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한 마리를 잡느라 초가삼간을 다 태운다. 전면 리뉴얼을 선언한 <뉴던전스트라이커>를 ‘끝까지’ 플레이하고 나서 남은 생각입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지난 4월 30일 <던전스트라이커>(이하 구던스)의 리뉴얼 버전인 <뉴던전스트라이커>(이하 뉴던스)를 출시했습니다. 악몽 던전에만 의존한 <구던스>의 지겨운 아이템 파밍과 부족한 보상, 부실한 콘텐츠 등을 보완하겠다는 목표였는데요.
시스템의 대부분을 새롭게 고치는 과감한 도전 끝에 ‘악몽’을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고레벨 이후의 (여전히 부족은 하지만) 안정적인 콘텐츠 방향도 찾았죠. 하지만 다양한 액션과 몰입도, 편의성, 원활한 레벨업 등 악몽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잃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당초의 목적은 이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 <뉴던전스트라이커>를 디스이즈게임에서 평가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뉴던스> 리뉴얼의 핵심은 피로도와 직업방식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구조의 던전으로 요약됩니다. 먼저 모든 던전은 짧은 단층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던전마다 짧게는 2분 내외, 길어도 15분 내외로 클리어가 가능하죠. 보스 몬스터의 종류를 늘리고 기존의 1개 던전을 4~5개로 쪼갠 방식입니다.
여기에 피로도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구던스>처럼 낮은 드롭률의 던전을 무한히 반복하게 하느니 피로도 시스템을 넣어서 하루 플레이를 제한시키는 대신 아이템 획득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어주자는 발상으로 보입니다.
직업에도 변화가 생겨서 워리어와 레인저, 클레릭, 메이지를 제외한 모든 직업이 삭제됐고, 4직업의 레벨을 ‘따로’ 육성해야 하죠. 계승으로 가져올 수 있는 스킬도 다른 직업마다 2개씩, 한 번에 최대 3개까지로 큰 제한이 생겼습니다. 대신 다른 직업의 스킬을 계승해서 가져오면 아예 새로운 조합스킬이 생기는 등 스킬 하나하나의 계승에 많은 신경을 썼죠.
레벨 47~48까지의 던전. 레벨마다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의 던전이 있습니다.
사라진 악몽. 도전은 ‘일단’ 성공했다
개발팀이 <뉴던스>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이 ‘보상’입니다. <구던스>에서는 최고레벨 이후 4곳의 악몽 던전에서 아이템 파밍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원활한 레벨업 과정이 끝나자마자 반복플레이가 이어지고, 그나마도 피로도가 없는 탓에 아이템 드롭률을 너무 낮게 설정해 놓다 보니 악몽 던전에서 말 그대로 악몽을 느끼고 플레이를 포기하는 유저가 많았죠.
<뉴던스>에서는 레벨 30부터 하루 2회씩 레벨에 맞는 어비스 던전에 참가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비스 던전을 돌 때마다 최소 1개에서 많게는 3개까지 ‘레어등급’ 장비를 얻을 수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자동으로 자신의 직업에 맞춰 떨어집니다.
레벨 40 챌린지 던전부터 레전더리 아이템이 당연하게 떨어집니다. 실력만 받쳐준다면 일주일에 최대 6개의 레전더리 아이템 확보가 가능하죠.
레벨 40 이후에는 챌린지 던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챌린지 던전은 각 던전마다 일주일에 2번으로 입장에 제한되며 총 3층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챌린지 던전에서는 매 층마다 직업에 맞는 ‘레전더리’ 아이템을 제공하죠.
여기에 최고레벨인 레벨 50 이후에는 시간의 균열과 공간의 균열이 열립니다. 시간의 균열은 피로도를 소모하며 도는 던전으로 유니크 아이템과 공간의 균열에 입장 가능한 시공석을 모을 수 있고, 공간의 균열에서는 레전더리 아이템과 아이템을 강화하는 젬스톤 획득이 가능합니다.
일단 어비스와 챌린지 던전을 통해서 확실한 아이템 수급이 가능하고, 시간의 균열과 공간의 균열도 아이템이 심각하게 안 나오는 수준은 아닌 만큼 이전의 ‘악몽 던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특히 챌린지 던전에서는 보스의 패턴을 확실히 알아야 하고, 역할을 분담해서 공략에 나서는 등 <구던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역할 분담 플레이까지 경험해볼 수 있죠. 꾸준히 아이템을 얻어서 조금씩 강해져 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악몽을 없애겠다’는 말 하나는 확실히 성공한 셈입니다.
총알을 피하고, 버튼 누르고, 벽 뒤에 숨고. 진짜 액션스러운 던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징은 더 확실해졌지만 폭이 너무나 좁은 계승과 전직
직업과 스킬은 유저에 따라 좋고 싫음이 확실히 나뉠 듯합니다. 일단 <뉴던스>에서 직업은 단 4개로 줄었습니다. 기존의 10종이 넘는 직업을 고려한다면 너무 조촐한 차림새입니다. 남은 직업은 추후의 업데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지만 이미 <구던스>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에게 자신의 주력직업이 없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직업이 줄어든 만큼 계승스킬의 폭도 줄어들었습니다. 직업에 따라 다른 직업으로 가져갈 수 있는 계승스킬은 액티브 스킬 2개, 패시브 스킬 2~3개로 제한돼있습니다. 얼핏 보면 매우 짠 것 같지만 새롭게 바뀐 직업과 스킬시스템을 알고 나면 마냥 부족한 건 아닙니다.
<뉴던스>에서는 액티브 스킬을 숫자를 줄이고 대신, 한 스킬에 지속적으로 스킬포인트를 투자해서 특수효과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워리어의 예를 들면 기본적으로는 회전베기와 돌진베기, 질풍찌르기, 돌풍의 일격 단 4개의 스킬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돌풍의 일격이라도 포인트를 투자하면 최대 3단의 연속 공격이 가능해지고, 또 다른 패시브를 통해 회오리와 출혈 등 다양한 부가 기술을 얻게 됩니다.
스킬을 투자하면 능력치만이 아닌 스킬 자체가 변화하는 식입니다. <구던스>보다 스킬 하나하나가 심화됐죠.
계승스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다른 직업에서 가져올 스킬에 해당하는 패시브스킬을 투자하면 스킬을 계승했을 때 한층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죠. 앞서 말한 것처럼 계승스킬의 수는 줄었어도 하나하나가 다른 스킬의 연계기로 효과가 달라져서 발동됩니다.
예를 들어 메이지의 냉기돌풍은 전방의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스킬이지만 워리어는 냉기돌풍 이후 회전베기를 이어 사용해 서리해일이라는 특수기를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합시다.
새롭게 추가된 직업전용스킬도 부족한 액티브스킬을 보완해줍니다. <뉴던스>의 4개 직업은 방어력, 공격력, 공격속도 등을 일시적으로 올려주는 직업전용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스킬에 투자할 경우 직업전용스킬을 사용한 뒤에는 액티브스킬이 잠시 동안 다른 스킬로 대체되죠.
대체되는 스킬은 주로 파티플레이에 어울리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워리어의 예를 들면 회전베기 대신 적을 끌어오는 도발의 함성을, 돌진베기 대신 적을 기절시키는 방패강타 등을 사용할 수 있죠.
직업전용스킬의 효과가 짧은 탓에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버튼을 2~3번씩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나름대로 ‘액션게임을 하는 맛’을 줍니다. 적은 숫자의 버튼을 상황에 맞춰서 다다닥하고 입력하는 재미입니다.
직업전용스킬 덕분에 파티플레이에서의 역할도 다소 강화됐죠. 그 직업이 그 직업 같던 <구던스>에 비하면 직업특징이 확실해졌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자유도가 낮아졌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워리어는 태세 전환 이후 파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스킬로 변경됩니다.
지나가던 몬스터A가 제일 강하다? 액션을 깎아 먹는 괴상한 난이도
문제는 이런 변화를 겪으려면 최소한 레벨 30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기존의 <구던스>와 비슷한, 아니 오히려 그보다 못 한 플레이를 견뎌내야 하죠. 일단 난이도부터 문제가 심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 리뷰에서 밸런스나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바뀔 수 있고, 그만큼 빠르게 변하는 부분이기 때문인데요. <뉴던스>의 난이도는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괴상합니다. 그리고 이 이상한 난이도가 자연스러운 액션을 깎아먹고 있죠.
난이도와 상관없이 <뉴던스>의 일반 몬스터는 정말 처절하게 약합니다. 일부러 맞아 죽기를 각오하지 않은 이상 수 십 마리가 뭉쳐도 체력이 다는 걸 보기 어려울 정도죠. 그런데 일부 정예 몬스터는 정말 심각하게 강합니다. 강하다고 해서 패턴이 어렵거나 뛰어난 조작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공격력 혹은 맺집이 어처구니 없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레벨 20 후반의 악명 높은 사카잔은 정예로 나올 경우 '범위공격으로 워리어의 체력 절반을 날리는' 대미지를 자랑합니다. 다른 직업은 말 그대로 '원킬'입니다. 레벨 30 중반에 만나는 늑대가 정예로 나올 경우 탱커고 나발이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도망다녀야 합니다.
전기를 밟았기 때문에 즉사. 이게 <위기탈출 XXX>도 아니고...
정예몬스터의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매우 어려움 난이도의 경우 등장하는 몬스터의 1/5 가량은 정예입니다. 심할 경우 한 화면에 10마리 가까운 정예 몬스터가 몰려 있는 것도 보게 되죠. 패턴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예비동작조차 없는 일반 공격이 막대한 피해를 주다 보니 결국 플레이어는 ‘한 대만 맞아도 물약의 쿨타임을 기다리며 도망치는’ 갑갑한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차라리 모든 정예 몬스터가 강하면 이해나 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각도 못했던 몬스터가 황당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니 대응도 불가능합니다. 그냥 맞고 죽으면 죽은 거고, 살면 도망치는 거죠. 유저들 사이에서는 ‘교통사고’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입니다. 컨트롤로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액션게임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일부 몬스터는 근처에 가면 2~3초만에 체력을 전부 날려 버립니다. 근거리 캐릭터는 아예 손가락만 빨아야하죠.
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뉴던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보스는 눈만 뜨고 있으면 깰 정도로 약합니다. 체력도 낮고 공격력도 지나가던 정예 몬스터들보다도 한참 약해서 시원시원하게 때려 눕힐 수 있습니다. 최고 레벨까지 거의 모든 보스전이 1~2분 이내에 끝나니 할 말 다 했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상하게 높은 공격력을 가진 보스들이 있습니다. <뉴던스>의 중첩대미지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요. 부채꼴로 5발의 화살을 날리는 보스가 있다면 가까운 거리에서 화살을 맞으면 5배의 대미지가 들어옵니다. 느리게 날아가는 피사체는 자칫하면 연속 대미지로 플레이어의 한 방에 죽여버리죠. 역시나 액션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 패턴과 대미지 계산방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뉴던스>의 일반 던전에서는 일반적인 유저가 상상하는 파티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몬스터의 강함은 자기 멋대로고, 툭하면 즉사에 가까운 대미지를 주는 ‘잡몹’이 나오는 게임에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이뤄질 리 없죠.
도망치다 때리고, 다시 도망치다 때리는 상황이 빈번히 벌어지다 보니 자연히 액션도 갑갑해집니다. 컨트롤로 극복될 수준이 아니거든요. 적당히 어려운 난이도는 게임에 재미를 주는 법이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대미지만 뻥튀기한 상황에서 재미를 느낄 유저가 얼마나 될 지는 의문입니다.
1분이 넘는 전투. 거북이는 오래 산다더니 정말이었어.
파티는 강요하고, 던전은 잘게 쪼개놓고. 혼자든 여럿이든 어렵긴 매한가지
단순히 생각하면 난이도를 낮춰서 플레이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뉴던스>에서는 레벨 업을 위해 같은 던전을 적게는 2번 많게는 5번까지 반복해야 합니다. 퀘스트도 2~3번의 반복 플레이까지만 지원되는 만큼 그 사이에 레벨을 못 올리면 퀘스트 없이 레벨만 올려야 하는 꽤나 지겨운 플레이를 하게 되죠.
그 반복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매우 어려움으로 플레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과 매우 어려움의 경험치 차이가 1.5배 가량 나는 탓입니다. 결국 유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매우 어려움 난이도를 택하거나, 보통 난이도에서 지겨운 반복을 통해 이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고민이 그나마 늦게 시작되면 좋겠지만 <뉴던스>에서는 레벨 20 내외부터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플레이로 따지면 2~3일차입니다.
괴상한 난이도에 적응(혹은 체념)한다 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습니다. <뉴던스>의 새로운 던전방식 때문인데요. <뉴던스>에서는 기존의 던전을 1/5 규모로 잘게 쪼개놨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던전에 입장할 파티원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파티를 모으고 싶지만 레벨이 같아도 목적지는 다 다릅니다.
<구던스>에서는 레벨 1~2 차이가 나는 유저는 그냥 같은 던전에서 플레이를 하면 됐지만, <뉴던스>에서는 같은 레벨이라도 가야 하는 던전이 제각각입니다. 이왕이면 피로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퀘스트가 있는 던전만을 가려고 하니까요. 같은 던전을 가는 파티원을 찾는 것도 5배 어려워진 셈이죠.
던전을 빨리 클리어하는 재미를 위해서, 그리고 같은 던전 반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줄인 건 좋지만 경험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파티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던전을 나눠놓은 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던전을 나누고 싶었다면 솔로플레이로도 ‘지겹지 않은 수준의 반복’이 가능한 충분한 경험치를 줬어야 하고, 파티플레이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던전의 개수를 훨씬 줄였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혼자서 반복을 하기에는 지겹고, 파티를 모으자니 걸리는 시간이 막막하고, 혼자서 보통 이상의 난이도에 들어갔다가는 어처구니 없는 공격력에 좌절을 하게 되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입니다.
혼자 플레이한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피로도가 1.5배로 필요하고, 반복도 1.5배로 더 많이해야 하죠. 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전한 폐지 줍기와 얻어도 강해지지 않는 아이템
아이템도 문제입니다. 어비스와 챌린지 던전은 낫지만 일반 던전은 여전히 쓰지도 못 할 녹색아이템(이른바 폐지)를 줍는 생활이 이어집니다. 일반 던전에서는 정말 낮은 확률로 나오는 스페셜 혹은 레전더리 아이템 이외에는 언커먼 이하 아이템만 주는 탓에 ‘사용할 만한 장비를 얻기’가 지극히 어렵죠.
그나마 레벨 30 이후라면 스탬프를 이용해서 원하는 레어 아이템을 얻을 수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일반 던전에서 아이템이 대한 기대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어렵거나 반복이 잦은 <뉴던스>의 던전플레이가 더 갑갑해지는 이유입니다.
아이템을 얻더라도 문제는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쉬운 적은 너무나 쉽고, 어려운 적은 끝도 없이 강하다 보니 아이템을 바꾸더라도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광역기술 1번에 죽는 적은 무기를 바꿔도 한 방이고, 문제의 정예 몬스터들은 방어구를 풀세트로 바꿔봐야 한 번에 체력 50%를 깎던 공격이 40%를 깎도록 바뀌는 수준이죠. 한 번에 체력 절반이 빠지나, 40%가 빠지나 도망가야 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몬스터의 성장(?)이 멈추는 레벨 50 이후에는 아이템을 맞추며 조금씩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몬스터의 더 빠른 성장과, 더 어려워지는 던전에 묻혀서 강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난이도는 높지만 이를 극복할 아이템은 아예 안 나오거나, 나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유저로서는 자연히 불편함만 쌓여갑니다.
아저씨. 크리스털 가져가시는 김에 주변에 있는 잡템도 좀 같이 치워주세요.
레벨 30 이후는 재미있지만… 너무 늦게 푼 보따리
그렇다고 <뉴던스>가 마냥 재미없는 게임이냐? 그건 또 아닙니다. 앞서 말한 어비스와 챌린지 던전 등의 콘텐츠를 경험하는 레벨 30 이후가 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정확히는 레벨 30부터 할 만해지고, 레벨 40부터는 꽤 괜찮은 파티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최고레벨에서는 <구던스>보다 확실히 괜찮은 플레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레벨 30 이후의 <뉴던스>는 (일부 정예 몬스터의 어처구니 없는 대미지만 제외하면) 밸런스나 아이템 획득의 재미 양쪽을 모두 충족시켜줍니다. 어비스에서는 하루에 2~3개의 아이템을 꾸준히 획득할 수 있고, 챌린지 던전은 도전하는 맛이 있습니다. 일반 던전과 달리 도전한 만큼의 보상이 이어지니까요.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죠.
아이템이 풀리면서 파티플레이의 재미도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어그로 개념이 이상한 걸 빼면 탱커와 딜러, 힐러의 역할이 잘 나뉘어있죠. 딜러 4인으로 파티를 짜서 빠르게 공략하거나, 2클레릭, 2워리어의 안정적인 플레이도 문제는 없습니다. 어떻게 파티를 짜도 자연히 역할이 나뉘는 신기한 구조입니다.
전투 하나는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그냥 우루루 쏟아지는 몬스터를 때리기만 해도 재미가 샘솟습니다.
최고레벨인 레벨 50에 달한 이후에는 어비스에서 기본 아이템을 파밍하고, 이를 통해 시간의 균열과 공간의 균열에서 빠르게 아이템을 모으고, 매주 든든해지는 아이템을 통해서 챌린지 던전에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뉴던스>의 핵심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재미입니다.
<던전스트라이커> 특유의 아기자기하지만 빠른 액션도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수 십, 수 백의 적과 정신 없이 싸우는 재미도 여전하죠.
특히 챌린지 던전은 <뉴던스>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꼭 해보라’고 추천할 만큼 멋집니다. 벽 너머로 보스의 기관총 세례를 피하거나, 몹들을 기절시키거나 몰아 붙인 후 버튼을 누를 시간을 확보하고, 복도 저편에서 쏟아지는 화살비를 피하다 보면 이런 상투적인 요소들을 <뉴던스>가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2회라는 제한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를 느끼려면 최소 레벨 30이 넘어야 합니다. 그 전까지는 지긋지긋한 녹색 아이템과, 지겹지만 강해지는 느낌도 없는 성장, 이상한 난이도의 3중고를 견뎌내야 합니다. 어지간한 애정이 아니라면 쉽지 않죠.
어비스라도 들어올 수 있으면 뭔가 얻는 재미가 생기지만 그 전까지는 막막합니다.
마라톤일수밖에 없는 리뉴얼. 지속적인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실 <뉴던스>의 초반부는 개발사의 의도가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입니다. 이미 피로도가 있는 만큼 유저의 빠른 레벨업 속도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가 부족해질 일도 없죠.. 성장 부분에서 굳이 괴상한 난이도와 짜디짠 아이템으로 유저의 플레이를 방해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피로도를 통해 확실한 콘텐츠 제한이 가능하니까요. 그냥 <구던스>의 레벨업 과정을 피로도 단위로 쪼개기만 해도 됐습니다.
정작 일반 던전의 이상한 난이도도 최고 레벨로 갈수록 밸런스가 조금씩 맞춰집니다. 초반에는 채 1시간이 못돼서 소진되던 피로도도 후반에는 2시간 이상 플레이가 가능할 만큼 넉넉해지죠. 최고레벨 콘텐츠 밸런스에만 집중한 나머지 레벨 업 과정에서 만나는 일반 던전이나 레벨업 과정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 문서상으로만 밸런스를 맞춘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성공 이후로 최고레벨 콘텐츠에 집중한 MMORPG가 늘어나면서 ‘만렙부터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임도 많아졌습니다. <뉴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레벨, 혹은 적어도 레벨 30을 넘으면 게임의 재미가 확 달라집니다.
챌린지 던전은 흠잡을 부분이 없을 정도. 어렵고, 어려운 만큼 재미있고, 보상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저가 레벨 30까지를 잘 견딘다는 조건에서 해당하는 말입니다. 지금처럼 할 게임이 넘쳐 흐르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만렙부터 ‘더’ 재미있다’가 돼야지 ‘만렙부터’는’ 재미있다’는 말로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최소한 초반과 중반에 만렙 이후의 재미를 예측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온라인게임 리뉴얼은 흔히 마라톤이라고들 말합니다. 빠르게 주목 받는 신작과 달리 한 번의 실패를 거듭한 게임은 어떤 변화를 주더라도 한 번에 많은 유저를 모으기 어렵습니다. 차근차근 업데이트를 통해 진정성을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소통과 인정이 필요합니다. 게시판에 쏟아지는 불만과 떠나는 유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최대한 빠르고 알차게 이후를 기대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뉴던스>에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입니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초반부에 너무나 많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만큼 이번 리뷰에서는 6점을 줍니다. 이후에 업데이트를 통해 더 새로워진 <뉴던스>를 리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