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말까’란?] 하루가 멀다고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모바일게임 중 어떤 게임을 골라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되는가? 다양한 성향의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플레이해보고 내린 ‘돌직구’ 평가를 보고 결정해보자. ‘게임을 할까, 말까? 유료 구매를 할까, 말까?’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신생 개발사 할로윈에서 만든, 익숙하지만 조금 색다른 방식의 리듬액션 게임, <모두의밴드 for Kakao>(이하 모두의밴드)다. /디스이즈게임 주재상 기자
개발: 할로윈 | 유통: 아프리카TV | 출시일: 2013년 7월 23일 | 다운로드: 구글, 애플
■ <모두의밴드>는 어떤 게임?
밴드 라이브 공연 콘셉트: 음악별로 원하는 악기(기타, 베이스, 드럼) 중 하나를 선택해서 연주하는 게임. 악기마다 노트와 키음, 연주 방식이 다르다. ‘피버’(Fever) 모드에 돌입하면 열광하는 관중들이 밴드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연출이 등장, 플레이어가 실제 라이브 공연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인기가 곧 실력? 팬 시스템: 플레이어의 레벨이 오르거나 돈을 모아 공연장, 엠블럼을 업그레이드하면 밴드의 팬 수가 증가한다. 팬이 많을수록 연주를 시작할 때 소위 ‘먹고 들어가는’ 점수가 늘어난다. 플레이어의 레벨이 새로운 곡의 등장이나 약간의 추가 점수에만 영향을 줬던 기존의 리듬액션과는 조금 다른 셈.
내가 키운 캐릭터를 친구의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시키거나 친구의 캐릭터를 내 공연의 세션으로 참가시킬 수 있다. 즉, 내 팬이 많으면 친구들에게 도움되고, 팬을 많이 확보한 친구가 많을수록 고득점을 기록할 수 있다.
■ TIG 기자들의 막나가는 ‘돌직구’ 평가
안드로이드, 갤럭시노트 유저. <모두의밴드> 레벨 18
<파라파더래퍼>부터 리듬액션에 눈뜬 자칭 리듬액션 게임 마니아. 실력은 별로지만 고난도 곡만 골라서 연습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퍼프션프릭스>(드럼마니아)나 PSP용 <디제이맥스> 시리즈처럼 신나게 쳐대는 게임들을 좋아한다.
“실력 <<< 넘을 수 없는 소셜 + 캐시의 벽 <<< 팬”
장르부터 분명히 하자. <모두의밴드>는 팬(FAN)으로 플레이어의 능력을 결정 짓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팬이 1,000 명이고 팬이 각각 1만 명인 친구 A, B를 파티에 넣었다면 21,000점을 얻고 시작한다.
결국, 고득점을 위해서는 연주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돈을 모아서 공연장을 늘리고, 꾸준히 친구를 초대해서 팬을 확보하고, 레벨을 올리고, 팬이 많은 친구를 열심히 섭외해야 한다. 실제로 팬이 1,000 명인 유저가 ‘올콤보’를 하더라도 팬이 2만 명인 유저가 ‘올미스’ 내는 게 점수가 더 높다. 이래서야 리듬액션게임이 아닌 리듬을 기반으로 즐기는 소셜게임이다.
노트 판정도 매우 짜다. 타이밍이 약간만 늦어도 자비 없이 콤보가 끊기고, 100콤보, 200콤보, x2 등의 표시가 수시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노트를 가린다. L'Arc-en-Ciel이나 Suede, Skid Row 등의 곡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렵다.
한낮은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제 점수는요!
안 한다. 실력보다 마스크(팬)와 연줄(친구), 돈(공연장)이 있는 자가 승리한다는 현실의 법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임. 잔인한 현실을 느끼는 건 지금도 충분하다. 대체할 리듬게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연주의 재미가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니다.
45점. 전혀 예상치 못한 음악들이 나와서 좋았다. 연주도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근데 다른 게임에 비해 어디가 더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다.
패널 댓글(Pannel Comment)
실리에: 내 마음을 읽었나? 공감한다.
버징가: 첫날부터 4만 점을 넘게 찍는 괴물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프렌빨’ ㅋ
꼼신: 카카오에 기반을 둔 소셜네트워크게임(SNG)임은 확실하다.
팬만 모으면 올미스로 최고 기록 경신도 어렵지 않다.
오른쪽 아래는 팬을 모으기 전 올콤보로 세운 기록.
iOS 6, 아이폰 5 유저. <모두의밴드> 11레벨
응답하라, 1998! 당시 <비트매니아>, <DDR> 초기 버전부터 최근 <DJMAX 테크니카>와 <유비트>까지 다양한 리듬액션 게임을 즐겼고, 모바일 리듬게임도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있는 리듬게임 마니아. <모두의밴드>는 ‘밴드’라는 콘셉트와 리듬게임의 기본을 기준으로 리뷰하며 플레이했다.
“리듬보다 현실을 알려주는 게임: 내가 치고 있는 게 드럼인가 목탁인가?”
리듬게임은 액션인 동시에 시뮬레이션이다. 단순히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노트가 터질 때 '키 음'을 통해 직접 곡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저절로 어깨가 움찔댈 정도로 흥겹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리듬감은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소리를 켜든 끄든 플레이 느낌이 같다.
악기의 특성에 따른 조작 방법의 차별화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드럼을 골라 노트를 터트리니 베이스 소리만 들리고, 노트를 그냥 흘려보냈더니 갑자기 폭풍 같은 드럼 연주가 들리기 시작한다. 노트를 쳤는데 틀렸을 때의 미스 음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다. 이 리듬 게임의 키 음은 ‘츤데레’인가?
리듬게임을 하다 보면 하이스코어에 도전하며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것도 재미다. <모두의밴드>는 실력보다 ‘팬 수’가 중요하다. 돈을 써서 내 팬을 늘리고 팬이 많은 친구만 확보하면 고득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Driver’s high> 기본 유닛 풀 콤보가 17,000점대, 팬을 1만 명 거느린 친구들이 참가만 했는데 시작점이 19,000점이다. 현실에서 실력은 자본과 인맥이라는 사실이라도 알려주고 싶은 걸까?
실리에는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제 점수는요!
안 한다. 리뷰를 쓰고 있으니 참 행복하다. 이 리뷰를 다 쓰고 나면 게임을 지워도 되니까.
29점. 수록곡은 나쁘지 않아서 +20점, 베이스의 슬라이드 노트 느낌은 좋아서 +9점.
패널 댓글(Pannel Comment)
한낮: 안드로이드에서 업데이트도 했지만, 여전히 내 악기 소리만 작다. ㅠㅠ
버징가: 드럼 틀렸을 때 ‘딱!’ 하고 스틱 치는 소리가 나오는 것만 기억난다.
꼼신: 조작은 차별화해 놓고, 악기 사운드에 차별성이 없는 건 매우 아쉽다.
게임의 끝에 남는 두 가지는 <Driver's high>와 드럼이더라.
iOS 6, 아이폰 5 유저, <모두의밴드> 레벨 25
학창시절 교내 <펌프잇업> 퍼포먼스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기록한 흑역사가 있을 정도로 리듬액션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며, 이 분야에 투자(과금)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즐긴 리듬액션 게임은 <DJMAX RAY>와 <DJMAX 테크니카>. 리듬액션 게임 마니아로서 <모두의밴드>를 가감 없이 평가해본다.
“정녕 걸어다니면서 하라고 만든 모바일 리듬액션인가?”
양손으로 기기를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플레이하면 엄지의 두꺼운 부분이 화면의 가장자리에 닿는 일이 많아 분명히 ‘터치했다고 생각했는데 미스 판정 나는 일’이 많았다. 화면 작은 아이폰인데도 기기를 책상에 놓고 집게손가락으로 ‘독수리 타법’을 하는 게 편할 정도. 이 정도면 ‘모바일게임’으로 부적격 아닌가?
기타의 이펙터(라고 추정되는) 롱 노트는 매우 좁은 공간 안에서 ‘슬라이드 ☞ 홀드’를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노트다. 하드모드에선 롱 노트 유지와 동시에 다른 노트를 마구 터치해야 하는데, 이걸 플레이하다 보면 ‘사람이 연주하라고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악한 터치 판정도 이에 한몫한다.
베이스의 ‘추석 민족 대이동’ 같은 롱 슬라이드 노트도 마찬가지. 두 칸짜리 슬라이드도 칸 자체가 넓고 터치 판정도 난해해서 이따금 실패해 피버 모드가 끊기는 것도 속상한 일인데, 세 칸, 네 칸짜리 노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를 겪고 나면 자연스럽게 드럼만 꺼내 들게 되지. ※ 7월 25일 밤에 터치 판정 확장 패치가 안드로이드 OS에 적용됐으나, 효과는 미미. 게다가 나는 iOS.
버징가는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점수는요!
안 한다. 난해한 연주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드럼만 플레이하게 되는 강제 몰개성화, 이해할 수 없는 터치 판정. 이와 더불어 연주 실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팬 or 캐쉬’가 많은 친구를 추가하는 쪽이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훨씬 유리한 어처구니 없는 점수 산정 시스템은 <DJMAX RAY> 생각이 나게 만든다.
35점. 이는 온전히 <모두의밴드>에 추가된 L'Arc~en~ciel의 <Driver's high>에 바치는 점수다. <Dirver's high>의 음악성 100점, 조작성 -65점.
패널 댓글(Pannel Comment)
한낮: 안드로이드 버전은 업데이트 이후 확실히 판정이 나아진 편. 하지만 롱 노트와 슬라이드 노트의 불편함은 여전해.
실리에: ‘이중극점’의 오의는 찰나의 순간에 같은 점을 두 번 치는 것이지.
꼼신: 대체 왜 왼쪽만 계속 미스 나는 걸까? 인식 범위 좀 넓혀주세요!
연주 실수 한 번에 싸늘해지는 관중들. 정말 팬 맞나?
iOS 6, 아이폰 4S 유저, <모두의밴드> 레벨 11
태어날 때부터 답이 없는 심각한 몸치. <펌프잇업>에 상처받은 이후 <오투잼>, <오디션> 등도 시도해 봤지만, 손가락마저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좌절감만 맛봤다. 그나마 훈련으로 극복됐던 게임이 <탭소닉>. 생에 처음으로 모바일게임에 지갑을 열게 해준 게임이었다. 과연 <모두의밴드>는 몸치, 박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능력자가 아니어도 괜찮아. 누구나 가볍게 해볼 수 있는 리듬액션”
엄청난 실력자들이 수두룩한 리듬액션 장르에서 오히려 실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독특한 게임이다. ‘팬 시스템’은 카카오를 활용한 SNG의 특성을 잘 살려 게임을 좀 못해도 친구를 늘리거나 약간의 투자만 해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실력 좋은 사람들이 같은 투자를 한다면 할 수 없지만….
보통 ‘미스’(Miss)가 많으면 당장에 끝나버리는 다른 리듬액션 게임들과 달리 노트를 전부 놓쳐도 끝나지 않는다. 허무하게 끝나버리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탭소닉>은 반복 플레이를 통해 패턴을 익혀서 모든 노트를 놓치지 않는 ‘퍼펙트’를 달성해왔는데, <모두의밴드>는 계속 끝까지 게임을 할 수 있으니 패턴을 쉽게 익힌다. 그만큼 빠르게 다른 곡으로 넘어갔다.
드럼, 기타, 베이스는 각각 다른 난이도로 진행되는데 베이스는 매우 어렵다. 근데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기타나 베이스를 할 필요가 있을까? 모바일게임은 ‘터치’를 활용하기 때문에 노트의 패턴이 다양할 수 있는데, 그걸 전부 강요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다. 슬라이드는 버려! 오직 드럼만 팬다!
꼼신은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제 점수는요!
한다. 노트 판정이 좀 이상하고 곡 수가 좀 적지만 어차피 그런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시스템이어서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잘 만든 게임이 아닐지 몰라도 초보자로서 스트레스 없이 끝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었다. 또 추가되는 음악도 기대할 만하다. 듣기 불편한 후크송이 없다. ‘밴드’라는 콘셉트를 잊지 말았으면.
69점. 젊은 시절 좋아하는 밴드의 전국투어를 쫓아다닐 만큼 열정적이었다가, 시집가서 애 낳고 살면서 스마트폰도 제대로 못 다룰 만큼 점점 도태되어가는 이모와 함께 즐기고 싶다.
패널 댓글(Pannel Comment)
한낮: 차라리 대놓고 초심자만 겨냥했으면 좋았을 텐데….
실리에: 초보든 고수든 마무리는 <모두의드럼>.
버징가: 리듬액션 게임 미숙련자 입장에서 게임오버가 없다는 것은 확실히 강점.
능력 좋은 친구들 덕에 기본 점수만 11,440점.
■ 세 줄 요약
배보다 배꼽이 크네? - 연주 실력보다 소셜 요소가 중요한 아이러니를 초보자는 오히려 환영.
악기 차별화? 결국 <모두의드럼> - 일단 제가 뭘 연주하고 있는지부터 확실하게 들려주세요.
터치 판정 좀! - 확장 패치가 이뤄졌다고 하나 여전히 불편하는 의견이다. iOS도 어서 해달라고!
이 판정은 사정이 있어서 넓힐 수 없다. 내 손가락에서 흑염룡이 날뛰어 버리니 말이다…. 크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