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성공신화를 빚어낸 <WOW>를 국내외 개발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요즘은 <WOW>의 주요 시스템부터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을 참고한 흔적이 보이는 신작게임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죠.
그런데 재미인터랙티브의 <4Story>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WOW>를 참고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WOW>의 그래픽과 <파이널판타지 11>의 타루타루 종족을 ‘그대로 도용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Story>. 그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에 직접 참여해 게임을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끼석사마
엄청난 랙, 그리고 할말 없는 베끼기 의혹
<4Story>의 첫 인상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긴 로딩시간은 둘째 치더라도 게임화면이 엄청나게 끊겼던 것입니다. 프레임 수를 확인해본 결과 9~13프레임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더군요.
확인해보니 심각한 끊김현상은 일부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호환성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필자는 체험기를 작성하기 위해 사양 좋은 안방 컴퓨터를 놔두고 PC방으로 출퇴근을 해야 했습니다.
아울러 심각한 랙 현상과 튕김 현상도 수시로 발생했습니다. 물론 클로즈 베타테스트 게임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4Story>는 그 정도가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버벅이는 화면 덕에 매트릭스처럼 점프해서 공중 부양을 하는 경험도 해봤습니다.
퀘스트를 받고 싶은데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받아지지 않는 난감한 상황도…
그리고 말 많고 탈 많은 그래픽의 베끼기 논란은 직접 게임에 들어가보니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법 하더군요.
인터페이스가 <WOW>와 유사함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였고 <파이널판타지 11>의 타루타루 종족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요정’, <WOW>의 나이트엘프 마을을 보는 것 같았던 드프겔 국가의 건물이나 각종 오브젝트 등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에서 봤을 때도 이 게임은 <WOW>와 <파이널판타지 11>의 장점과 컨텐츠를 그대로 채용한 것이 맞았던 것입니다.
배경만 좀 더 어둡게하면 <WOW> 나이트엘프 마을 스크린샷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그렇다고 좋은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4Story>는 위에서 언급한 랙과 표절 문제를 제외하면 ‘클베 단계 치고는 잘 만든 게임’에 속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보통 클로즈 베타테스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게임 시스템과 컨텐츠 구현률이 굉장히 낮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외형과 사냥만 만들어놓고 테스트에 들어가는 게임도 많이 있죠.
① 게임을 시작한다.
② 그래픽 감상 하면서 감탄사 조금 터뜨려준다. (생략하는 유저도 많음)
③ 게임 내 시스템 파악하고 기본적인 조작법을 숙지한다. (역시 생략하는 유저 많음)
④ 냅다 사냥을 나가서 몹들을 썰기 시작한다.
⑤ 열심히 '썰다' 보면 테스트 기간 끝. |
특히 그 중에서도 MMORPG의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위의 다섯 줄로 모든 설명이 될 정도로 흐름이 단순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4Story>는 달랐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점 덕에 첫인상이 상당히 좋지 않았었지만, 게임의 완성도가 꽤나 높았던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클베에서 보여주는 수준을 뛰어넘었다고나 할까요?
잘 짜여진 스토리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게임을 즐겼습니다.
초반 퀘스트는 게임의 튜토리얼 역할도 겸합니다.
우선 <4Story>는 상당한 양의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어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초반 퀘스트가 튜토리얼도 겸하고 있어 적응이 쉽습니다). 퀘스트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도 꽤나 잘 짜여져 있어 대사를 읽으며 게임을 진행하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군요. 여기에 NPC마다 따로 따로 녹음한 개성적인 목소리들도 몰입감을 더하는데 한 몫 했습니다.
맵을 켜면 각 NPC의 위치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길 찾기는 쉬웠습니다.
NPC들은 개성적인 목소리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놓고 따라 했다는 엄청난 잘못이 있지만(…), 그래픽 역시 완성도가 상당했습니다.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화려한 이펙트도 멋있었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각종 동작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어두운 색감과 어설픈 글로우 이펙트가 조금 거슬렸지만,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선보였습니다.
‘따라했다’는 문제를 떼어놓고 보면 괜찮은 그래픽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실시간 전략 지휘로 승부하는 '점령전'
<4Stoyy>는 클로즈 베타 기간 중 마지막 이틀 동안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령전’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해서 A에서 H까지 총 8팀을 뽑아 진행했죠.
사실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바로 점령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점령전은 흔히들 말하는 공성전과 비슷한데요. 하나의 마을을 수비하는 방어팀, 그리고 마을을 차지하기 위해 침략하는 공격팀간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한쪽 팀이 전멸하면 승부가 갈린다는 간단한 방식은 아닙니다. 각 팀은 다음과 같은 규칙 아래서 전투를 진행하게 됩니다.
■ 공격팀이 할 일 ① 마을로 들어가는 문을 열기 위해 문을 지키는 ‘수문장’을 사냥해 출입문을 열어야 한다. ② 마을의 상징물을 찾아가서 그곳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을 사냥해야 한다. ③ ‘수호신’은 한번 죽으면 마법을 사용하는 강력한 모습으로 변신해서 부활한다. (총 2번 죽여야 한다) ④ 변신해서 강력해진 ‘수호신’까지 죽이면 비로소 공격팀이 승리하게 된다. ■ 방어팀이 할 일 ① 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사망하지 않도록 성문 밖에서 전투를 돕거나, 성벽 위에서 원거리 공격으로 공격팀을 막아야 한다. ② 문이 뚫린다면 마을의 상징물이 있는 곳으로 퇴각, ‘수호신’을 지키기 위한 2차 전선을 펼쳐야 한다. ③ 전쟁 시작 후 30분이 끝날 때까지 ‘수호신’을 보호하며 버티면 방어팀이 승리한다. 단, 한번 죽었다가 변신해서 부활한 ‘수호신’의 마법 공격은 방어팀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한편 <4Story>에서는 이 점령전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실시간 전략적 지휘 체계(R.S.C.S)’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긴 설명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명령을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명령을 내리면 화살표로 목표의 위치가 나타나기 때문에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한 팀에는 원활한 지휘소통을 위해 부대를 총지휘하는 사령관, 부대의 일부인 분대를 지휘하는 분대장, 각 분대에 소속된 일반병사 순으로 계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상급자는 복잡하게 이런 저런 설명을 채팅창에 적을 필요 없이, 몇 번의 간단한 클릭만 하면 자신이 지정한 하위그룹 병사들에게 명령을 하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병사’에 속한 게이머들은 엄한 곳으로 가서 헤맬 일이 없습니다. 사령관이 적군 한 명을 지정하면 그 적을 일점사하라는 뜻이고, 특정장소를 지정하면 그 지점으로 이동하라는 뜻입니다. 아군 한 명을 지정하면 그 사람을 호위하라는 명령이니 분대원들은 그저 그 명령을 따라 하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복잡한 작전의 경우는 여전히 채팅을 통해 설명해야 하지만, 이런 간단한 명령 시스템은 단체 전투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B팀의 결승 전투장면. B팀의 리더격인 ‘Bam이별’님의 전략적 플레이가 눈부셨다고 합니다.
나쁜 것은 덜어내고, 좋은 것은 발전 시키기를…
첫 인상이 너무나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었던 <4Story>.
하지만 메인이 될 스토리가 탄탄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은 게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점령전 역시 재미뿐 아니라, 유저들 간의 유대감도 고양시킬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유저들의 눈은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심판은 매섭습니다. 한 번 외면받은 게임의 말로는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것입니다. 이제 관심은 충분히 받았고, 무엇을 해야할 지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색깔로 거듭난 <4Story>의 다음 테스트를 기다리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