 폴짝 뛰는 스탭, 점프는 FPS 모드에서도 멀쩡히 사용할 수 있지만 달리기를 하면 무조건 TPS 모드로 강제 전환이 됩니다. 근접 공격을 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요.
1인칭 시점에서 달리기 또는 근접공격 액션을 사용하면 3인칭으로 강제 전환된다.
FPS 모드에서 지향사격과 조준사격을 자유자재로 전환하지도 못합니다. 무기에 따라 제한이 걸리거든요. 가령 서브 머신건, 권총, AK 107, M4A3와 같은 카빈 라이플로는 1인칭 시점에서 가늠자를 보고 정밀하게 적을 조준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FPS의 지향사격 자세로만 싸워야 하죠.
스코프가 장착된 SG550와 같은 배틀 라이플과 스나이퍼 라이플은 정반대입니다. FPS 모드에서는 무조건 스코프만 들여다봅니다.. TPS 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한 스코프가 달린 라이플로 지향사격을 할 수가 없죠.
카빈 라이플, 서브 머신건은 1인칭 시점 정밀 조준 불가. 가늠자는 장식일 뿐?
배틀 라이플, 스나이퍼 라이플은 1인칭 시점에서 지향 사격이 안 돼 부자연스러운 느낌.
이런 식으로 <바이퍼 서클>의 FPS 모드는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이 제한돼 있습니다. TPS 모드를 주로 사용하고 FPS 모드는 좀 더 정밀히 조준하기 위해 잠시 사용하는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죠.
FPS와 TPS를 결합했다기보다, 그냥 조준자세를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바꿨을 뿐 본질은 TPS게임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게임의 주요 특징으로 기대했던 것이 생각보다 자그마한 변화에 그친 것이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게임성을 차별화하려고 도입한 1인칭 시점의 조준 자세가 그리 쾌적하지 못합니다. 일단 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이 급격하게 바뀌다 보니 눈이 쉽게 피로해지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FPS 모드일 때와 TPS 모드일 때의 거리감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샷감이 떨어져 실수하기 쉬웠고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거리감이 달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다른 TPS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 훨씬 더 전투에 도움이 돼 보였습니다. 조준 자세를 취했을 때 캐릭터 어깨 밑까지만 보이도록 화면을 자연스럽게 당겨주면 쏘기도 좋고 눈도 덜 피곤하고 거리감각이 크게 달라져서 실수할 일이 없으니까요.
결국 <바이퍼 서클>의 FPS 모드를 체험하면서 다른 게임과 차별된 인상도 못 받고, 쾌적한 플레이를 보장받는다는 느낌도 못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TPS게임의 조준 자세가 아닌 1인칭 시점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FPS 모드가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 TPS 시점의 장점 활용, 그러나 아쉬운 완성도
<바이퍼 서클>의 TPS 모드는 자기 캐릭터의 전신이 다 보일 정도로 카메라 시점을 멀리 잡았습니다. 덕분에 시야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고 적에게 기습을 당할 위험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쉽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됐죠.
캐릭터를 꾸미는 보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멋있게 꾸며도 자신의 캐릭터를 볼 수 없는 FPS게임과 달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캐릭터의 복장을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요. 다음 테스트에 상점이 열리고 다양한 복장이 추가되면 캐릭터를 꾸미는 맛이 더욱 살아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원하는 복장을 착용한 캐릭터가 활약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우선 시야 범위가 워낙 넓어져서 타격감이 떨어집니다. 자기 캐릭터의 뒷모습 너머에 있는 적들이 작게 보이니 명중시켜도 적의 피격 모션이 잘 안 보이거든요. 너무 넓은 시야 범위 안에서 캐릭터가 움직여서 그런지 캐릭터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TPS게임치고는 액션성이 부족해 보이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일단 좌우로 스탭을 밟아 피하는 액션은 중력을 적용받지 않은 듯 맥없이 툭 올라갔다 툭 떨어지는데다 속도도 상당히 느립니다. 민첩하게 공격을 피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더군요.
어설픈 따귀 때리기가 샷건 못지않은 대미지를 뽑아내는 모습.
근접 액션의 박력도 부족합니다. 나이프를 힘차게 휘두르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바이퍼 서클>의 캐릭터들은 따귀를 때리거나 밋밋하게 정권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하거든요. 그나마 멋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여성 캐릭터의 대시 공격인데, 이것도 적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로 보이지 숨통을 끊을 정도로 살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런 공격으로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까’ 싶은 동작으로 적을 잘만 죽입니다. 정권 한 번 내지르는 것만으로 적 체력의 절반이 사라져요. 여성 캐릭터가 따귀 두 번 때리면 건장해 보이는 남자 병사가 풀썩 쓰러져 버립니다.
캐릭터의 액션을 세밀하게 보여줘서 인상 깊은 액션성을 보여주는 다른 TPS게임과 달리 <바이퍼 서클>은 맥 빠지고 어설픈 액션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이렇듯 <바이퍼 서클>은 넓은 시야를 제공해 게임을 쉽게 만들었지만 타격감과 속도감이 희생됐고, 액션성을 강조할 수 있는 TPS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FPS 모드만큼은 아니지만 TPS 모드에서도 아쉬움이 남더군요.
근접 공격 액션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보일 정도.
■ 난투전의 박진감을 갉아먹는 요소들
<바이퍼 서클>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과 함께 “슈팅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살리겠다”는 목표를 강조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아직 본질적인 재미를 살렸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전투의 박진감은 나름 괜찮은 편입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강력한 근접 공격을 할 수 있다 보니, 근접 난투전이 일어날 때 시원시원하게 풀어나갈 수가 있거든요. 실제로 좁은 골목에서 여러 명의 적과 마주쳤을 때 접근하면서 헤드샷으로 적을 한 명 잡고 나머지 적들을 근접전으로 몰살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특히 여성 캐릭터는 낮게 슬라이딩하며 적을 덮치는 기술이 있어서 잘 조작하면 총알을 피하며 적을 쓰러뜨리는 묘기를 부릴 수 있더군요. 앞서 지적한 액션이 보강된다면 여러 명이 한데 뒤엉켜 싸우는 근접 난투전은 흠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총과 근접공격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여러 적을 정리하는 쾌감은 있다.
문제는 전투의 박진감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인원수에 비해 공간이 지나치게 넓고 길이 복잡한 맵이 많거든요.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싸우게 되고, 우연히 적과 마주쳐 갑작스럽게 당하거나 너무 쉽게 적을 잡는 상황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는 난투전을 즐길 기회가 줄어들고요.
캐릭터들의 목소리도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합니다. 긴박한 전장에 있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국어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가 대부분입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세 가지 게임 모드로 살린 전술성
<바이퍼 서클>의 모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일정수 이상의 킬을 먼저 달성한 팀이 이기는 섬멸 모드, 특정 지점의 시설을 해킹해야 하는 해킹 미션, 떨어진 드론을 주워서 목표지점까지 들고가야 하는 쟁탈 미션이 있습니다.
세 가지 미션에서 모두 어느 정도는 전술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이퍼 서클>에는 부상을 당한 플레이어의 체력을 회복해주는 보급장치가 존재합니다. 덕분에 섬멸 미션에서는 상대에게 킬을 내주지 않기 위해 체력이 많은 플레이어가 부상당한 팀원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도록 엄호해주는 전술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보급장치는 부상당한 아군이 후방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엄호하는 전술을 유도한다.
해킹 미션과 드론 미션은 섬멸 모드보다 전술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가령 해킹 미션에는 해킹 지점이 두 개 존재하는데, 어느 한쪽만 공략할 수도 있지만 양쪽 모두 해킹할 수도 있습니다. 드론 미션 또한 떨어진 드론을 두 개씩 주워갈 수 있고요.
덕분에 공격팀과 수비팀이 어느 한 지점에서 대치하는 동안 소수의 공격팀이 다른 해킹지점을 공략하거나 떨어진 드론을 회수해 허를 찌르는 양동작전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전술이 나타나다 보니 상대가 어떤 전술로 나올지 파악하고 공략하는 재미가 있고요.
드론 A, B를 한꺼번에 회수하는 양동작전으로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모습.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임 모드가 전술성은 살렸지만 참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해킹 미션은 A와 B 지점 중 한 곳을 선택해 폭탄을 설치하는 ‘폭파 미션’의 변형 룰입니다. 드론을 회수하는 쟁탈 미션 또한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모드고요. 다음에는 보다 참신한 모드가 등장했으면 합니다.
폭파 미션의 변형 모드인 해킹 미션.
■ 한마디로 소개하기 어려운 1차 CBT 버전
기존의 슈팅게임이나 요즘 테스트하는 슈팅게임은 어떤 재미를 강조하는지 명쾌하게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병과들이 협력해야 하는 팀플레이 게임, 콘솔게임 같은 PvE 모드가 있는 게임, 시원한 화력으로 단칼에 승부를 내는 게임, 한 줄만으로 게임의 본질을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바이퍼 서클>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FPS와 TPS가 결합된 새로운 슈팅게임이라고 하기에는 FPS 모드가 너무 부실하고, TPS게임이라고 하려니 FPS 모드가 있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슈팅게임이라고 하기에는 타격감과 액션성이 아쉽고요.
그나마 캐릭터의 전신을 보여주고 장비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으니 ‘캐릭터성을 살린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1차 CBT에서 공개한 장비가 워낙 적어서 판단을 내리기 어렵네요. 지금 봐서는 <바이퍼 서클>의 정체성이라고 할만한 특징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CBT에서는 “<바이퍼 서클>은 이런 슈팅게임이다” 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만한 정체성이 나타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