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5>(Grand Theft Auto 5)의 발매일인 9월 17일, 한국에는 말 그대로 <GTA 5> 열풍이 불었다. 시리즈 최대 볼륨을 자랑하고, 한글화까지 되면서 많은 유저들은 기대를 품었고,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에는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패키지가 팔려나가는 등 호황이었다. 심지어 발매 3일 만에 전 세계 매출 10억 달러(약 1조 745억 원)을 돌파하며 콘솔 게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직접 플레이 해 본 <GTA 5>는 기자가 <GTA>시리즈의 3편과 4편을 플레이 하지 않은 입장임에도 훌륭한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흠 잡을 구석을 일부러 찾아야 할 정도로 놀라운 게임이다. 샌드박스 게임 특유의 자유도는 더욱 발전해 ‘로스 산토스’에서의 삶을 표현했으며, 맵의 크기나 미션의 수 등 콘텐츠 볼륨도 풍부하다. 여기에 세 명의 캐릭터를 번갈아 플레이할 수 있어 재미와 미션 몰입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로스 산토스에서의 삶을 구현하다
<GTA 5>에서는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게임 속 도시에서의 삶을 더욱 심도있게 구현했다. 게임의 주 무대인 ‘로스 산토스’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으며, 택시를 몰거나 견인차를 몰면서 소시민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범죄를 소재로 한 샌드박스 게임답게 범죄 요소도 다양하다. 폭행, 살인, 편의점 강도는 물론이고 이번 작품의 주 요소인 은행강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를 마음대로 저지르며 경찰이나 군대와도 싸울 수 있다. 특히 게임의 발전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바로 은행을 터는 등의 범죄 미션이다.
보석상을 턴다면 환풍구를 통해 수면가스를 주입해 ‘평화적으로’ 처리할 지, 아니면 정면 돌파를 할 지 등을 정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조직원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이런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플레이하며 미션 수행조차 자유도가 높다고 느끼게 된다.
더불어 게임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만들어 두었다는 점도 칭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콘솔 게임의 캠페인 플레이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GTA 5>는 이런 추세를 뒤엎고 엔딩까지 플레이하는 데도 다른 콘솔 게임의 2배를 뛰어넘는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게끔 메인 미션을 마련했다. 여기에 각종 사이드 미션이나 돌발 미션까지 더하면 한 번의 패키지 구매로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각종 미니 게임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골프, 테니스, 다트 등 각종 미니게임조차 플레이해 보면 꽤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불어 일부 미니 게임들은 미니게임을 통해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부가적인 즐길 거리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미니 게임을 그저 번외편으로 끝나지 않고 게임에 영향을 미쳐 플레이 할 동기를 심었다.
로스 산토스에서의 일상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부동산 거래부터 게임 내 인터넷을 통해 주식을 거래할 수도 있다. 특히 주식의 변동폭은 미션 혹은 유저의 행동에 따라 연동이 되면서 주가조작도 가능할 정도다. 물론 거리를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돌발미션 등은 실제 도시를 구현한 듯한 높은 자유도를 보여준다. 지금껏 존재해왔던 게임들을 싹 잊게 만들어 올해의 게임상을 휩쓸고도 남을 정도다.
세 명의 주인공, 몰입감과 재미를 잡다
<GTA 5>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3명의 주인공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명은 은행을 털며 인질들을 위협하고, 다른 캐릭터로 바꿔 금고에서 돈을 챙기다가 또 캐릭터를 바꿔 경찰을 상대하는 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GTA 5>의 주인공들은 은행을 털기 위해 역할을 분담해 일을 처리하는데, 한 명의 캐릭터만 조작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을 막는 역할과 도주 담당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해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미션에 따라서는 같은 사건을 여러 캐릭터의 관점에서 플레이하도록 해 다양한 관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GTA 5>의 게임 디자인이 가지는 장점이다.
더불어 일부 미션이 아니라면 도시를 누비며 언제든지 캐릭터를 바꿔 플레이할 수 있게끔 했는데, 여기서도 깨알 같은 센스가 묻어있다. 영화를 보는 듯한 기법으로 카메라 위치를 이동하며 캐릭터를 바꾸는 연출도 눈에 띈다.
소란스럽기만 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차에서 잠을 자다 일어나는 마이클이나 애완견인 촙과 놀아주는 프랭클린 같은 각 캐릭터의 평소 모습들을 보여주는 연출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각각의 캐릭터마다 능력에도 특징을 부여해 캐릭터를 조작하는 재미도 살렸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확연히 다른 능력을 보여주기에 캐릭터를 바꿀 때마다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이들의 능력은 3인 협동 미션에서 그 빛을 발한다.
비행기 조종에 탁월한 트레버, 은신과 사격에 탁월한 마이클, 운전 등에서 장점을 가진 프랭클린은 서로의 능력에 따라서 하나의 미션에서 다른 역할을 부여받는다. 물론 플레이를 해나감에 따라서 캐릭터 능력치는 점점 증가하고, 원한다면 시간을 투자해 모든 캐릭터의 능력치를 동일하게 맞출 수도 있다.
미션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캐릭터에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는 점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비행 능력이 떨어지는 마이클이 헬리콥터를 타는 미션을 해야할 때 트레버가 비행학교에 가서 연습하라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튜토리얼이면서 미니게임으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다.
‘중년 가장의 고충’을 이해하는 게임 플레이
<GTA 5>가 3명의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어 즐길 거리는 많아졌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가 3명이라는 점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질 수 있다. <GTA 5>는 이런 우려를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의 성격 등에 맞는 미션을 제시하면서 유저가 각 캐릭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평범한 가장을 꿈꾸는 마이클 같은 경우에는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막 나가는 아들, 연예인이 되겠다며 이상한 짓을 해대는 딸 때문에 평온한 날이 없는 중년 가장이다. <GTA 5>는 이런 캐릭터의 배경에 몰입할 수 있도록 초반부 미션을 통해 배에서 포르노를 찍으려는 딸을 말리기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마이클을 플레이하며 ‘아빠의 분노’를 느낄 수 있게끔 했다.
<GTA>시리즈 사상 최악의 사이코패스인 트레버는 아예 첫 등장부터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르며 캐릭터성을 보여준다. 또 트레버의 시점에서 대학살극을 벌이는 모습을 직접 플레이하며 왜 마이클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캐릭터인지를 대번에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나름 착한 성격을 가진 프랭클린은 슬럼가에 사는 흑인으로 자랐다. 유저는 플랭클린이 원치 않게 범죄에 엮이는 과정을 겪으며 순진한 흑인 청년이 범죄에 몸담게 되는 이야기에 몰입하게끔 한다. 이렇게 <GTA 5>는 각 캐릭터의 개성을 스토리와 미션을 통해 유저에게 계속해서 전달한다.
아예 사이드 미션에서까지 캐릭터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여주며 캐릭터들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고, 게임 플레이 내내 각 캐릭터의 성향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캐릭터들의 배경과 잘 매칭되는 특수 능력이나 능력치들 덕분에 더욱 직관적이라 이해하기도 쉽다.
더불어 미션을 진행하며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 등장인물끼리 대화를 주고받으며 미션 목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거나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잡담을 통해 캐릭터들의 개성을 더욱 강하게 살리고 있다는 점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각종 비속어까지 의역한 훌륭한 한글화
<GTA 5> 한글판을 플레이하며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번역이다. <GTA 5> 한글판은 번역을 통해 희석될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나 정서를 잘 살려낸 번역을 해냈다.
특히 한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각종 흑인을 지칭하는 비속어는 물론이고, 같은 단어라도 상황이나 지칭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잘 옮겨냈다. 여기에 미국 특유의 문화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만한 번역을 보여준다. 또, 성적인 의미를 담은 각종 지저분한 비속어는 물론 범죄자들끼리 쓰는 각종 비속어를 통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한국어로 번역할 수 없는 단어나 표현은 적절하게 의역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한글 번역으로 등장한 콘솔게임 중에서는 가장 높은 품질의 한글화를 해냈다. <GTA 5>를 플레이하며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한글화 덕분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는 미국 사회 전반을 풍자하고 있는 내용이 많은 게임의 스토리에서 문화적인 배경지식이 없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한 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런 한글화 작업이 없었더라면 분명 <GTA 5>가 제공하는 재미가 반감됐을 것이기에 더욱 반갑다.
지나친 폭력성, 게임의 재미와 아쉬움을 가진 양날의 검
이렇듯 <GTA 5>에 대해 호평을 늘어놓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은 범죄 표현을 넘어서 지나칠 정도로 잔인한 몇몇 장면이다.
트레버를 플레이하다 보면 사람을 발로 밟아 죽이는 건 예사일 정도로 직접 잔혹한 행동들을 저질러야 한다. 여기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을 두고 생니를 뽑고, 전기 고문에 물고문까지 직접 조작하는 대목은 끔찍하게 느껴진다. 직접 플레이하며 느끼는 몰입감 때문에 더욱 잔혹하게 다가오는 장면이다.
이는 <GTA> 시리즈가 가진 양날의 검이다. 지금까지 잔혹한 표현과 반사회적인 행동들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실적인 묘사가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사실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표현이 없다면 <GTA> 시리즈가 가진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물론 <GTA 5>가 성인을 위한 게임인 만큼,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성인이라면 다들 스스로 판단하며 게임을 하겠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내용들은 썩 보기 좋은 장면들은 아니었다. 범죄를 소재로 한 게임이기에 어느 정도 범죄를 묘사할 수 있겠지만, 도가 지나친 묘사는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살펴본 <GTA 5>는 리뷰 점수 만점을 주기에 아깝지 않은 걸작이었다. 샌드박스 게임으로서의 자유도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에 스토리를 제시하며 몰입시키는 디자인은 뛰어났다. 더불어 소셜 연동을 통해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해 가상의 게임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대부분 범죄에 관련된 것이긴 해도) 삶을 추구할 수 있게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올해 최고의 콘솔 게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