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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익숙한 모바일 RPG’로 즐기는 드래곤에이지

캐릭터 수집과 성장, ‘히어로즈 오브 드래곤에이지’ 해봤더니

버징가 2013-12-10 00:34:07

2011년 9월, 바이오웨어가 <드래곤에이지>를 내놓았습니다. 당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MMORPG의 춘추전국시대였던 터라 <드래곤에이지>는 정통파 RPG에 목말랐던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면서 게임성에서도 호평을,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죠. 국내에서도 ‘용나이’란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드래곤에이지>는 시리즈가 이어지며 소설, 만화, 영화, 소셜게임으로 영역이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2013년 초가을, 마침내 스핀오프 타이틀로 모바일게임이 발표됐죠. 원작의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고, 원작을 ‘비틀어낸’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팬이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RPG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격이라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내려받아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영웅 뽑기 팩을 구매하려고 결제까지 했죠.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 보니 이름은 전형적인 서양 RPG <드래곤에이지>를 계승했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주재상 기자


장르: RPG | 개발: EA 캐피탈 | 유통: EA | 플랫폼: 구글, 애플 | 가격: 무료 | 출시일: 12월 5일



<히어로즈 오브 드래곤에이지> 인트로 영상

 

 

[새 창에서 영상보기]


 

 

서양 캐릭터 스킨을 입힌 동양식 모바일 RPG


<히어로즈 오브 드래곤에이지>(이하 HoD)의 전투는 핀콘이 만든 <헬로히어로>와 유사합니다. 턴 방식으로 진행되며 캐릭터 각자의 속도 능력치에 따라 턴이 돌아오는 속도가 결정되죠.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고 앞줄의 캐릭터를 처치해야 뒷줄의 캐릭터를 공격할 수 있는데요, 대신 앞줄의 캐릭터는 체력에, 뒷줄의 캐릭터는 공격력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영웅은 앞뒤에 각각 2명씩 배치할 수 있고 추가로 ‘거대 크리처’ 하나를 파티에 넣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녀석은 겉모습이 흉측하다는 것과 파티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제일 넓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영웅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튜토리얼에서도 따로 코너를 만들어 거대 크리처가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플레이하다 보면 그저 원작에 등장하는 괴물을 부릴 수 있다는 유흥 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영웅들은 저마다 스킬을 하나씩 지니고 있으며 전투 중 무작위 시점에 알아서 사용합니다. 타깃을 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전투가 시작되면 가만히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원작의 시원한 액션 대신 파티의 조합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필연적으로 캐릭터의 수집 및 성장과 연결됩니다.

 

치명타를 터뜨렸다고 딱히 클로즈업되는 것도 없고 전투는 이대로 차분하게 흘러갑니다.


캐릭터를 먹이는 것이 남는 것


앞서 설명했듯이 <HoD>의 핵심 콘텐츠는 캐릭터의 수집과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RPG들과 비슷하죠. 현재 마련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려면 좋은 캐릭터를 수집해 강력하게 키워야 합니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전투에서 승리해 나갈수록 더 강력한 상대가 등장하니까요.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퀘스트(PvE) 또는 전투(PvP)를 진행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레벨이 오릅니다. 이를 더 강력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캐릭터를 먹여서 ‘더블 대미지 찬스’ 확률 상승을 노리거나, 이름과 등급이 서로 같은 캐릭터를 먹여서 등급을 강화해야 합니다. 

 

캐릭터마다 팩션(속성)이 있고 팩션 상성이 있어서 어떤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투 결과가 갈리기도 하고요. 같은 팩션으로 파티를 구성하면 추가 버프를 받기도 합니다. 물론 보유한 스킬도 다르고요. 즉,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육성해 놔야 퀘스트와 전투를 진행하는 데 유리하다는 얘깁니다.

 

캐릭터는 상점에서 영웅 뽑기 팩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캐시 상품을 이용하면 더 높은 등급의 영웅을 확보할 수 있고요. 전투를 한두 번 진행하면 기본 상품을 한 번씩 뽑을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라 캐릭터 확보가 어렵진 않습니다만, 역시 높은 등급은 뽑힐 확률이 낮죠.

 

그래도 아직 캐시 상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영웅은 딱히 없어서 무결제 유저라도 꾸준히 플레이하면 높은 수준의 파티를 꾸릴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통해서 보석(캐시)를 보상으로 얻을 수도 있고요.

 

낮은 등급 영웅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죠.


최소화한 스토리텔링


<HoD>은 원작의 스토리를 ‘만약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식으로 재구성해서 만든 게임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스토리텔링의 연출을 기대하며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HoD>의 스토리는 유저가 스스로 찾아서 봐야 할 정도로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던전에 처음 진입하거나, 전투에 입장하기 전 화면 오른쪽 창에 조그맣게 텍스트로 표시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전부입니다. 특히 게임 초반이나 던전 돌파를 위해 캐릭터를 충분히 육성한 후에는 던전 진행이 게 눈 감추듯 빨라서 따로 의식하지 않으면 스토리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 ‘아~ 그래서 여기에 이 녀석이 적으로 나왔구나’라고 깨달을 정도죠.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던전 하나를 돌파하거나 특정 퀘스트를 일정 횟수 반복 수행하는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보석(캐시)을 보상으로 얻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료를 영입하는 원작과 달리 예를 들자면 용병 뽑기권을 주는 셈이죠.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스토리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물론, 스토리 연출을 위해 처음부터 주인공을 정해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플레이어가 더 좋은 캐릭터를 뽑으면 그 주인공은 파티에서 방출되거나 다른 캐릭터에 먹힐(!) 운명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원작과 같은 스토리텔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만, 못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달리 생각해 보면, 이렇게 언제든 스토리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원작의 팬이라면 충분히 즐겨볼 만한 게임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HoD>는 겉모습은 우락부락한, 전형적인 서양 취향의 캐릭터들을 내세우고 있으나, 기본 시스템은 동양권에서 꾸준히 출시돼온 전형적인 모바일 RPG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원작의 화끈한 액션이나 스토리, 자유도 등을 기대했다면 재미를 느끼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퀘스트는 던전 개방과 스토리 감상, PvP는 랭킹 상승이 전부일 정도로 딱히 보상이 없다 보니, 레이드나 투기장 등에 관련된 보상이 잘 짜인 국내 모바일 RPG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동기 부여가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업적 시스템도 있지만, 결국 목표는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으로 집중되고요.

 

그래도 원작 <드래곤에이지> 시리즈의 팬, 그중에서도 자세한 배경 설정이나 스핀오프 시리즈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재미를 원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게임입니다. 원작의 동맹 또는 대립 관계를 떠나 다양한 캐릭터를 두루 만나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