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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체르노빌이 살아숨쉰다! 스토커 체험기

FPS 기대작 '스토커' 멀티플레이 베타테스트 체험기

shiraz 2007-02-28 23:53:11

1986 4 26,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습니다. 사고 당시 약 700 만명 이상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죠. 몇 년 전에는 국내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증가한 것을 두고 그 원인이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온 체르노빌의 낙진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발표되어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편, 사고 중심지로부터 반경 30Km 이내는 제한구역으로 설정되어있는데요. 여기를 주무대로 다룬 게임이 등장한다고 하여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토커 :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 이라는 FPS 게임입니다. 개발사인 GSC 게임월드가 사고 지역인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것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스토커>는 어느 순간 게이머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는데요, 3년이 지난 오는 3월 드디어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PC용 패키지로 발매될 <스토커>는 현재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버전의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과연 애타게 기다릴만 했는지,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shiraz


 

X-Ray 엔진, 과연 어떤가?

 

<스토커> X-Ray 엔진은 지난 2003 E3 당시 게이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30Km 반경의 광활한 지역을 묘사한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시각적 효과가 당시로서는 상당히 뛰어난 엔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후 <하프라이프 2> <배틀필드 2142>와 같이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과연 그 당시의 그래픽을 가지고 요즘 FPS 게임과 비교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옵션을 활성화 했을 때 상당히 괜찮은 화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실행하고 나서 의구심은 호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토커>는 의외로 사양이 낮았습니다. 필자의 PC(AMD 3500+, 7600GS 256mb, 1G RAM)로도 1280*1024 해상도에서 풀 옵션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프레임은 평균 15정도로 플레이 하기는 좀 버거웠지만 체감상 <배틀필드 2142>보다 훨씬 사양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옵션을 조절하니 더욱 부드럽게 돌아갔는데 특정 그래픽 효과의 활성화 유무에 따라서 프레임 상승폭이 달라지더군요.

 

그래픽에 비해 의외로 사양이 낮아서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특이한 것은 최저 옵션으로 게임을 실행했을 때였습니다. 비교적 저사양 PC인 인텔 2.6 Ghz, 지포스 6200, 1GB RAM 에서 최고 프레임이 200 이상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를 할 때에도 평균 프레임은 60이상을 유지하더군요. 최저 옵션의 그래픽 품질은 예전의 <하프라이프> 수준 또는 조금 못한 정도였는데요, 상당히 부드럽게 돌아가서 놀랐습니다. 총도 잘 맞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정체불명의 에너지 물체 근처에는 공기의 일렁임을 보여줍니다.

 

<스토커>가 만들어내는 게임 속 환경의 분위기는 다른 게임들과 좀 달랐습니다. 광원효과가 상당히 세밀했고 그림자의 표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타고 있는 드럼통이나, 맵 곳곳에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에너지 근처에서는 공기의 일렁임이 있더군요. 텍스쳐의 디테일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번개가 칠 때 생기는 나뭇가지의 그림자. 상당히 섬세합니다.

 

게임 도중에 다양한 기상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낮이 있다면 밤도 있죠.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다른 FPS 게임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환경 효과였습니다.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폭우가 쏟아지거나 쨍쨍한 맑은 날씨에서부터 돌풍이 부는 흐린 날씨까지 상당히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번개가 칠 때의 광원효과는 상당히 볼만했습니다. 낮과 밤의 표현도 가능했는데 동틀 때나 해질녘의 불그스름한 분위기도 괜찮더군요. 먼 곳은 뿌옇게 보이게 하는 등의 효과도 있어서 원전 폭발 이후 버려진 을씨년스러운 체르노빌의 풍경을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총을 쏠 때 보이는 화려한 광원효과.

 

총기의 격발 때에도 주위의 사물에 그림자가 생겼는데요. 어두운 실내에서 총을 쏠 때면 광원효과가 상당히 볼만 했습니다. 하지만 탄피가 튀는 모습이나 격발시의 화염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총알이 딱딱한 사물에 맞았을 때 튕겨서 다른 곳으로 날아가더군요. 예전에 본 로보캅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 딱히 다른 물리적 효과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환경 표현력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전체적으로 다른 FPS 게임보다는 가벼운 듯한 느낌이었고 환경표현력은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스토커>가 보여줄 반경 30Km의 방대한 지역에서 아마도 그 능력을 아낌 없이 사용할 것 같습니다.

 

 

여러 게임을 섞어놓은 듯한 멀티플레이

 

<스토커>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중 아티팩트 수집 모드를 제외한 나머지 데스매치, 팀 데스매치는 다른 게임들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스토커>만의 특징들도 있었는데요. 바로 계급에 따라 쓸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 인벤토리가 그것입니다.

 

최초에 게임이 시작될 때에는 모두 다 초보(novice)로 시작하는데 상대를 죽이거나 아티팩트를 수집하는 등의 행동으로 충분한 점수를 얻게 되면 계급이 상승하게 됩니다. 각 아이템마다 사용 계급의 제한이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배틀필드 2142>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아이템에는 계급 제한이 있으며, 총기 구입 설정을 프리셋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이 상당히 다양하며 계급별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돈을 들여 무기를 구입해야 합니다. 돈은 앞에서 말한 점수를 얻는 행동을 할 때 벌 수 있는데 남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주워와서 리스폰 지점에 있는 상점에다가 팔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다양한 무기가 지원되었는데 필요한 계급을 올리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서버 설정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총을 맞았을 때 미니맵과 화면에 공격 방향이 표시되며, 자신의 노출도, 소음, 방사능 피폭 등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됩니다.

 

다른 FPS 게임들처럼 <스토커>도 사운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요. 왼쪽 하단에 자신의 시각적 노출도와 소음 발생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고 숨어있는 적의 뒤로 다가가 칼로 ‘스슥~’하는 플레이도 가능했습니다.

 

<배틀필드 2142>처럼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시야가 흐려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체력회복 아이템이 있는데요. 게임을 하다가 체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 가지고 다니던 구급약을 가지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방사능 지역으로 들어가 피폭되었을 때 사용하는 약이 있었는데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는 방사능 때문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MMORPG 처럼 가방이 지원되는데 그 속에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고 사용하기를 누르면 되더군요.

 

저는 다른 것들보다도 아티팩트 수집 모드가 재미있었습니다. 베타 테스트에서는 철도(Railroad)와 공장(Factory)의 두 가지가 공개되었는데 맵의 군데 군데에 아티팩트가 생성됩니다. 이때 미니맵 상에 그 위치가 나타나는데요. 플레이어들은 용병(Merc)와 자유(Freedom) 양 진영으로 나뉘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각 진영마다 네 가지의 캐릭터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이때 협동 플레이가 중요한데요. 누군가는 저격 포인트를 선점하고 또 누군가는 아티팩트를 차지하러 달려가는 손발 맞는 플레이가 필요했습니다. 만약 아군이 아티팩트를 집어 들었을 때는 엄호를 해야 하는 등의 협동플레이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 상대편은 미니맵 상에 아티팩트를 가진 적의 위치가 표시되어 엉뚱한 곳을 헤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팀킬을 하면 페널티가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일단 아티팩트를 본진으로 가져오면 점수를 획득하고 돈도 벌게 되는데 팀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갔습니다. 이게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직접 아티팩트를 운반하거나 적을 쓰러뜨린다면 더 많은 점수와 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체 맵을 볼 수도 있었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실제로 쓸 일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옵션이 비활성화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공개된 맵은 멀티플레이용으로만 쓸 수 있게 따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간단한 음성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게임 중에 빠르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는데요. 도와달라 따라와라 아티팩트를 먹으러 가라 공격해라 등등의 내용이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웃기더군요. 돈이 없다. 무기 좀 사달라.

 

 

세밀한 설정이 돋보이는 서버 만들기

 

서버 선택창은 다른 게임들과 별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랜과 인터넷 서버를 구분하는 브라우저에서 서버를 검색할 수 있었는데 몇 가지 옵션으로 검색을 세분화할 수 있었습니다.

 

서버도 쉽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요. 옵션은 상당히 세분화하여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리스폰 시에 몇 초간 무적으로 할 것인 지와 기상 변화의 빠르기, 프리 카메라 모드 활성화, 팀 밸런스, 시간제한, 연습모드 등등 다양한 옵션을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게임들이 직접 파일을 열어 수치를 입력하거나 서버 런쳐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쉽더군요.

 

서버 브라우저는 다른 게임들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좋은 점 한가지는 서버를 만든 사람이 직접 게임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버는 최대 32명까지 지원하는데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이 적어서 어느 정도까지 부하가 걸리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쉽게 서버를 만들고 게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스토커>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더군요. 필자의 PC로 인터넷 서버를 만들고 한 10여분 접속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와서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사람 많은 식당에 사람이 몰리듯 서버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하지만 해외서버에서 핑이 높은 게이머가 있을 때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많이 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총을 쏠 때 조준하기가 무척 힘들었는데요. 제가 직접 서버를 돌렸을 때는 아주 점수가 잘 오르더군요. 쏘면 쏘는 대로 다 맞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필자는 람보가 되었습니다. ^^.v

 

 

기다린 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

 

지금 <스토커>는 멀티플레이만 공개된 상태인데요. 이것만 가지고서 이 게임이 구현할 방대한 세계를 상상하기란 힘듭니다. 2004년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게임이라 그런지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뒤떨어져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크라이시스>가 주목을 받고 <하프라이프 2>, <배틀필드 2142>가 버티고 있는 2007년의 FPS 게임계에 2004년의 게임이 등장하다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들 게임의 아성에 과연 이 게임이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X-Ray 엔진이 가진 뛰어난 환경 표현력으로 볼 때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모두 꽤 흥미로운 게임이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기대를 해봅니다. 원전 폭발,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는 현지의 개발사가 그려낼 체르노빌이 과연 어떤 세계가 될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