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 <프로젝트 고블린> 개발에 2년. 이후 스마트폰 버전 컨버팅에 다시 2년. 위메이드가 모바일 MORPG <달을 삼킨 늑대> 개발에 투자한 총 시간은 4년입니다. 모바일게임으로는 찾아보기 힘든 긴 개발기간인데요.
그만큼 ‘보여주는 맛’은 확실했습니다. 3D 캐릭터와 몬스터를 2D로 한 곳에 뭉치도록 만드는 2D-LOOK 기술을 이용해서 겹쳐있는 몬스터를 몰아서 처치하는 손맛을 살렸고, 광역스킬을 통한 호쾌한 전투와 액션도 인상적입니다. 때리고, 맞고, 피하는 액션의 기본에 매우 충실했죠.
다만 기본적인 전투와 보여주는 맛을 제외하면 만족을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난이도는 이해하기 힘들만큼 어려웠고, 가상스틱을 사용한 조작은 불편했습니다. 야심 차게 도입한 강화와 아이템 등급 시스템은 단계마다 반복을 강요하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죠.
충실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지만, 까다로운 진입장벽이 이상하게 얽힌 MORPG <달을삼킨늑대>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모바일 MORPG로는 보기 드문 그래픽, 괜찮은 액션
4년이라는 개발기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달을삼킨늑대>의 기본기는 훌륭합니다. 그래픽은 모바일게임으로는 보기 드물 만큼 뛰어나고 인터페이스도 깔끔합니다. 한 눈에 보여주는 정보가 적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스마트폰의 한정적인 화면크기를 고려하면 최선의 배치로 보입니다.
액션도 좋습니다. 개발팀에서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프레임 단위로 피격판정을 고민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도 확실하고 때리고 맞는 연출도 자연스럽습니다. 억지로 넣은 공격 후 딜레이 때문에 매끄럽게 공격이 이어지지 않는 건 아쉽지만, 적을 넘어트리고 밟고, 띄운 후 공격을 이어가는 등 어느 정도의 연속기도 가능하죠.
같은 직업이라도 무기에 따라 공격속도와 모션도 다릅니다. 당연히 가능한 연속기도 무기마다 다릅니다. 모바일 액션 MORPG로는 과할 만큼의 정성입니다.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그만큼 사양이 높고 로딩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재 수준으로 유지만 잘해도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 아이폰 4 등의 2년 약정기한이 끝나는 올해 연말부터면 큰 이슈는 되지 않을 듯합니다.
20일 업데이트에서는 최적화 부분도 크게 개선했죠. 배터리 소모가 크긴 합니다만 요즘 나온 모바일 게임 중에 배터리 소모가 낮은 게임을 본 적이 없으니 크게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기본기만 보면 지금까지 나온 모바일 MORPG 중 최고수준입니다.
인터페이스가 좀 크다는 점만 빼면 PC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다. 실제로 PC온라인 게임이기도 했고.
■ 정성들인 던전과 수집의 재미를 주는 아이템
던전 진행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상자나 덤불, 수상한 조각이나 이상한 액체를 뿜는 식물 등 파괴가 가능한 오브젝트가 던전 곳곳에 놓여있고, 갑자기 적이 등장해서 기습을 가하거나 숨겨진 함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모든 몬스터가 하나씩 고유한 스킬을 갖고 있고, 하늘로 치솟아서 바닥으로 공격을 가하는 레이드 보스나 일정 시간 내에 구조물을 부숴야 하는 전투도 있습니다. 테마마다 나오는 몬스터의 종류도 달라지고, 전투 스타일도 바뀝니다.
예를 들어 식물 위주의 테마 4에서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독액과 함정들을 피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테마 하나하나를 공들인 티가 팍팍 나죠. 연출도 인상적인데요. 보스가 등장할 때마다 일러스트와 함께 커다란 컷신이 나오고, 아이템 강화나 각성, 뽑기 하나에도 코믹한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템은 카드형식으로 보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굳이 아바타가 아니더라도 장비를 바뀌면 외형이 달라지는 점도 좋습니다. 여러모로 PC에서는 흔하지만, 모바일게임에서는 보기 어려운 시스템들이죠. 아바타 자체도 많습니다. 그래픽과 액션에 이어서 기본기 하나는 정말 일품입니다. 많은 곳에 많은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보스전에서 나오는 연출. 모바일게임에서는 보기 드물다. 이미지도 수준급.
교복부터 헤라클레스, 닭, 한복, 동네 깡패까지 아바타도 각양각색이다.
■ 고블린과 전투에 목숨을 걸어라?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
문제는 게임을 시작했을 때입니다. <달을삼킨늑대>는 모바일게임으로는 심하게 어렵습니다.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많은 부분이 고쳐졌지만, 게임의 극초반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어렵습니다. <달을삼킨늑대>의 테마는 총 7개. 각 테마마다 3개의 일반던전과 1개의 레이드 던전이 있습니다.
레이드던전에는 테마를 마무리하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죠. 난이도 문제는 테마 2의 첫 던전부터 시작됩니다. 게임을 시작하고 약 10~20분이 흐른 후 만나게 되는 던전입니다. 던전에서는 지나가던 몬스터A의 공격 한 방에 체력이 10%씩 빠집니다. 근데 그런 몬스터가 5~10마리씩 뭉쳐서 나옵니다. 공격은 1~2초에 한 번씩 쉴 새 없이 퍼붓고 20~30% 확률로 스킬공격도 가합니다.
스킬공격 도중에는 슈퍼아머 상태이고 공격범위도 넓습니다. 원거리 캐릭터는 가로축을 거의 전부 공격한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인식범위는 또 얼마나 넓은지 보이지도 않는 화면 오른쪽에서 화살이 날아오기 일쑤입니다.
자세히 보면 화면 안에 창이 4개가 날아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근접 몬스터 2마리도 공격을 시작했다.
속사포 같은 공격을 피해서 보스를 만나면 더 황당합니다. 보스의 공격 한 번에 체력이 절반씩 사라지는 마법 같은 일을 볼 수 있죠. 그렇다고 공격빈도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공격속도도 빨라서 근거리 캐릭터인 버서커로는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실컷 때리다가 기상공격 한 번만 맞아도 순식간에 체력이 사라집니다.
강화와 아이템 파밍을 거쳐 고단한 노력 끝에 보스를 처치해도 끝이 아닙니다. 테마 2의 일반던전 3개를 깨고 레이드 던전으로 가면 이번에는 한 방에 체력의 1/3을 깎는 ‘일반 몬스터’들이 떼로 등장하죠. 소위 말하는 ‘멘붕’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현상이 매 던전마다 반복됩니다. 테마 4를 넘어가면 모든 던전이 이를 꽉 물어야 할 만큼 어렵습니다. 대대적인 밸런스 조절을 했지만 테마 1의 레이드 던전부터 어렵던 난이도가 테마 2의 후반부로 옮겨간 게 고작이죠.
몬스터의 맷집도 좋아서 테마 4 이후에는 적정레벨에 아무런 반복숙련(노가다) 없이 던전을 들어가면 일반 몬스터 하나 처치하는데 많게는 10번 이상을 공격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테마 5나 테마 6은 당연히 더합니다.
참고로 <달을삼킨늑대>의 레이드 던전은 공략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30분~1시간의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던전마다 딱 1번의 부활만 가능하죠. 1시간 기다려서 재도전한 던전에서 지나가던 첫 몬스터A에게 3연타를 맞고 실패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지나가던 몬스터 A’의 공격력. 적정레벨의 던전이고, 아이템은 5~7티어로 도배한 상황인데도 이렇다. 아까 그 창 중 하나만 맞아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보스의 기상 공격을 맞으면 체력 1/3이 사라지는 건 기본이다. 테마가 높아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 때리는 것보다 피하는데 시간이 더 소모되는 액션
적의 공격력과 체력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액션에도 영향이 갑니다. 공격 3~4번만 허용해도 던전 공략에 실패하니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집니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액션의 재미’도 자연스럽게 위축되죠.
<달을삼킨늑대>는 3D를 2D로 만드는 2D-look 기법을 이용해서 다수의 몬스터가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하는 쾌감을 주기 위해서인데요. 정작 실제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몰기는커녕 도망가기도 바쁩니다.
생각해보세요. 화면에 뜬 몬스터 중 절반이 슈퍼아머 상태에서 스킬을 사용하고, 플레이어는 그 공격 중 2~3방만 스쳐도 죽습니다. 심지어 피격 도중에 무적시간도 없어서 3~4마리의 연속공격이 시작되면 그냥 휴대폰을 내려놔야 하죠.
게다가 죽으면 부활 가능한 횟수는 단 1번. 만약 레이드 던전이라면 쿨타임까지 기다려야 하죠. 어지간한 강심장이나 나는 절대로 공격을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 넘치는 컨트롤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공격보다는 회피에 집중하기 마련입니다.
때리는 맛은 시원시원한데,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몬스터가 몰리는 상황을 피하고, 슈퍼아머 상태로 스킬을 쓰는 몬스터를 피하고, (맞으면 체력이 15%는 거뜬히 사라지는)날아오는 투사체를 피하다 보면 적을 때리는 쾌감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여기에 공격이 빗나갈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체감으로는 5~6번 공격할 때마다 미스가 나는 수준입니다. 미스가 나는 순간 적의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여기서도 스트레스가 생기죠. 난 분명 제대로 조작하고 있는데 캐릭터는 미스로 인해 공격을 받고 체력이 20~30%씩 깎여나가니까요.
몰이사냥 위주의 시원시원한 MORPG를 기대하던 유저라면 자연스럽게 답답한 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나서자니 적의 공격이 두렵고, 한 마리씩 처치하자니 이게 무슨 게임을 하는지 모르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기껏 잘 만든 액션을 맛볼 틈도 없죠.
피하는 재미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공격의 맛을 먼저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일반 몬스터까지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무적시간도 없어서 맞기 시작하면 모든 공격을 다 맞는다.
■ 쓰고 버릴 아이템을 강화에 각성까지. 과도한 아이템 스트레스
난이도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강화입니다. 결제해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뽑은 게 아니라면 테마 2부터는 적어도 10강 이상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강화에 들어가는 게임머니는 초반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다행히 다른 게임들처럼 ‘확률’에 의존하는 강화방식은 아니지만 한 단계를 올리는데 들어가는 재료와 게임머니가 만만치 않습니다. 강화를 통해 얻는 능력치도 적어서 강화레벨을 10씩 올리지 않으면 큰 티가 나질 않죠.
이렇게 강화를 하더라도 아이템을 오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레이드 던전을 깨고 다음 테마로 넘어가는 순간 지금까지의 아이템보다 훨씬 좋은 ‘높은 티어의 아이템’들이 나옵니다. 강화에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달을삼킨늑대>는 아이템의 레벨 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능력치가 좋은 아이템만을 찾게 됩니다. 테마가 올라갈수록 아이템의 티어가 올라가고, 티어가 높은 무기는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예를 들어 7티어의 희귀등급 무기는 5티어의 전설등급 무기보다도 강합니다.
티어가 최고다. 테마 1에서 얻은 전설아이템보다 테마 3에서 얻은 일반 아이템이 훨씬 성능이 좋다.
테마마다 엄청나게 강해지는 적을 처치하려면 조금이라도 강한 무기가 필요하고, 테마를 깰 때마다 매번 아이템을 바꾸고 수십 번씩 강화를 하게 되죠. 게임이 어려운 만큼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심지어 중반 이후에는 같은 티어의 같은 등급 아이템을 모아서 ‘각성’까지 해야합니다.
대부분의 MORPG가 충분한 재미를 느끼게 된 시점 이후에야 아이템을 교체하고 강화하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달을삼킨늑대>에서는 테마 2부터 꾸준히 이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장비에 대한 스트레스도 그만큼 높아지죠. 당장 고생해서 강화한 아이템이 던전 4개 깨고 나면 무용지물이 되니까요.
결국 <달을삼킨늑대>에서는 아이템 구조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결제를 통해 랜덤상자에서 높은 티어의 아이템을 얻고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한 단계씩 수십 번의 강화를 겪으며 진행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제를 요구하는 시점도 너무 빠르고요.
정작 레벨이 높아지면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 플레이 중인 던전에서 필요한 아이템이 전부 나오니까. 초반은 편하고 재미를 붙일 때쯤 결제를 유도하는 일반적인 게임과 정 반대다.
콘텐츠 소비가 걱정됐다거나 도전욕구를 심어주고 싶었다면 레이드 던전을 게임 진행과 상관없이 만들고 어렵게 만든다거나, 별도의 하드코어 모드를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참고로 <달을삼킨늑대>는 테마 7에서 기존 던전을 대폭 강화한 레이드 던전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후반부에 도전욕구를 심어주는 별도의 던전이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도 굳이 유저의 진행을 막으면서 일반던전부터 이만큼의 (난이도 + 아이템)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지금의 <달을삼킨늑대>은 테마마다 게임의 최종 콘텐츠를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테마 2를 깨기 위해 아이템을 실컷 모으고, 많은 돈을 들여 강화하고, 일반 몬스터의 공격 한 방 한 방에 주의하며 겨우겨우 테마 3으로 넘어가면 다시 새로운 아이템을 모으고, 강화를 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는 테마에서 매번 최종콘텐츠 수준의 준비를 반복하라는 건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기껏 보스를 깨도 보상도 짜고 획일적이다. 어렵게 보스를 처치해도 기대감이 생기기 어렵다.
■ 의미가 없는 파티플레이? 부실한 네트워크
네트워크와 업데이트도 아쉽습니다. 난이도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밸런스 업데이트 이후에도 달라진 건 초반부가 쉬워진 수준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혼자서 이동하고 적을 때리는 자동사냥 기능을 추가했죠. 가뜩이나 어려운 게임에서 공격 일변도의 자동사냥 기능은 기껏해야 2~3단계 낮은 던전을 돌 때나 사용할 수준입니다. 당장 급한 이슈는 아니죠.
네트워크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달을삼킨늑대>는 최대 2인까지 파티가 가능한데요. MORPG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파티플레이를 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4G와 Wi-Fi 환경을 고루 이용해봤지만 20여번의 파티플레이 중 끝까지 진행된 건 채 5번이 안 됩니다.
초반에는 아예 파티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의 네트워크 상황을 보여줬고, 출시 후 2주가 지난 지금도 파티에서 튕기거나 버그에 걸려서 진행이 멈추기 일쑤입니다. 던전 플레이 시간도 후반에는 15분이 넘어가는데, 한 번 튕기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옵니다.
만약 진행되더라도 파티를 맺는 순간 몬스터도 강해지다 보니 의미가 반감되죠. 여기에 파티 상태에서는 부활도 안 됩니다.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에요. 굳이 네트워크 위험을 감수하고 파티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유저 간의 거래도 없는 만큼 채팅을 빼면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나열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잦은 버그도 짜증을 불러오죠.
죽어도 죽지 못하는 버서커. 혼자 플레이할 때도 네트워크 문제가 종종 생긴다.
■ 요리는 맛있는데… 음식맛 빼고는 모두 불평이 나오는 맛집
<달을삼킨늑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음식 맛 빼고는 전부 불평이 나오는 맛집입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맛있는 음식(게임)을 준비했다는 평을 듣고 왔는데 종업원(인터페이스)은 불친절하고 자리(난이도)는 영 불편합니다. 아직 구경은 못 했지만 벌레(버그)가 많다는 말도 있습니다.
음식 맛은 확실히 좋지만 굳이 다른 맛집이 많은 상황에서 이곳을 다시 찾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자리는 앉아있기가 불가능할 만큼 불편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지금의 <달을삼킨늑대>는 위메이드의 지나친 모험심이 만들 결과로 보입니다.
모바일게임에서 4년에 걸쳐 개발한 액션 MORPG로 미드코어 시장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도 큰 모험인데, 일반 MORPG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재미의 공식도 과감히 바꿨습니다. 몬스터를 쓸어 담는 호쾌한 전투는 온데간데없고 지나가던 몬스터 한 마리 한 마리가 힘겨운 어려운 전투만이 남았죠.
물론 어려운 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적당한 어려움은 플레이어의 도전욕구를 자극시켜주니까요.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늘어나고요. 콘솔버전의 <다크소울>이나 <몬스터헌터>시리즈처럼 어려운 것도 하나의 특징이 될 수는 있습니다.
정말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습니다. 일정 수준의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맞으면 굉장히 아픕니다. 컨트롤이나 조작의 재미보다는 그냥 '숫자를 통해 어렵게 만든 수준'입니다.
하지만 <달을삼킨늑대>의 어려움은 도전욕구와는 거리가 멉니다. 적의 패턴이나 전략적인 부분에서 겪는 어려움이 아닌 적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 등 ‘숫자가 높아서 생기는 어려움, 조작의 불편함이 낳는 어려움’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하고 반응이 늦기로 유명한 가상패드를 이용하면서 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보이지 않습니다. 몇 번만 실수를 해도 죽기 십상이고 부활마저 제한된 게임에서 조작까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남는 건 재미가 아닌 스트레스뿐입니다.
이동 중에 혹은 PC를 켜지 않을 때 가볍게 즐기는 모바일기기에서 이런 초반부터 어려운 게임을 참고 견디며 즐기는 유저가 얼마나 될 지는 의문입니다. 적을 하나씩 공략하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면 차라리 MORPG가 아닌 다른 장르를 택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네트워크가 끊기든, 버그가 걸리든, 지나가던 몬스터에게 급사를 당하든. 실패하면 1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클리어를 못 한 것도 억울한 판에 좌절감까지 안겨주는 구조다.
■ 기본기와 빠른 대응에 거는 기대. 위메이드의 저력이 필요할 때
최근 MORPG의 교본처럼 여겨지는 <던전앤파이터>의 경우에도 서비스 초기에는 어려운 난이도와 잦은 공격미스 등으로 불만을 샀습니다. 하지만 이후 노선을 변경하고 점점 게임을 쉽게 만들었죠. 적을 일순간에 처치하는 호쾌한 재미를 위해서입니다.
하물며 조작이 불편하고 플레이하는 장소도 안정적이지 않고, 배터리와 네트워크의 제한도 심한 모바일게임이라면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조작이든, 인터페이스든, 난이도든 간에요.
잔인한 비교일 수도 있지만 같은 날 발매된 CJ E&M의 <몬스터 길들이기>의 경우 모바일게임에 어울리는 조작과 난이도를 택했습니다. 이동과 공격은 자동으로 진행되고 플레이어는 스킬 혹은 타겟변경 정도만 해두면 되죠. 계속해서 화면을 터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반면 원한다면 세밀한 조작도 가능합니다. 모바일기기의 다양한 상황에 맞춘 조작방식이죠. 난이도도 적당합니다. 초반에는 확실 쉽고, 게임에 익숙한 중반 이후에는 가끔씩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던전이 등장하죠. 모바일에 맞춘 미드코어 게임의 전형입니다.
그래픽과 액션은 부족할지 몰라도, 지금의 <달을삼킨늑대>에 부족한 점들을 모두 갖추고 있죠. 모바일게임에서 필요한 것이 사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정도로 빠듯한 난이도와 PC게임 수준의 조작을 통한 재미인지, 아니면 단순한 디바이스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풀어내는 부담 없는 재미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몬스터 길들이기>는 이동과 스킬 사용이 터치로 모두 해결된다. 대신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사용하고 체력이 낮은 아군은 빠르게 교대해줘야 던전을 완료할 수 있다. 모바일에 맞춘 조작과 시스템을 고민한 좋은 예다.
결제 시스템도 안타깝습니다. <달을삼킨늑대>는 요즘 카카오톡 게임에 비하면 굉장히 착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템은 노력만 하면 게임 안에서 얻을 수 있고, 캐시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길이 제공되죠.
레벨이 높아질수록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폭이 늘어나고, 결제할 필요도 없어지는 탓에 실제로 레벨 20이 넘어서는 남아있는 수정도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결제를 너무 빠른 시기에 요구한다는 겁니다.
테마 2~3부터 게임은 어렵고, 이를 극복하려면 수십 단계가 강화된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결국 경험치도 적은 저레벨 던전들을 하염없이 돌며 다음 테마만 가도 더 좋은 아이템에 밀려서 무용지물이 될 아이템을 강화해야 하죠.
더 강해지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지갑을 여는 것과,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결제를 하는 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심지어 결제를 통해 나오는 아이템도 랜덤입니다. 2~3만 원만 투자해도 더 이상의 결제 없이 테마 4~5까지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불만을 사게 되죠.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결제금액이 많지 않아 고민이 남고, 유저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결제를 강요받는 불만만 남는 방식입니다.
앞에도 말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결제가 필요 없어진다. 전체적인 결제금액을 보면 낮은 편. 대신 대부분의 결제를 초반에 요구하는 게 문제다.
많은 단점을 나열했지만,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대는 남습니다. 일단 그래픽과 액션이 확실히 좋고, 문제점도 극명합니다. 정말 많은 불만을 썼지만 결국 단점은 ‘쓸데 없이 어렵고 불편하다’ 하나에서 시작되니까요. 적의 공격빈도나 체력, 공격력만 조절해도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난이도만 조절된다면 굳이 다음 테마까지만 쓸 아이템을 몇 십 번씩 강화할 필요도 없고, 순식간에 죽는 게 두려워 몰이사냥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피하는 데 급급해서 액션을 즐기지 못할 이유도, 레이드 던전의 쿨타임에 짜증을 낼 이유도 사라지죠.
출시 후 3일 만에 밸런스 업데이트를 진행했을 만큼 빠른 대응을 보여준다는 점도 기대할 만합니다. 많은 불만 속에서도 굳이 ‘맛집’이라는 표현을 쓴 점도 <달을삼킨늑대>의 기본기 때문입니다.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네트워크가 온전하다는 전제로) 모바일게임에서 이 정도의 그래픽과 액션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맛' 하나는 유니크하다는 뜻이죠.
오랜 기다림과 기대 끝에 문을 연 맛집은 생각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음식 맛은 좋았지만 그 이외에서는 불평이 잇따랐죠. 지금까지 혼자서 맛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손님들의 의견을 듣고 맛과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나갈 때입니다. 절대 바꿀 수 없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니까요.
기대만큼 컸던 아쉬움, 그리고 빠른 업데이트를 통한 기대감을 담아 리뷰에서는 7점을 줍니다.
아이템에 스킬이 붙는 도특한 방식. 아이템 세팅의 재미가 있다.
쏟아지는 업적들도 만족스럽다.
3일 만에 밸런스 조절을 했고, 일주일 만에 자동전투 시스템을 만들었다. 열흘 만에 랙도 많이 개선했다. 빠른 업데이트 하나는 기대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