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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피의 향연! 다크 메시아

shiraz 2007-02-13 23:51:30

 

판타지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책 대여점에 가면 책꽂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무협과 판타지 소설들. 최근에는 양쪽을 섞어놓은 장르도 생겨났더군요.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만화도 판타지 장르가 넘쳐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은 어느새 마법과 검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꽂이 꽂혀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읽다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왜 화염구에 맞은 사람은 그냥 그을리기만 하지? 커다란 칼에 맞았는데 피도 안 나네.’ 많은 사람들이 만화 <베르세르크>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성인 취향의 현실적인 액션이 아닐까 합니다.

 

판타지의 세계는 살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지며, 피가 흩뿌려지는 잔인한 세상입니다. 판타지를 다룬 많은 작품들은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이를 덮어두지만 때때로 18금이라는 딱지를 받으면서까지 그것에 충실하고자 하는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유비소프트에서 작년에 발매한 <다크 메시아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하 다크 메시아)는 잔인한 판타지의 현실을 여과 없이 플레이어에게 보여줍니다.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고 유혈이 낭자한 18금의 세상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디스이즈게임 필진 shiraz


 

 

화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물리엔진

 

PC용 패키지게임 <다크 메시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의 세계관을 계승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도 턴 방식 전략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하프 라이프2>의 뛰어난 '소스'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FPS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하프 라이프2>를 하다가 멀미 때문에 고생했던 저는 똑 같은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어지러운 가운데에서도 게임 속의 마을과 던전, 깎아지른 절벽과 그 속에서 어우러지는 광원효과는 무척이나 화려했습니다. 엔진의 이름 값은 톡톡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사이클롭스 장면, 상당히 화려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어두운 곳에서 환한 밖으로 뛰어나가면 눈이 부시다가 곧 정상으로 되돌아옵니다. 화염구 마법을 시전하면 그것의 위치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주위 사물들의 그림자를 볼 수 있습니다. 몬스터들의 갑옷과 피부는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습기 찬 바닥은 끈적끈적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몬스터들이 내뿜는 피는 2D 3D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화면 전체를 뒤덮는, 말 그대로 피 튀기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 게임 곳곳에서 뛰어난 물리엔진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장애물을 걷어차면 현실적으로 이리저리 튕기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몬스터의 팔과 다리는 인형처럼 덜렁거립니다.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발리스타에 맞은 몬스터는 이리저리 튕겨져 날아갑니다.

 

 

던지고, 깔아 뭉개고, 불태우고, 싹둑 잘라 버리는 피의 향연

 

<다크 메시아>는 분명 성인 취향의 게임입니다. 어릴 때 친구들의 인형을 빼앗아 팔다리를 자르던 악취미를 가진 분이라면 이 게임을 하면서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 )

 

아드레날린 모드를 적절히 사용하면 한 번에 두 마리의 몬스터도 죽일 수 있습니다.

 

공격을 계속해서 성공시키면 아드레날린이 모아지는데 가득 채워서 사용하게 되면 말 그대로 몬스터의 팔다리는 물론 목까지도 한 칼에 잘라버릴 수 있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느리게 진행되는 아드레날린 모드에서 한 녀석의 다리를 잘라버리고 시선을 돌려서 옆 몬스터의 팔을 잘라버리는 연속 학살모드도 가능합니다. 이럴 때마다 절단 부위에서는 피가 솟구치면서 화면을 뒤덮는 잔인한 시각적 효과가 등장합니다.

 

 

한바탕 싸움이 끝난 후의 모습, 피가 여기 저기 튀어 있습니다.

 

쓰러진 적에게 다가가 심장에 칼을 꽂으면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며, 심한 상처를 입은 적은 바닥에 피를 질질 흘리며 힘겹게 도망갑니다. 전투 후에는 바닥과 벽이 온통 피로 얼룩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적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뒤에 발로 차서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이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피의 향연을 즐길 수도 있지만, <하프 라이프2>에서 물려받은 물리엔진의 능력을 바탕으로 좀더 지능적인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뾰족한 침이 수없이 박힌 벽에 상대를 밀어 붙여 발로 차서 매달아 버릴 수도 있고 상자나 돌을 집어 들어 적에게 던질 수도 있습니다. 선반 위에 많은 물건들이 쌓여있다면 적을 그 밑으로 유인한 다음 받침대를 무너뜨려 압사시키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쇠창살에 끼어 죽은 몬스터 '파오 카이'. 발로 차니 꿈틀댑니다.

 

몬스터들의 만만찮은 위력이 당황스러울 경우 주변의 커다란 지형지물을 활용해야 합니다. 거대한 석상을 무너뜨려 깔아 뭉개버릴 수도 있고 절벽으로 유인해 발로 차서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곳곳에 널려 있는 '부비 트랩'을 잘 활용하면 보다 쉽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적을 부비트랩으로 유인해서 쉽게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 인페르노 마법을 써서 상대를 불태워 죽이거나 프리즈 마법으로 얼린 다음에 부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적을 물 속으로 유인해 전기계열 마법을 써서 감전사 시킬 수도 있습니다. 염력으로 적을 들어서 모닥불 속에 던져 불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벽난로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적병사.

 

지금까지 읽어 내려오신 분들은 눈치 챘겠지만 이 게임, 한마디로 ‘완전’ 잔인합니다. 패륜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포스탈>에서 네이팜으로 시민을 학살하는 것은 이 게임에 비하면 잔인의 축에도 못 들 것 같습니다. 아드레날린 모드의 발동 때 보여지는 느린 시각적 효과는 ‘폭력의 미학’이란 걸 느끼게 만들 정도입니다.

 

 

나름대로 롤플레잉 게임이기는 하지만…

 

물론 <다크 메시아> <하프 라이프 2>의 소스 엔진을 활용하여 피 튀기는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의 세계관을 계승한만큼 롤플레잉 게임으로서도 어느 정도 충실 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자세히는 못 밝힙니다만,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마법사들의 손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자신을 둘러싼 운명의 소용돌이를 깨닫게 되죠.

 

주인공에게 끊임 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여인들 중 한 명. 질투가 심합니다.

 

게임 내에서는 스토리 전개상 여러 개의 분기점이 존재합니다. 이 때의 선택에 따라 게임 진행과 결말이 달라지게 되는데 있으나 마나 한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엔딩 동영상이 틀려지는 것과 자신을 둘러싼 여인들 중 잔소리하는 목소리가 바뀌는 것 밖에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수 많은 액션영화가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인 ‘스토리’의 부재를 <다크 메시아>도 똑같이 답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끝까지 해보고 난 뒤의 허무함을 경험한 분이라면 아마 동의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게임의 각 장마다 미션 목표가 주어지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스킬 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술과 마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끝까지 진행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전체를 다 배우기에는 턱 없이 모자라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캐릭터를 키울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육성의 재미도 나름대로 존재합니다.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가 되거나, 적의 등뒤로 다가가 목에 비수를 꽂는 암살자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 적을 헤드샷으로 하나씩 해치우는 궁수나 적진으로 돌격하여 적을 닥치는대로 베고 쓰러뜨리는 단순무식 전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먼 곳에서 강력한 화염구를 펑펑 날리는 마법사가 되어 볼까요?

 

많은 롤플레잉 게임이 그러하듯 <다크 메시아> 또한 엔딩을 보고 난 뒤에 또 다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게임들은 캐릭터의 역할과 주변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 플레이를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다크 메시아>는 다른 육성방법으로 키운 캐릭터가 어떤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지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시리즈가 빈약한 스토리를 가지고도 호평 받는 것처럼, <다크 메시아>역시 원작 시리즈의 세계관에 기대고 있지만 피 튀기는 액션이 보여주는 폭력의 미학이야말로 이 게임의 진정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미없는 멀티플레이, 기나긴 로딩

 

<다크 메시아>도 다른 FPS 게임처럼 멀티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 노력은 돋보였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북미 지역의 저녁 시간대에도 대부분의 서버가 비어있었으며, 그나마 접속한 게임서버는 너무나 높은 핑(200ms 안팎) 때문에 렉이 심하더군요.

 

멀티 플레이에서도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싱글 플레이처럼 멀티에서도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법사를 선택하는 것은 밸런스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전사는 아무도 하지 않더군요. 멀리서 다가오는 적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는 것을 보니 누구나 다 마법사를 할만 했습니다.

 

멀티나 싱글 플레이에서나 게임 플레이의 맥을 끊는 긴 로딩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하프라이프 2>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메뉴 창 불러 오기에서의 버벅임도 심했습니다. 세이브, 로드 반복 신공을 펼치는 게이머들은 무척이나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180ms 대의 서버였는데 오른쪽 하단에 ‘접속 끊어짐’이라는 아이콘이 나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수행도 최적화가 덜 된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탁 트인 야외에서 버벅임 때문에 계단에서 떨어져 죽은 적이 여러 번 있을 정도였습니다.(필자의 PC 사양: AMD 3500+, 1GB RAM, GeForce 7600GS)

 

 

총평 : 재미있게 한번 볼 수 있는 액션영화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특징이라면 빈약한 스토리와 과도한 액션이 아닐까 합니다. 곳곳에서 고급 스포츠 카가 붕붕 날아다니고 빌딩이 무너지고 폭탄이 터지며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우리의 근육질 혹은 섹시한 주인공은 한 주먹에 악당들을 쓰러뜨립니다. <다크 메시아>도 이들 영화처럼 화끈한 액션을 추구합니다. 다만 18세 관람가라는 등급이 특징이죠.

 

죽이고 또 죽이고, 하나 잡고 또 잡는 피의 향연, <다크 메시아>

 

문제는 액션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면 질린다는 점입니다. 나름의 철학이 배어있는 영화라면 두세 번 곱씹어 볼 수도 있겠지만, 뻔한 줄거리의 영화를 몇 번씩 보게 된다면 영화관에서 일행의 핀잔이나 듣게 될 잠꾸러기가 되겠지요.

 

<다크 메시아>는 이러한 일회성 유희를 멀티플레이로 탈피하고자 했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FPS 게임엔진의 특성상 대전형식 말고 협동하는 플레이는 힘들었을까요? 서로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서 혹은 이전에 해보지 못했던 직업을 해보기 위해서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것 외에는 두 번, 세 번 플레이 할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이 이 게임의 맹점입니다.

 

하지만, 한번 재미있게 해본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한다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호쾌한 액션과 싹둑싹둑 사지를 절단하는 손 맛(?)은 다른 FPS 게임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다크 메시아>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베르세르크>의 주인공 '가츠'처럼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고 싶다면, 이전의 RPG 게임들과는 색다른 플레이를 즐기고 싶다면, <다크 메시아>를 한번 해보기 바랍니다. 이 게임이 보여주는 실감나는 판타지의 세상은 영화관에서 보는 액션영화 만큼의 재미는 충분히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