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통해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스트리트 파이터 4 아레나>(이하 스파4 아레나). 이 게임은 설명해봐야 입만 아픈 캡콤의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4>를 스마트폰용(안드로이드 OS)으로 새로 개발한 작품이다.
굳이 말하자면 과거 캡콤이 개발해서 안드로이드 OS용으로 선보였던 <스트리트 파이터 4 HD>가 모태다. 여기에 넥슨이 ‘속만 남겨놓고’ 다 뜯어 고쳐 새롭게 개발한 작품이다. 이 게임은 엄격한 밸런스를 중요시 여기는 격투대전 그리고 강한 캐릭터를 키우는 맛을 느끼는 RPG가 조합됐다.
두개의 장르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냐고? 하니깐 되던데요? 넥슨의 <스파4 아레나>는 서로 이질적인 두 개의 장르를 결합과 함께 수익모델을 어떻게 녹여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캐릭터 뽑기’와 ‘강화’가 있는 대전 격투 게임
<스파 4 아레나>는 사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스트리트 파이터 4> 파생작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작품이다. “캐릭터 뽑기와 강화가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4>”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된다.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모든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게임 도중 ‘캐릭터 뱃지’를 얻어야만 해당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 뱃지는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가 원하는 1개 그리고 무작위 3개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후에는 오직 모드 클리어 보상이나 조합, 뱃지 상자 뽑기(유료)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캐릭터도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캐쉬로 지르면 쉽다. 굳이 초반부터 캐쉬로 지르지 않으려면 원하는 계정을 얻을 때까지 다른 캐릭터로 꾸준히 플레이하면 된다. 본인이 원하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점이 대전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점이다.
외부 변수 없이 오직 순수하게 플레이어만의 실력만으로 강함을 겨루는 것이 장르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대전 격투 게임에서
뽑기와 강화를 넣었다.
게다가 이들 뱃지는 C등급부터 S등급까지
등급이 정해져 있다. 당연하지만 등급이 높은 뱃지 일수록 캐릭터는 강해진다. 또 등급 외에 캐릭터들은 저마다 ‘레벨’ 개념이 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캐릭터 스탯이 올라간다. 심지어 ‘강화’ 요소도 있다. 플레이어는 유료 아이템인 ‘젬’을 사용해서 캐릭터를 강화할 수도 있다.
게임의 기본 구조가 이렇다 보니 플레이어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주력으로 사용할 캐릭터를 확실히 정하고, 열심히 스테이지를 반복 클리어 해서 돈을 벌고, 캐릭터를 강화해야 하며, 높은 등급의 뱃지를 얻기 위해 때로는 유료 결제도 해야 한다. 물론 원하는 뱃지가 나오지 않으면 조합도 해줘야 해줘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RPG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거 ‘대전격투 게임’인 <스파 4 아레나>의 설명이다.
육성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는 시작 HP부터 차이가 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게임은 대전 격투 게임 맞으니 안심하자.
안
쓰는 뱃지를 조합해서 높은 등급의 새로운 뱃지를 얻을 수도 있다. 만약 캐시를 결제한다면 조금 더 좋은
뱃지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대전 격투 게임의 금기를 파.괴.한다.
<스파4 아레나>는 대전 격투 게임의 금기를 깨뜨렸다. 20년이 넘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 <스트리트 파이터>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넥슨을 만나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버튼 하나로 어려운 콤보 기술을 버튼 하나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하이퍼 콤보’ 버튼. 사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생각하면 입력이 힘든 콤보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견 나쁘지 않은 요소이기도 하다.
'하이퍼 콤보'를 이용하려면 게임머니인 ‘골드’를 소비해야 한다.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대전 7~10번 참여하면 콤보 아이템을 하나 정도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니, 맘놓고 사용하려면 파란색 바탕의 흰색 십자가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하이퍼 콤보’는 입력 어려운 기술 몇 개를 연계해서 멋드러지게 공격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캐릭터의 공격이 하이퍼 콤보로 연결되어 상대에게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방식이다. 필살기 게이지가 바닥이 났더라도 하이퍼 콤보로 이어지니, 효과는 그야말로 확실하다.
오히려 하이퍼 콤보에 상대는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눕게 된다. 캐쉬로 구입하여 이긴다는 '페이 투 윈'(Pay 2 win)의 효과를 보여줘 대전 격투 마니아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여기 <스파4 아레나>는 ‘자동’ 시스템도 있다. 플레이어가 화면을 건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싸워주는 그 ‘자동’(Auto) 맞다. 이것도 역시 유료 아이템이다. 손맛을 느끼는 대전 격투게임에서 자동 시스템이 등장하는 것도 역시 매우 색다른 시도다.
모바일에 얹은 아쉬운 <스파4 아레나>, 버튼 추가로 조작을 개선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파4아레나>는 먼저 안드로이드 OS용으로 발매되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4 HD>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다. 그렇다 보니 <스파4 아레나>는 ‘대전’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스트리트 파이터 4 HD>와 거의 똑같은 모습을 선보이며, 의외로(?) 멀쩡한 모습을 선보인다.
게임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4>(콘솔/아케이드 버전) 특유의 재미를 모바일 환경에서도 잘 구현한 느낌이다. 다만 <스파 4 아레나>는 <스트리트 파이터 4 HD>에서 지적됐던 낮은 프레임(Frame)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트리트파이터 4 HD>는 2011년 출시한 작품으로, 당시 하드웨어 등 여러 가지 환경탓인지 프레임을 15프레임 수준으로 낮췄다. 아쉽게도 2014년 출시된 <스파 4 아레나>에서 프레임 수는 올라가지 않았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 프레임이 초당 15회 수준이라면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뭔가 아쉽다.
특히 상황에 따라 상대방이 사용하는 기술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심리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트리트 파이터 4> 에서는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상대방의 모션이 뚝뚝 끊겨 보이거나, 때로는 아예 생략하고 판정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당해놓고도 “내가 왜 당한건지 모르겠다” 싶은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프레임이
낮기 때문에 이 게임은 캐릭터들의 모든 모션이 뚝뚝 끊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스파 4 아레나>와
마찬가지로 카드와 육성, 강화 시스템을 넣어 많은 뒷말을 남기고 있는 <KOF M>의 프레임은 이 게임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사실 이런 여러 문제들을 다 떠나서 스마트폰을 격투 게임으로 즐기지 않아본 초보자들은 <스파 4 아레나>에서 다름 아닌 ‘조작’ 문제로 게임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게임은 여타의 스마트폰용 대전 격투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버추얼 스틱을 이용하는 조작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정말 어지간히 ‘피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타이밍에 점프” 하는 것 조차 버겁다.
이런 조작 문제는 모든 대전 격투 게임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그나마 <스파 4 아레나>는 거의 모든 필살기를 ‘방향키’와 ‘SP’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도록 간소화해서 상대적으로 조작이 조금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더 큰 손맛을 느끼기 위해 블루투스 패드를 연결해봤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은 지원하지 않는다.
방향과
SP버튼을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작에 익숙해지면, 이후
다양한 필살기를 굉장히 손 쉽게 사용하고, 연계도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정말 좋다.
차라리 RPG처럼 즐기면 그나마… 나은 것도 아니네
이렇듯 <스파 4 아레나>는 대전 격투 게임이기 보다는 대전 격투 RPG라는 장르가 더 어울려 보인다.
차라리 발상을 바꿔서 대전 격투 게임이 아닌 <몬스터 길들이기>나 <세븐 나이츠> 같은 ‘모바일 RPG’처럼 즐긴다면 그나마 즐겁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이 게임은 속만 대전 격투 게임일 뿐, 결국 게임에 대한 동기부여나 반복 플레이 유인책으로 ‘모바일 RPG’스러운 캐릭터 육성과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으니깐.
하지만 ‘난이도’가 많이 아쉽다. 이 게임은 유저가 AI를 상대로 스테이지를 하나 하나 클리어하는 싱글 모드를 제공한다. 그런데 그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어지간히 격투 게임에 익숙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게임 플레이 30분도 안 되어서 “못 깨는 스테이지”를 만나게 된다.
결국 게이머들은 “(높은 점수로) 쉽게 깰 수 있는 스테이지를 계속 반복 클리어”하며 골드를 파밍해야 한다. 하지만 대전 격투 게임에서 쉬운 AI를 상대로 반복 클리어를 하는 것이 과연 다른 일반적인 RPG보다 재미 있을까? 이 부분은 유저들의 취향에 맡기고 싶다.
차라리
‘자동’을 제한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라도 했다면 반복
플레이도 감수하고, RPG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겠지만…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RPG나 대전 격투 게임을 논하기에 앞서서 이 게임의 밸런스는 무너졌을 것이다.
재미있게 즐겨봅시다. 스파4 아레나
어떻게 해야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일단 조작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면 다양한 필살기를 비교적 손 쉽게 연계할 수 있고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스파 4 아레나>도 게임이다 보니 일단 ‘승리’하면 재미있다. 필자 역시 (패드를 이용해) 굉장히 쉽게 장기에프의 연계기와 심리전을 걸면서 대전 플레이 10연승 정도를 하니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다. (자랑) 만약 승리하지 못한다면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10대 맞을 동안 2~3대만 때려도 승리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 육성을 위해서는 지루한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골드’를 구입한다면 물론 반복 플레이가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다면 <스파 4 아레나>는 재미있는 게임일까? 그 평가는 직접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