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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시식 리뷰] ‘선택의 맛’ 강조한 창작요리, 던전앤걸즈

카드 사용한 전투와 던전 탐험, 미소녀를 내세운 던전앤걸즈

김진수(달식) 2014-08-18 13:15:30
최근 다양한 모바일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게임이 다양해진 만큼 유행에 따르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습니다. 게임을 개발할 능력만 된다면 누구나 앱스토어 개발자 등록으로 게임을 전 세계에 낼 수 있는 시장이 열리면서 실험적인 게임이나 융합 장르 게임이 대거 등장하고 있죠.

이번에는 ‘대세’가 되는 게임이 아닌, 독특한 시도를 한 게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애플 앱스토어에 유료 게임으로 출시된 <던전앤걸즈>입니다. 몬스터를 미소녀로 만든 일러스트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인데요. 어떤 게임인지, 시식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던전앤걸즈>

☞ 원산지: 국산
☞ 제조사: 아이큐비(iQubi)
☞ 식품분류: 던전탐험 카드게임
☞ 판매처: 애플 앱스토어 (안드로이드OS는 아직 지원하지 않음)
☞ 가격: 1.99달러 (추가 결제 있음)

☞ 제품 설명: <던전앤걸즈>는 개발사인 아이큐비에서도 “어떤 장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며 난색을 보인 게임입니다. 카드를 이용해 전투와 이동을 모두 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웠죠. 재미있는 건 매번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캐릭터의 레벨이 초기화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생기게 되고, 선택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 조리 시 주의사항

- 기본적으로 카드를 활용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TCG 등을 해 본 유저라면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덱 구성, 핸드 관리가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카드의 종류가 많지 않고, 후반부터 성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전략보다는 가벼운 전략을 느끼고 싶은 유저에게 잘 맞는 게임입니다.

- 머리 쓰는 재미를 한껏 느끼고 싶은 유저라면 될 수 있으면 파트너 뽑기는 나중에 손 대는 것이 좋습니다. 파트너의 등급이 높을수록 게임이 쉬워지는 만큼, 머리를 쓰며 난관을 돌파하는 재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몬스터를 여성 캐릭터로 ‘모에화’(의인화의 일종)해 놓은 점이 포인트입니다. 반쯤 벗은 여성 캐릭터를 수집하는 맛을 좋아해야 불타오를 수 있습니다.

☞ 원재료

- 미소녀로 탈바꿈한 각종 몬스터 80% 함유
- 카드를 이용한 던전 탐험
- 미소녀 파트너 수집과 성장 토핑 첨가
- 끊임없는 선택을 우려낸 육수
- ‘중복 없는’ 파트너 뽑기


카드를 이용해 공격과 던전 탐험을 모두 하는 규칙


<던전앤걸즈>는 기본적으로 카드를 사용해 전투와 탐험을 모두 진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방식이기에 일종의 ‘창작요리’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던전앤걸즈>에서 던전에 입장할 때는 캐릭터별로 정해진 덱에 포함된 카드와 추가로 5장의 ‘부스터’ 카드를 들고 입장합니다. 캐릭터별로 정해진 덱은 캐릭터의 특징을 한껏 살리고 있습니다. 공격 카드만 잔뜩 들고 시작하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회복과 반격 카드 위주로 구성된 덱을 가진 캐릭터도 있기 때문이죠.

던전에서는 5장의 카드를 가지고 한 장씩 내서 전투나 탐험을 진행하고, 핸드에 카드가 한 장 남으면 덱에서 카드를 가져옵니다. 그렇다고 덱에 있는 카드를 모두 쓰면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덱을 다시 사용할 수 있어서 카드가 모자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카드 덱을 모두 쓰면 똑같은 덱을 다시 구성한다는 점 때문에 일종의 ‘카드 카운팅’ 같은 전략 요인이 생기죠. 


캐릭터별로 정해진 카드 덱에 추가 카드 5장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공격적으로 운영할지, 방어적으로 운영할지는 여기서 정할 수 있습니다.


카드를 이용한 전투는 공격, 반격, 회복, 집중이라는 네 가지 종류의 카드로 전투하는 구성입니다.
 
공격 카드는 말 그대로 쓰인 숫자대로 공격을, 반격 카드는 적의 공격 대미지를 반으로 줄이고 반격하는 카드입니다. 회복카드는 숫자대로 체력을 회복시켜주며, 집중 카드는 다음 턴에 사용하는 카드의 위력을 늘려줍니다.

<던전앤걸즈>는 이렇게 손에 쥔 카드라는 범위 안에서 몬스터의 패턴을 고려해 가며 전투를 진행하게 됩니다. 체력에 주의해가며 공격과 회복을 적절하게 해 주다가, 몬스터가 다음 턴에 강한 공격을 할 예고를 했다면, 반격카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전투에서 승리한 뒤, 보스 몬스터를 만날 때까지 던전 탐험을 계속 진행하게 됩니다.

던전을 탐험할 때 역시 카드를 한 장씩 낸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카드 위쪽에 있는 숫자가 이동 거리이고, 보스를 제외하면 중간 과정은 무시하고 최종 이동 거리에 맞춰서 몬스터를 만나거나 보물상자를 여는 방식이고요. 그래서 더욱 카드 관리가 중요해지고, 카드 관리를 잘했다면 뿌듯한 만족감을 맛볼 수 있죠.


전투할 때는 지금 당장 낼 카드뿐 아니라 어떤 카드를 손에 남겨둬야 할 지가 중요합니다.


매 번 달라지는 선택의 연속, 고민하는 맛


앞서 설명했듯 <던전앤걸즈>의 핵심은 핸드 관리를 해 가며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입니다. 카드를 전투와 이동 양쪽에 모두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생기는 특징이죠.

예를 들어, 몬스터와 전투를 하고 있는데, 5 미터 앞에는 보물 상자가 있다면 5미터 전진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둬야겠죠?

그런데 손에 있는 단 한 장의 5 미터 카드가 지금 꼭 사용해야 할 회복이나 공격 카드라면요? 당장 카드를 사용한 뒤, 다음 카드를 뽑을 때 5 미터 카드가 나오기를 비는 수도 있고, 5미터 전진하는 카드를 아껴둘 수도 있습니다. 그냥 보물 상자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도 있고요.


5미터 전진하는 카드를 내면 전투로 레벨을 올릴 수 있고, 10미터 전진하는 카드를 내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던전을 탐험하며 매 번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선택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레벨이 초기화된다는 점도 더욱 유저의 선택을 신중하게 만들죠.

각 전투에서 승리할 때마다 유저 캐릭터는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르면 공격력, 체력 같은 기본 능력치를 올릴 수도 있고 바로 대미지를 입히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액티브 스킬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항상 3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고, 지금 등장한 유용한 스킬이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스킬을 배우느냐에 따라 이후 벌어질 전투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레벨이 초기화되기 때문에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몬스터를 잡을지, 그냥 지나칠지 고민하게 됩니다. 적절하게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을 올려야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고,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몬스터를 지나쳐주는 게 좋으니까요.

<던전앤걸즈>가 카드를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레벨이 초기화된다는 특징 덕분에 생기는 ‘선택’이고, 나름대로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 요소 하나하나가 ‘머리를 써서 선택하는 맛’을 강조해놓았죠.


오른쪽의 경우, 한 번에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울지, 아니면 공격을 엄청나게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을 습득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레벨이 초기화되기에 매번 배우는 스킬은 달라집니다.


선택을 우려낸 육수, 그 위에 첨가한 성장 토핑


그렇다고 <던전앤걸즈>가 항상 머리 아픈 선택을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처음 익히는 단계가 어려울 뿐, 중반까지는 클리어 자체가 어려운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런 보완(?)은 성장요소라는 첨가물이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던전앤걸즈>는 ‘파트너’와 ‘카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게임을 많이 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먼저 파트너는 보조 캐릭터 개념인데, 내 캐릭터에 추가적인 공격력, 체력 등을 올려줍니다. 이 파트너의 레벨(호감도)는 던전을 빠져나온다고 해서 초기화되는 게 아니라서 계속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파트너는 미소녀로 재해석한 몬스터들을 포획하는 것이기에, <던전앤걸즈>가 내세우는 미소녀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면 수집욕구를 자극하죠.

또 던전에서 습득하는 골드를 사용해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도 성장 요소입니다. 던전에서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골드는 공격, 방어, 반격, 집중 카드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골드를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각 카드의 기본 위력이 강해지므로 카드 업그레이드만 열심히 해도 중반까지는 수월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던전앤걸즈>는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캐릭터 레벨을 초기화시켜 선택을 강조하면서 카드와 파트너의 성장요소를 더했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이용한 전략에 약하더라도 게임을 열심히 하면 돌파할 길은 열려 있습니다. 단, 이런 결합이 맛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쉽습니다.


캐릭터 레벨은 초기화되지만, 카드 강화를 강화하거나 파트너를 육성시키면 계속 적용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성장 요소가 중요해집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맛은 글쎄?’ 선택과 성장의 어색한 결합 


앞서 설명했듯 <던전앤걸즈>는 전반적으로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이라는 큰 맥락 안에 전략 요소가 들어가 있죠. 여기에 캐릭터 수집이나 육성 요소를 더했는데, 안타깝게도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게임 중반까지는 캐릭터마다 스킬이나 덱도 다르니 이것저것 써 보는 재미도 있고, 어떤 카드를 내야 할지 고민하는 재미도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터는 게임 양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육성하지 않으면 돌파하기 힘든 상황이 되거든요.

게임 후반이 되면 당연하게도 게임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몬스터의 체력은 높아지고, 공격력 역시 더욱 강력해집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레벨은 던전 입장 때마다 초기화되기 때문에 공격 카드 등을 강화해야 던전을 돌파할 수 있죠. 더불어 적의 공격도 강력해지기에 초기부터 체력을 더해주는 파트너 캐릭터를 제대로 육성하지 않으면 중간 보스를 만나 필살기 한 번에 그대로 ‘게임 오버’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난도는 계속 올라가는데, 그에 맞춰 체력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단은 ‘파트너’밖에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거기다가 파트너는 ‘뽑기’로 얻는 캐릭터가 너무나도 좋은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뽑기로 얻은 캐릭터가 필요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파트너는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발동하는 패시브 스킬만 가지고 있지만, 뽑기로 얻는 파트너는 패시브 스킬 외에도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거든요.


후반으로 갈수록 선택이나 전략보다는 성장요소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 때문에 점차 머리 쓰는 맛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뽑기에서 같은 몬스터가 다시 등장하지 않는 데다 10번마다 최고 등급 파트너를 주기 때문에 쉽게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이것도 궁여지책이지, 근본적으로 전략요소보다 성장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은 바뀌지 않습니다.

머리 쓰는 재미를 한껏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장요소에 매달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전략성에 대한 고민이 줄어드는 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잔뜩 창의성을 발휘해서 독특한 맛을 내는 데 성공한 창작요리인데, 자꾸 찾게 되는 깊은 맛이 빠진 느낌입니다. 더불어 ‘머리 쓰는 맛’과 ‘성장의 맛’이 잘 어우러지지도 않고요.

다만, 반대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괜찮은 평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머리 쓰는 것보다 가벼운 선택과 육성을 위한 반복을 좋아한다면 말이죠. 그래서 <던전앤걸즈>는 카드를 이용한 전략의 재미를 아주 가볍게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전략의 깊은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후반 들어서 지치게 되니까요.


그래도 일단 미소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저라면 한 번쯤 접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