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부터 29일까지 MMORPG <아이마>의 1차 CBT가 진행됐습니다. 이 게임은 여러모로 이색적입니다. <그랜드체이스> <엘소드> <파이터스 클럽>처럼 MORPG를 집중적으로 만든 KOG의 첫 MMORPG라는 점도 있고, 기존의 MMORPG가 시도하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도 있어서죠.
가장 특이한 점은 MORPG에 나올 법한 화려한 액션을 마우스가 아닌 키보드로 조작한다는 겁니다. 기본 공격과 스킬 공격을 번갈아 사용해 적을 연타하고, 스킬 단축키가 아닌 ↑↓+Z 같은 커맨드 입력으로 기술을 쓸 수 있죠.
잘 입력하면 적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호쾌하게 반격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처럼 공중으로 띄우고 내려찍는 액션도 할 수 있고요. 마우스만으로 조작하는 MMORPG보다 더욱 다양한 기술로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분명히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전투는 밋밋했고, 액션게임에 맞지 않는 캐릭터와 전투 방식은 아쉬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인내할 줄 아는 사람만이 액션을 맛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키보드로 조작하는 온라인 액션게임은 대부분 한 가지 공통점을 보입니다. 몬스터의 빈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절하게 평타를 찔러넣어 적을 경직 상태로 만들거나, 넘어뜨리거나, 공중으로 띄워서 적의 공격 모션을 취소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상당수의 액션게임은 낮은 레벨부터 공중으로 띄우는 기술, 넘어뜨리는 기술을 빨리 배우고 쉽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해줍니다. 아예 1레벨부터 공중으로 띄우는 기술을 기본으로 갖추도록 설계한다든지, 콤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기술은 자주 쓸 수 있도록 쿨타임(재사용 대기시간)을 짧게 설정해주는 식이죠.
이런 액션게임은 재미를 붙이기 편합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콤보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술이 빗나간다고 한들 부담이 없습니다. 쿨타임이 짧으니 몬스터를 몰아붙일 기회를 언제든지 잡을 수 있으니까요.
초반 전투는 제자리에 선 채 공격을 주고받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면 <아이마>는 액션의 재미를 쉽고 빠르게 맛볼 수가 없습니다. 일단 평타를 쳐봤자 몬스터에게 단 0.1초의 경직조차 줄 수 없습니다. 다른 게임처럼 가볍게 몬스터를 몰아붙일 생각으로 평타를 휘두를 경우, 전봇대처럼 서서 공격을 주고받는 캐릭터와 몬스터를 보게 됩니다.
몬스터의 빈틈을 만들어내려면 올려치기, 넘어뜨리기, 자세 흩트리기 스킬을 써야만 하는데, 이 기술을 배우기까지는 체감상 30분에서 1시간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평타와 대미지만 크게 주는 액티브 스킬만으로 몬스터와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합니다. 마치 마우스 클릭으로만 사냥하는 MMORPG처럼 말이죠.
그렇게 제자리 공방전을 거쳐 액션게임에 어울릴 법한 스킬을 얻었다 싶으면 다음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적의 빈틈을 만들어내는 스킬들은 대부분 쿨타임이 수십 초 이상, 길게는 40초에 이릅니다.
경직 모션이 있긴 있는데, 몬스터가 다른 행동을 하면 그냥 취소됩니다.
큰 마음 먹고 기술 한 번 쓰면 40초 동안 또 다시 마우스로 조작하는 MMORPG처럼 싸워야 한다는 뜻이죠. 그나마 대시로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긴 한데, 회피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전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는 도무지 말을 못하겠습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몬스터를 제압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게 싸우니 하는 수 없이 도망다니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물론 레벨을 열심히 올려서 새로운 스킬을 많이 배우면 전투가 덜 지루해집니다. 콤보용 스킬의 쿨타임이 지나가는 동안 다른 스킬을 신나게 퍼부어줄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만큼 레벨을 올리려면 적어도 12 이상, 많게는 20 이상 올려야 합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두 시간 이상 지루한 전투를 참아내야 비로소 액션게임다운 전투를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죠.
몬스터를 제압하는 스킬의 쿨타임이 너무 깁니다. 이 기술의 쿨타임은 약 43초.
■ 저레벨의 생존법, 등 뒤만 집요하게 노려라?
물론 <아이마>에도 저레벨 캐릭터로 몬스터를 빨리 제압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몬스터의 ‘등짝’만 열심히 두들겨 패는 거죠.
몬스터의 등 뒤를 집요하게 공격하면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단 추가 대미지 10% 효과가 붙고, 크리티컬 히트 확률이 증가해 단숨에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게 됩니다.
몬스터의 등 뒤를 공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차 CBT 버전의 <아이마>는 캐릭터와 몬스터가 충돌하는 판정을 전혀 설정해 놓지 않았거든요. 그냥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캐릭터가 몬스터를 통과하듯 지나쳐 갑니다.
대시나 걷기만으로 몬스터를 통과해 등 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요즘 액션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몬스터 공략법이 나옵니다. 몬스터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앞으로 이동하고 바로 뒤돌아서 때리고, 그 다음은 뒤로 이동해서 때리고, 스킬 쿨타임이 지나가면 스킬을 써주고, 다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때려서 죽이는 공략법이죠.
나름 저레벨 캐릭터에게는 도움이 되는 공략법입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치명타를 입힐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 공략법으로 멋지게 싸우기가 참 어렵다는 거죠. 플레이어는 쿨타임 때문에 화려한 스킬을 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고 있고, 몬스터는 그런 플레이어를 잡겠다고 바보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거든요.
등짝을 때리려고 갈팡질팡하며 움직이는 캐릭터와 빙글빙글 도는 몬스터들.
더군다나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몬스터의 등만 노리는 게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한 대 때리려면 ‘→’를 눌러서 피한 뒤 ‘←’를 눌러서 방향을 전환하고 일반 공격키 X 혹은 스킬 단축키를 눌러야 합니다. 추가 대미지 10%와 크리티컬 히트를 위해, 공격 한 방을 날리기 위해 키를 세 번이나 눌러야 하는 셈이죠.
그나마 좀 멋있는 액션이라도 나오면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쿨타임이 길고 높은 등급의 스킬을 쓰지 않는 한 멋진 액션을 보기 힘듭니다. 그 전까지는 몬스터에게 휘둘리듯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싸우는 캐릭터를 계속 봐야 하고요.
■ 실종된 타격감과 피격감, 천편일률적인 몬스터들
문제는 레벨을 올리는 동안 별 볼 일 없는 캐릭터 액션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액션게임인데 타격감과 피격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외형만 다르고 패턴이 거의 같은 몬스터들 때문에 새로운 사냥터에서 싸우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단 타격감이 떨어지는데,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로 몬스터를 때려봤자 별 다른 피드백이 없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맞았을 때 움찔거리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자리에 서 있을 때나 그렇습니다. 몬스터가 공격하거나 이동하는 중에는 플레이어에게 맞아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꿋꿋이 자기 할 일만 다할 뿐이죠.
둘째로 기본 카메라 시점이 너무 멀리 보이도록 설정돼 있습니다. 자잘한 타격 동작이 눈에 잘 안 띄게 되고, 그만큼 몬스터를 때린다는 실감이 덜 나죠. 심지어 대미지를 표시하는 숫자 때문에 타격 동작이 가려지기까지 하고요.
기본 카메라 시점. 캐릭터가 너무 작게 묘사돼 타격감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점을 앞으로 당겨서 플레이하자니 몰아서 사냥하기가 불편합니다.
피격감의 표현 방식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때렸을 때 뜨는 숫자와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때렸을 때 표시되는 숫자가 똑같이 흰색으로 나타납니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몬스터가 대미지를 받았는지 플레이어가 대미지를 받았는지 구분을 못할 정도죠. 덕분에 맞았다는 실감이 들지 않아서 위기의식 없이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싸우기 일쑤더군요.
194는 몬스터가 받은 대미지. 54는 플레이어가 받은 대미지. 똑같은 색입니다.
그나마 개성 있는 몬스터가 많이 등장했다면 치열하게 몬스터를 공략하는 재미라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몬스터들의 패턴이 비슷하다 보니 전투에서 쉽게 싫증이 나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궁수 몬스터는 보통 두 개의 공격 패턴을 번갈아 사용합니다. 첫째는 일반 원거리 공격, 둘째는 제자리에 선 채로 사용하는 연속 원거리 공격입니다.
우습게도 레벨 5~10일 때 만나는 궁수 몬스터도, 레벨 10~15일 때 만나는 궁수 몬스터도 똑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공략 방식도 완전히 같습니다. 연속 공격을 할 때 재빨리 몬스터의 등 뒤로 이동한 뒤, 몬스터가 연속 공격을 끝낼 때까지 마음껏 두들겨 패면 그만입니다. 연속 공격을 하는 동안 몬스터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거든요.
바닥에 뜨는 붉은 표시는 특수 공격을 암시합니다.
연속 공격을 하는 몬스터는 뒤를 공격당해도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적이 연속 공격을 할 때를 노려 등만 때리는 공략을 반복하게 됩니다. 물론 네임드 몬스터는 나름대로 특이하고 공격적인 액션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액션보다는 무지막지한 체력과 회복력, 공격력을 내세워 플레이어를 위협하더군요.
<아이마>의 테스트에 참가한 어떤 유저는 “이 게임은 레벨 20 이상은 키우고 파티플레이를 시작해야 재미있어진다”고 주장하던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레벨 20은 찍을 수 있을까 계속 걱정이 되더군요. 타격감과 피격감도 없고 틀에 박힌 공격 패턴을 가진 몬스터만 등장하는 게임을 오래 하기는 결코 쉽지 않거든요.
■ 액션게임 캐릭터답지 않은 인스펙터
근접 캐릭터인 휴먼과 버갠은 그럭저럭 키울 만했습니다. 휴먼은 이동 기술을 이용해 적의 등 뒤를 기습하거나 호쾌한 동작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고, ‘가디언’(일종의 변신)을 발동하면 한층 화려한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거대한 악마의 팔을 소환해 몬스터를 후려치거나,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돌격해 적을 양단하는 기술처럼 말이죠.
휴먼의 가디언 스킬.
화려한 스킬을 구사해 전투하는 맛을 살렸습니다.
버갠은 저레벨 때도 쓸 만한 근접 캐릭터였습니다. 다른 캐릭터는 몬스터를 저지하는 스킬을 수십 초에 한 번 쓰는 수준인데, 버갠은 몇 초에 한 번씩 적의 모션을 강제로 취소시키는 기술을 쓰거든요. 다른 액션게임의 주인공들처럼 전투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캐릭터인 셈이죠.
야수로 변신하는 종족 버갠.
몬스터의 동작을 취소시키는 스킬을 자주 씁니다. 쿨타임은 대략 7초.
마법사 캐릭터 ‘인스펙터’는 휴먼과 버갠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작하는 재미가 떨어지더군요. 레벨 20까지 키워봤는데, 적을 넘어뜨리거나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기술을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몬스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마법이 있기는 하지만, 휴먼이나 버갠의 넘어뜨리는 기술에 비하면 몬스터를 무력화하는 시간이 너무 짧더군요.
그나마 가디언을 발동해 정령을 소환하면 적의 모션을 취소시키는 스킬을 쓸 수 있기는 한데 쿨타임이 수십 초에 이릅니다. 그래서 인스펙터로 몬스터를 잡으려면 뒤로 폴짝 뛰는 회피기, 특정 방향으로 순간이동하는 텔레포트로 열심히 도망치며 싸워야 했죠.
이 때문에 인스펙터를 키우는 동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플레이어 본인이 전투를 주도하지 못하고 몬스터를 피해 다니며 싸워야 하니 답답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거든요. 더군다나 마법을 쏘고 도망가는 일련의 과정을 일일이 키보드로 조작해야 하니 불편했습니다.
■ 필드가 주는 재미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
KOG는 <아이마>를 ‘필드액션 게임’이라고 소개했지만, 캐릭터를 육성하는 동안 제대로 된 액션을 체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스킬 쿨타임이 길어서 콤보 액션을 즐기기 어렵고 타격감과 피격감을 느낄 수 없는데다, 뻔한 공격 패턴만 보이는 몬스터가 바글바글하기 때문이었죠.
그나마 기존의 KOG 게임과 달리 ‘필드’를 무대로 삼아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면 아쉬움이 덜했을 겁니다. 하지만 딱히 필드라서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퀘스트 받아서 사냥하고 자원을 채취하는 일 말고 필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일단 필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적습니다. 전투와 채집, 단 둘 뿐이거든요. 문제는 두 가지가 크게 재미있는 활동이 못 된다는 거죠. 채집은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한 노동활동일 뿐이고, 전투는 앞서 말한 부족한 액션성 때문에 재미있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특이해 보이는 장소를 탐험하고 둘러보는 재미라도 있었으면 덜 허전해 보였겠습니다. 하지만 필드는 마을을 잇는 길을 따라 쭉 펼쳐져 있기만 할 뿐입니다. 딱히 모험 정신을 자극할 만한 지형을 발견할 수가 없더군요.
■ 액션성 보완이 필요한 필드액션 MMORPG
<아이마>는 키보드만으로 조작하는 액션을 MMORPG에 넣으려고 큰 모험을 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움직이고 공격하는 다른 3D MMORPG와 달리 오른쪽과 왼쪽으로만 공격할 수 있도록 맵을 횡스크롤 구조로 만든 거죠.
이번 1차 CBT 버전을 보면, 키보드 조작을 넣기 위해 게임의 구조를 바꾸는 것에만 신경 썼을 뿐, 액션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를 보여주는 데는 소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게임을 계속 할지 말지 결정하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플레이했는데 <아이마>가 추구하는 액션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거든요.
오히려 플레이하는 동안 콤보, 타격감, 피격감, 공격적인 액션으로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몬스터 등 액션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가 빠져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이죠. 다음 테스트에서는 KOG 특유의 액션 노하우를 반영해 보다 역동적인 액션성과 초반 플레이 구성 등을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