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마인 크래프트>로 유명한 개발사 모장에서 PC용 TCG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스크롤>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상대편 진영 끝에 있는 5개의 석상 ‘아이돌’ 중 3개 이상 파괴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패배가 되겠죠.
게임에 들어가면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명확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천차만별입니다. 단순히 좋은 스크롤을 가지고 있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닛, 건물, 인챈트, 스펠 스크롤 중 무엇을 선택할지, 5개의 아이돌 중에서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고민해 유닛을 배치하고 이동해야 하니까요.
덕분에 언제 어떤 스크롤을 쓰느냐 못지않게 유닛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운용하느냐 여부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머리를 써서 상대를 이기는 성취감도 누릴 수 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자원을 확보! 전선을 운용할 유닛과 건물을 소환
유저가 할 일은 너무 명확합니다. 처음에는 자원을 모으고, 필드에 병력을 소환해서 싸우면 됩니다. 전투 과정을 1단계에서 4단계로 요약해도 될 정도로요. 간략한 설명을 위해 영상과 스크린샷을 준비해 봤습니다.
1단계. 붉은색 원 안에 있는 아이콘을 클릭해 당장 사용하지 않는 스크롤을 소모해서 자원을 획득합니다.
2단계. 초반에는 저비용 유닛과 건물로 라인을 막고, 계속 자원을 확보합니다. 자원을 확보할 수록 한꺼번에 많은 스크롤을 사용할 수 있고, 성능 좋은 고급 유닛을 소환할 수 있게 됩니다.
3단계.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이후에는 필요 없는 스크롤 한 장을 버리고 다른 두 장의 스크롤로 교환하면서 전투를 합니다. 이때 적절한 유닛, 건물을 배치한 뒤 버프를 걸어 적 유닛, 아이돌을 부술 수 있죠.
5단계. 아이돌을 부순 뒤에는 유닛을 이동시켜 다른 라인을 공략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돌 3개를 부수면 승리.
■ 다양한 전술 요소를 적절히 선택해야
유저가 할 일은 단순합니다. 그렇다고 게임 플레이가 단순하게 흘러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변수가 많아서 의외의 상황이 종종 연출되거든요. 저비용 유닛과 고급 유닛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상황이 변합니다.
즉 좋은 덱을 구성해서 가장 강한 패를 이용한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스크롤>에서는 저비용 유닛이 그만큼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자원이 적을 수밖에 없는 초반부터 활용할 수 있는데다, 고급 유닛을 하나 소환할 자원으로 두 세 개씩 뽑아서 물량 공세로 초반부터 승기를 잡는 방법이 유용하죠.
고급 유닛을 뽑는 데에만 집착하지 말고, 자원 2~3짜리 유닛을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물론 고급 유닛은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만큼 성능이 좋습니다. 고급 근접전용 유닛은 ‘회심의 카드’로 꺼낼 만합니다. 고급 근접전용 유닛은 자기 공격력보다 체력이 낮은 적을 처치하면 그 뒤에 있는 유닛까지 공격하거든요.
예컨대 공격력 7짜리 근접전 유닛이 있고 같은 라인에 체력 3짜리 적 유닛이 둘 있으면, 공격력 6을 써서 두 유닛 모두 처치하고 맨 뒤에 있는 아이돌에 1의 대미지를 주는 식입니다. 이쯤되면 유닛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자원 7짜리 근접전 유닛이 일렬로 늘어선 저비용 유닛을 일망타진하는 모습.
유닛과 함께 건물을 활용하면 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어형 건물은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건물 뒤에 있는 유닛들은 곡사형 병기와 체력을 깎는 스펠을 제외한 적의 공격을 받지 않거든요.
일부 방어전용 건물은 유닛에게 공격을 받아도 대미지를 1만 받거나,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고요. 게다가 건물 뒤에 있는 유닛은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건물에 막혀 적 유닛을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아군에게 버프를 주거나 적군에게 디버프를 거는 인챈트, 스펠까지 활용하면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 있습니다. 폭탄이나 저주를 이용해 유닛으로 공격하지 않고도 적을 처치하고, 모든 유닛이 한꺼번에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참고로 특정 스펠을 사용하면 소환한 건물을 희생시켜 유닛의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희생시킨 건물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닛의 성능이 올라갑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건물을 모두 처분하고 단숨에 상대편의 숨통을 조일 수 있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생각해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획일적이지 않고 변수가 많아 쉽게 질리지 않고, 전술이 들어맞았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합니다. 마치 상대방과 머리싸움을 하는 장기, 바둑, 체스에서 느낄 법한 재미를 <스크롤>에서 느끼게 됩니다.
■ 라인과 이동 개념을 도입한 TCG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머리를 써야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바로 라인과 이동 개념입니다. <스크롤>에는 5줄의 라인이 주어지는데, 곡사형 병기가 아닌 일반 유닛들은 같은 라인의 적, 아이돌만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라인의 적을 공격하려면 위나 아래로 이동해야 하죠.
이런 특징 덕분에 게임의 전술은 한층 더 강화됩니다. 고급 유닛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위아래로 이동시켜 회피하는 요령은 기본이고, 공격턴이 돌아왔을 때 유닛을 한 라인에 몰아넣고, 일제히 공격해 한 라인을 초토화하는 응용도 가능합니다.
강력한 유닛을 한 라인으로 이동시켜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상대편이 한 라인을 장악하고 있을 때, 그 라인을 과감히 포기하고 위아래 라인에 강한 유닛들을 세우는 전술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편이 어느 라인으로 움직여도 유닛을 잃을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로 몰아가기 위해서죠.
이 틈을 노려 적 아이돌을 공격하면 아이돌 하나를 내주고 적 아이돌 두 개를 파괴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살을 주고 뼈를 베는’ 상황이죠. 이런 전술들을 쓸 수 있다 보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스크롤만 보며 게임을 할 수가 없더군요.
적이 주로 공격하는 라인은 어디인지, 어느 라인으로 공격 해야 허점을 파고들 수 있을지 항상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그만큼 상대와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맨 위쪽의 아이돌을 부쉈지만 발이 묶인 적 유닛.
■ 생동감 있는 게임 화면은 덤
<스크롤>은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게임 속 유닛의 생김새, 동작까지 묘사합니다. 카드 일러스트만 구현하고 특수효과로 공격을 묘사하는 게임과는 차별되는 게임 화면을 구현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픽은 ‘적절한’ 수준에 그칩니다. 포병이 공격할 때 포신에서 불을 뿜고, 공성 병기가 쏘아 올린 돌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질 때 화면이 흔들리는 등, 플레이어가 생각할만한 수준의 동작들을 구현해주는 정도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화려한 효과는 없습니다.
대신 생동감 있는 화면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근접전 유닛이 라인 하나를 초토화하거나, 모든 원거리 공격 유닛이 일제 사격으로 적을 정리하는 과정이 명확하게 보이니까요. 화려함은 없지만, 과정과 결과가 확실하게 보이는 만큼, 생동감 있는 게임 화면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유닛의 움직임이 보이는 덕분에, 어떻게 적을 처치하는지 파악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스크롤>은 ‘머리를 쓰는 게임’이고, ‘머리를 쓴 결과를 유닛의 움직임으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어떤 라인을 공략할지, 무슨 스크롤을 사용할지, 유닛과 건물을 어떻게 배치할지 판단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실히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전술을 짜는 재미를 느끼고, 자신의 전술이 성공했다는 성취감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멀티 플레이에서 만난 사람을 이겼을 때는 만족감이 배가됩니다.
단순히 좋은 덱을 맞추기만 하면 만사형통인 TCG가 지루해졌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1:1로 치열한 머리싸움을 하고 싶어하는 플레이어에게 <스크롤>을 자신 있게 추전해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