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워>는 제 2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 좁고 복잡한 맵에서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기존의 FPS들과 달리 제 2차 세계대전의 유명한 격전지에서 재래식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전쟁 게임이다. 볼트 액션 방식의 소총과 정조준 시스템, 그리고 드넓은 전장으로 새로운 전투를 시도한 <투워>. 6월 6일부터 시작된 제 2차 세계대전 속으로 직접 들어가봤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Machine
군번줄에 이름부터 새기자. 전사하더라도 나라가 당신을 거둘 수 있도록.
탁 트인 맵에서 펼쳐지는 중장거리 전투
<투워>의 전장은 기존의 온라인 FPS게임들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접근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중거리 이상의 거리에서 적과의 교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이는 전장이 개방적이고 넓은 데다가 볼트 액션 소총만으로도 스나이핑에 준하는 장거리 사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육군의 기본 무기는 소총이고 소총은 원래 눈을 가늠자에 갖다 대고 정조준해 발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격 방식이다. 기관총이 분대 지원 화기인 이유는 적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적이 쉽게 고개를 내밀 수 없도록 위협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실질적인 공격은 소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누구나 목숨은 소중하기 때문에 전쟁터에서는 은폐·엄폐를 철저히 하게 되고, 그런 상대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중장거리에서 비교적 정확한 사격이 필요하다.
전장에서는 적이 언제 당신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지 모른다.
<투워>에서는 전장의 기본적인 생존 규칙을 게임에 반영하기 위해 많은 장치들을 마련했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스나이퍼모드 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관총 및 소총들도 가늠자에 눈을 갖다 대고 정조준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장은 넓지만 대부분 개방형이기 때문에 은폐·엄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시로 사격 포인트를 바꾸거나 회피 이동을 하지 않으면 언제 적의 장거리 소총 사격에 킬수를 헌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투워>에서는 정조준 시스템으로 인해 거의 모든 유저가 '준 스나이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너도 나도 스나이퍼고 장거리전을 기본으로 하는 <투워>의 기본 전투는 맵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덜어준다. 또한 어디에 있더라도 멀리서 공격받을 수 있으며, <투워>의 총은 맞으면 아픈 것이 아니라 대체로 즉사이기 때문에 한 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2% 부족한 엄폐. 넌 이미 죽어 있다!
캐릭터와 맵. 비주얼의 부조화
<투워>의 캐릭터들은 제법 근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평범한 FPS라면 이런 식의 리소스 할당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향후 현재의 16대 16보다 더욱 거대한 100명 이상의 대규모 전투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캐릭터에 공을 들이는 건 조금 낭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반면 <투워>의 맵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주요 격전지를 어느 정도 고증해 게임의 맵으로 사용했는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익숙한 ‘오마하 해변’에서부터 독일군의 대표적인 전함 ‘비스마르크’, 러시아의 주요 격전지인 ‘스탈린 그라드’까지 다양하다.
이 맵들은 분명 역사적이었던 그 날의 상황을 재현하려는 듯 방대한 크기와 분위기를 연출하려는데 애를 썼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래픽 퀄리티는 높지 않았다. 게다가 비교적 최근 사양에 속하는 필자의 컴퓨터에서 끊김 현상이 일어나는 등 맵 자체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의 거대전함 비스마르크. 분위기는 나지만 솔직히 맵 퀄리티는 떨어진다.
특히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어차피 유저들은 대체로 장거리전을 하기 때문에 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전장의 분위기’를 중심으로 하는 <투워>의 게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맵 퀄리티 낮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보이는가? 이 엄청난 배경과 캐릭터 사이의 괴리감이….
밑 그림은 충분, 채색만이 남았다
<투워>의 기본적인 전투양상은 ‘충분히 재미있게’ 설계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예를 들자면 전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총격 자세인 ‘엎드려 쏴’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고지의 유리함을 최대한 살릴 수 없다. 물론 엎드려 쏴가 들어가면 캠핑이 더 심해지고 전투가 복잡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투워>에 도입된 전장과 무기를 볼 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꽤 많다.
팀 데스매치 외에 뚜렷하게 재미 있는 게임모드가 사실상 없다. 미션모드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오마하 해변’에서 밖에 할 수 없고, 깃발뺏기가 있지만 너무 낡은 게임방식이라 더 이상 유저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 16대 16의 데스매치는 이젠 평범하다 못해 흔하디 흔한 게임방식이다.
물 위로 상체만 내밀고 엄폐한다. 이건 상륙군이 오히려 유리하지 않은가?
다시 강조하지만 <투워>의 기초 공사는 무척 튼튼하다. 준 스나이핑이라고 할 수 있는 볼트 액션을 이용한 새로운 총격전의 양상은 여러모로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기초공사가 튼튼하다고 꼭 좋은 게임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의 <투워>는 지금까지 지적한 요소들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PC패키지 게임으로 나왔던 <콜 오브 듀티>의 정조준 시스템이나 그래픽적인 측면을 많이 차용한만큼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인기를 끌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개발사에서는 에피소드 단위의 새로운 전투 양상과 모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속으로 데뷔전은 성공적이다.
이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약속했던 '풍부한 게임모드와 전쟁의 테마'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것에 <투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승패가 달려 있다.
엎드려서 쏠 수 있다면 두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