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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날것 그대로의 하드코어’ MMORPG, 다크폴

다크폴: 잔혹한 전쟁,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3-09-04 15:06:10


엠게임이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하드코어 논타겟팅 MMORPG <다크폴: 잔혹한 전쟁>(이하 다크폴)의 한∙일 공동 CBT를 실시했다. <다크폴>은 정해진 성장 동선이 없는 자유도와 스펙보다 실력이 우선시되는 전투 시스템, 그리고 자유로운 PvP를 내세운 게임이다. 이러한 <다크폴>의 게임성은 이번 테스트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냈을까? <다크폴>의 첫 CBT를 직접 체험하며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너무도 낯선, 그리고 불친절한 첫인상

게임을 시작하자 왠지 모를 낯설음이 느껴진다. 조금씩 진행해 보니 위화감의 원인이 베일을 벗는다. <다크폴>은 화풍은 물론 시스템, UI(유저 인터페이스)까지 일반적인 MMORPG와는 다른 게임이다.

가장 먼저 체감된 것은 생소한 시스템. 튜토리얼이 끝내고 나면 내 캐릭터는 광활한 <다크폴>의 세계에 남겨진다. 다른 RPG라면 퀘스트를 통해 차근차근 유저를 안내하겠지만 <다크폴>에는 그런 도구가 없다. 정해진 것 하나 없이 전투∙생산∙제작 등 마음에 드는 것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많은 유저들이 바라 마지않는 자유도지만, 초반에는 기쁨보다 당혹감이 앞선다. 유저에게 마음대로 게임을 즐기라고 권하지만, 정작 유저는 자신이 게임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탓이다.

튜토리얼이 알려준 것은 기본적인 조작법과 흐름. 유저가 게임 속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요리사가 만드는 음식은 플레이에 어떤 도움을 줄까?’ ‘전투 스킬을 등한시하면 무법지대에서 다른 유저에게 반항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초반에 자유도는 오히려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처음에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유보다는, 뭘 골라야 ‘망캐’가 되지 않고 제 몫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의문이 앞선다.

<다크폴>의 시스템이 다른 문법이었다면, UI는 다른 문자와도 같았다. 국내에 서비스되는 MMORPG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창 모양의 UI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화면 상하좌우에 나타나는 띠 모양의 UI가 이를 대신한다. 물론 UI의 모습이 편리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너무 작은 메뉴 버튼과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었다.

<다크폴>의 UI는 굉장히 작은 버튼을 사용한다. 화면 좌우에 등장하는 UI 아이콘 크기는 21.5인치 모니터를 기준으로 성인 남성 새끼손톱의 1/4 크기. 해당 아이콘의 기능은커녕 아이콘의 모양도 알아보기 쉽지 않다. 이해하기 힘든 UI 구성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특정 기능을 사용하고 UI를 닫으려고 하면 어떤 버튼을 눌러야 창을 닫을 수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X 버튼의 위치가 일관되지 않고, 여러 UI를 한꺼번에 열었을 때는 어떤 X 버튼이 어떤 UI의 것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뭘 해야 하는지(혹은 할 수 있는지) 알기 힘든 안내에 생소한 UI까지. 독특한 시스템에 생소한 UI가 합쳐지니 혼란이 두 배였다. <다크폴>의 첫인상은 낯설고 불친절했다. 홈페이지 동영상이나 팁 등을 통해 게임의 조작법을 알려주려 하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게임 속에서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미지 오른쪽에 보이는 조그만 원이 <다크폴> UI 아이콘이다.


■ 정해진 길은 없다. 높은 자유도

몇 번의 ‘삽질’, 그리고 홈페이지와 주변 유저들에게 물어가며 게임에 익숙해지니 낯섦과 불친절함에 가려져 있던 <다크폴>의 속살이 드러났다. 그것은 방대한 자유도였다.

<다크폴>은 유저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며 자주적으로 성장하는 게임이다. 퀘스트나 레벨 같은 기존 MMORPG의 성장 시스템을 없앤 대신, 유저의 행동 하나하나에 업적을 부여하고 이를 달성해서 얻은 포인트로 캐릭터의 능력치와 스킬을 자유롭게 강화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유저는 특정 몬스터를 많이 처치해 업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제작을 열심히 하거나 새로운 지역을 많이 탐험해 업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얻은 ‘기량 포인트’는 캐릭터의 능력치는 물론 전투 스킬, 채집 스킬 등 다양한 스킬에 투자된다. 몬스터나 유저를 상대로 살육전을 벌이고 싶다면 능력치나 전투 스킬을 올리면 되고, 전투가 아니라 생산에 집중하고 싶다면 채집 스킬을 올려 광부나 나무꾼의 삶을 살면 된다.



<다크폴>은 모험이든 성장이든 정해진 동선이 없는 게임이었다. 특히 어떤 행위를 해도 성장으로 이어지는 업적 시스템은 <다크폴>의 자유도를 단단하게 뒷받침해주는 요소였다. 어떤 행동을 해도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기에 많은 선택지를 고른다는 부담이 줄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전투 없이 채광이나 탐험 만으로도 성장이 필요한 기량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제작이나 채집, 생산 등 다양한 캐릭터 육성법 못지않게 다양한 플레이 양상이 목격됐다. 한 유저는 테스트 첫날부터 곡괭이를 들고 맵 곳곳에 있는 금속 광맥만을 들쑤셨고, 어떤 유저는 기본 무기 한 자루만 꼬나들고 무법지대로 향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업적이 달성되고 기량 포인트를 얻을수 있다.

개인적으로 몰두했던 것은 탐험이었다. 무작정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탐험하지 않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못 보던 몬스터 캠프를 발견하면 사냥하고, 금속 광맥을 찾으면 “땡잡았다!를 외치며 채광하고, 처음 가본 도시에서 숨겨진 던전을 발견해 놀라고….

물론 이런 경험은 게임에 대해 충분히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CBT에서는 흔히 맛볼 수 있는 재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퀘스트라는 가이드(?)를 달고 다니며 항상 어떤 지역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했던 다른 게임과 달리, 뭐가 나올지 모르고 누구에게 공격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을 무작정 탐험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다른 느낌이었다. 적어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미지의 무언가를 탐험하고 발견하는 재미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다크폴>만의 재미였다.


도시의 지하에 숨겨져 있던 던전의 모습.


■ 스릴 만점! 컨트롤 중심의 전투

끝없는 분쟁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운 <다크폴>이지만 의외로 전투의 타격감은 빈약하다. 칼을 휘둘러도, 도끼를 휘둘러도 캐릭터의 움직임에서 ‘힘’이나 ‘활기’를 느끼기 힘들다. 어떤 무기를 들어도 캐릭터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뻣뻣하게 무기를 휘두르고, 상대를 공격해도 타격음이나 경직∙역경직 등의 반응을 느끼기 힘들다. 과장 조금 보태 ‘칼로 물을 베는’ 것 같은 밋밋한 타격감이다.

<다크폴>은 밋밋한 타격감을 조작할 맛이 나는 전투와 짜릿한 스릴로 극복했다. <다크폴>의 전투는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 육성보다 컨트롤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스타일이다. 유저와 유저, 유저와 몬스터의 차이는 크지 않은 반면, 논타겟팅 전투 방식은 컨트롤의 차이를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특징은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부터 드러난다. <다크폴>의 몬스터는 다른 게임처럼 유저에게 쉽사리 죽어주지 않는다. 능력치는 유저보다 조금 낮지만 인공지능(AI)이 뛰어나다. 유저가 다가가 칼을 휘두르면 공격범위를 벗어나고, 반대로 마법이나 활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돌진해온다. 마치 실제 사람과 PvP를 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다. 덕분에 빈약한 타격감에도 불구하고, 전투에서 캐릭터를 조작하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러한 전투의 재미는 PvP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크지 않은 캐릭터 성능 차이와 컨트롤의 비중이 높은 논타겟팅 전투는 항상 유저를 긴장하게 만들고, 누가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무법지대와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다크폴>의 시스템은 이러한 긴장을 극대화한다. 그야말로 실력과 재산,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전투이기에 체감할 수 있는 스릴만큼은 독보적이다.


전투에서 지면 비참하게 꿈틀(?)거리면서 상대의 자비를 빌어야 한다. “다른 건 다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철광석만은… ㅠ_ㅠ”


■ 야전과 공성전, 해전까지. 다양한 전황의 클랜전

클랜전은 적게는 수 십, 많게는 수 백 명의 인원이 맞붙는 대규모 PvP 콘텐츠다.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번 CBT에서는 양국에 클랜전 테스트 클랜이 만들어져 마지막 날 ‘한일 클랜전’(일명 행주대첩) 이벤트가 벌어졌다.

클랜전의 목표는 다른 MMORPG의 공성전과 유사하다. 아군과 적군 모두 병력과 방해물을 피해 상대의 거점을 부수면 된다. 그런데 <다크폴>의 클랜전은 전형적인 공성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성벽을 사이에 두고 폭탄과 화살, 마법이 교차하는 전통적인 공성전도 있었지만, 힘싸움과 게릴라가 뒤섞인 야전, 백병전과 사격전이 교차하는 수전(水戰)까지 다양한 전장과 전황이 펼쳐졌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전이었다. 클랜전 초반, 일본 클랜를 치기 위해 아군이 성을 비운 사이, 상대의 게릴라 병력이 배를 타고 와서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아군의 수비병력 대부분은 성을 지키기 위한 근접 공격수. 아군도 같이 배를 타고 활을 쏘며 맞섰지만, 적선의 빠른 기동성과 원거리 공격수 위주로 편성된 공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아군 한 명이 이동 스킬로 상대 배에 난입해 조타수를 제압하자 전황이 바뀌었다. 조타수를 잃은 적선은 움직임을 멈췄고, 근접 공격수로 이뤄진 아군은 상대에게 백병전을 걸어 전황을 역전시켰다. 상대가 게임의 지형을 이용해 게릴라를 시도했다면, 아군은 배라는 탈것의 특성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한 셈이었다.


적의 배를 나포하라!

이러한 다양한 전장과 전황은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정해진 룰이 아니라 유저들의 궁리의 의해서 연출된 전장이라는 점에서 신섬함이 더 컸다. 클랜전의 무대는 게임 속 필드 그대로이기에, 앞으로 유저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기발한 전황이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하지만 원활하지 못했던 서버 상황은 클랜전의 재미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해 아쉬움을 남겼다. 양쪽 클랜에서 각각 두 자릿수의 인원이 맞붙는 전투가 시작되자, 심하게는 5초에 한 번꼴로 끊김현상(랙)이 발생해 원활한 클랜전을 방해했다. 더군다나 <다크폴>은 컨트롤을 중시하는 논타겟팅 전투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버 상태는 클랜전의 재미를 저해하는 큰 방해물이었다.




■ 날것 그대로의 하드코어 MMORPG

<다크폴>의 광활하기까지 한 자유도와 자극적인 PvP 시스템은 당혹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생소한 시스템과 UI 탓에 거부감이 컸지만, 게임을 알아갈수록 드러나는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 육성과 플레이 방식, 실력 중시의 논타겟팅 전투는 충분히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CBT 체험기를 쓰려는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다크폴>을 접했다면 초반의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하드코어한 게임성은 차치하더라도, 생소한 시스템과 UI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없어 호기심에 게임을 접한 유저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게임 자체가 하드코어 게이머를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부실한 안내로 붙잡을 수 있는 유저까지 놓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직접 겪어본 <다크폴>은 하드코어한 게임성 못지않게 하드코어한 접근성을 가진 게임이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하드코어한 게임성은 신선하고 매력적이었지만, 안내 부족으로 낮아진 접근성이 아쉬웠다. 다음에는 진입로를 정비해 게임성은 거칠더라도 유저에게는 친절한 게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