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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화려함보다 정갈함을 택하다, ‘블레스’

수수한 비단옷과 같은 첫인상, <블레스> 1차 CBT 사전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4-02-12 10:01:38
네오위즈의 야심작 <블레스>가 1년 3개월 만에 1차 CBT를 진행합니다. ‘맛’만 보여줬던 2012년 지스타 빌드와 달리, 이번에는 준비된 콘텐츠만 15시간여에 달하는 정식 테스트 버전입니다. 과연 <블레스>의 첫 CBT 버전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테스트에서는  23레벨까지 기본적인 콘텐츠와 전투, 그리고 스토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미리 겪어본 CBT 초반 콘텐츠는 게임의 화려한 그래픽과 달리 간결하면서도 정갈한 콘텐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사전에 <블레스> 1차 CBT를 체험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수수한 비단옷과 같은 첫인상


1차 CBT는 게임의 양대 진영 중 하나인 ‘종족 연합 우니온’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준비된 캐릭터는 우니온 진영의 아미스타드(인간)∙아쿠아엘프∙판테라(수인) 3개 종족, 그리고 가디언∙버서커∙레인져∙팔라딘 4개 직업입니다. 지스타 2012에서 <블레스>를 체험해 봤던 유저라면 익숙한 구성입니다.

<블레스>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모델링은 이번 테스트에서도 여전합니다. 다만 캐릭터 감상은 주어진 모델로만 한정해야겠네요. 1차 CBT 버전에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죠. KGC에서 공개돼 많은 기대를 모았던 ‘3세대 커스터마이징’(일명 화장 커스터마이징)을 직접 체험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1차 CBT에서는 별도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종족별로 준비된 오프닝 영상과 함께 <블레스>의 세계가 열립니다. 오프닝 영상은 세계의 위기나 전쟁의 전조 같은 거국적인 이야기보다, 철저하게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저가 만든 캐릭터는 <블레스> 세계의 평범한 주민입니다. 아니, 어떤 종족은 그보다 더 상황이 나쁘기도 하죠. 이런 설정 때문일까요? 오프닝 영상도 게임의 명성(?)과 달리 수수합니다. 게임 특유의 세련된 모델링은 여전합니다만, 눈길을 잡아끄는 화려한 효과보다는 꽉 짜인 장면 구성으로 이야기 전달 자체에 주력한다는 느낌이죠.


판테라 종족의 이야기는 일족의 전사가 되기 위해 박해 속에서 수련 중인 고아가 주인공입니다.

이러한 영상 기조는 <블레스>의 그래픽으로도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의 캐릭터도, 필드에서 보이는 건물이나 각종 구조물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습니다. 못생겼거나 진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하나 떼어보면 손꼽힐만한 캐릭터와 건물이죠. 

하지만 모여있으니 달랐습니다. 뭐 하나 튀어나온 것 없이 모두 자연스러웠거든요. 플레이 내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특정 NPC나 구조물이 아니라, <블레스> 세계의 전반적인 풍경과 분위기였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샤카라 성채’는 황량한 모래와 바위, 그리고 이러한 주변 요소들로 만들어진 건물들을 통해 도시 안에서도 주변의 척박함을 그대로 전달하더군요.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황색 위주의 색채와 이를 비추는 묵직한 톤의 빛 효과는 뜨거운 사막의 햇빛을 옮겨놓은 것 같았습니다. 반면 우니온 진영의 중심도시 ‘스페치아’는 하얀 포석과 다양한 색채의 구조물, 그리고 맑은 빛 효과로 풍요로움을 묘사하는 식이죠. 때문에 플레이하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없어도, 각 지역의 분위기만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공용지역인 ‘스페치아’의 전경


이야기에 집중했다. 군더더기 없는 퀘스트


오프닝 영상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블레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종족마다 다른 지역, 다른 주제로 시작해 중반부터 ‘스페치아’라는 공용지역에서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테스트 전부터 꾸준히 이야기를 강조해왔던 <블레스>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적은 양의 퀘스트가 유저를 기다립니다. <블레스> 초반 지역에서 한 퀘스트 사이클(?)에 받게 되는 퀘스트 수는 2~3개. 공용지역인 스페치아로 가도 5개를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부족하거나 빈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 이제는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 종족 ‘아쿠아엘프’의 퀘스트는 새로운 아쿠아엘프를 창조하려는 와중 탄생한 폐기 실험체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폐기 실험체답게 주인공은 도시에서 버려져, 도시 그림자 밑에서 망령과 싸우고 쓰레기를 뒤지며 생존해야 합니다. 



많지 않은 퀘스트 양이지만 이야기에 필요한 것은 다 보여줍니다. 망령의 습격은 그림자엘프(폐기 실험체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의 탄생 배경을 상기시키고, 생존을 위해 광석과 쓰레기를 모으는 퀘스트는 캐릭터의 처지를 알려줌과 동시에 뒷이야기를 위한 단서를 흘립니다. 퀘스트 수는 적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밀도 있게 제공된 셈입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퀘스트에 따로 배경 설명(?) 대화까지 만들어 놓을 정도로 이야기에 공들인 <블레스>지만, 고생해서 만들었으니까 읽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퀘스트 수도 다른 게임에 비하면 적고, 설명용 대화도 관심 없는 유저라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등 유저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있죠.

대신 <블레스>가 집중한 것은 무대와 연출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쿠아엘프의 이야기는 아쿠아엘프가 사는 화려한 도시와 그림자엘프가 사는 어두컴컴한 도시 밑을 오가는데, 이때 보이는 빛과 어둠의 대비가 폐기 실험체라는 주인공의 신세를 강조합니다. 

판테라 이야기에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는 주인공이 ‘불시의’ 습격을 받으며 그가 처한 상황을 다시 한 번 알려주죠. 인게임 영상이나 인스턴스 공간 등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장치도 건재합니다. 덕분에 지문을 온전히 읽지 못했는데도, 이야기의 줄기만큼은 자연히 알게 되더군요.


화려한 아쿠아엘프의 도시도 주인공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다만 너무 이야기에만 집중한 퀘스트 때문일까요? 공용 지역부터는 퀘스트만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전투가 부족해지는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더군요. 물론 <블레스>에는 이를 막기 위해 ‘적들과 사냥감’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적을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저널 내용이 추가되고, 이 내용을 100% 달성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일종의 퀘스트 + 업적 개념이죠. 실제로 초반 지역에서는 퀘스트 중 조금만 짬을 내면 ‘적들과 사냥감’ 보상을 얻을 수 있어 짭짤한 서브 퀘스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용지역부터는 맵도 넓고 업적(?) 달성에 필요한 사냥 횟수도 많아져, 짧은 사전체험만으로는 이 시스템이 앞으로도 퀘스트와 부드럽게 이어질지 알 수 없더군요. 이에 대한 궁금증은 1차 CBT를 통해 직접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전투 퀘스트를 대신할 ‘적들과 사냥감’ 시스템


색다른 타겟팅 전투? 위기 탈출기와 스킬 덱


<블레스>의 전투는 타겟팅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격 기술이 특정 목표를 대상으로만 발동되는 식이죠. 자유로운 액션이나 타겟팅 전투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 유저라면 김이 빠질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투를 꼼꼼히 살펴보면 익숙한 타겟팅 전투에 새로운 맛을 첨가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기보다는, 기존 MMORPG의 요소를 재해석해 색다른 느낌을 주려 노력한 느낌이었습니다. ‘버서커’ 클래스가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버서커는 CBT에서 공개되는 4개 직업 통틀어 가장 많은 범위공격을 보유한 직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버서커의 전투는 초반부터 다수의 범위공격을 바탕으로 논타겟팅 방식 전투와 같은 맛을 선사합니다. 타겟팅 방식의 틀을 넘지 않으면서, 스킬 구성으로 논타겟팅 방식의 맛을 보여준 셈입니다.


다수의 범위 공격 기술로 논타겟팅 전투의 느낌을 주는 ‘버서커’ 클래스

캐릭터마다 주어진 ‘위기 탈출기’는 타겟팅 전투에 조작감을 더해주는 요소였습니다. 게임의 모든 직업은 하나 이상의 위기 탈출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갑옷을 입은 가디언과 팔라딘은 제자리에서 방어태세로 피해를 받아넘기고, 버서커나 레인저같은 딜러는 피해 면역 효과가 있는 회피기를 보유한 식이죠. 때문에 상대가 큰 기술을 쓰기 전 회피기로 위기를 넘기는 식의 플레이도 어렵지 않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은 다른 게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레스>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은 위기 탈출 기술을 1레벨부터 제공해 초반부터 컨트롤의 비중을 높이고 조작감을 높였죠. 이를 염두에 둔 것인지 게임의 피해 판정도 적의 공격모션과 캐릭터가 피해를 입는 타이밍의 차이가 크지 않아, 위기탈출기 컨트롤을 강조한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직업마다 1레벨부터 위기 탈출기가 하나씩 주어집니다.

초반 전투가 타겟팅 전투에 컨트롤 요소를 더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디자인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블레스>에서는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수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1차 CBT 기준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수는 총 9개. 이 안에는 패시브 스킬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저는 자신의 전투 스타일과 스킬 시너지를 고려하며 ‘스킬 덱’을 짜야 합니다. 

어떤 스킬 구성을 취하느냐에 따라 같은 레인저라도 누구는 제자리에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고, 누구는 끊임없이 적을 밀치며 농락하는 식으로 스타일이 나뉩니다. 스킬 조합으로 인한 전투 스타일 분화는 플레이 타임 4시간 전후로 나타납니다.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에도 상반된 전투스타일이 가능하다 보니, 최고레벨이 확장됐을 때의 커스터마이징이 기대됩니다.

다만 이야기에 집중한 퀘스트 때문일까요? 보통 퀘스트를 통해 알려주는 스킬 덱과 같은 신규 시스템에 대한 소개가 부족해, 이를 활용하는 데 한참 걸렸던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특히 스킬 덱 시스템의 경우 <블레스> 전투 시스템의 특징과도 같은데, 이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부족해 아쉽습니다. 물론 사전에 체험한 빌드는 CBT 빌드는 아니었으니 이 부분은 실제 테스트에선 고쳐졌겠죠?


<블레스>의 스킬 덱 시스템. 제한된 슬롯 안에 전투 스타일이나 스킬 간 시너지를 고려하며 덱을 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