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온라인 야구 게임 <제트리그 - 홈런레이스>(2000년)의 개발자들이 다시 뭉쳤다고 해서 화제가 된 그라비티의 <W베이스볼>이 최근 3일 동안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신야구> <마구마구> <슬러거>에 이은 ‘제 4의 온라인 야구 게임’이지만 ‘원조’를 표방하는 <W베이스볼>. 이 게임의 테스트에 참가해서 그 정체를 파헤쳐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깨쓰통
야구 게임인데 야구가 아니다? |
“그렇다면 대체 수비는?” 이라고 물어볼지 모르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타자’ 역할의 선수가 분신술을 사용해서(…) 7명으로 분할, 내야부터 외야까지 모든 수비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타순 역시 마찬가지로, 1번부터 3번 타자가 모두 안타를 쳐서 루상에 나가 있다고 해도 다음에는 어김 없이 1번 타자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게 됩니다.
한 팀은 유저가 선택한 영웅캐릭터 1명과 ‘기본 캐릭터’인 보난자 2명으로 구성됩니다.
이렇듯 <W베이스볼>은 기존의 야구 게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구’의 규칙 자체를 과감하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야구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베이스볼(Base Ball)이 맞나?”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 나오는 상황이지만, 관리해야 할 선수가 3명만 있다는 점. 즉, ‘많은 선수 관리’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어 선수 한명 한명에 보다 애착을 갖고 육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즉, <W베이스볼>은 정통야구 게임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따릅니다. ‘캐주얼 게임’과 ‘스포츠 게임’의 미묘한 선. 그 선 위에서 보다 캐주얼 게임 쪽에 많이 치우쳐져 있다 보면 좋을 것입니다.
캐릭터의 선택, 그리고 육성
<W베이스볼>에 처음 접속하면 게이머는 우선 팀의 이름과 유니폼을 설정한 후, 자신의 분신인 ‘영웅 캐릭터’를 선택해야 합니다. 영웅 캐릭터는 ‘밸런스’, ‘파워’, ‘테크닉’, ‘스피드’ 4가지 타입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투수’, ‘타자’, ‘포수’ 3개의 포지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합니다.
게이머가 선택하지 않은 포지션은 로봇선수(기본 캐릭터)인 ‘보난자’가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굉장히 낮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육성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머니를 모아서 나중에 다른 용병선수를 영입, 팀의 전력을 끌어 올려야만 합니다.
4가지 타입의 영웅 중 원하는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능력치가 떨어지는 기본 캐릭터는 게임머니를 모은 후 용병으로 교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W베이스볼>은 롤플레잉 게임을 연상시키는 육성 시스템을 선보입니다. ‘스킬트리’가 있어서 게이머가 일정량 이상의 경험치를 모으면 이를 투자해 선수의 타격 스탠스(타격 자세)를 바꿔주고, 새로운 변화구를 익히는 방식입니다. 물론 상점을 통해 각종 아이템(야구배트, 글러브 등)을 구입해 능력치를 올려줄 수도 있습니다.
한 팀의 선수가 3명. 그 중에서도 게이머가 실질적으로 키울 수 있는 영웅 캐릭터는 1명. 이렇다 보니 게이머는 선수 육성에 보다 애착을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야구 게임과는 다르게 육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나 할까요?
영웅 캐릭터는 타격 스탠스를 바꿔서 능력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어디 박정태의 타격폼으로 바꿔 볼까나?
호쾌한 타격. 하지만 극심한 투고타저 |
여기까지 읽고 나면 “우와~ 그럼 <W베이스볼>은 마니아 편향적이지 않은 굉장히 쉬운 야구 게임이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적어도 이번 1차 클베에서 만큼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야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배팅’. 즉 타격이 꽤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W베이스볼>은 <슬러거>(굳이 더 따지자면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와 굉장히 흡사한 배팅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날아오는 공을 잘 보고 배팅커서를 갖다 댄 후, 타이밍에 맞춰 클릭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타격 시스템은 ‘야구 센스가 없는 초보자들은 변화구에 대처하기 힘들고 헛방망이질을 하기 쉽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나마 상대 투수가 ‘직구와 슬라이더’만을 던질 수 있는 보난자라면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지만, 각종 변화구를 마구 구사하는 영웅 캐릭터라면 정말 상쾌한 헛스윙의 무한 반복. 야구 게임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마우스를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날아오는 공을 보고 재빠르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똑바로 날아오는 직구조차도 치기가 힘듭니다.
<W베이스볼>은 이번 클로즈 베타 이전의 프리뷰에서부터 ‘호쾌한 타격감’을 주된 장점이라고 소개해왔습니다. 이것은 분명 틀림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공이 배트에 정확하게 임팩트 됐을 때의 이펙트와 사운드 효과가 굉장히 호쾌합니다. 과장을 살짝 보태면 ‘공이 배트에 착착 감기는 맛’이 마우스를 통해 진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정확하게 쳤을 때의 화면 떨림 효과도 훌륭하고, 빗맞았을 때의 이펙트, 심지어 헛스윙할 때 배트가 공기를 가르는 맛 조차도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작 초보자들 입장에서는 ‘타격을 하는 것’ 자체가 꽤나 어렵다 보니 그런 타격감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만, 이렇다 보니 <W베이스볼>에서도 ‘투고타저’는 계속됩니다.
제대로 치면 이런 호쾌한 타격장면이 나옵니다. 보기 힘들다는 게 문제지만…
3명이 돌아가면서 타격을 하다 보니 5회 경기에 10타수 넘어가는 건 문제도 아닙니다. 그런데 10타수에 삼진 7개, 안타 3개는 좀…;;
모호한 타깃층,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W베이스볼>은 이제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마친 게임입니다. 그렇다 보니 게임에서는 꽤나 많은 문제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잦은 팅김이나 서버다운, 수많은 버그들, 아쉬운 밸런스, 하드코어 단계를 뛰어 넘어선 수비 시스템, 수많은 컨텐츠의 미구현 등은 ‘이제 겨우 1차 클베니까…’하면서 애교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사용하면 그저 맞추기만 해도 70% 이상의 확률로 홈런…
하지만 <W베이스볼>을 하면서 내내 의문을 품었던 것은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게임인지 감을 못 잡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W베이스볼>은 기존의 야구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은 절대로 아닙니다.(이건 개발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한 팀에 3명만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미 Game Over.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야구 게임에 관심은 있지만, 정작 야구 게임을 잘 하지는 못하는 일반 캐주얼 게이머? 하지만 그들이 적응하자니 게임은 난해합니다. 타격을 예로 들자면, 10번 스윙해서 7번 이상 헛스윙 하는 게임을 과연 초보자들이 좋다고 생각할까요?
<마구마구>는 스트라이크와 볼만 구분하면 공을 칠 수 있고, <신야구>는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타이밍 맞춰 휘두르면 맞습니다.(자동 모드)
결론적으로 이번 1차 클베에서 <W베이스볼>이 남긴 숙제는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이 한 문장으로 귀결할 수 있습니다.
무엇 보다 이 게임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제 와서 게임이 ‘9명이 한 팀이 되는 야구 게임’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을 테니, 그렇다면 하다 못해 캐주얼 게이머들을 위한 ‘캐주얼성’을 살리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야구 게임의 4번 타자’라는 <W베이스볼>. 부디 다음 베타 테스트에서는 그 이름에 걸맞게 멋진 만루홈런을 때려내기를 기대해봅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이런 만화와 같은 연출은 훌륭했습니다.
* 소년만화풍의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이머 * 자신만의 선수를 육성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게이머 * 우익수는 어깨가 좋아야 하고, 1번은 발이 빨라야 하고… 이런 거 신경쓰기 귀찮은 게이머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야구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 * 와이드 LCD를 가지고 있는 게이머(W베이스볼은 와이드 해상도를 지원)
* <마구마구>가 최고의 야구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 * 야구 게임에는 무조건 실명 선수들이 등장해야 된다고 믿는 게이머 * 영화 볼 때 ‘이런 건 말도 안돼!’라면서 꼬치꼬치 딴지 걸기 좋아하는 게이머
■ 이런 게이머들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