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부터 2차 비공개 테스트(CBT)를 실시한 <검은사막>이 가상 현실 게임에 관심을 두는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검은사막>을 가상 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할 수 있는 테스트 기능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검은사막>의 가상 현실 헤드셋 지원 기능은 어디까지나 실험용입니다. 개발사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요. 하지만 최신 MMORPG를 차세대 게이밍 기어인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보이는 유저가 많았죠.
그렇다면 <검은사막>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오큘러스 VR 코리아에 요청해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체험에 이용한 기기는 오큘러스 리프트 HD 버전입니다. 낮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DK1이 아니며, DK1으로 체험할 경우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해외 팬들이 <검은사막>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하는 영상
3D 입체 효과는 구현되지 않아, 하지만 실행은 가능
오큘러스 리프트로 <검은사막>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해외 팬사이트(//black-desert.com/news/black-desert-to-support-oculus-rift/)와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당시 해외 유저들인 <검은사막>을 이모저모 뜯어보던 중, 우연히 가상 현실 헤드셋 지원 기능을 발견하게 됐죠.
이후 오큘러스 리프트를 보유한 해외 유저들이 실험에 나섰죠. 이들은 머리를 움직일 때 시점이 따라 움직이는 ‘헤드 트래킹’ 기능은 구현돼 있고, 아직 3D 입체 효과는 구현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UI 배치가 오큘러스 리프트에 최적화되지 않아 메뉴를 클릭하거나 인벤토리를 여는 활동이 불편하지만, 플레이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고요.
직접 확인한 결과, 3D 입체 기능은 구현되지 않았지만 헤드 트래킹 기능은 잘 작동했습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오큘러스 VR 코리아의 협력을 받아 직접 오큘러스 리프트로 <검은사막>을 실행해봤습니다. 실제로 헤드 트래킹은 원활하게 작동되더군요.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오큘러스 리프트의 기능 절반을 활용해 맛보기 수준의 체험은 가능했습니다.
기본적인 체험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검은사막>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체험해봤습니다. 비록 가상현실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콘텐츠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모니터로 플레이할 때와는 사뭇 다른 감각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용 콘텐츠는 없지만, 모니터로 볼 때보다 더 깊은 인상을 제공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상 현실 헤드셋 옵션을 활성화한다 해서 게임이 크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3인칭 시점으로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한다고 해서 일부 콘텐츠를 체험 못 하거나 신규 콘텐츠를 체험하는 현상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모니터 대신 오큘러스 리프트로 바라볼 뿐’, <검은사막>의 본질 자체가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모니터가 아닌 오큘러스 리프트로 바라봤을 때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요소는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마을과 경치를 들 수 있겠습니다. 줌을 최대한으로 당겨서 1인칭 시점에 가깝게 설정한 뒤 마을을 돌아다니면 마치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쟁이 일어나는 마을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개발진들이 마을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포탄이 날아다니고 병사들과 몬스터가 육탄전을 벌이는 연출을 넣었는데, 이러한 연출들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오큘러스 리프트로 실감나는 마을을 보면 게임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3D 입체 효과 없이도 주요 도시 정경은 더 웅장하게 보였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전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1인칭 슈팅 게임처럼 손동작이 묘사되지는 않지만, 공격 이펙트를 보면 자기 캐릭터가 어떤 경로로 공격해서 적을 베었다는 실감을 그럭저럭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위협적으로 생긴 몬스터를 눈앞에 두고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비록 <검은사막>의 특성상 3인칭 시점으로 전투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한다면 재미 삼아 1인칭 시점으로 전투를 치러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담이지만 모니터로는 <검은사막>을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하기 어렵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보다는 시야각이 좁게 표현돼서인지, 몬스터가 접근하면 시야가 막혀버리더군요.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할 때처럼 1인칭 시점으로 둬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하면 좀 더 높은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3인칭 시점으로 캐릭터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
그렇다면 3인칭 시점으로 설정하고 <검은사막>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플레이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3D 입체 기능이 구현되지 않아서인지, 3인칭 시점 전투는 1인칭 시점 전투만큼 독특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직은 모니터 앞에 고개를 바짝 붙인 채 플레이하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대신 말을 타고 다닐 때는 모니터보다 더 빠르고 경쾌하게 달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옆 눈길로 보이는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속도감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거든요.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하면 탈것의 속도감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의외로 오큘러스 리프트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하거나 기념사진을 찍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자기가 정성 들여 꾸민 캐릭터가 눈 앞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모니터로 자기 캐릭터를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 신기하기도 했고요.
간략히 말하자면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니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더 늘었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체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오큘러스 리프트를 “자기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주는 1인칭 시점 게임에 가장 어울리는 기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하면 자기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3인칭 시점이 주를 이루는 MMORPG를 플레이할 때도 오큘러스 리프트가 가치 있는 기기로 쓰일 수 있겠다고요.
한편 오큘러스 VR 코리아 관계자는 “3D 입체 기능이 적용되면 인상이 또 달라질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습니다. 잘 만든 3인칭 시점의 게임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실행하면, 모니터로 실행할 때와 달리 ‘게임 속 정경을 내려다보며 캐릭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눈 앞에서 자기 캐릭터를 감상하는 듯한 감각도 아주 좋았습니다. 스커트 입은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중 고개를 잘못 돌려 민망한 상황(?)에 빠질 수는 있지만요.
실험용 기능이지만 새로운 가능성 보여줬다
비록 실험용 기능이라고는 하나, <검은사막>의 가상현실헤드셋 테스트 기능은 색다른 체험을 안겨줬습니다. 모니터로 봐도 훌륭한 <검은사막>의 뛰어난 경치를 더 깊이 감상할 기회를 제공했고, 긴장감 있는 1인칭 시점의 전투를 도전할 계기를 마련해줬으니까요.
예상외로 3인칭 시점에서도 즐거움을 줬고요. 탈것을 이용하는 재미도 늘려줬고, 모니터 너머로만 바라보던 캐릭터를 눈 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실감을 제공해줬습니다. 정교한 그래픽으로 표현된 캐릭터를 감상하는 재미가 늘어나니, 더 정성 들여서 캐릭터를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개발사 펄어비스가 공식적으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은사막>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지만, 이 기능은 언젠가 정식 지원됐으면 좋겠네요. 언젠가 <검은사막>을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체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검은사막>을 플레이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