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 본 <이스 온라인>은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여러가지 색다른 시스템들이 가미된 모습이었다. CJ인터넷과 니혼팔콤이 공동제작하고 넷마블이 제공하는 <이스 온라인>. 과연 이름에 걸 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필진 Machine
눈과 귀의 즐거움은 기본 중의 기본!
<이스 온라인>은 절반이긴 하지만 팔콤의 계보를 잇는 게임이다. 팔콤의 3D그래픽은 모든 사물 및 인물의 SD화,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색감, 현란하지만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이펙트 및 카메라 앵글을 기본으로 한다. 키보드로만 움직이는 3D RPG를 많이 만들어왔기 때문에 쌓은 노하우이기도 하다.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유럽신화 분위기의 문양과 건물을 주 소재로 삼는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스 온라인>의 그래픽은 시리즈의 느낌을 살려주고 있다. 반면, 사운드 측면은 아쉬움이 남았다. 팔콤의 게임음악이 워낙 유명한 탓에 당연히 멜로디풍을 기대했지만, 멜로디가 아닌 게임 세계에 최대한 몰입할 수 있는 BGM의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스 온라인>의 그래픽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키모 종족은 대책 없이 귀여웠으며, 배경 역시 자연경관과 함께 유적의 느낌을 잘 살렸다.
또한 기본적인 세팅 부분도 조금은 손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 한 번에 로딩 되는 맵의 크기나 퀄리티에 비해서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되지만, 유저들 역시 <이스 온라인>이 시점 변화나 움직일 때 화면 전환이 매우 느리고 끊김 현상이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컴퓨터에서도 평균 10~20프레임 정도가 유지되어 약간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
최적화가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가시거리와 한 번에 로딩되는 맵의 넓이가 너무 크게 설정된 것이 아닐까?
색다른 시스템들로 중무장 했지만… |
<이스 온라인>은 여러 가지 독특한 시스템들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분노 게이지’처럼 전투를 할수록 게이지가 차오르지만, 이 것을 버프나 필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AP시스템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외에도 오라 시스템, 프리 아이템 시스템, 카드 시스템 등 고유의 시스템들이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시스템들은 처음 접하면 상당히 생소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리 복잡하지도 생소하지도 않았다.
한정된 오라로 스킬들을 선택해서 배우기 때문에 같은 레벨/종족/직업이라도 서로 다른 전투적 특성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아무 무기나 장착할 수 있게 되는 프리 아이템 시스템으로 더욱 다양화된다.
즉, 카드 시스템은 기존의 생산/퀘스트/스킬/펫 소환/강화 등의 서로 다른 기능들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화면 좌측상단의 UI가 AP시스템. 보스전을 할 때 AP를 모아서 가면 매우 유용하다.
이렇게 다채로운 시스템들을 통해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해 보고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면 딱히 색다른 것도 아니다. 현재 <이스온라인>의 여러 시스템들은, 시스템 자체로는 새로울지 몰라도 플레이의 감각은 크게 바꿔놓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MMORPG의 시스템이란 전투/퀘스트/레이드/PvP의 플레이 감각에 색다른 영향을 주는 것이 최종 목적일 것이다. ‘스킬포인트’란 말 대신 ‘오라’라는 말을 써도, 여러 가지 시스템을 카드로 통합해도, 아무 아이템이나 손에 쥘 수 있어도 결국 플레이 감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 많은 시스템들은 '특별한 의미'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육성법이나 AP시스템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지만, 결국 플레이하게 되는 것은 일반적인 MMORPG의 방식 그대로다.
분명 <이스 온라인>이 뭔가 색다른 플레이감각을 주기 위해서는 AP시스템이 지금보다 더욱 부각되어야 한다. 기존의 여러 시스템들을 그저 방식만 바꿔 사용한 다른 시스템들에 비해 AP시스템의 의도가 훨씬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AP를 이용한 여러가지 행동들이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공격스킬을 쓰기엔 AP를 모으는 시간이 너무 길고, 버프는 무한으로 걸 수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HP와 MP를 이용한 전투 위에 얹어진 ‘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AP를 이용한 어스퀘이크! 몰이사냥이 가능할 정도의 큰 데미지를 자랑하지만, AP모으기가 무척 힘들다.
스토리와 퀘스트가 아쉽다!
<이스>시리즈의 최대 장점 중 하나라면 탄탄한 스토리 라인일 것이다. 사실 스토리는 게임의 플랫폼과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스 온라인>에서는 아직 NPC에게서 받을 수 있는 퀘스트가 거의 없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퀘스트조차도 대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사냥해달라는 단순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스토리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양이라는 뜻이다.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변하는, <발더스 게이트>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선택형 진행 방식의 퀘스트 라인을 준비중이라고 하지만, ‘왜 오픈 베타 때에 선보이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이스>의 이름을 듣고 온 플레이어들이 하기엔 아직은 민망한 수준의 퀘스트들.
그나마 특징적인 퀘스트가 있다면, 몬스터를 잡고 얻을 수 있는 드랍 아이템들 중에 몬스터 현상 수배 퀘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카드의 형태로 드랍되어, 사냥터에서 바로 퀘스트를 받고 완료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성이다.
이런 식의 현상수배 퀘스트의 보상은 보물상자의 형태로 인벤토리에 들어온다. 대체로 장비 아이템과 스펠카드가 나오기 때문에 게임에서 실질적인 돈 모으기는 이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차피 레벨업 하려면 대량으로 잡아야 하니까 일석이조다. 하지만 조합 아이템 중에는 현상수배 카드를 재료로 하는 것들도 존재하니, 남발은 금물.
못만든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스>인가?
유명 컨텐츠의 후속 시리즈를 내놓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부담도 클 것이다. 영화의 경우에도 1편보다 재미 있는 2편을 보기란 무척 힘든 일이 아닌가. 기억은 언제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채색되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대 시절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데, 감명 깊게 했던 게임이라면 오죽할까. 어떤 시리즈의 다음 시리즈라는 것은, 본편에 있는 그대로의 재미에 사람들 추억 속에서 미화된 재미까지 뛰어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상상 그 이상’이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그것이 가능했을 경우에만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직접적인 예를 들어 보자. <울티마>의 경우 패키지 시리즈로 RPG의 전설이 된 후, <울티마 온라인>으로 만들어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RTS에서 MMORPG로의 변신에 대성공을 이루어냈으며, 현재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확실히 그래픽은 훌륭하다. 하지만 게임이 그래픽 퀄리티 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리즈를 계승한다’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복잡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결론은 하나다. 바로 제품의 완성도와 제작자의 자존심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명품이 명품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스 온라인>은 <이스>시리즈의 완성도를 계승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스 온라인>은 시스템의 참신함은 어느 정도 있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전투나 퀘스트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리고 액션 요소도 아직은 평범하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평가할 만한 컨텐츠조차 없다. 바꿔 말해 오픈 베타테스트 시점에서 바라 본 <이스 온라인>은 게임내의 어디를 보아도 <이스>를 계승한 정통 후계자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로다의 나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스>라고 말을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이스>라는 요소를 빼고, <이스 온라인>을 보자. 분명 MMORPG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에 '괜찮은 그래픽을 가진' 평범한 수준 이상의 게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스>의 명성을 굳이 따지지 않고, 지금까지의 평범한 MMORPG에 싫증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스>팬들이 평범한 게임을 생각하며 <이스 온라인>에 접속할까? <이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만큼 <이스 온라인>에는 플레이어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만한 요소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