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12일에 걸친 <검은사막>의 파이널 테스트가 끝났다. 이번 테스트는 ‘파이널 테스트’라는 명칭처럼 불편했던 점을 개선하고 어긋난 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하는 최종 점검에 가까웠다.
기존 <검은사막>은 전투는 물론 생산, 무역 등 다방면에 걸친 콘텐츠 덕분에 콘텐츠 간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게임이었다. 독특한 UI와 방대한 퀘스트 때문에 초심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었다.
과연 <검은사막>은 이번 테스트에서 자신의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숙제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의 입장에서 파이널 테스트를 평해 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등장인격(?) 소개
마미롱: <검은사막> 2차 CBT에서 높은 진입장벽에 나가 떨어졌던 유저. 무역이나 생산 등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전투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과연 파이널 테스트는 어땠을까?카미롱: MMORPG 경험은 많지만 <검은사막>은 처음 접해본 유저. 하지만 그동안 글로 접한 정보가 많아 진입장벽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게임을 시작하는데….
모험을 권하는 방대한 세계
마미롱: 드디어 거친 야생의 땅에 입성하셨군! <검은사막>을 처음 접한 소감은 어때? 글로만 알았던 것과 직접 체험한 것의 느낌이 같진 않을 것 같은데.
카미롱: 굉장히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게임이랄까? 처음에는 의뢰(= 퀘스트)만 따라가서 잘 몰랐는데, 익숙해지고 나니까 샛길이 많이 보이더라고. 수준급인 논타겟팅 전투는 말할 것도 없고, 공헌도를 통한 투자나 무역, NPC와의 친밀도, 요소 하나하나에 부여된 설정을 알아가는 것도 쏠쏠했고. 그동안 MMORPG를 계속 해왔던 입장으로선 의뢰를 벗어나니 새로운 길이 보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했지만.
마미롱: 맞아. 조금만 눈 돌리면 많은 것이 보이는 게임이지. 2차 CBT때부터 은근히 파고 들게 많은 게임이로 유명했거든.
나도 레벨 업에 지쳐 무작정 맵을 돌아다녔는데 의뢰만 따라가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지형이나 지식을 잔뜩 발견할 수 있었어. 단순히 해당 지형의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몰랐던 거점이나 광석이 가득한 비밀(?) 동굴 등 게임에서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숨겨더라고. 딱히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사물에 남겨진 텍스트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고. 개인적으로는 의뢰보다 그냥 맵을 돌아다니는 것이 더 재미있었어. (웃음)
여행 중 발견한 해안동굴. 동굴에는 각양각색의 광석은 물론, 해적과 마녀에 대한 복선이 숨겨져 있었다.
카미롱: 순간이동 같은 것 없이 도보 이동이 기본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 처음에는 이것이 엄청 불편했는데 나중에는 느긋하게 배경 감상하고 설정 살펴보는 등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더라고. 나중에는 등반 기능을 이용해 일부러 길이 아닌 곳을 개척(?)하기도 하고. 물론 이것은 내 성향도 무시 못하겠지만.
마미롱: 의뢰가 아니라 전투나 제작 등의 행위로 레벨 업하니 성장동선도 자유롭고, 몬스터 지식이나 역사 지식, 제조법 등 파고들 것도 많고. 솔직히 MMORPG라기보다는 ‘스카이림’같은 서양 싱글 RPG같은 느낌이지.
카미롱: 맞아. 온라인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이라 굉장히 신선하더라고. 그런데 덕분에 초반에 익숙해지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 물론 전투 자체만 해도 재미있긴 한데, 솔직히 일 때문에 잡은 게임이 아니라면 다른 재미를 느끼기까지 잡고 있었을지 의문이야.
<검은사막>의 지식 시스템. 게임 중 얻은 각종 역사나 지식, 제조법, 설정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낮아진 진입장벽? 아직 갈 길이 멀다!
마미롱: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았나? 조작법이나 UI가 생소하긴 하지만 난해한 것은 아닌데. 이번 테스트에서는 편의성도 굉장히 많이 좋아졌고. 나는 길찾기 기능이나 미니맵 기능이 개선된 것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특히 제작이나 생산 같은 생활형 콘텐츠는 2차 CBT에서는 감도 잡지 못할 정도였는데 이번 테스트에서는 입문 의뢰나 제작노트 등이 추가돼 훨씬 쾌적해졌지.
카미롱: 개선된 것이 이 정도라고? 지금 버전이 나아진 것이라면 2차 CBT에서는 얼마나 상태가 나빴다는 거야? 2차 CBT와 비교해서 얼마나 게임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검은사막>을 처음 접한 사람 입장에서 접근성은 ‘낙제’였어. 그동안 MMORPG를 제법 플레이했던 사람에게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흑정령 의뢰(= 메인 퀘스트)와 전투를 제외한 부분은 전부 다 자력으로 알아냈어. 공헌도와 무역은 하이델(2번째 지역)에 가서 혼자 부딪히며 찾아냈고, 생산 콘텐츠 관련해서는 20레벨 넘어서야 초반 마을에 입문 퀘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 나귀나 짐마차, 땟목 같은 필수 아이템을 주는 퀘스트였는데도 말이야! 아무리 뭐든지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가이드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그것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라면 더더욱.
짐마차를 보상으로 주는 줄 알았다면 이렇게 처량하게 나귀를 끌지는 않았을텐데….
마미롱: 네가 관찰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사실 흑정령 의뢰를 따라가다 보면 초반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형 콘텐츠 입문 의뢰를 수행하게 되어 있어. 채집이나 생산, 무역, 낚시 등 모두 말이야.
그리고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흑정령 의뢰나 몬스터와의 전투가 아니라면 딱히 상위 지역, 하위 지역으로 나뉘지도 않잖아. 오히려 무역이나 생산 쪽은 초반 지역이나 후반 지역 어디를 선택하느냐는 취향이나 필요 문제지.
카미롱: 튜토리얼에서 선택지와 관찰력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니야? 물론 게임 자체가 기존 MMORPG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알겠는데, 적어도 무엇이 있고 어떻게 하는 지는 제대로 알려줬어야지.
더군다나 나는 생활형 콘텐츠를 안내한다는 그 입문 의뢰라는 것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 의뢰 표시 자체도 다른 수많은 일반 의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초보자 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없었어. 게다가 의뢰 동선도 기존에 갔던 지역을 다시 한번 왕복하도록 구성되어 있잖아? 성장 과정에서 <검은사막>의 수많은 의뢰를 접했던 사람이라면 자연히 “내가 예전에 놓쳤던 의뢰인가 보다”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 시시콜콜한 의뢰 모두를 신경쓰기엔 ‘검은사막’의 세계는 너무 넓잖아.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의뢰가 이런 약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아무리 필요한 의뢰만 골라서 한다고 해도, 의뢰 자체가 많다 보니 결국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힘들거든. 실제로 나도 생활형 콘텐츠 입문 의뢰를 접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아마 기존 MMORPG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할거야. 차라리 초반 지역만이라도 동선을 확실하게 짰으면 좋았을텐데.
마미롱: 초반 동선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 초반 동선이 확실했으면 오히려 더 <검은사막>의 특성에 익숙해지기 힘들지 않았을까? 물론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초보자 안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겠지. 하지만 바뀌더라도 이왕이면 지금의 틀 위에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
방대한 퀘스트, 이야기와 전투를 짓누르다
마미롱: 다만 동선과 별개로 의뢰의 수가 너무 많은 것은 동의해. 물론 <검은사막>은 다른 MMORPG처럼 주어진 성장동선을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동선을 만들어가는 게임이야. 수많은 의뢰는 이를 위한 자유도인 것이고.
하지만 이 때문에 매력적인 소재가 많은 게임임에도 이야기가 전혀 와 닿지 않았어. 메인 스토리만 하더라도 흑정령이나 블랙스톤의 정체, 세렌디아와 칼페온의 갈등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은데 중간에 거쳐가는 의뢰가 워낙 많다 보니 잊혀질 때쯤 간신히 등장하는 것이 전부지. 이야기가 뚝뚝 끊겨. 그나마 이번 테스트에서 중요 의뢰에 대거 컷씬이 추가되긴 했지만 이야기를 부각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어. 물론 현실적으로 그 많은 의뢰들을 하나의 줄기로 묶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지.
카미롱: 맞아. 일반 의뢰에서도 NPC나 지형지물에 숨겨진 뒷이야기 등 이야기 꺼리는 많았는데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어. 사실 의뢰 대부분이 ‘XX 몇 마리 잡아와라’ 식이다보니 NPC들의 대사도 눈이 잘 가지 않았지. 마을마다 저마다 독특한 테마나 분위기는 있었는데 결국은 전투로 이어지니.
물론 곳곳에 이런 것을 보완하는 정보들이 숨어있긴 한데 이것을 모으고 짜맞추기에는 너무 띄엄띄엄 떨어져 있더라. 탐험하고 탐구하는 재미는 있지만, 그것을 완제품으로 만들기가 너무 힘들었어.
다양한 컷씬이 추가되었지만, 수많은 의뢰 속에 파묻힌 이야기를 살리지는 못했다
마미롱: 천편일률적인 의뢰도 문제야. 퀘스트 대부분이 ‘닥사’를 강요하다 보니 이야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중에는 전투까지 재미없게 만들지.
카미롱: 전투도 재미없게 만든다고? 솔직히 <검은사막>정도면 MMORPG 중에서는 손꼽히는 편 아니야? 난 다른 것은 몰라도 전투만은 비판하지 못하겠던데. 말 그대로 콘솔 게임같은 전투잖아. 물론 MMORPG라는 한계 때문인지 일부 피할 수 없는 공격도 존재하지만, 적어도 다양한 범위 공격이나 커맨드 입력 식 스킬 발동은 정말 빼어나다고 생각해.
마미롱: 확실히 뼈대만 보면 굉장히 멋져. 하지만 필드전투 대부분이 1:다수이다 보니 전투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고. 이를 부추기듯(?) 의뢰 대부분도 몬스터 수십 마리를 잡는 방식이고. 이러니 결국 나중에는 전투 자체가 좋든 싫든 몰이사냥처럼 흘러가지. 캐릭터가 강하면 의뢰를 편히 하려고 몰아 잡고, 캐릭터가 약하면 몬스터 생성 속도 때문에 몰이(?) 사냥이 되고.
물론 가끔 필드에 다른 몬스터보다 강한 ‘난폭한’ 몬스터가 나오기도 하고, 흑정령이 보스 소환 의뢰를 주긴 해. 후반부 가면 1:1로 싸울만한 몬스터도 등장하지. 하지만 전체 전투에서 보면 그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야. 결국 전투의 80 ~ 90% 이상이 1:다수 전투인 셈이지.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카미롱: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너의 의견은 ‘많은 것이 나아졌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네. 나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아쉬운 점만 있는게 아니라 아직 가야할 길이 잔뜩 있는 것 같았는데. 최소한 진입장벽이라는 측면에서는 말이야.
마미롱: 나야 2차 CBT도 참여했으니 진입장벽 이야기는 네 의견이 조금 더 객관적이겠지. 그래서 너는 만약 <검은사막>이 OBT를 한다면 플레이하지 않을거야?
카미롱: 어려운 질문이네. 만약 게임의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고, 또 내가 그 때 이 게임을 처음 접했다면 1시간도 되지 않아 종료했을거야. 솔직히 난 그 정도로 이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해.
하지만 대충이나마 게임을 파악한 입장으로서는 여기서 조금만 나아져도 플레이 할 것 같아. 쓴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신선한 것도 많고 또 무엇보다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없는 게임이니까. 솔직히 요즘 어느 게임이 저레벨 지역 디비고 다녀도 새로운 것들이 나오겠어? 이 게임은 심지어 캐릭터의 파라미터에 따라서도 의뢰 등장 여부가 달라지는 것 같던데. 적어도 콘텐츠 볼륨이라는 측면에서는 한동안 잔뜩 파고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마미롱: 나도 같아. 아니, 오히려 더 긍정적이지. 나는 미니맵이나 튜토리얼, 컷씬 등 2차 CBT에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을 체험했거든. 파이널 테스트에서 그랬듯이, OBT때까지 이것들을 잘 뭉치면 훨씬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물론 너 같은 수많은 초보자들이 <검은사막>을 제대로 즐기게끔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겠지만.
2차 테스트 참여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미니맵 개선. 왼쪽이 2차 CBT 버전, 오른쪽이 파이널 테스트 버전이다.
카미롱: 참, 혹시 PVP 시스템도 이번에 나아졌던 거였어? 40레벨부터는 사실상 무제한 PVP, 아니 PK에 가깝던데.
마미롱: 그것은 논외. (웃음) PK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정당방위’가 없더군. PK시 먼저 공격한 상대를 죽였는데 내 성향치가 깎이더라고. 가뜩이나 사망 패널티와 PK 패널티도 강한 게임인데 이것은 조금 실망이야. 다음 테스트에서는 ‘꼭’ 고쳐서 나왔으면 좋겠어.
다음 테스트에서는 보다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