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지난 2일부터 신작 액션 슈팅게임인 ‘마스터X마스터’(이하 MXM)의 CBT를 진행했습니다. ‘MXM’은 2010년 지스타에서 ‘슛 앤 밤’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며 시연했던 ‘메탈블랙’을 대폭 수정해 ‘슈팅 AOS’와 PVE 콘텐츠를 모두 품는 방향으로 선보였습니다. 사실상 거의 다른 게임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죠.
‘MXM’은 유저끼리 협동해 특정 던전을 공략하는 PVE와 일종의 AOS 모드를 비롯한 PVP콘텐츠를 다양하게 즐길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핵심 콘텐츠로는 ‘티탄의 유적’이라는 AOS 모드를 내세우고 있죠.
실제로 해 보면 핵심 모드인 ‘티탄의 유적’에서는 슈팅 게임의 본질인 ‘피하고 쏜다’와 전략성을 잘 섞은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전체적으로 CBT치고는 높은 완성도도 보여줬고요. 하지만 PVE 콘텐츠와의 연결 고리는 매끄럽지 못했고, 정작 핵심적인 재미를 강조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오른손으로 쏘고, 왼손으로 피하는 슈팅 액션게임
‘MXM’은 FPS나 TPS의 조작으로 즐기는 액션 게임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쿼터 뷰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사방의 적이나 탄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W, A, S, D 키로 이동 조작을 하고, 마우스로 쏘는 방식이기에 오른손으로 공격 조작을, 왼손으로는 회피 동작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MXM’의 특징입니다. 조작방식부터 ‘쏘고 피하는’ 슈팅 게임의 맛을 느끼기 좋게 구성했죠.
태그 시스템도 ‘MXM’의 특징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요. 마치 ‘철권 태그 토너먼트’처럼 두 마스터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MXM’의 개성입니다. 모든 모드에 입장할 때 마스터 2명을 고르는 만큼, 상황에 따라 마스터를 바꾸거나 두 마스터의 시너지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마스터를 교체할 때 잠시 무적 시간을 주기 때문에 위기 탈출용으로도 응용할 수 있고요.
두 명의 마스터를 사용한다는 점이 PVE와 PVP 콘텐츠 양쪽 모두에 독특한 전략성을 부여해줍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한 명의 캐릭터만 고른다면 필연적으로 유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 고정되는데, 두 명의 마스터를 고를 수 있기에 역할 수행 면에서 자유로워집니다.
특히 PVP에서는 17명의 마스터 수에 비해 조합 면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생깁니다. ‘서포터+서포터’ 같은 조합이나 ‘딜러+딜러’ 같은 조합도 가능하고, 두 개의 역할을 섞어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 태그 시스템이 ‘MXM’의 재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MXM’은 두 명의 캐릭터와 스킬을 입맛대로 골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슈팅 게임에서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접근성도 괜찮은 편입니다. 슈팅 게임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정확하게 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데, ‘MXM’은 공격력이 약한 대신 범위 공격을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맞출 자신이 없어도 할 수 있거든요.
범위 내 아군 및 구조물을 이용해 연쇄 타격 및 회복을 시켜줄 수 있는 ‘데메노스’는 아군만 졸졸 따라다녀도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라 접근성 면에서는 다른 슈팅 게임보다 높습니다. 공격을 연속해서 하면 나오는 ‘오버 히트’나 10초 가량 되는 스킬 쿨타임도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 완충 장치이고요. 이는 ‘마니아들의 게임’이나 ‘고수만의 게임’이 되지 않게끔 신경 썼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정확히 쏴서 맞출 자신이 없다면 이렇게 대충 쏴도 되는 캐릭터를 고르면 됩니다. 슈팅 게임 초보자를 배려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구색 갖춰놓은 PVE 던전, 그러나 지루하다
‘MXM’은 PVE와 PVP를 모두 갖춘 게임답게, 초반에는 유저를 PVE 던전 플레이로 유도합니다. PVE 콘텐츠를 이용해 게임의 조작과 규칙에 익숙해지라는 거죠.
이번 CBT에서 공개된 PVE 던전은 5개 테마에 각각 4개씩의 던전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에 공개된 ‘바다뱀 보급기지’를 합치면 21개 맵이 있고, 같은 테마라도 던전 마다 특색이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로봇 생산 공장에서는 생산 설비를 부수며 몬스터가 우르르 등장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고, 정전이 일어나 시야를 방해하는 맵도 있습니다. 맵 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각 던전에 처음 입장할 때는 일반 몬스터가 한 방에 쓰러져주는 ‘스토리’난이도에서 혼자 플레이하게 됩니다. 이후 차근차근 높은 난이도를 하나씩 개방하면서 플레이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지역이라도 던전마다 특징이나 중요한 클리어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차근차근 배우라는 것일 텐데요. 안타깝게도 초반 PVE는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스토리 난이도나 보통 난이도 까지 몬스터들은 공격 한 번에 픽픽 쓰러지고, 나오는 몬스터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려움 난이도도 파티를 모아서 간다면 크게 어렵지 않은 수준입니다. 결국 보스전을 제외하면 일반 몬스터 구간은 그리 긴장감을 주지 못합니다.
이동 동선도 길고, 단순한 이동에 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포화란을 얻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바다뱀 보급기지’같은 경우, 극악 난이도에서도 10분간 던전을 진행합니다. 이 중 일반 몬스터를 사냥하는 구간이 7분에 달하고, 이마저도 맵이 긴 편이라 이동 자체에 절반 가량의 시간을 씁니다. 당연히 지루해지는 구성입니다.
PVE 콘텐츠인 던전에서는 이동 시간이 길어서 지루합니다.
최소한 스토리 난이도를 강요하지 않거나, 반복 요소를 줄인다면 조금이나마 즐겁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슈팅 게임에 익숙한 입장에서 그나마 쫄깃하게 즐길 수 있는 극악 난이도를 플레이하기 위해 최소한 스토리, 어려움 난이도를 한 번씩 클리어해야 한다는 게 고역으로 다가옵니다. 그마저도 각 맵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각 맵마다 스토리, 어려움 난이도를 클리어해야 극악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같은 던전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구조라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MXM’의 핵심은 PVP! 확실한 재미 주는 티탄의 유적
앞서 설명한 PVE 콘텐츠는 모두 PVP를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진짜 핵심은 PVP이고, 직접 경험해 보면 PVP를 기준으로 모든 밸런스를 맞췄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MXM’의 PVP 콘텐츠는 ‘전투 훈련실’, ‘점령전’, ‘티탄의 유적’의 3개 모드인데, 각각 컨트롤 위주의 싸움부터 전략성을 요하는 모드를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중 단연코 핵심적인 모드는 ‘티탄의 유적’인데요. 일종의 AOS모드라서 전략성과 팀원 간 협동을 요구합니다.
티탄의 유적의 특징을 살펴보면, 슈팅 액션 게임과 AOS를 적절하게 결합시킨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쏘고 피한다는 슈팅의 기본기를 이용하면서도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방식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티탄의 유적은 액션성과 전략성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잡고 있습니다.
거인을 중심으로 교전이 벌어지는 티탄의 유적.
일단 티탄의 유적은 맵 구성부터 교전 거리를 짧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샛길 등을 만들어 놓고, 짧은 거리의 교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쿼터뷰 슈팅 게임으로는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구성입니다. 전투 훈련실만 하더라도 멀리서 총만 쏘며 대치하는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티탄의 유적은 맵 구조 덕분에 지루한 대치 상황이 덜 발생하거든요.
더불어 100점을 모으면 거인이 출연한다는 핵심적인 규칙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교전이 벌어지는 방식이라 게임 내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거인이 나왔을 때는 아군의 거인을 지키며 싸우게 되고, 거인이 없을 때는 점수를 모으기 위해 미니언을 사냥하는 식이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정신 없이 싸우기만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게 티탄의 유적을 칭찬하는 이유인데요. 죽었을 때, 혹은 미니언을 잡으면서 상대의 동태를 파악하고,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여유 정도는 주고 있습니다. 머리를 쓰는 전략성이 필요한 AOS에서 중요한 밸런스는 잡은 셈입니다.
전략의 핵심은 팀 점수를 많이 올린다는 간단한 목표 속에 녹아있습니다. 보스 몬스터 사냥도 점수 이득을 줍니다.
또 하나, 기존 AOS 게임들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인 ‘역전이 힘들다’에 대한 답도 내놓았습니다. 티탄의 유적의 핵심인 거인과 중립 보스 몬스터 덕분인데요. 인스턴스 존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잡을 경우, 75점이나 100점을 주기 때문에 거인 두 마리를 동시에 소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인 두 마리를 한번에 소환해 진격하면 상대의 본진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기 때문에 일발 역전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 큰 실력 차이 때문에 아예 보스 몬스터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면 역전이 힘들겠지만, 적어도 비슷한 유저끼리 만난다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CBT 버전에서는 룰 자체만 놓고 보면 ‘팀 점수를 모은다’ ‘거인과 함께 싸운다’만 알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라인으로 몰려나오는 병사를 처치하면서 거인 위주로 팀원들과 행동하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템도 없고, 원하는 스킬만 적당히 올려주면 되는 방식이라 초기 진입도 쉬운 편입니다. 더불어 25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고, 보통 15분에서 20분이면 게임이 끝난다는 빠른 진행도 장점입니다.
다만, 이번 CBT에서는 전반적으로 PVP모드에 대한 튜토리얼이 부족했던 만큼, 이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티탄의 유적을 살펴봤을때는 슈팅 액션을 결합한 AOS임에도 쉽고 빠른 전투 진행을 통해 재미를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사실상 거인이 없으면 본진을 부수기 힘든 밸런스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거인과 함께 전투를 벌이게 되고, 역전도 거인을 통해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결국 다시 PVE로 귀결되는 콘텐츠 순환 구조
방금 소개한 티탄의 유적에서는 ‘MXM’의 장점에 대해 칭찬했는데, 그 이후로 넘어가면 이 게임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PVE를 다시금 강요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CBT에서 ‘MXM’이 보여준 캐릭터 수집 방식은 ‘언락’이었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 미리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있고, 조건을 달성하고 나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캐릭터 사용권한을 얻는 식이죠.
PVE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문제는 여기서 다시 드러납니다. 캐릭터 사용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PVE콘텐츠에서 특정 아이템을 얻거나, 일정 횟수 이상 PVE를 진행해야 합니다. 핵심 PVP 콘텐츠인 티탄의 유적을 플레이하기 위해서 일정 개수의 캐릭터를 모아야 하는데, 그 전에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캐릭터가 다양해도 일단 PVE 콘텐츠를 돌며 캐릭터 수집 조건을 만족시켜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캐릭터 오픈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또 PVE로 돌아가야 합니다. 바로 ‘기어’를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MXM’에서 티탄의 유적 등 PVP콘텐츠에는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합니다. 일반전과 랭킹전인데요. 일반전은 유저가 착용한 아이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평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랭킹전입니다. 랭킹전에서는 착용한 아이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어 수집을 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기어에 따라서는 공격시 체력 회복 같은 좋은 옵션을 주기도 하는데, 상점에서 파는 기어의 옵션은 정해져 있습니다. 즉, 랭킹전을 위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어를 모을 때까지 PVE 콘텐츠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PVP의 맛을 즐기기 위해 ‘MXM’을 즐기는 유저라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콘텐츠 구조입니다.
PVE 콘텐츠가 매우 재미있더라도 ‘PVP를 위해 PVE에서 아이템을 파밍해야한다’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입니다. 더군다나 PVP 기준으로 만든 적당한 이동속도, 살짝 긴 쿨타임이 PVE 콘텐츠에서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독’으로 돌아온 게임에서 PVE를 강요하고 있으니까요.
PVP 콘텐츠의 엔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랭킹전을 위해 PVE에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 콘텐츠 구조 개편이 숙제
‘MXM’에서 슈팅 액션의 기본기는 느낄 수 있었고, 핵심 모드인 티탄의 유적은 재미있습니다. 사전에 개발진이 “PVP 콘텐츠가 메인이다”고 공언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러나 개발팀의 의도대로 PVP를 중심으로 한 PVE 콘텐츠 구성은 썩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PVP를 기준으로 밸런스를 맞춘 PVE는 답답한 액션이라는 느낌입니다. 난이도가 높아지면 보스 몬스터가 탄막을 퍼붓다가 10초 마다 한 번씩 빈틈을 주는 식이거든요. 정작 PVE에서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총을 쏘는 재미보다는 피하느라 정신 없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PVP를 즐기기 위해 PVE를 강요하는 구조도 썩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PVP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PVE 콘텐츠에서 사전 준비를 끝내야 하는 과정은 썩 즐겁지도 않고, PVP를 한껏 즐기고 싶은 유저에게 효과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반대로 PVE 콘텐츠를 ‘협동 콘텐츠’로 재미있게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듭니다. PVE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려고 해도 결국 PVP 특정 모드에서 승리하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니까요. 서로 성격이 다른 PVP와 PVE를 강제하면서 ‘재미있는 순간을 위해 재미없는 시간을 오래 보내야한다’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언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기어를 위해 PVE 콘텐츠를 계속 이용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물론, 개발팀의 의도는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PVP와 PVE를 동시에 활용해 풍성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고, 질리지 않고 오래 할 게임을 만들고 싶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습니다.
마무리하면, ‘MXM’은 전반적으로 CBT치고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더불어 현재 개발중인 슈팅 액션 게임 중에서는 높은 접근성을 보여줬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콘텐츠 순환 구조는 효과적이지 못했고, 이제 ‘MXM’에게 남은 과제는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어떻게 살리느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정한 핵심 콘텐츠가 튼튼한 기둥이 되도록 콘텐츠 순환구조를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