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개발자들의 신작 <타이탄폴>의 베타테스트가 시작됐습니다. <타이탄폴>은 제트팩을 사용해 벽을 타고 다니고 더블 점프를 하는 특수 보병과 거대 로봇 ‘타이탄’이 활약하는 1인칭 슈팅(FPS) 게임입니다.
직접 플레이해 본 소감을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일단 타이탄과 보병 어느 한쪽만 활용해도 재미를 맛보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타이탄은 화끈한 포격과 과감한 격투 액션을 활용하는 재미가, 특수 보병은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듯 이동하며 적의 허를 찌르는 묘미가 있었거든요.
다른 게임과 확연히 달라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똑같이 보병과 거대 로봇이 고루 등장하는 FPS와 비교해도, <타이탄폴>만큼 보병과 거대 로봇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임은 이제껏 없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베타테스트 체험영상부터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하드 포인트 모드 플레이 영상
6:6 멀티플레이, 전장을 휩쓰는 로봇으로 승리하라
<타이탄폴>은 6:6 멀티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내세운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거대기업 ‘IMC’와 시민군 ‘밀리샤’ 중 한쪽에서 서서 6명의 적 팀원과 끊임없이 보충되는 인공지능(AI) 캐릭터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승리 목표는 게임 모드에 따라 다릅니다. ‘어트리션’은 적 팀원과 AI들을 일정수 이상 처치하면 승리하고, ‘하드 포인트’는 A, B, C 거점 중 2개 이상 점령하고 오래 버티면 승리합니다. 처음부터 타이탄을 타고 싸우는 ‘라스트 타이탄 스탠딩’은 적 타이탄을 모두 파괴하면 이기는 식이고요.
분명한 사실은 어느 모드든 타이탄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트리션’과 ‘하드 포인트’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타이탄을 소환할 수 있긴 하지만, 보병보다 강력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왼쪽부터 IMC, 밀리샤 진영.
타이탄은 내구도가 높고 일정한 시간마다 회복되는 에너지 실드를 갖춰 탱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고요. 40mm 캐논이나 펀치를 정통으로 맞추면 보병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니까요. 심지어 걸어다니는 동안 보병을 깔아 뭉개버리기도 합니다.
참고로 타이탄은 기본적으로 시작 직후 4분 뒤, 처음 소환한 타이탄이 파괴된 뒤에는 약 2분 후에 소환할 수 있지만 더 빨리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번 카드’라는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보병으로서 적 타이탄에게 대미지를 줘서 소환시간을 앞당길 수 있거든요.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팀은 상대팀보다 더 많이 타이탄을 소환해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로봇 타이탄. 강력한 능력을 자랑합니다.
상호작용을 강조한 로봇, 박력도 다른 게임 부럽지 않다
강력한 로봇을 이용하는 FPS는 <타이탄폴> 외에도 여러 개가 있습니다. 일부 게임들은 <타이탄폴>과 마찬가지로 로봇과 보병이 동시에 등장하고요. 그래서 게임 방식을 말로만 들으면 “다른 게임에도 승리를 좌우하는 로봇이 등장하는데 뭐가 새롭다고?”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해 보면 다른 게임의 로봇들과 타이탄의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타이탄폴>에서는 기능적으로든 시각적으로든 로봇과 보병의 상호작용이 강조돼 있습니다.
가령 타이탄에서 플레이어가 내릴 경우, 타이탄은 기능이 정지되지 않고 AI 모드로 작동하게 됩니다. 이 때 타이탄은 플레이어를 따라다니거나 제자리에 서서 발견한 적을 알아서 공격하죠. 그동안 플레이어는 단독으로 다니며 거점을 점령하거나 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AI 모드로 전환된 타이탄이 적을 처치하고 대기하는 모습. ‘공짜 킬’을 얻었네요.
이를 잘 이용하면 적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습니다. 타이탄을 미끼로 던져주고 뒤에 숨어서 적 보병을 저격할 수도 있고요. 같은 타이탄끼리 싸울 때 자기 타이탄을 탱커로 앞세우고 플레이어 본인이 적 타이탄을 협공하는 전략도 쓸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타이탄과 다양한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2층 높이의 타이탄에서 내려 보다 쉽게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저격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거나, 자폭 스킬을 가동해 적을 쓸어버리는 식으로요.
가끔은 타이탄이 플레이어를 구해주기도 합니다. 플레이어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하는 적을 손이나 발로 으깨버리는(!) 기특한 짓도 하고요. 불리해졌을 때 타이탄 근처로 도망친 뒤 E 키를 누르면 플레이어를 보호하듯 손으로 움켜잡아 조종석 안으로 집어넣어줍니다. 그동안 날아오는 적 보병의 총알은 차단해주죠.
위기에 빠졌을 때는 타이탄에게로 가서 탑승 버튼을 누르세요. 안전하게 조종석에 넣어줍니다.
플레이어가 긴급 탈출을 하자마자 자폭으로 적을 쓸어버리는 타이탄의 모습.
이러한 로봇과 보병의 긴밀한 협력 플레이는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듭니다. 대개는 중화기를 발포하는 능력만 갖췄을 뿐 플레이어가 타지 않으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로봇들이 등장하니까요. 덕분에 <타이탄폴>을 플레이하면서 아주 신선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타이탄이 주는 재미는 신선함만이 아닙니다. 다른 게임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박력 넘치는 액션도 제공해주죠. 확인해보고 싶다면 빈사 상태가 된 타이탄에게 펀치를 날려보길 추천합니다. 육중한 적 타이탄이 공중에 살짝 뜰 정도로 강력한 어퍼컷을 날려 조종석을 박살내고, 적 플레이어를 꺼내 던져버리는 액션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긴 하지만 ‘볼텍스 실드’도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적이 쏜 탄과 미사일을 허공에서 멈추도록 만든 뒤 되돌려 쏴버리는 반격기인데, 손아귀에 뭉친 수십 발의 탄과 미사일을 적에게 돌려줄 때는 정말 짜릿합니다. 단 한 방에 적 타이탄을 파괴할 수도 있을만큼 위력적이죠.
조종석을 뜯어내는 액션은 박력이 넘쳐납니다. 타이탄이 허공에 뜰 정도로 강한 어퍼컷을 날린 후,
안에 있는 적 파일럿을 꺼내서 집어던져 버립니다. 속이 뻥 뚫릴 정도로 호쾌하죠.
볼텍스 실드로 미사일을 모아 적에게 되돌려주려는 모습. 잘 맞추면 한 방에 적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허점을 파고드는 묘미가 있는 보병 플레이
그렇다면 <타이탄폴>의 재미는 타이탄을 소환할 때부터 시작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보병으로 플레이할 때는 보병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육중한 타이탄보다 경쾌한 보병을 더 마음에 들 수도 있고요.
<타이탄폴>에 등장하는 보병들은 남다른 기동력을 자랑합니다. 부스터를 이용하면 벽 위를 뛰어다니거나 더블 점프로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듯 건너 다닐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을 잘 활용하면 적이 소홀해하는 거점을 점령하거나, 배후로 파고들어 기습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특수 스킬을 이용해 적을 공략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클로킹 기술을 사용하면 적을 쉽게 암살할 수 있고,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스팀 스킬을 사용하면 빠른 무빙샷으로 적을 농락할 수 있습니다.
클로킹 스킬로 피신한 모습.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적을 기습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밟혀 죽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타이탄을 상대해도 재밌습니다. 적 타이탄 머리 높이까지 뛰어오르면 ‘로데오’ 액션이 발동되는데요, 이 액션은 적 타이탄 머리 위에 올라타서 총을 난사해 코어를 태워버리는 기술입니다. 다른 공격 수단과 달리 실드를 무시하고 바로 타이탄의 내구도를 깎아버린다는 장점이 있죠.
이 로데오 액션을 사용하면 보병으로 타이탄을 파괴하는 전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탱커 역할을 해줄 아군 타이탄이 시야를 끄는 동안 로데오 액션을 걸거나, 파일럿이 죽어서 AI 모드로 돌아다니는 타이탄에게만 로데오 액션을 거는 식으로요.
물론 로데오 액션을 거는 중 다른 적군에게 공격당하거나, ‘일렉트릭 스모크’란 스킬에 걸려 타죽을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아군보다 적군의 타이탄 수가 많아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죠. 자기보다 훨씬 거대하고 강력한 로봇을 쓰러뜨리는 희열은 덤으로 얻고요.
로데오 액션 말고 적 타이탄을 단번에 처치하고 싶다면 더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타이탄이 적 타이탄 머리 위로 떨어지도록 소환하면 됩니다. 맞추기는 힘들지만 확실하게 한 방에 처치할 수 있죠.
정리해서 말하자면 <타이탄폴> 보병전은 기동력과 스킬을 활용해 적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적 재미, 로데오 액션으로 타이탄을 잡는 짜릿함을 갖췄습니다. 꼭 타이탄을 타지 않더라도 <타이탄폴>만의 재미를 느끼는 데는 무리가 없다 봐도 됩니다.
로데오 액션 발동 장면. 일단 코어 덮개를 강제로 벗긴 뒤,
등짝, 아니 코어를 있는 힘껏 두들겨 패면 보병으로 타이탄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아군 타이탄을 잃지 않으려면 엄호해줘야겠죠? 위의 스크린샷은 총알을 유도탄처럼 쏴서 적을 처치하는 ‘스마트 피스톨’ 사용 장면입니다.
자기 타이탄을 적 머리 위로 떨어지도록 소환해도 됩니다. 단 한 방에 파괴할 수 있죠.
독특한 재미를 갖춘 타이탄과 보병전에 이어 짜임새 있는 게임 구성도 눈에 띕니다. ‘어트리션’과 ‘하드 포인트’ 모드를 시작할 때는 우주선에서 강하하는 장면이 나타나고, 승패가 가려지면 우주선을 타고 탈출하거나 상대편 우주선을 파괴하는 ‘에필로그’가 나옵니다.
이러한 구성은 기승전결이 명료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카운트 다운으로 시작해 승패가 가려지면 그냥 게임이 끝나는 다른 FPS보다 게임에 몰입하기 좋더군요.
참고로 에필로그가 발동되면 패배팀에게는 우주선을 타고 도망치는 미션이, 승리팀에게는 패배팀 탈출을 저지하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승패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달성한 쪽에게 약간 더 높은 점수와 전적이 제공됩니다.
진 팀은 우주선을 타고 도망가는 미션을 받습니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꼭 달성할 필요는 없는데 막상 에필로그가 발동되면 오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긴 쪽은 완벽한 승리를 거둘 기회고, 진 쪽은 최소한의 설욕을 할 기회니까요. 자연스레 이미 승패가 가려졌음에도 양쪽 팀이 끝까지 치열하게 싸우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미 승패는 가려졌지만, 도망치는 적을 고이 보내줘야 할 이유는 없죠.
한 팀당 6명씩 최대 12명이 싸우지만 의외로 교전이 자주 벌어진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적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AI로 움직이는 타이탄, 도처에 널린 AI 보병들과 자주 만나게 되거든요.
물론 AI 보병들이 너무 멍청(?)해서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다만 AI 보병이든 플레이어든 가리지 않고 많이 제압하는 재미를 원하는 플레이어, FPS를 좋아하지만 서툴게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AI 보병들이 약아빠지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든다고 할 수도 있겠죠. 이에 대한 판단은 플레이어 각자에게 맡기겠습니다.
메카닉 슈팅의 새로운 장을 연 기대작
종합하자면, <타이탄폴>은 단순히 로봇과 보병을 함께 등장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더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내세워 다양한 전략을 수행하도록 했고, 보병에게 타이탄을 견제할 액션과 기동력을 줘 팽팽한 대결을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거대 로봇의 박력은 물론 다른 FPS게임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참신한 전략을 수행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식 버전에서 더 많은 콘텐츠와 전략이 추가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이뤄진다면 나무랄 데가 없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FPS 장르를 좋아하고 거대 로봇에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 이 게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침 20일 오전 11시까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되니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오리진 서버가 잘 버티기만을 기원하며 체험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