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3편 <바이오쇼크: 인피니트>가 3년의 공백을 깨고 출시됐다. 공개된 타이틀은 전작들과 사뭇 다른 점이 많았다. 무대는 1960년의 해저도시에서 1912년 15,000피트(4,572m) 위를 떠다니는 공중도시로 바뀌었다. 어두컴컴한 배경은 사라지고 화사한 천상의 풍경이 플레이어를 반긴다.
단, 배경은 달라졌어도 <바이오쇼크> 시리즈 특유의 개성은 남아 있다. 플레이어는 여전히 무슨 사건이 벌어질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굳이 게임이 모든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알아서 복선을 찾고 분석할 정도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오히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는 더욱 보강됐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 플레이어의 마음을 빼앗는 히로인 엘리자베스가 등장한 덕분이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소녀를 구하러 온 남자, 예고된 덫에 걸려들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주인공은 군인 출신의 사립탐정 부커 드위트다. 그는 비무장 상태의 인디언을 학살한 운디드니 전투(1890)에 참여한 과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렸다. 죄책감을 술과 도박으로 잊으려 한 그는 직장과 재산을 모두 잃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돌이킬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부커는 수수께끼의 인물로부터 “소녀를 데려오면 빚을 청산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부커가 데려와야 할 소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그녀가 갇힌 곳은 공중도시 콜럼비아의 거대한 탑이었다.
인생의 새출발을 다짐한 부커는 1912년 여름 콜럼비아에 도착한다. 그곳은 독재자 콤스톡을 예언자로 떠받드는 사회였다. 부커는 이 광신적인 도시 곳곳에서 ‘거짓된 양치기(False Shepherd)가 어린 양을 납치하러 올 것이다’는 콤스톡의 예언을 확인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부커는 콤스톡의 예언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거짓된 양치기는 손등에 A.D라는 이니셜이 적힌 자다’라는 벽보와 A.D라고 새겨진 자신의 손등을 보고 만다. 그리고 부커는 거짓된 양치기를 제거하려고 혈안이 된 콜럼비아 경찰과 군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 밝은 배경, 하지만 지극히 <바이오쇼크>다운 세계관
전작 <바이오쇼크> 1편과 2편은 수중도시 ‘랩쳐’를 배경으로 삼았다. 랩쳐는 2차 세계대전 후 세상에 환멸을 느낀 한 기업인이 유토피아를 지향해 만든 도시지만, 소수의 지식인과 노동계층의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다.
나중에는 스스로 생체병기가 돼 체제에 도전하는 하층민들이 인간성을 상실한 나머지 수 천 명의 시민을 학살하는 비극을 일으키고 만다. 결국 랩쳐는 계층 간 갈등으로 붕괴해 암흑 천지가 되고, 그곳을 탐험하는 플레이어에게 오싹한 경험을 안겨줬다. 랩쳐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바이오쇼크> 1편 리뷰를 참조하자. [원문보기]
1편의 배경은 사회상도 배경도 모두 암울하고 어두운 해저도시 랩쳐였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랩쳐 대신 15,000 피트 상공에 떠다니는 도시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 도시는 눈처럼 새하얀 구름을 품고 햇살이 은은하게 흐르듯 윤기가 나는 흰색 대리석 건물을 뽐낸다. 태양을 등지고 서 있는 황금색 천사상은 마치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나오는 천사처럼 은은한 후광을 뿜어낸다.
덤으로 이 모든 것은 광원효과 표현이 탁월한 언리얼 엔진 3로 구현됐다. 어두컴컴한 랩쳐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라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도시 자체가 자체발광을 한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다만 전작과의 차이는 정경뿐이다. 콜럼비아 또한 랩쳐와 마찬가지로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도시다. 아니, 어쩌면 랩쳐보다 한술 더 떠 알아서 갈등을 일으키는 ‘막장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콜럼비아는 미국의 힘과 이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자는 목표로 건설됐다. 그리고 나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각지 사람들의 입주를 받고, 미국의 우수한 과학력과 함께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는 개방성을 선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국 의화단 운동(1899~1901)을 기점으로 콜럼비아의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 의화단 운동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던 중국인들이 외국인을 몰아내기 위해 일으켰는데, 콜럼비아는 중국인들에게 무차별 폭격으로 대응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콜럼비아에게 항의하지만, 콜럼비아는 미국주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폐쇄 정책을 고집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럼비아 내에는 극심한 외국인 혐오주의가 팽배해진다. 콜럼비아의 기득권층인 건국자((Founder)들은 중국인, 아이리쉬, 흑인들을 차별하는 ‘유색인종 분리 정책’을 강행하고, 외국인들을 혹독한 노역에 종사하는 빈민층으로 만들어버린다. 백인과 흑인의 연애 및 결혼도 전면금지해 계층이 섞일 여지를 전면 차단한다.
미국의 이상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면서 죄 없는 외국인을 폭격하고, 포용성을 강조하고는 인종차별주의로 스스로 사회를 분열하는 모순적인 사회가 바로 콜럼비아인 것이다.
이처럼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화사한 정경과 대비되는 부정적인 사회를 알아 나가는 의외성을 강조했다. 이는 사회상과 정경이 일치하는 전작과 다른 시도였고,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감과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부정적인 사회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신 나간 세상이 바로 콜럼비아.
■ 허를 찌르는 사건 전개, 팽팽하게 조여오는 긴장감
세계관이 달라진 탓에 전작과 같은 오싹함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전작은 괴물 같이 변한 생체병기 스플라이서(Splicers)들이 주된 적이었다. 소름 끼치고 혐오스러운 외관, 어둠 속에서 불현듯 나타나 주인공을 습격하는 적이 등장하는 전작 세계관은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콜럼비아에는 비교적 정상적인(?) 적들이 등장한다. 일반적인 병사나 강화인간, 개틀링건으로 무장한 인형병기 ‘패트리어트’나 자동포탑 정도다. 이들에게 전작과 같은 긴장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가 긴장감이 떨어진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충격을 안겨주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작의 스플라이서.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 하나는 끝내주는 적들이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서 가장 험상궂은 적. 스플라이서에 비한다면 인상이 약하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스토리텔링의 기본 방식은 퍼즐 맞추기와 같다. 게임 곳곳에는 다음 스토리를 암시하는 단서들이 흩어져 있고, 이것들을 모으면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유추할 수 있는 식이다.
단, 플레이어가 얻은 단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설령 단서를 통해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짐작한다고 해도 그 사건은 플레이어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형태로 다가온다. 이 때 느끼는 당혹감과 오싹함은 전작에서 스플라이서를 만날 때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반복되는 구조로 고안돼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을 연상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개한테 종소리를 들려주고 먹을 것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면 나중에 종소리만 울려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그 실험 말이다.
일단 플레이어에게 복선을 던져준 뒤 사건을 일으켜 주인공 부커를 터무니없는 위기로 몰아간다. 종종 이 위기는 극적이고 잔인한 연출로 표현되기도 한다. 마치 ‘복선이 없었다면 부커는 위기에 휘말려 비참한 꼴이 됐을 거야’라고 협박하듯 말이다.
영문 모를 단서. “무엇을 하든 77은 절대 뽑지 말 것.”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플레이어는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대비하기 위해 단서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벽보, 메시지, 음성 녹음장치 등 정말로 사소한 단서를 봐도 무슨 사건과 연결될지 상상하며 조건반사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덕분에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플레이하는 내내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극적인 연출 장면이 덜 나와서 늘어지기 십상인 구간에서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강도 높은 긴장감을 유지했다.
■ 갈등관계부터 깨알같은 재미까지, 엘리자베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재미는 암울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토리의 핵심을 쥐고 있으면서 게임 플레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히로인 ‘엘리자베스’와 상호작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과 흥미, 놀라움을 얻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는 태어난 이후 쭉 탑에 갇혀 산 소녀다. 탑에 갇혀 있는 동안 그녀는 하늘 아래 세상은 물론 살아 있는 사람도 못 봤다. 그녀가 세상을 접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 독서와 다른 공간을 여는 능력인 ‘테어(Tear)’뿐이었다.
그러나 독서는 어디까지나 간접 경험에 그치는 행동이고, 테어는 미완성 능력이라 탑 밖의 세상을 충분히 체험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책과 테어로만 접한 프랑스 파리에 직접 가고 싶다는 소망을 속으로만 삭히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부커가 나타났고 그녀는 가슴 속으로만 품고 있었던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부커를 보고 “당신 진짜야?”(Are you real?)라고 묻는 소녀 엘리자베스.
갈라진 공간 너머에 1912년에 어울리지 않는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단 모든 이야기가 부커와 엘리자베스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복선도 그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다소 난해한 이야기에 집중력이 흩어져 긴장감을 못 느낄 여지도 줄여준다. 아무래도 귀엽고 예쁜 캐릭터라서 그런지 엘리자베스와 관련된 복선과 사건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스토리텔링에 쉽게 빠져들도록 큰 도움을 주는 셈이다.
또한 엘리자베스는 단순히 암울한 세계관과 급박한 사건 전개만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소녀다운 모습으로 설레게 만들고, 부커를 점차 이해하고 돕는 모습을 보여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나아가 애정과 보호본능을 한껏 자극해놓고 아픈 경험을 겪는 모습을 보여 사람을 애타게 만든다. 그 와중에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지중지 아낀 여동생이 어른이 된 것 같은 섭섭한 심정에 젖어들게 한다. 그만큼 플레이어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녀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여러모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뒤흔든다.
그녀의 활약은 스토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테어 능력을 이용해 부커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준다. 총알이 부족하면 무기를 던져주고, 체력이 부족하면 구급상자를 꺼내든다. 나중에는 자동포탑, 인형병기 패트리어트, 엄폐물, 스카이 라인 등을 소환해낸다. 심지어 전투 중에 부커가 죽으면 엘리자베스가 살려내기까지 한다.
전투를 하지 않을 때도 그녀는 큰 도움이 된다. 숨겨진 장소로 가는 문을 열려면 언제나 엘리자베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돈이 아쉬울 때는 어디에서 주워왔는지 모를 은화를 순순히 건네준다.
참고로 플레이어가 돈이 아쉬울 때 엘리자베스가 은화를 던져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정말 몇 푼 차이로 아이템을 못 사서 발을 동동 구를 때처럼 말이다. 비유를 하자면 MMORPG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와 같은 느낌인데, 이 깨알같은 재미를 패키지 FPS게임에서 느낄 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듯 엘리자베스는 작지만 예상 외의 재미를 안겨준다.
돈이 아쉬우면 은화를 받으면 되고,
죽으면 살려달라고 하면 그만.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뭔가를 찾는 귀여운 모습은 서비스.
■ 전투만 떼어 놓고 봐도 명품 FPS게임
플레이하는 내내 절묘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캐릭터 엘리자베스에 푹 빠져서 의식을 못했지만, 전투만 떼어 놓고 봐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전투 시스템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 손으로 무기, 한 손으로는 초능력인 비거(Vigor)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무기, 캐릭터 스탯, 비거 업그레이드, 특수장비 ‘기어’를 도입해 RPG에서 볼 수 있는 성장 요소를 녹여냈다.
한 손에는 무기, 한 손에는 초능력.
이러한 전투 시스템 덕분에 FPS게임치고는 상당히 화려한 전투를 펼칠 수 있다. 비거로 적들을 허공에 띄우고 총으로 쏴서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중력을 역전시킨 뒤 적을 밀어내는 비거를 사용해 도시 밖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적을 끌어당기는 기술을 사용하면 먼 거리에 있는 저격수를 코앞으로 데려와 샷건이나 핸드 캐논으로 처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절한 기어까지 조합하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적을 공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육탄으로 돌격하는 비거로는 인형병기를 상대하기 어려운데, 근접공격 성공 시 상대를 전기 충격으로 마비시키는 기어를 장착하면 그럭저럭 인형병기를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전기 충격으로 마비시킨 뒤 등 뒤로 돌아가 약점을 샷건으로 쏘는 공략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릭 펀치’ 기어를 착용하면 적을 마비시키고 약점을 노리는 공략법을 쓸 수 있다.
덕분에 2회차 플레이를 할 때는 기어와 무기, 비거를 바꿔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재미로 전투를 할 수 있었다. 덤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기와 비거의 업그레이드를 취사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체력과 실드 게이지, 비거를 사용할 때 필요한 솔트 게이지 중 어느 것을 확장하는가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환경을 이용해 전술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자동포탑이 많은 전장에서는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비거를 사용해 자동포탑으로 적 보병의 뒤를 습격하는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 맵에 따라서는 엘리자베스가 소환해주는 자동포탑, 인형병기 패트리어트를 이용해 다수의 적을 단번에 처치하는 전술도 쓸 수 있다.
특히 스카이라인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만의 개성 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완성하는 요소다. 플레이어는 하늘에 설치된 철도인 스카이라인에 매달려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허공 위의 구조물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가 있다. 이를 이용해 적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저격을 하거나, 아예 적이 타고 있는 비행선으로 옮겨 타는 저돌적인 공략을 실현할 수 있다.
덤으로 스카이라인에 탄 채 공중에서 총격전을 하거나, 바로 뛰어내려서 적을 덮칠 때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속도감과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이는 전작은 물론 다른 FPS게임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신선한 재미였다. 스카이라인을 활용할 수 있는 맵만 좀 더 많았다면 더 큰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다.
조금 까다롭지만 익숙해지면 정말 재미있는 공중전.
무기만 사용해도 재미있다. 총을 맞췄을 때의 선혈, 모션 표현이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 무기의 위력에 따라 적의 피격 모션을 차별화한 덕분이다. 저지력이 강한 샷건이나 핸드 캐논을 맞은 적은 금방이라도 몸이 뒤집힐 것처럼 비틀거리고, RPG 로켓탄을 맞은 적은 온몸에 불이 붙어서 바닥을 뒹군다. 이쯤 되니 타격감이 좋다 못해 ‘쫄깃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총성, 경직 모션, 혈흔 효과, 그 어느 것도 부족하지 않다.
물론 아쉬운 점도 일부 있다. 전작에서 호평받은 해킹 시스템이 사라지고 개성 넘치는 적이 덜 등장하는 점, 전작과 달리 초능력을 펑펑 쓸 수 없다는 점, 전작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들고 다니지 못하고 단 2종의 무기만 휴대할 수 있는 점이다. 전작을 안 해본 플레이어는 지나치기 쉬운 문제지만 <바이오쇼크> 팬의 입장에서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 한 편의 명화이자 완성도 높은 FPS게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전작에서 호평받은 시스템이 빠졌다는 점을 비롯해 몇몇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폄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토리텔링의 매력을 잘 살렸고, 1편을 재조명한 2편과 달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는 점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가치를 빛나게 했다.
무엇보다 플레이어에게 희로애락의 감정 모두를 안겨준 엘리자베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전까지 설마하는 심정으로 봐야 하는 결말은 이 게임을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은 건너뛰지(스킵) 않는 편이 좋다. 이 게임의 여운을 극대화하는 이벤트가 숨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