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말, <프리스타일>을 선보인 이래로 한동안 신작 소식이 없었던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국내 굴지의 개발사 중 하나인 이 회사에서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게임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제대로 된 비행슈팅’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은 바로 에어도너… 아니, <에어로너츠>(Aeronauts)! “비행슈팅 게임은 온라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통설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온라인 비행슈팅은 없었다!” 라며 과감하게 맞서고 있는 캐주얼 비행슈팅 게임입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3월 8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진행된 <에어로너츠>의 시연회에서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 정체를 파헤쳐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깨쓰통
가상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
<에어로너츠>는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풀 3D 그래픽의 비행슈팅 게임입니다.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3D맵에서 전투가 진행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으며, 그보다는 쉬운 조작성과 아케이드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음… 굳이 비교할 만한 대상을 찾자면 PC·Xbox용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는 <크림슨스카이> 시리즈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사실성을 전혀 무시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례로 게임에서 대부분의 기체들은 ‘비행기’ 이기 때문에 공중에서 멈추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게임은 독특하게도 현재나 미래가 아닌, ‘가상의 과거’(과학이 비정상적으로 발전한 1920년대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대배경이 이러다 보니 등장하는 전투기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이전에나 활약했을 법한 프로펠러 비행기들이며, 무기는 기체 전면부에 달린 기관총을 주된 무기로 장착하고 있습니다. 알아보기 힘든 복잡한 계기판, 유도 미사일 같은 최신식 무기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최대 6명이 한 방에 참가해서 승부를 겨루는 이 게임에서 게이머들은 ①상대방의 꼬리를 잡고, ②크로스헤어 중앙에 상대 기체를 맞추고, ③기관총을 쏴서 격추하는 지극히 ‘옛날의 공중전스러운’ 간단한 방식으로 대전을 펼치게 됩니다. (심지어 ‘락 온’ 조차 없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멋과 낭만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상대방에게 꼬리를 잡혔을 때 느껴지는 극한의 긴장감, 그리고 상대방과 서로 마주보고 기관총을 쏘며 돌진할 때 느껴지는 박진감과 흥분. <에어로너츠>에서는 이 모든 것을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게임은 전체적으로 다소 ‘칙칙한 색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팀펑크물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역시 프로펠러 비행기들 사이의 공중전이라면 상대방의 꼬리를 잡고 기관총을 쏴서 격추하는 맛이다.
4가지 타입의 전투기, 그리고 다양한 전략/전술
전투방식이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어로너츠>의 플레이 자체가 단조롭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게임에는 총 4가지 타입의 전투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그 특성과 플레이 전략이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게이머들은 어떤 상대와 교전하느냐, 그리고 자신이 어떤 기체를 타고 있느냐에 따라 플레이 전략을 계속 수정해가면서 전투를 전개해야만 합니다.
가령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빅모레이’ 같은 기체의 경우, 선회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조종하는 게이머들은 꼬리 잡히는 것을 최대한 조심해야만 합니다. 반대로 선회력과 속도가 뛰어나지만 방어력이 약한 ‘크라운 피쉬’ 같은 기체를 조종하는 게이머들은 정면대결을 피하면서, 상대방의 꼬리를 잡으러 열심히 뛰어… 아니, 날아야만 합니다.
모든 기체 중 유일하게 호버링으로 나는 ‘메이플라이’ 같은 기체의 경우는 건물 구석에 숨어서(등장 전투기 중 유일하게 공중에서 멈춰 설 수 있음) 열심히 상대 기체를 ‘저격’ 하는 전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능력치가 평균치인 ‘타이거 샤크’ 같은 밸런스형 기체들은 현재 전투상황과 맵의 특성에 따라 전략을 유동적으로 짤 수 있습니다.
게임은 최대 6명의 게이머가 하나의 방에서 전투를 치르고, 그 성적에 따라 등수를 결정하는 전형적인 캐주얼 대전게임의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어력이 튼튼한 ‘빅모레이’ 전투기를 주로 사용했던 필자는 이번 시연회에서 상대방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한 결과, 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탁 트인 맵’에서나 통하는 전술. 구조물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 맵에서는 반대로 상대방에게 손쉽게 꼬리를 잡혀 수많은 ‘Death’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ㅠㅠ)
두 명의 탑승자, 한 대의 비행기
<에어로너츠>는 기체의 조종을 담당하는 ‘파일럿’과 공격 및 기체의 수리를 담당하는 ‘거너’가 한 쌍을 이뤄서 하나의 전투기를 조종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게임은 다른 비행슈팅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들을 몇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 기체의 HP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파일럿은 거너에게 ‘기체의 수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너는 탑승석에서 날개 쪽으로 이동해 (공중에서 바로)기체의 수리를 시작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수리가 끝날 때까지 게이머는 ‘기체의 이동’ 외에 어떤 동작도 취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도 기체를 격하게 움직인다면 바로 거너가 튕겨져 나가 수리가 중단됩니다.)
또한 아직은 구현되지 않았지만, 차후에는 2명의 게이머가 각각 파일럿과, 거너의 역할을 분담해서 게임에 참가하는 ‘협동모드’도 등장할 예정입니다.
HP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공중에서 즉석으로 기체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을 담당하는 거너가 잠시 탑승석에서 내리기 때문에 기체의 이동 외에 다른 동작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이밖에 이번 시연회에서 볼 수 있었던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으로는 ‘복수 시스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게이머를 격추한 상대방이 '복수대상'으로 지정되어, 미니맵에 별도의 색깔로 표시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만약 게이머가 자신의 원수(?)를 격추하고, 복수에 성공하게 된다면 추가로 보너스 포인트를 받게 됩니다.
바로 전 타임에서 자신을 격추한 복수대상은 미니맵 상에 노란색으로 표시됩니다. 이들을 격추하면 추가 포인트를 벌 수 있습니다.
조작은 오직 키보드로만!
<에어로너츠>는 캐주얼 게임입니다. 그런 만큼 게이머들은 누구나 이 게임을 처음 접할 때 간편한 조작시스템을 기대하겠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의 조작체계는 결코 ‘쉽지’ 않으며, ‘대중적’이지도 못합니다.
이번 시연회에서 필자가 <에어로너츠>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이 조작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게임은 3인칭 슈팅게임에도 불구하고 마우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키보드만을 사용하는 조작체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게임의 조작체계. 기체를 조작하는 키만 해도 ‘방향키’와 함께 ‘W, S’ 키, 총 6가지의 키를 사용합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게임은 굉장히 많은 종류의 키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은 초반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익숙해지고 난 이후에는 다른 게임에서 느껴볼 수 없는 ‘손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게임자체가 그렇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차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화끈한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 꽤나 어려워서 초보자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 <에어로너츠>는 '3D 비행 게임 고유의 재미는 살리면서도, 너무 마니악하지 않고 아케이드성을 멋지게 살린 게임' 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타격감 부족같은 몇가지 문제들도 분명 존재했지만, 아직 클베도 시작하지 않은 게임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에어로너츠>는 조만간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힘차게 비행할 예정입니다. 향후 더욱 더 멋진 모습으로 멋지게 비상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